임선혜. 유럽의 자존심인 바로크 음악 정상에 우뚝 선 유일한 동양인, 고(古)음악계 프리마돈나로 불리며 ‘아시아의 종달새’라는 애칭이 붙었다. (고음악이란 음악사조상,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을 아우르는 말.)
이른바 ‘조수미 키즈’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를 들으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남들보다 시작은 늦었다. 인문계 고교 진학 후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전국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탔다. 고교 2학년 때 친구의 레슨 선생님을 만나 “너는 성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확신을 갖고 성악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대 음대에 진학해서는 음악가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고민이 많았다. 유학길에 오르기 한 달 전까지 밤마다 울었다. 기우였다. 독일 카를스루에국립음악대에 잘 적응했고, 장학금이 연장되어 2년을 더 지낼 수 있었다. 1999년 스물세 살 때 데뷔했다.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 C단조 미사 무대에 대타로 설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수락하면서다. 그녀의 말이다.
“그땐 그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고 대답했어요. 브뤼셀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악보를 달달 외우고 도착하자마자 노래를 불렀어요. 헤레베헤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처음엔 몰랐어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때도 긴장하기는커녕 대답도 곧잘 했거든요.”(《객석》 2013년 6월호)
필립 헤레베헤는 고음악계의 거장이었다. 기회란 그렇게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법이다.
모차르트 음악으로 고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지휘자 르네 야콥스, 윌리엄 크리스티, 지기스발트 쿠이켄 등 바로크 음악계 거장들과 만나 명실상부 고음악계 최고 소프라노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출반된 헨델의 오페라 〈시로에〉는 전 세계 최초 녹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의 첫 연주회는 2006년, 첫 독창회는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다. 임선혜는 고음악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신선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고음악의 매력입니다. 시대적인 차이가 상당해졌고 옛날 방식을 똑같이 고증할 수 없으니, 결국 지금의 감정에 맞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거죠. 고음악계에는 알지 못하면 끼어들기 힘든 마니아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지금까지 프랑스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와 낙소스(Naxos) 레이블 등에서 내놓은 30여 장의 음반 대다수가 이 시대의 음악이다. 근래 주목할 점은 2019년 10월 18일 상하이 최초의 오페라하우스인 상하이 음악원 내 1200석 규모의 ‘샹인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이 제작한 모차르트 오페라 〈가짜 정원사〉에서 ‘세르페타(Serpetta)’라는 비중 있는 역할로 말이다. 음악평론가 김승열은 “스위스의 명장 디에고 파졸리스(1958~)가 지휘한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주역인 세르페타 역으로 라 스칼라 극장과 샹인 오페라하우스에 동시 데뷔했다는 사실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에도 임선혜는 분주하다. 국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안숙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인들과 함께 잇따라 공연을 갖는다. 화려한 비상이 시작됐다.⊙
이른바 ‘조수미 키즈’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를 들으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남들보다 시작은 늦었다. 인문계 고교 진학 후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전국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탔다. 고교 2학년 때 친구의 레슨 선생님을 만나 “너는 성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확신을 갖고 성악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대 음대에 진학해서는 음악가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늘 고민이 많았다. 유학길에 오르기 한 달 전까지 밤마다 울었다. 기우였다. 독일 카를스루에국립음악대에 잘 적응했고, 장학금이 연장되어 2년을 더 지낼 수 있었다. 1999년 스물세 살 때 데뷔했다.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 C단조 미사 무대에 대타로 설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수락하면서다. 그녀의 말이다.
“그땐 그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고 대답했어요. 브뤼셀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악보를 달달 외우고 도착하자마자 노래를 불렀어요. 헤레베헤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처음엔 몰랐어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때도 긴장하기는커녕 대답도 곧잘 했거든요.”(《객석》 2013년 6월호)
필립 헤레베헤는 고음악계의 거장이었다. 기회란 그렇게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법이다.
모차르트 음악으로 고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지휘자 르네 야콥스, 윌리엄 크리스티, 지기스발트 쿠이켄 등 바로크 음악계 거장들과 만나 명실상부 고음악계 최고 소프라노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출반된 헨델의 오페라 〈시로에〉는 전 세계 최초 녹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의 첫 연주회는 2006년, 첫 독창회는 2008년 예술의전당에서다. 임선혜는 고음악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신선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고음악의 매력입니다. 시대적인 차이가 상당해졌고 옛날 방식을 똑같이 고증할 수 없으니, 결국 지금의 감정에 맞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거죠. 고음악계에는 알지 못하면 끼어들기 힘든 마니아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지금까지 프랑스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와 낙소스(Naxos) 레이블 등에서 내놓은 30여 장의 음반 대다수가 이 시대의 음악이다. 근래 주목할 점은 2019년 10월 18일 상하이 최초의 오페라하우스인 상하이 음악원 내 1200석 규모의 ‘샹인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이 제작한 모차르트 오페라 〈가짜 정원사〉에서 ‘세르페타(Serpetta)’라는 비중 있는 역할로 말이다. 음악평론가 김승열은 “스위스의 명장 디에고 파졸리스(1958~)가 지휘한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주역인 세르페타 역으로 라 스칼라 극장과 샹인 오페라하우스에 동시 데뷔했다는 사실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에도 임선혜는 분주하다. 국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안숙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인들과 함께 잇따라 공연을 갖는다. 화려한 비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