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기록엔 6월 28일 한강 인도교 폭파(02:30) 후 1시간30분 뒤 광진교 폭파
⊙ ‘낙동강 다리’ 다음가는 ‘조선 제2의 다리’가 광진교… 1936년 준공
⊙ 광진교는 이미 조선 시대에 한양에서 경기·충청 중동부·강원·영남으로 연결
⊙ ‘런승만’ 비난받던 정부·군 당국에서 광진교 폭파 평가 절하하며 사실 왜곡?
⊙ “국방부나 육군 당국에 전쟁사 오류를 수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간청했으나 모두 외면”
⊙ ‘낙동강 다리’ 다음가는 ‘조선 제2의 다리’가 광진교… 1936년 준공
⊙ 광진교는 이미 조선 시대에 한양에서 경기·충청 중동부·강원·영남으로 연결
⊙ ‘런승만’ 비난받던 정부·군 당국에서 광진교 폭파 평가 절하하며 사실 왜곡?
⊙ “국방부나 육군 당국에 전쟁사 오류를 수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간청했으나 모두 외면”
- 6·25 전쟁 당시 광진교를 통해 피란길에 올랐다는 허서영씨. 손으로 광진교를 가리키고 있다.
6·25 전쟁사에 있어 한강 인도교 폭파만큼 집요하고 감정적이며 비과학적인 논리를 들어 논란을 부추긴 사건도 없다. 한강 인도교 폭파로 민간인 500~800명이 희생됐다는 주장은 75년간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월간조선》 2024년 7월호 〈북한군 사진과 기록으로 본 한강 인도교 폭파 사건의 진실〉, 《월간조선》 2013년 7월호 〈현대사에 가장 길었던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30분〉 참조)
기자는 민간인 학살 논란의 대상인 한강 인도교가 아닌 광진교 폭파 사건을 취재했다. 6·25 당시 서울 한강에 설치된 차량·인마(人馬) 겸용 일반 교량은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단 두 개였다.
광진교 폭파의 진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사흘 뒤인 6월 28일 오전 2시30분쯤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었고, 1시간30분 뒤인 새벽 4시쯤 광진교도 폭파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전사(戰史)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펴낸 《6·25 전쟁사》 2권 661쪽을 보자.
〈한강대교를 건넌 지 얼마 뒤에 폭파 신호를 확인한 폭파 담당 장교 세 사람은 도화선에 점화하였다. 수분 뒤에 하늘 높이 치솟은 불기둥과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한강교는 절단되었다. 이때 시간은 6월 28일 02:30분이었다.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인 04:00에 광진교도 폭파되었다. 그 결과 6월 30일 한강교 폭파 이후 국군은 1318대의 차량을 버리고 한강을 건너게 되었다. (중략) 당시 한강대교 폭파로 인해 입은 피해는 인원이 500~800명에 달하고 차량은 50대에 이르렀다.〉
한강 인도교가 끊기자 피란민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광나루가 있던 광진교로 몰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강 인도교 폭파 후 1시간30분 만에 광진교가 폭파됐다면, 비슷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광진교 폭파 논란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 왜 그럴까. 무언가 사실이 왜곡되었거나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아닐지 합리적인 의심을 한 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광진교의 연혁을 알아보자.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천호동을 잇는 이 광진교는 1934년 9월 20일 착공해 36년 10월 준공되었다. 그해 《매일신보》 10월 14일 7면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광진교가 금년 9월 31일 준공되야 (10월) 13일 오전 11시15분부터 준공식을 거행하얏다. (중략) 이날 고양군과 광주군은 물론하고 경성 시내에서까지 남녀노유가 물 밀려드듯이 모혀서 萬여 관중은 추석이 지낸 지 몃칠이 안 되는 오늘에 또다시 추석을 맛난 것과 흡사하게도 모혀 (중략) 락동강 다리에 다음가는 조선 제2의 기나긴 다리를 가을 하늘 맑은 바람 쏘여가면서 즐겁게 건너 다다.〉
‘낙동강 다리’ 다음가는 ‘조선 제2의 다리’가 광진교였다는 것이다. 실제 일제강점기 당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다리가 광진교였을까.
이런 의문의 답을 찾고자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선중앙일보》 1934년 9월 16일자 2면에 실린 〈선제이(鮮第二)의 대교(大橋) 광진교 기공착수(廣津橋 起工着手)〉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1936년 준공 당시 ‘조선에서 두 번째 다리’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1917년 준공된 한강 인도교는 여러 차례 공사를 통해 규모가 커졌고, 1936년 타이드아치(tied arch) 형태로 개축되었다고 전한다. 광진교는 준공 당시 인도(폭 1~2.2m)와 차도(2차선, 폭 5.5m)를 구분한 도로로 총길이가 1037.6m에 달했다고 한다.
“광진교 건넌 뒤 들려온 꽝 하는 굉음”
광진교와 한강 인도교의 규모나 총공사비 비교는 차치하고, 광진교 인근은 상당히 중요한 길목이었다. 다리가 생기기 전 ‘광나루’는 옛 한양과 경기도 광주, 강원도를 잇는 길목으로 나그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나루터였다.
정확히 광나루가 언제 생겼는지 전하는 기록은 없으나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군사의 보루 등을 감안할 때 삼국 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광나루가 조선의 건국 이전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각 지방의 세곡(稅穀)과 특산물이 모이는 교통 요충지인 광나루에는 물건을 내리고 싣는 뱃사람도 많았다.
다시 6·25 전쟁 당시로 돌아와 광나루와 광진교 규모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많은 민(民)·군(軍)이 피란을 가기 위해 그곳으로 몰려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기자는 6·25 전사를 고쳐 써야 할 정도로 중요한 증언을 듣게 되었다. ROTC 장교 출신의 허서영(許書寧·85) 전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오랫동안 광진교 폭파 사건에 관심을 가져왔고 국방부와 육본 등 군 당국에 관련 문제를 제기해 왔다. 무엇보다 허 전 위원은 6·25 당시 광진교를 통해 피란을 갔고, 광진교 폭파를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6·25 당시 광진교를 언제 어떻게 건넜나요.
“당시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살았고 열 살 무렵이었죠. 돈암초등학교 3학년으로 어머니(당시 34세)와 두 동생(8세, 1세)과 함께 그해 6월 27일 오후 3시경 광진교를 건넜습니다.”
― 당시 광진교 일대 상황은 어땠나요.
“교량 입구 쪽에서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린 나이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강을 건넌 허서영 가족은 그들의 이종사촌의 중부(仲父·둘째아버지)가 사는 집을 찾아갔다. 그곳 주소는 강동구 천호동 인근이지만 옛 주소는 경기 광주군 구천면 국교리다. 허 전 위원의 계속된 회고다.
“구천면 면장이던 이종사촌 친척집에 도착해 새참으로 내놓은 ‘찐 감자’를 먹던 중 천지가 진동하는 교량 폭파음을 듣게 됐습니다.”
“교량 상판 1개가 비스듬히 기울어”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전사에 기록된 6월 28일 새벽 4시에 광진교가 폭파된 것이 아니라 전날인 27일 오후, 그러니까 적어도 오후 3시 이후에 폭파됐다는 것이다.
“엄청난 굉음에 놀라 여러 아이와 함께 언덕에 올라 광진교 쪽을 바라보니 교량 상판 1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학교 교정의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하게 상판 한쪽이 내려앉았더군요.”
―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나요.
“부모님으로부터 평생 광진교 도강에서 시작된 6·25 피란의 고행(苦行)을 듣고 자랐기에 폭파 일자나 폭파 당시 상황이 현재도 확연하게 떠오릅니다.”
― 광진교가 6월 27일 늦은 오후에 폭파됐다는 기억을 공유하는 이가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이종사촌 한은숙(89)은 당시 서울 덕성여중 1학년, 한봉자(86)는 돈암초등 5학년, 한원식(83)은 돈암초등 2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그분들 역시 함께 다리를 건넜고 광진교 폭파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허서영 전 위원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허필환(당시 32세)이 6월 27일 밤 10시쯤 광진교 인근에 도착했지만 다리가 끊겨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고 한다.
6월 27일 그날 밤에…
― 선친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십시오.
“6월 27일 밤엔 이미 광나루가 몰려든 피란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어떻게 해서 아버지는 넷째 이모와 그 아이들을 데리고 겨우 나룻배에 올랐지만, 큰이모와 장남(한상하) 등 3명은 배에 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아마도 나룻배가 작았고 서로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인파 때문에 가족 모두가 타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허 전 위원의 말이다.
“강 건너편에 도착한 아버지는 뱃사공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주면서 나머지 3명의 가족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해요. 뱃사공이 광나루 쪽으로 갔지만 짙은 어둠에다 비까지 내려 찾을 길이 막막했대요. 사공이 큰 소리로 조카 이름(한상하)을 부르자 여기저기서 ‘내가 한상하다’라더랍니다. 참 기가 막히지요.
사공이 다시, ‘그렇다면 한상하 이모부의 이름을 대라’고 하니, 아무도 말을 못 하더랍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제 아버지 이름을 말하기에 뱃사공이 그곳에 나룻배를 대어 친척 모두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해요.”
기자는 허서영의 이종사촌인 한혜숙(93)씨를 만났다. 당시 덕성여고 1학년생인 그는 6월 27일 밤 10시쯤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고 기억했다.
“그날 저녁 다리(광진교)가 끊어져 밀려드는 인파 속에 가까스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어요. 그때 고려대 영문과 1학년이던 (한)상하 오빠랑 같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뱃사공이 이모부 이름을 말하라고 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무엇보다 폭우로 옷이 젖어 몹시 한기를 느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나룻배를 타기 위해선 강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한혜숙씨는 여기에 한 가지 기억을 더 보탰다.
“아버지 한휘순이 혼자 강을 건너오셨어요. 하시던 일을 매듭짓고 오느라 늦으셨나 봐요. 그러니까 6월 28일 새벽 2시쯤 됐을 겁니다. 당시 아버지는 상공부 섬유과장을 지내시고 관립(官立) 한국메리야스공업협회 전무로 계셨지요. 퇴근 후 돈암동에서 걸어서 광나루에 도착하셔서 어찌어찌해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셨어요. 제 기억으로 아버지 발이 퉁퉁 부으셨어요.”
“그날 밤에 비는 얼마나 쏟아지던지…”
― 발은 왜 부은 건가요.
“당시로선 고위 관료여서 그렇게 장시간 걸을 일이 없었을 겁니다. 돈암동에서 광나루까지 무거운 피란 보따리를 들고 걸었으니까요. 그러나 곧바로 북한군이 강을 넘어 진주하자 아버지는 피란을 못 가시고 돈암동 자택으로 되돌아가셨죠. 이후 북한 인민군에게 잡혀 강제 연행되던 중 돌아가셨어요.”
― 6월 28일도 아닌 27일, 한강을 건너 피란을 가야 한다는 결심을 어떻게 한 겁니까.
“총성이 들리고 대포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거든요. 그래도 ‘난 피란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기억이 납니다. (보따리를) 이고 지고 걷는다는 게 좀 어려워요?
그런데 이모부(허서영의 아버지)가 와서 다 데리고 간 거죠. 그날 밤에 비는 얼마나 쏟아지던지…, 낮에는 안 왔는데 말이죠.”
한혜숙씨는 이민을 떠나 미국에서 30여 년을 살다가 최근 귀국해 지금은 경북 문경의 오미자 농장에 머무르고 있다. 기자가 만난 그는 기억이 매우 선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광진교 인근 원주민의 기억
기자는 허서영 전 위원을 통해 광진교 인근에 살던 원주민 신경운(申敬雲·92)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평생 광진교 부근에서 살며 작은 고기잡이 배를 타며 잠수 일을 했다고 한다. 현재 건강상 이유로 노인요양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 광진교 부근에서 언제부터 사셨나요.
“성수동에 살다가 한 살 때 광나루로 이사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넷이랑. 과거 광나루 인근에 한 200호가 살았어요.
광진교는 집안이나 마루에 앉아선 잘 안 보였고, (밖으로) 조금 나가면 다 보였어요.”
― 광나루에 대한 추억은?
“나루터나 광진교 주변에서 놀았어요. 내가 잠수를 잘했고 조개도 많이 땄어요. 다리(광진교)가 놀이터였어요. 당시엔 차가 없으니까 소가 수레를 끌고 가잖아요. 몰래 수레에 실린농산물을 훔쳐 먹으려고 다리에서 기다리곤 했어요.”
― 6·25 전쟁 당시 광진교와 관련한 기억을 들려주세요.
“중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그러니까 6월 27일 아침부터 저쪽 의정부에서 사람들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많이들 넘어오더라고요.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전쟁이 났다’고 해요. 그땐 어려서 전쟁이 뭔지도 몰랐어요.”
― 6월 27일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리가 끊어지던 날,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군인 둘인가, 셋인가가 무슨 작업을 하더군요. 자세히 보니까 (작업에) 흙이 필요하더라고. 그 심부름을 내가 해줬어. 인근에 바로 산이 있었으니까.”
짐작건대 그 군인은 공병(工兵)들로 보인다. 흙은 광진교 폭파에 쓰인 발파용 흙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어느 산을 말하는 건가요.
“지금 한강호텔 자리에, 용당산(龍堂山)이란 낮은 산이 있었어요. 흙이 빨갰어요, 붉은 흙…. 거기서 흙을 퍼다 날랐는데 그걸 어디에 쓰는 줄은 몰랐어. 나중에 차 한 대가 오더니 저보고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광나루와 용당산, 광진교
아차산 자락의 야산인 용당산은 지금의 한강관광호텔(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78길 147) 자리에 있었다. 조선 태종의 첫째 아들인 양녕대군이 셋째 충녕대군(훗날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잇게 하고 도성을 떠나면서 경치가 너무 좋아 용당산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 때는 용당산에 신사(神社)를 짓게 했다고 한다. 용당산 비탈을 자르고 길을 내는 공사를 하는데 흙 속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일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모두 도망쳤고 일본인들도 해가 미칠 것을 두려워해 신사를 포기했다고 전한다.
― 광진교 폭파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주십시오.
“군인들에게 붉은색 흙을 퍼다 주고 집에 오니까 벌써 (6월 27일) 오후 4시쯤 됐어요. 웬일로 그날 밥상이 딱 차려져 있더라고. 돌이켜 보니 어른들이 일찍 피란 가려고 밥을 지어 먹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밥을 먹는데 ‘불알’ 달린 벽시계가 딱 오후 4시를 가리켰어요.”
신씨가 밥을 막 먹고 있는데 꽝 하는 소리가 났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철제 교량 일부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수면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공중에서 뭔가가 떨어지고, 소리가 굉장히 컸지요. 그렇게 밥을 먹고 가족과 강을 건너 지금의 강동구 명일동 친지 댁으로 갔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북한 인민군이 강을 건너와 바로 귀가하고 말았죠.”
신경운씨의 소개로 서울 광장동 원주민 배모(55)씨 증언도 듣게 됐다. 가평에서 모터보트 수리업을 하는 그는 1905년생인 선친이 광진교 신축 공사에 기술자로 참여한 일이 있다고 했다.
“제가 듣기로 아버지가 1930년대 중반(실제 1934년에 착공해 36년에 준공했다)에 다리 트러스(Truss) 공사에 참여하셨어요. 당신은 오랫동안 광나루 주변에서 낚싯배와 낚시 도구 대여업을 하셨고 저도 그 일을 하고 있죠.
광진교 폭파가 6월 27일 저녁에 이뤄졌다는 말을 아버지가 여러 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a bridge east of the city’
광진교 폭파와 관련한 기록이 국내 자료에는 없지만 미군 전쟁사학자의 책에는 등장한다.
미군 장교 출신의 전쟁사학자 로이 에드거 애플만(Roy E. Appleman·1904~1993년)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에 참전했는데,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국 제10군의 전투 역사가이자 대위로, 한국에서 10군단의 중령으로 복무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예일대 로스쿨, 컬럼비아대 등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7월 26일에 국립공원관리청의 워싱턴 사무소의 공원역사연구(Park History Studies) 책임자로 근무하다 은퇴했다.
그는 《South to the Naktong, North to the Yalu》(1961년)라는 책을 펴냈는데 발행처는 미 육군군사연구소(U.S. Army Center of Military History)다. 41쪽 좌측 하단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라이트 대령은 한강 다리가 폭파될 때 막 숙소를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을 모아 차량 행렬을 꾸리고 도시 동쪽에 있는 다리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도중 한국군으로부터 그 다리마저 폭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차량 행렬은 방향을 돌려 서빙고 캠프에 있는 미군사고문단(KMAG·Korean Military Advisory Group) 숙소로 돌아왔다. 날이 밝아올 무렵, 정찰조가 한강 인도교 동쪽에서 강을 따라 나룻배가 다닌다고 보고해 왔다.
(The latter was just leaving his quarters when the Han River bridges blew up. Colonel Wright assembled all the Americans in a convoy and started for a bridge east of the city. En route they learned from Korean soldiers that this bridge too had been blown. The convoy turned around and returned to the KMAG housing area at Camp Sobinggo. About daylight a small reconnaissance party reported that ferries were in operation along the Han River east of the highway bridge.)〉
애플만이 소속된 미군사고문단이 ‘동쪽에 있는 다리’를 향해 진로를 바꾸어 철수한 시점은 한강 인도교 폭파(6월 28일 새벽 2시30분) 직후로 보인다. 여기서 ‘동쪽에 있는 다리’는 광진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강 인도교보다 앞서 광진교가 폭파되었기에 이동 중 한국군으로부터 그 다리(this bridge)마저 이미 폭파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빙고 고문단 캠프로 되돌아왔다는 것으로 보인다. 허서영 전 위원은 애플만의 이 저서를 미국 메릴랜드 칼리지 파크 소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확인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용산 지역에 있던 국군 병사가 ‘동쪽에 있는 다리’의 폭파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그 다리가 한강 인도교 폭파 전날 폭파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병사를 만난 시점은 군 당국이 밝힌 광진교를 폭파한 시점(6월 28일 새벽 4시)보다 훨씬 이전이 확실합니다.”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비교
6·25 당시 한강 인도교는 서울 영등포에서 안양으로 이어진 1번 국도의 시발점이었다. 수원과 천안을 거쳐 대전을 기점으로 영호남과 함양·진주 등 서부 경남 지역으로 도로망이 연결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대동맥의 출발점이다.
반면 광진교는 3번 국도와 연결돼 경기도 광주-이천-음성-충주-문경새재-상주-선산·칠곡에서 대구로 이어진 도로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된다. 이 길을 통하면 부산, 마산, 진해 등지와 포항, 경주, 울산 등지로도 내려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진교는 원주를 거쳐 강릉, 삼척 등 강원도로 가는 통로였다. 현재의 영동고속도로를 떠올려보라. 이미 조선 시대에 한양에서 경기·충청 중동부·강원·영남을 연결하던 입구가 광진교였다. 영남 선비들의 과거 길인 문경새재도 광진교와 길게 이어져 있다.
6·25 전쟁 당시로 돌아가 피란민 입장에서 부산을 목표 지점으로 삼았을 때 한강 인도교를 통한 피란 경로보다 광진교를 통해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경로가 지리적으로 훨씬 짧았을 것이다.
허서영 전 위원은 “서울이나 수도권 중동부 지역 주민들이 도보 피란을 떠난다고 가정할 때 광진교를 넘어서 가는 길이 한강 인도교 쪽보다 최소 30~40km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민군의 주공격 축인 의정부-창동-미아리 전선에서 후퇴하며 적을 저지하던 아군 전투부대의 긴급 철수에도 적합했던 교량이 광진교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광진교 폭파 역시 불가피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광진교는 그 중요성이나 규모 면에서 한강 인도교에 못 미치는 것으로 과소평가받았다. 그 이유는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이란 하천명에 비해 광진교는 ‘큰 개울’ 정도의 하천에 설치된 교량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교량을 비교할 때 한강 인도교가 먼저 건설됐을 뿐 규모나 형태는 거의 비슷했다는 게 정설이다.
“폭파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외면”
그런데도 정부와 군 당국은 광진교 존재나 비중은 물론 광진교 폭파에 대해 침묵하거나 폭파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외면하려 했다. 심지어 폭파 시점까지 제대로 전사에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럴 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허 전 위원의 계속된 주장이다.
“당시 정부와 군 당국은 6월 28일 새벽에 단행한 한강 인도교 폭파의 후유증만으로도 큰 고역을 치렀지요. ‘도망치다’(run)와 이승만의 합성어인 ‘런승만’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런승만은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도망갔다고 조롱하는 말이죠.
만약 한강 인도교보다 앞서 광진교를 먼저 폭파한 사실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면 정부 당국 입장에선 더 격한 비난과 공격을 당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인 새벽 4시에 광진교도 폭파되었다’고 반(半) 줄 길이의 단문으로 두루뭉술하게 전사에 기록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피란민들이나 군인, 언론계 등 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나섰어야 했는데 아무도 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왜곡된 진실이 방치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6·25 한강 교량 폭파 문제는 전략이나 전술상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를 하나로 연계해 다룰 사안이다. 한강 인도교 폭파의 책임을 물어 최창식 공병감을 처형한 군 당국 입장에선 광진교 폭파를 재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그러나 진실까지 묻어둘 이유는 없다. 허 전 위원의 거듭된 주장이다.
“광진교 폭파 소식이 서울시내에 전파되자 광진교를 통한 3번국도로 행선지를 정했던 피란민 중 다수가 한강 인도교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을 겁니다. 이 바람에 삼각지와 한강 사이 약 2km의 대로는 물론 용산 전역이 아비규환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후퇴하는 국군 장병들은 광진교 폭파로 더욱 혼란을 겪게 되었고 아군은 더 빨리 와해됐을 수도 있어요.”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폭파 문제는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듯 광진교 조기 폭파로 많은 피란민이 한강 인도교로 발길을 돌려 혼란이 가중되고 피해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광진교는 낮시간대 교통 통제가 이뤄진 상태에서 폭파했기에 폭파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의 말이다.
“여러 차례 국방부나 육군 당국에 전쟁사 오류를 수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간청했으나 모두 무책임하게 외면하더군요.
광진교 폭파를 증언해 줄 어르신들이 하나 둘 타계해 ‘허위 전쟁사’가 진짜 역사가 될지 모릅니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해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진실을 밝히고 기록을 바로잡기 위해 헌신해 온 한 사람의 절박한 노력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왜곡된 기록이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후대는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무엇이 그를 평생 몸부림치게 하는가.
거짓이 진실을 덮는 사이,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놓치고 반복되는 오류와 왜곡 속에서 길을 잃고 빛을 잃게 될 것이기에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전사 뒤집는 결정적 증거 못 돼”
군사학자인 남정옥(南廷屋) 박사(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는 6월 27일 광진교 폭파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강철교도 폭파에 실패했기 때문에 광진교 폭파는 군 수뇌부가 굉장한 관심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광진교 쪽에는 아군이 없었고 발파용으로 흙을 퍼날랐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실제 발파했다면 실험용으로 했을 수는 있어요. 부평의 제1공병단 본부에서 가져온 다이너마이트 휴즈 부분이 낡고 오래되어서 교각 폭파에 앞서 흙 속에 묻어두고 폭발시켰을 가능성은 있어요.
그리고 광진교 폭파로 상판 1개만 비스듬하게 넘어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전사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기자는 민간인 학살 논란의 대상인 한강 인도교가 아닌 광진교 폭파 사건을 취재했다. 6·25 당시 서울 한강에 설치된 차량·인마(人馬) 겸용 일반 교량은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단 두 개였다.
광진교 폭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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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보》 10월 14일 7면에 실린 광진교 준공식 기사다. 당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다리였다. |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펴낸 《6·25 전쟁사》 2권 661쪽을 보자.
〈한강대교를 건넌 지 얼마 뒤에 폭파 신호를 확인한 폭파 담당 장교 세 사람은 도화선에 점화하였다. 수분 뒤에 하늘 높이 치솟은 불기둥과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한강교는 절단되었다. 이때 시간은 6월 28일 02:30분이었다.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인 04:00에 광진교도 폭파되었다. 그 결과 6월 30일 한강교 폭파 이후 국군은 1318대의 차량을 버리고 한강을 건너게 되었다. (중략) 당시 한강대교 폭파로 인해 입은 피해는 인원이 500~800명에 달하고 차량은 50대에 이르렀다.〉
한강 인도교가 끊기자 피란민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광나루가 있던 광진교로 몰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강 인도교 폭파 후 1시간30분 만에 광진교가 폭파됐다면, 비슷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광진교 폭파 논란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 왜 그럴까. 무언가 사실이 왜곡되었거나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아닐지 합리적인 의심을 한 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광진교의 연혁을 알아보자.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천호동을 잇는 이 광진교는 1934년 9월 20일 착공해 36년 10월 준공되었다. 그해 《매일신보》 10월 14일 7면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광진교가 금년 9월 31일 준공되야 (10월) 13일 오전 11시15분부터 준공식을 거행하얏다. (중략) 이날 고양군과 광주군은 물론하고 경성 시내에서까지 남녀노유가 물 밀려드듯이 모혀서 萬여 관중은 추석이 지낸 지 몃칠이 안 되는 오늘에 또다시 추석을 맛난 것과 흡사하게도 모혀 (중략) 락동강 다리에 다음가는 조선 제2의 기나긴 다리를 가을 하늘 맑은 바람 쏘여가면서 즐겁게 건너 다다.〉
‘낙동강 다리’ 다음가는 ‘조선 제2의 다리’가 광진교였다는 것이다. 실제 일제강점기 당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다리가 광진교였을까.
이런 의문의 답을 찾고자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선중앙일보》 1934년 9월 16일자 2면에 실린 〈선제이(鮮第二)의 대교(大橋) 광진교 기공착수(廣津橋 起工着手)〉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1936년 준공 당시 ‘조선에서 두 번째 다리’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1917년 준공된 한강 인도교는 여러 차례 공사를 통해 규모가 커졌고, 1936년 타이드아치(tied arch) 형태로 개축되었다고 전한다. 광진교는 준공 당시 인도(폭 1~2.2m)와 차도(2차선, 폭 5.5m)를 구분한 도로로 총길이가 1037.6m에 달했다고 한다.
“광진교 건넌 뒤 들려온 꽝 하는 굉음”
광진교와 한강 인도교의 규모나 총공사비 비교는 차치하고, 광진교 인근은 상당히 중요한 길목이었다. 다리가 생기기 전 ‘광나루’는 옛 한양과 경기도 광주, 강원도를 잇는 길목으로 나그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나루터였다.
정확히 광나루가 언제 생겼는지 전하는 기록은 없으나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군사의 보루 등을 감안할 때 삼국 시대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광나루가 조선의 건국 이전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각 지방의 세곡(稅穀)과 특산물이 모이는 교통 요충지인 광나루에는 물건을 내리고 싣는 뱃사람도 많았다.
다시 6·25 전쟁 당시로 돌아와 광나루와 광진교 규모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많은 민(民)·군(軍)이 피란을 가기 위해 그곳으로 몰려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기자는 6·25 전사를 고쳐 써야 할 정도로 중요한 증언을 듣게 되었다. ROTC 장교 출신의 허서영(許書寧·85) 전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오랫동안 광진교 폭파 사건에 관심을 가져왔고 국방부와 육본 등 군 당국에 관련 문제를 제기해 왔다. 무엇보다 허 전 위원은 6·25 당시 광진교를 통해 피란을 갔고, 광진교 폭파를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6·25 당시 광진교를 언제 어떻게 건넜나요.
“당시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살았고 열 살 무렵이었죠. 돈암초등학교 3학년으로 어머니(당시 34세)와 두 동생(8세, 1세)과 함께 그해 6월 27일 오후 3시경 광진교를 건넜습니다.”
― 당시 광진교 일대 상황은 어땠나요.
“교량 입구 쪽에서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린 나이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강을 건넌 허서영 가족은 그들의 이종사촌의 중부(仲父·둘째아버지)가 사는 집을 찾아갔다. 그곳 주소는 강동구 천호동 인근이지만 옛 주소는 경기 광주군 구천면 국교리다. 허 전 위원의 계속된 회고다.
“구천면 면장이던 이종사촌 친척집에 도착해 새참으로 내놓은 ‘찐 감자’를 먹던 중 천지가 진동하는 교량 폭파음을 듣게 됐습니다.”
“교량 상판 1개가 비스듬히 기울어”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전사에 기록된 6월 28일 새벽 4시에 광진교가 폭파된 것이 아니라 전날인 27일 오후, 그러니까 적어도 오후 3시 이후에 폭파됐다는 것이다.
“엄청난 굉음에 놀라 여러 아이와 함께 언덕에 올라 광진교 쪽을 바라보니 교량 상판 1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학교 교정의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하게 상판 한쪽이 내려앉았더군요.”
―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나요.
“부모님으로부터 평생 광진교 도강에서 시작된 6·25 피란의 고행(苦行)을 듣고 자랐기에 폭파 일자나 폭파 당시 상황이 현재도 확연하게 떠오릅니다.”
― 광진교가 6월 27일 늦은 오후에 폭파됐다는 기억을 공유하는 이가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이종사촌 한은숙(89)은 당시 서울 덕성여중 1학년, 한봉자(86)는 돈암초등 5학년, 한원식(83)은 돈암초등 2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그분들 역시 함께 다리를 건넜고 광진교 폭파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허서영 전 위원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허필환(당시 32세)이 6월 27일 밤 10시쯤 광진교 인근에 도착했지만 다리가 끊겨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고 한다.
6월 27일 그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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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서영씨와 한혜숙씨. 두 사람은 6·25 당시 광진교 폭파와 관련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
“6월 27일 밤엔 이미 광나루가 몰려든 피란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어떻게 해서 아버지는 넷째 이모와 그 아이들을 데리고 겨우 나룻배에 올랐지만, 큰이모와 장남(한상하) 등 3명은 배에 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아마도 나룻배가 작았고 서로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인파 때문에 가족 모두가 타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허 전 위원의 말이다.
“강 건너편에 도착한 아버지는 뱃사공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주면서 나머지 3명의 가족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해요. 뱃사공이 광나루 쪽으로 갔지만 짙은 어둠에다 비까지 내려 찾을 길이 막막했대요. 사공이 큰 소리로 조카 이름(한상하)을 부르자 여기저기서 ‘내가 한상하다’라더랍니다. 참 기가 막히지요.
사공이 다시, ‘그렇다면 한상하 이모부의 이름을 대라’고 하니, 아무도 말을 못 하더랍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제 아버지 이름을 말하기에 뱃사공이 그곳에 나룻배를 대어 친척 모두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해요.”
기자는 허서영의 이종사촌인 한혜숙(93)씨를 만났다. 당시 덕성여고 1학년생인 그는 6월 27일 밤 10시쯤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고 기억했다.
“그날 저녁 다리(광진교)가 끊어져 밀려드는 인파 속에 가까스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어요. 그때 고려대 영문과 1학년이던 (한)상하 오빠랑 같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뱃사공이 이모부 이름을 말하라고 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무엇보다 폭우로 옷이 젖어 몹시 한기를 느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나룻배를 타기 위해선 강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한혜숙씨는 여기에 한 가지 기억을 더 보탰다.
“아버지 한휘순이 혼자 강을 건너오셨어요. 하시던 일을 매듭짓고 오느라 늦으셨나 봐요. 그러니까 6월 28일 새벽 2시쯤 됐을 겁니다. 당시 아버지는 상공부 섬유과장을 지내시고 관립(官立) 한국메리야스공업협회 전무로 계셨지요. 퇴근 후 돈암동에서 걸어서 광나루에 도착하셔서 어찌어찌해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셨어요. 제 기억으로 아버지 발이 퉁퉁 부으셨어요.”
“그날 밤에 비는 얼마나 쏟아지던지…”
― 발은 왜 부은 건가요.
“당시로선 고위 관료여서 그렇게 장시간 걸을 일이 없었을 겁니다. 돈암동에서 광나루까지 무거운 피란 보따리를 들고 걸었으니까요. 그러나 곧바로 북한군이 강을 넘어 진주하자 아버지는 피란을 못 가시고 돈암동 자택으로 되돌아가셨죠. 이후 북한 인민군에게 잡혀 강제 연행되던 중 돌아가셨어요.”
― 6월 28일도 아닌 27일, 한강을 건너 피란을 가야 한다는 결심을 어떻게 한 겁니까.
“총성이 들리고 대포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거든요. 그래도 ‘난 피란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기억이 납니다. (보따리를) 이고 지고 걷는다는 게 좀 어려워요?
그런데 이모부(허서영의 아버지)가 와서 다 데리고 간 거죠. 그날 밤에 비는 얼마나 쏟아지던지…, 낮에는 안 왔는데 말이죠.”
한혜숙씨는 이민을 떠나 미국에서 30여 년을 살다가 최근 귀국해 지금은 경북 문경의 오미자 농장에 머무르고 있다. 기자가 만난 그는 기억이 매우 선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광진교 인근 원주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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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진교 폭파 당시를 회고하는 신경운 어르신. |
― 광진교 부근에서 언제부터 사셨나요.
“성수동에 살다가 한 살 때 광나루로 이사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넷이랑. 과거 광나루 인근에 한 200호가 살았어요.
광진교는 집안이나 마루에 앉아선 잘 안 보였고, (밖으로) 조금 나가면 다 보였어요.”
― 광나루에 대한 추억은?
“나루터나 광진교 주변에서 놀았어요. 내가 잠수를 잘했고 조개도 많이 땄어요. 다리(광진교)가 놀이터였어요. 당시엔 차가 없으니까 소가 수레를 끌고 가잖아요. 몰래 수레에 실린농산물을 훔쳐 먹으려고 다리에서 기다리곤 했어요.”
― 6·25 전쟁 당시 광진교와 관련한 기억을 들려주세요.
“중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그러니까 6월 27일 아침부터 저쪽 의정부에서 사람들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많이들 넘어오더라고요.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전쟁이 났다’고 해요. 그땐 어려서 전쟁이 뭔지도 몰랐어요.”
― 6월 27일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리가 끊어지던 날,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군인 둘인가, 셋인가가 무슨 작업을 하더군요. 자세히 보니까 (작업에) 흙이 필요하더라고. 그 심부름을 내가 해줬어. 인근에 바로 산이 있었으니까.”
짐작건대 그 군인은 공병(工兵)들로 보인다. 흙은 광진교 폭파에 쓰인 발파용 흙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어느 산을 말하는 건가요.
“지금 한강호텔 자리에, 용당산(龍堂山)이란 낮은 산이 있었어요. 흙이 빨갰어요, 붉은 흙…. 거기서 흙을 퍼다 날랐는데 그걸 어디에 쓰는 줄은 몰랐어. 나중에 차 한 대가 오더니 저보고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광나루와 용당산, 광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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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광나루를 지나는 뗏목과 돛단배 모습이다. 사진=조선DB |
일제 때는 용당산에 신사(神社)를 짓게 했다고 한다. 용당산 비탈을 자르고 길을 내는 공사를 하는데 흙 속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일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모두 도망쳤고 일본인들도 해가 미칠 것을 두려워해 신사를 포기했다고 전한다.
― 광진교 폭파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주십시오.
“군인들에게 붉은색 흙을 퍼다 주고 집에 오니까 벌써 (6월 27일) 오후 4시쯤 됐어요. 웬일로 그날 밥상이 딱 차려져 있더라고. 돌이켜 보니 어른들이 일찍 피란 가려고 밥을 지어 먹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밥을 먹는데 ‘불알’ 달린 벽시계가 딱 오후 4시를 가리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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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광나루 강수욕장의 모습. 위로 보이는 다리가 광진교다. |
“공중에서 뭔가가 떨어지고, 소리가 굉장히 컸지요. 그렇게 밥을 먹고 가족과 강을 건너 지금의 강동구 명일동 친지 댁으로 갔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북한 인민군이 강을 건너와 바로 귀가하고 말았죠.”
신경운씨의 소개로 서울 광장동 원주민 배모(55)씨 증언도 듣게 됐다. 가평에서 모터보트 수리업을 하는 그는 1905년생인 선친이 광진교 신축 공사에 기술자로 참여한 일이 있다고 했다.
“제가 듣기로 아버지가 1930년대 중반(실제 1934년에 착공해 36년에 준공했다)에 다리 트러스(Truss) 공사에 참여하셨어요. 당신은 오랫동안 광나루 주변에서 낚싯배와 낚시 도구 대여업을 하셨고 저도 그 일을 하고 있죠.
광진교 폭파가 6월 27일 저녁에 이뤄졌다는 말을 아버지가 여러 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a bridge east of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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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장교 출신 전쟁사학자인 로이 에드거 애플만이 쓴 《South to the Naktong, North to the Yalu》(1961년). |
미군 장교 출신의 전쟁사학자 로이 에드거 애플만(Roy E. Appleman·1904~1993년)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에 참전했는데,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국 제10군의 전투 역사가이자 대위로, 한국에서 10군단의 중령으로 복무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예일대 로스쿨, 컬럼비아대 등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7월 26일에 국립공원관리청의 워싱턴 사무소의 공원역사연구(Park History Studies) 책임자로 근무하다 은퇴했다.
그는 《South to the Naktong, North to the Yalu》(1961년)라는 책을 펴냈는데 발행처는 미 육군군사연구소(U.S. Army Center of Military History)다. 41쪽 좌측 하단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라이트 대령은 한강 다리가 폭파될 때 막 숙소를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을 모아 차량 행렬을 꾸리고 도시 동쪽에 있는 다리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도중 한국군으로부터 그 다리마저 폭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차량 행렬은 방향을 돌려 서빙고 캠프에 있는 미군사고문단(KMAG·Korean Military Advisory Group) 숙소로 돌아왔다. 날이 밝아올 무렵, 정찰조가 한강 인도교 동쪽에서 강을 따라 나룻배가 다닌다고 보고해 왔다.
(The latter was just leaving his quarters when the Han River bridges blew up. Colonel Wright assembled all the Americans in a convoy and started for a bridge east of the city. En route they learned from Korean soldiers that this bridge too had been blown. The convoy turned around and returned to the KMAG housing area at Camp Sobinggo. About daylight a small reconnaissance party reported that ferries were in operation along the Han River east of the highway bridge.)〉
애플만이 소속된 미군사고문단이 ‘동쪽에 있는 다리’를 향해 진로를 바꾸어 철수한 시점은 한강 인도교 폭파(6월 28일 새벽 2시30분) 직후로 보인다. 여기서 ‘동쪽에 있는 다리’는 광진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강 인도교보다 앞서 광진교가 폭파되었기에 이동 중 한국군으로부터 그 다리(this bridge)마저 이미 폭파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빙고 고문단 캠프로 되돌아왔다는 것으로 보인다. 허서영 전 위원은 애플만의 이 저서를 미국 메릴랜드 칼리지 파크 소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확인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당시 용산 지역에 있던 국군 병사가 ‘동쪽에 있는 다리’의 폭파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그 다리가 한강 인도교 폭파 전날 폭파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병사를 만난 시점은 군 당국이 밝힌 광진교를 폭파한 시점(6월 28일 새벽 4시)보다 훨씬 이전이 확실합니다.”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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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30분쯤 한강 인도교가 폭파됐을 당시 추정도다. |
반면 광진교는 3번 국도와 연결돼 경기도 광주-이천-음성-충주-문경새재-상주-선산·칠곡에서 대구로 이어진 도로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된다. 이 길을 통하면 부산, 마산, 진해 등지와 포항, 경주, 울산 등지로도 내려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진교는 원주를 거쳐 강릉, 삼척 등 강원도로 가는 통로였다. 현재의 영동고속도로를 떠올려보라. 이미 조선 시대에 한양에서 경기·충청 중동부·강원·영남을 연결하던 입구가 광진교였다. 영남 선비들의 과거 길인 문경새재도 광진교와 길게 이어져 있다.
6·25 전쟁 당시로 돌아가 피란민 입장에서 부산을 목표 지점으로 삼았을 때 한강 인도교를 통한 피란 경로보다 광진교를 통해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경로가 지리적으로 훨씬 짧았을 것이다.
허서영 전 위원은 “서울이나 수도권 중동부 지역 주민들이 도보 피란을 떠난다고 가정할 때 광진교를 넘어서 가는 길이 한강 인도교 쪽보다 최소 30~40km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민군의 주공격 축인 의정부-창동-미아리 전선에서 후퇴하며 적을 저지하던 아군 전투부대의 긴급 철수에도 적합했던 교량이 광진교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광진교 폭파 역시 불가피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광진교는 그 중요성이나 규모 면에서 한강 인도교에 못 미치는 것으로 과소평가받았다. 그 이유는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이란 하천명에 비해 광진교는 ‘큰 개울’ 정도의 하천에 설치된 교량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교량을 비교할 때 한강 인도교가 먼저 건설됐을 뿐 규모나 형태는 거의 비슷했다는 게 정설이다.
“폭파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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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광진교. 1997년 신규 교량 공사를 시작해 2003년 11월 4일 개통됐다. |
“당시 정부와 군 당국은 6월 28일 새벽에 단행한 한강 인도교 폭파의 후유증만으로도 큰 고역을 치렀지요. ‘도망치다’(run)와 이승만의 합성어인 ‘런승만’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런승만은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도망갔다고 조롱하는 말이죠.
만약 한강 인도교보다 앞서 광진교를 먼저 폭파한 사실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면 정부 당국 입장에선 더 격한 비난과 공격을 당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그로부터 1시간30분 뒤인 새벽 4시에 광진교도 폭파되었다’고 반(半) 줄 길이의 단문으로 두루뭉술하게 전사에 기록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피란민들이나 군인, 언론계 등 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나섰어야 했는데 아무도 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왜곡된 진실이 방치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6·25 한강 교량 폭파 문제는 전략이나 전술상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를 하나로 연계해 다룰 사안이다. 한강 인도교 폭파의 책임을 물어 최창식 공병감을 처형한 군 당국 입장에선 광진교 폭파를 재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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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년)의 그림 〈광진〉. 광진 나루터 주변은 아름다웠을 것으로 추정한다. |
“광진교 폭파 소식이 서울시내에 전파되자 광진교를 통한 3번국도로 행선지를 정했던 피란민 중 다수가 한강 인도교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을 겁니다. 이 바람에 삼각지와 한강 사이 약 2km의 대로는 물론 용산 전역이 아비규환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후퇴하는 국군 장병들은 광진교 폭파로 더욱 혼란을 겪게 되었고 아군은 더 빨리 와해됐을 수도 있어요.”
한강 인도교와 광진교 폭파 문제는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듯 광진교 조기 폭파로 많은 피란민이 한강 인도교로 발길을 돌려 혼란이 가중되고 피해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광진교는 낮시간대 교통 통제가 이뤄진 상태에서 폭파했기에 폭파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의 말이다.
“여러 차례 국방부나 육군 당국에 전쟁사 오류를 수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간청했으나 모두 무책임하게 외면하더군요.
광진교 폭파를 증언해 줄 어르신들이 하나 둘 타계해 ‘허위 전쟁사’가 진짜 역사가 될지 모릅니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해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진실을 밝히고 기록을 바로잡기 위해 헌신해 온 한 사람의 절박한 노력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왜곡된 기록이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후대는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무엇이 그를 평생 몸부림치게 하는가.
거짓이 진실을 덮는 사이,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놓치고 반복되는 오류와 왜곡 속에서 길을 잃고 빛을 잃게 될 것이기에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전사 뒤집는 결정적 증거 못 돼”
군사학자인 남정옥(南廷屋) 박사(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는 6월 27일 광진교 폭파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강철교도 폭파에 실패했기 때문에 광진교 폭파는 군 수뇌부가 굉장한 관심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광진교 쪽에는 아군이 없었고 발파용으로 흙을 퍼날랐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실제 발파했다면 실험용으로 했을 수는 있어요. 부평의 제1공병단 본부에서 가져온 다이너마이트 휴즈 부분이 낡고 오래되어서 교각 폭파에 앞서 흙 속에 묻어두고 폭발시켰을 가능성은 있어요.
그리고 광진교 폭파로 상판 1개만 비스듬하게 넘어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전사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