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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2기 트럼프 정권의 2인자’ 일론 머스크가 바라보는 세계

머스크가 한국에 대해 한마디 하면 주식·외환 시장 출렁거릴 것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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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반대하고 기업의 자유 중시하는 ‘리버태리언(자유옹호주의자)’
⊙ ‘정치적 올바름’으로 연명하는 정치가들 쫓아내는 ‘글로벌 정치 개혁’이 목표
⊙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 “미국은 폭압 정권 하에서 신음하는 영국을 해방시켜야만 한다”는 트윗 날려
⊙ 反이민·反이슬람 정서 자극… “위선적인 꿈속에 살지 말고 눈앞의 현실을 보라”
⊙ Z세대의 열광과 X 트윗 파워가 머스크의 힘의 원천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작년 11월 19일 머스크의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6번째 시험 비행 발사장을 방문했다. 사진=AP/뉴시스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전 세계가 트럼프 2.0 시대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리버럴 미디어 때문이지만, ‘악당 트럼프’ 이미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좋든 싫든 트럼프 2.0은 2025년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의 상수(常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 정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안보·외교·국방은 물론 경제의 근간(根幹)까지 흔들 수 있다. 반대로, 나쁜 것만이 아니라 좋은 것도 ‘왕창’ 밀려올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 이상의 파워와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이 ‘절대 1강’ 미국의 트럼프다.
 
  1월 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사임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태리프맨(Tariffman·관세 징수원)’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캐나다 제품의 관세를 25%로 인상한 것이 직접 원인이다. 트뤼도는 문제를 풀려고 트럼프와 직접 만났지만 결과는 실패. 그래서 무능한 총리로 찍히면서 쫓겨난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도 마주한 이웃사촌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캐나다를 전혀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다. 트럼프 관세 정책 한 방에 이웃 최고지도자가 날아갔다.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US Steel) 150억 달러 매입 불발도 깜짝 놀랄 대사건이다. 최종 승인을 거부한 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크게 보면 트럼프의 입김이 뒤에 있다. 영국 이상의 경제·외교·군사 우방이라는 일본이 돈을 싸 들고가서 애원을 해도 거부한다.
 
  적대국 중국만이 아니라 인접국 캐나다도, 최우방 일본도 ‘아메리카 퍼스트’ 앞에 맥없이 쓰러진다. 캐나다·일본에 이어 한국에는 과연 어떤 쓰나미가 밀려들까?
 
 
  대통령+기업가의 ‘듀엣 정치’
 
  트럼프 2.0을 맞아, 249년 미국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묘한 정치 구도 하나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기업가’의 ‘듀엣 정치’다. 바로 트럼프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2인 콤비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하수인도 트럼프를 ‘위해(for)’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아니라 트럼프와 ‘함께(with)’ 전면에 서서 일을 하는 주연급이다.
 
  필자가 아는 한 미국 역사는 물론 세계 역사상 ‘선출된 대통령+글로벌 기업가’ 정치는 전례가 없다. 기업은 대통령을 돕는 보조 역할을 할 뿐 결코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잘되든 못되든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 왕실과 동인도회사 관계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였을 뿐이다. 동인도회사는 영국 왕실을 위한(for) 하부 조직일 뿐, 왕과 대등한 지위에서 활동한 기관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하가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미국 경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세상에 권력을 나눠 가지려는 사람은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뉴욕 부동산왕 트럼프가 멍청해서 머스크를 주연급으로 올린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 정치 무대에서 머스크의 위상은 ‘실질적 파워’와 무관하다. 머스크의 이름으로는 공무원 하나 뽑을 권한도 없다.
 

  트럼프가 주목한 머스크의 의미는 ‘파워’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영향력(influence)’에서 찾을 수 있다. 머스크는 2025년 1월 현재 전 세계 최강·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이른바 소셜네트워킹 인플루언서다. 머스크는 X(구 트위터) 계정 ‘@elonmusk’ 팔로워가 2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킹의 최고봉에 선 인물이다. 전 세계 2억 명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곧바로 전할 수 있다. 트럼프의 팔로워는 1억 명이 채 안 된다.
 
  물론 글로벌 파워로 보자면 트럼프만 한 사람이 없다. 캐나다 총리도 날리고, 아이슬란드와 파나마 운하도 집어삼키려는 힘의 화신(化身)이 트럼프다. 머스크는 자기 힘으로 총 한 발 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머스크를 자신의 동반자로 받아들인다. 세계 최고 파워와 최고 영향력의 결합, 바로 트럼프-머스크 콤비가 보여주는 2025년 최신 하이브리드 정치다.
 
 
  ‘유럽의 중환자’ 독일
 
머스크는 X(구 트위터)에 AfD 지지 글을 올렸다.
  “오직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Only AfD can save Germany).”
 
  작년 12월 20일 머스크가 X에 띄운 메시지다. AfD는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다. 반(反)이민·민족주의를 내세운 극우 정당이다. 독일 리버럴 미디어는 AfD를 히틀러의 나치에 준하는 극우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런 AfD를 ‘독일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부자다. 테슬라 주식값 급등으로 인해 올해 1월 초순 기준 무려 4260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 2024년 한국 1년간 예산이 5030억 달러였다. OECD 소속 5000만 인구 나라의 1년 예산의 84%에 해당하는 돈을 가진 셈이다. 그런 인물이 ‘남의 나라’ 정치에 대해, 그것도 히틀러 사촌격이라는 극우 정당을 두둔, 찬미하고 나섰다. 왜일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머스크의 트윗이 터진 날 독일에서는 11명이 죽고 200여 명이 다치는 이른바 ‘크리스마스 테러’가 발생했다. 범인은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다. AfD가 국민적 인기를 끄는 가장 이유는 반이민 정책에 있다. 독일은 현재 ‘유럽의 중환자’로 불리고 있다. 집권 16년간 러시아와 중국에 올인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경제 성과가 한순간 추락하고 있다. ‘유럽의 모범생’ 독일은 어제의 기억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에너지가 끊기면서 전기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미중(美中) 디커플링으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 자체도 급추락한 지 오래다. 독일 간판 기업 벤츠는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메르켈 호경기 때 끌어들인 이민자 문제가 일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합법 이민이 500만 명에 달하고, 불법 이민도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독일 인구가 8400만 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100명 중 7명이 이민자인 셈이다. 독일이 ‘유럽의 중환자’로 변하면서 이들 상당수가 국가보호대상이 됐다. 복지 비용이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머스크의 트윗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AfD를 극우 정당으로 보는 것은 명백한 잘못”
 
  작년 12월 28일, 머스크는 독일 정치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우려를 한층 본격화한다. 독일 중도우파 신문을 대표하는 《디벨트(Die Welt)》 토요 외부 칼럼에 〈AfD는 독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last spark of hope)〉이란 글을 발표한 것이다.
 
  “기존 독일 정당은 전부 실패로 끝났다. 그들의 정책은 경제 추락, 사회적 불안, 국가 통합 실패로 나아갔을 뿐이다. AfD의 에너지·경제·이민 정책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성공시킨 (나의) 원칙과 비슷하다. AfD를 극우 정당으로 보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스리랑카 출신 파트너를 가진 AfD 전(前) 당수 알리스 바이델(Alice Weidel)이 히틀러로 보이는가?”
 
  오는 2월 23일 독일 연방의회 총선이 실시된다. 이미 내각이 해산되고 선거 모드에 들어섰다. 머스크의 트윗과 기고문은 독일 정치의 내일을 가늠하는 ‘핵심 이슈’로 올라선 상태다. AfD를 악(惡)으로 간주하는 리버럴 미디어의 논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이 머스크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독일 리버럴 미디어들은 AfD만이 아니라 머스크도 히틀러 지지자로 묘사하면서 적대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머스크에 대한 비난이 커질수록 AfD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 1월 초 여론조사에서 AfD는 중도우파 독일기독교민주당(CDU) 뒤를 잇고 있지만, 막상 2월 총선에서는 AfD가 제1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에게 ‘샤이 보수(Shy Conservatives)’가 있었던 것처럼 독일에서도 그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반이민·민족주의 입장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풍조가 강한 독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머스크가 《타임》지 연말호 표지 인물에 오른 것은 2021년의 일이다. 필자 판단으로는 1~2년 내에 연말 《타임》 표지에서 머스크를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 듯하다. 2021년에는 글로벌 ‘기업 혁신가(entrepreneur)’로 표지 인물에 올랐지만, 이번엔 글로벌 ‘정치 혁신가’로서 말이다.
 
 
  ‘정치 혁신가’ 머스크
 
머스크는 작년 10월 5일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때 단상에 올라 펄쩍 뛰기까지 했다. 사진=AP/뉴시스
  머스크는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후보 당선 즉시 미국 정부 브레인으로 스카우트됐다. 연방정부 예산 2조 달러 삭감을 목표로 하는 ‘정부효율부(DOGE)’ 총책임자다. ‘날씬하고 발 빠른 행정부’ 만들기가 목표다.
 
  정부효율부는 일종의 태스크포스 조직이지만, 언제부턴가 머스크는 트럼프 다음의 ‘넘버2 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부통령이다. 정부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됐지만, 정책 관련 기사들 중 상당수가 머스크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밴스 부통령과 국무·국방장관 얘기는 안 들려도, 머스크의 생각과 정책 방향은 거의 매일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백악관 내에서 머스크의 자리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와 가까울수록 파워맨이라 볼 수 있다. 태스크포스인 정부효율부 자리는 원래부터 백악관 내에 없다. 자리가 생기기나 할지, 생긴다면 어디에 들어설지가 트럼프 2.0에서 머스크의 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트럼프-머스크의 허니문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암살 미수 사건 직후 트윗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글로벌 IT 기업가로서는 첫 번째였다. 이후 10월 트럼프와 함께 저격 무대였던 펜실베이니아 현장에 등장해 합동유세에 들어갔다. 확실히 밀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1월로 미국 정치 무대에 데뷔한 지 반년이 된 머스크는 지금 트럼프에 버금가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독일에서 보듯, 머스크의 존재감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즉시 머스크는 유엔 주재 이란 대사를 시작으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났다. 작년 12월 7일에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축하식에 트럼프와 함께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트럼프 열차에 동승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글로벌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물로 부상(浮上)한 것이다.
 
 
  ‘영국 해방’ 주장하고 나선 머스크
 
머스크는 X에 ‘영국 해방’에 대한 글을 올리고, 이에 대한 설문조사도 벌였다.
  새해 접어들기 무섭게 머스크는 영국 정치를 타깃으로 트윗에 열중하고 있다. 1월 9일 기준으로 50여 개에 달하는 영국 정치 관련 트윗을 던지고 있다. “미국은 폭압 정권 하에서 신음하는 영국을 해방시켜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출발점이다. 영국 경찰서가 데모대에 의해 불타는 동영상을 띄우면서,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트윗도 날린다. 노동당 당수이자 영국 총리인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과거 행적과 정치 스타일을 ‘rape(강간)’란 단어까지 동원해 정면 공격한다.
 
  《뉴욕타임스》지는 1월 7일 머스크가 극우 정치를 두둔하면서 ‘영국 정치를 공중납치(hijack)하다’라고 보도했다. 총리 스타머가 직접 나서 머스크를 극우 선동가라고 비난하자, 머스크는 ‘미국은 폭압 정권 하에서 신음하는 영국을 해방시켜야만 하는가’라는 찬반 여론조사를 X에 올렸다. 투표 개시 3일 만인 1월 9일 현재까지 투표 상황을 보면 약 200만 명이 참여해 58%가 머스크를 지지하고 42%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이슬람 데모를 진압한 영국 총리가 반이민 우익 정당을 지지하는 머스크보다 16포인트나 뒤진 것이다.
 
  미국이 그러하듯 영국, 나아가 유럽 미디어의 대세는 이민자·이슬람·소수자 보호다. 그러나 머스크의 X 투표 양상은 기존 미디어들의 입장과 다르다. 머스크는 수많은 트윗을 통해 “위선적인 꿈속에 살지 말고 눈앞의 현실을 보라”고 말한다. 영국 정치를 둘러싼 ‘머스크 대 노동당 총리·리버럴 미디어’의 설전은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영국인들은 그동안 입밖에 내지 못하던 반이민·반이슬람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독일과 영국에서 보듯, 머스크는 이미 미국 정치 넘버2를 넘어선 글로벌 정치 인플루언서로 올라선 상태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트윗을 통해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소유주가 국제적 반동(反動)운동을 지원하고 독일을 포함한 각국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머스크, 한국 정치에도 핵심 변수 될 것
 
  한국에서 머스크의 이미지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와 사뭇 다르다. 한국의 신문·방송들은 머스크를 ‘트럼프와 돈키호테를 혼합한 비지니스맨’으로 대하면서 해외토픽 뉴스메이커 정도로 처리한다. 머스크가 한국의 저(低)출산율에 주목하거나 최근의 계엄 사태에 관심을 갖는 것도 ‘돈 많은 부자의 취미’ 정도로 보면서 연예인 발언급으로 여긴다. 언제나 그러하듯 세상 변화에 둔감한 ‘구한말 쇄국(鎖國) 세계관’으로 보는 것이다.
 
  2억 팔로워를 가진 머스크의 말 한마디가 갖는 글로벌 영향력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머스크가 “한국, 내전 상태에 준하는 혼란”이라는 트윗을 던졌다 치자. 곧바로 주식과 외환 시장이 출렁거릴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아무리 떠들어도 외국인 2억은커녕 2000만 명의 귀도 붙잡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 신자’가 존재하듯, ‘머스크 열혈 신자’도 전 세계에 넘친다. 단언컨대 가까운 시일 내 한국 정치의 핵심 변수로 머스크가 등장할 것이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가 한국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독일·영국에서 볼 수 있듯이, 머스크란 이름의 ‘제3의 물결’이 한국 정치에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의 트윗 정치는 자신의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는 개인적 흥미나 만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세계적 관점의 시대정신으로서 보수 이념 확산이 머스크 트윗이 갖는 진짜 의미다. 1847년 카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통해 반자본주의 혁명의 도화선을 전 세계에 깔았듯이, 머스크는 트윗 정치를 통해 자유 진영에 만연한 위선적인 이념과 환상적인 정책을 바꾸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1세기 최신 이데올로기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 갖는 한계를 폭로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연명하는 정치가를 쫓아내려는 ‘글로벌 정치 개혁’이 머스크 트윗의 빅 픽처일 것이다. 그래서 머스크는 이민자와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기존의 정치에 대한 반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독일·영국을 포함한 서구 전체와 한국과 일본, 나아가 종국적으로는 공산 일당독재 국가에 대한 정치·의식 개혁이 머스크에게 맡겨진 소명이자 역할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 이미지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해서 유럽 정치는 물론, 한국과 세계 정치의 핵심 인플루언서로 떠오르게 됐을까?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머스크의 글로벌 이미지다. 한국인 대부분은 일단 그의 천문학적 재산에 주목할 것이다. 머스크를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면서 평가하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뭔가 튀고 기행(奇行)적이며 건방진 듯한 억만장자 느낌이랄까. 저출산율 세계 1위 국가 한국에서는 자식이 11명이나 되는 기묘한 결혼 인생도 눈길을 끌 것이다. 뭔가 특이하고 대단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부턴가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 시각보다 더 많은 인물로 변신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격하는 중국에 테슬라 공장이 있기 때문에 재산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열차에 탔다고 보는 시각마저 있다.
 
  한국인의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대부분은 편견으로 가득 찬 미국발 비난 보도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리버럴 미디어 대부분은 트럼프를 적대시하고 있다. ‘트럼프=악’으로 보면서 스캔들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트럼프가 싫은 만큼 머스크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독일 정치 트윗 이전부터 이미 ‘머스크=극우’로 통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혁명가이자 혁신가
 
  그러나 미디어가 아닌, 보통 미국인이나 유럽인들 사이에서 머스크의 이미지는 어떨까? 부정보다 긍정이 높다. 상당수가 그를 인류 전체가 본받을 새로운 ‘롤 모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자본주의·자유주의 국가에서 돈은 진리이고 정의다. 하지만 개인 정보를 악용해 돈을 번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악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머스크는 그 같은 스캔들이 거의 없다. 1020을 중심으로 하는 Z세대(1997~2012년 출생자)의 머스크 지지는 한층 더 뜨겁다. Z세대의 인기, 아니 최고의 롤 모델이 바로 머스크다. 반면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21세기 인류 최고의 롤 모델이라 생각할 듯하다.
 
  필자의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2025년 Z세대의 머스크에 대한 호감도는 잡스, 빌 게이츠,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를 전부 합친 것보다 크다. 화수분 부자지만, 돈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전 X세대는 돈·권력·명예보다 도전·창조를 우선시한다. 모바일, 컴퓨터, 소셜네트워킹, 아마존도 대단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들은 지구 차원 비즈니스에 불과하다. 머스크는 우주로 눈을 돌리고 기존의 에너지 활용법을 근본적으로 바꾼 혁명가이자 혁신가다.
 
  21세기 영웅 카툰 시리즈로 〈아이언맨(Iron Man)〉이 있다. 만화에 이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인기 캐릭터다. 한국에서는 슈퍼맨의 아류쯤으로 여기는 듯하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르다. Z세대는 1938년 창조된 슈퍼맨보다 1963년생 아이언맨에 친숙하다. 아이언맨은 뭔가 거만하면서도 창조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다. 트럼프와 스티브 잡스를 합친 이미지라고나 할까. 실제로 아이언맨 제작진은 ‘트럼프+잡스’ 캐릭터의 모델이 바로 머스크라고 공개했다. 아이언맨이 머스크를 염두에 둔 캐릭터였다는 말이다. 도심부 리버럴을 제외한 미국·유럽 시민 대부분은 전국망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도를 믿지 않는다. 한국에 널리 퍼진, 리버럴 미디어가 전하는 이미지와 다른 머스크 모습이 미국·유럽 시민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아이언맨’ 머스크
 
머스크는 작년 11월 27일 X에 한국의 저출산 위기에 대한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가 글로벌 정치 인플루언서로 나설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X 트윗’ 파워 자체에 있다. 작년 12월 17일 자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자. 머스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지난해 7월 이후 머스크 X 트윗의 조회수는 무려 1330억 회에 달한다. 트럼프의 15배, 미국 상·하원의원 전체의 트윗 조회수를 합한 것의 16배 수준이다. 선거 막바지였던 10월 31일부터 1주일간의 트윗 1건당 조회수는 트럼프가 1040만 회,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80만 회로 나타났다. 선거 1주일 전 두 후보의 X 트윗 반응만 봐도 판세는 이미 굳어져 있었다.
 
  당시 머스크는 어땠을까? 머스크의 트윗 1건당 조회수는 무려 2370만 회로 트럼프와 해리스를 합친 것의 2배를 훌쩍 넘겼다. 대부분이 트럼프 지지 트윗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소셜네트워킹 정치로 본다면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은 ‘2억 팔로워의 머스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버럴 미디어의 비난처럼 천문학적 정치 헌금으로 트럼프를 ‘삶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을 읽는 촌철살인의 트윗을 통한 온라인 선거전 일등공신이 바로 머스크다.
 
  미국·유럽 정치의 인플루언서로 등장한 머스크의 활약 범위와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장·확대될 것이다. 정치 개혁 전도사로서 머스크 개인의 열정과 집념도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머스크의 관심 영역에서 멀어질 수가 없다. 출발은 저출산으로 인한 비관적 인구 예측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머스크는 X에 “한국은 매 세대마다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지게 된다”고 썼다. ‘인구 붕괴’란 타이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빨리 쪼그라들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구체적 수치로 전망했다.
 

  머스크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계엄 이후 여의도 정치로도 향하고 있다. 1월 9일 현재까지는 대체로 관망하면서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문제에 관한 객관적 보도를 트윗에 올리고 있다. 서울 한남동 대치 상황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트윗도 있다. 가까운 시일 내 단순 관망에서 벗어나 주관적 평가나 분석을 동반한 트윗이 등장할 것이다. 극단적 이분법이지만, 머스크의 트윗은 윤석열과 이재명 둘 중 누구 편을 들까? 전망은 다양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판단에 기초한 트윗 내용이 공표되는 순간 한국 정치도 요동칠 것이란 점이다.
 
  머스크는 글로벌 시점에서, 시대정신에 의해 세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다. 리버럴 미디어가 ‘트럼프=악=머스크’로 몰아가도 미국인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더불어 비록 X의 여론조사지만 영국 총리보다 머스크에 대한 지지가 높다.
 
 
  리버태리언 머스크
 
  물론 머스크가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머스크가 판단하고 분석을 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일시에 급격히 많아진다. 머스크의 정치 트윗을 계기로 한순간 세력화된다는 의미다. 기존 미디어가 머스크를 비난하면 비난할수록 머스크가 인정하는 정치 세력의 지지율은 올라간다. 머스크를 따르고 신뢰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머스크가 한국 정치와 관련해 던질 메시지가 무엇이 될지, 그의 정치적 경제적 성향을 통해 엿볼 수는 있다. 머스크는 정치적으로 리버태리언(Libertarian), ‘자유옹호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공화·민주를 넘어 자유를 개인·기업·사회·국가의 지상(至上) 목적이자 이념으로 삼고있다. 그 연장선에서 기업가 정신을 막는 정부 규제에 반대하고, ‘우리 함께’라는 말로 시작되는 사회주의적 발상도 멀리한다. 환경 보호라는 이름 하에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것에도 반대다.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정부를 빼고 ‘기업과 소비자의 직접 소통’을 중시한다. 머스크가 트윗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2억명에게 발신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각론에서는 트럼프와 차이점도 있지만,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한 에너지 개발 금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같다.
 
  머스크가 한국의 인구 문제를 거론한 것도 환경 문제에 대한 지론(持論)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환경론자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2022년 11월 23일 기사처럼 극단적으로 ‘전 세계 80억 명을 전부 희생해서라도 지구 보호에 나서야만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판이다. 머스크는 지구의 능력을 보면 현재의 10배인 800억 인구 수용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환경운동과 같은 제약이 인간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후손 번식이란 본능도 잊어버리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한국 인구에 대한 관심은 그처럼 인위적 환경운동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제기한 본보기다.
 
 
  ‘후퇴는 없다’
 
  2025년 1월 20일, 세계 최고 ‘파워+영향력’ 콤비가 글로벌 정치 무대에 올랐다. 나라의 중심이 애매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 머스크의 트윗 한 줄이 한반도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라틴어 경구에 ‘베스티기아 눌라 레트로르숨(vestigia nulla retrorsum)’이란 말이 있다. 주로 서방의 군부대나 청년단체 모토로 사용되는, ‘후퇴는 없다(Never a backward step)’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임전무퇴(臨戰無退)다. 그렇다고 ‘전진=승리’로 결론짓는 모토는 아니다. 전진을 통해 자기 잘못을 알고, 시련에 부딪쳐도 이를 다시 교훈 삼아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뜻까지 담겼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한, 한층 좋아지고 최종적으로 아무리 어려운 문라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은 오천만 한국인의 모토로서도 손색이 없다.
 
  ‘베스티기아 눌라 레트로르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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