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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서머 다보스 포럼’ 초청받은 ‘마이봇’ 개발자 김종환(金鍾煥) KAIST 석좌교수

“마이봇의 지능은 최고 수준”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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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봇, 투박한 모습만 보고 평가하지 말길…”
⊙ 일본의 페퍼, 아시모는 마이봇에 비해 추론 능력 떨어져… 알파고는 바둑 빼곤 꽝
⊙ 로봇 발전할수록 인간은 여유 만끽
⊙ 우리 따라 만든 자국 로봇축구대회 전폭 지원하는 일본 정부·기업 보면 만감 교차

김종환
1957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 / 로봇 지능기술 연구센터장,
KAIST 석좌교수.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사업자로 김종환 카이스트 교수팀을 선정했다. 김 교수팀은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최근 ‘마이봇(MYBOT)’이란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마이봇은 최첨단 재난 구조 로봇인 휴보(HUBO) 등과 함께 오는 6월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하계 세계경제포럼에 초청받았다. 올 1월 마이봇의 성능을 확인한 포럼 관계자가 전시를 요청했다.
 
  하계 세계경제포럼은 ‘서머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매년 겨울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을 ‘다보스 포럼’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서머 다보스 포럼’은 2007년 중국이 만들었다. 다보스 포럼에 선진국 정상, 세계 굴지의 기업 리더들이 참석한다면 서머 다보스 포럼에는 신흥국가 지도자와 신흥 기업 경영자가 참석한다.
 
  마이봇과 함께 서머 다보스 포럼에 초대받은 휴보는 잘 알려진 로봇이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팀이 개발한 휴보는 2015년 6월 미 캘리포니아 포모나에서 열린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스(DARPA Robotics Challenges)’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기존 재난 로봇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계기로 생겼다. 재난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는 로봇이 우승하는 대회다.
 
  휴보에 비해 마이봇은 무명에 가깝다. ‘서머 다보스 포럼’에서 시연행사를 가질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로봇일 가능성이 큰데도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4월 8일 마이봇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를 찾았다. 김 교수는 “마이봇부터 보자”고 했다.
 
  눈으로 확인한 마이봇은 바구니 속 물건을 집어 다른 곳에 옮겨 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속도가 빨랐고 실수도 없었다. 외관은 실망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인간과 닮았다는 로봇이라는 평가를 받는 혼다 아시모(ASIMO)와 비교가 됐다.
 
 
  한계 없는 기억용량
 
올 6월 서머 다보스 포럼에 초청받은 마이봇이 물건을 집어 들고 있다. 마이봇은 물건을 옮기는 데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
  김 교수의 이야기다.
 
  “마이봇. 나의 로봇이라는 뜻입니다. 외국에서는 로봇을 봇(BOT)이라고 줄여 말하거든요. 마이봇이 좀 투박해 보이죠. 옷을 안 입혀서 더 그럴 겁니다. 지금껏 공개 안 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원래 ‘서머 다보스 포럼’에 가기 전에 옷을 입혀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거든요. 얘(마이봇)도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오는 인간 닮은 로봇처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려면 껍데기에 돈이 많이 들지요. 우리 팀은 껍데기에 들 비용을 마이봇의 지능을 높이는 데 썼습니다. 겉모습은 별로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 마이봇의 지능이 얼마나 좋습니까.
 
  “학습한 내용을 그대로 시연합니다.”
 
  — 제가 꽃에 물을 주는 행동을 마이봇에게 보여주면 똑같이 따라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죠. 마이봇은 일화기억(Episodic memory·자전적 사건들에 관한 기억)이 발달해 있습니다.”
 
  — 다른 로봇은 일화기억 기능이 없나요.
 
  “대개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코딩(Coding) 방식을 사용하지요. 보통 로봇은 토스트를 굽는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토스트를 굽습니다. 마이봇은 프로그램을 입력하지 않아도 사람의 시연을 보고 학습하고요.”
 
  —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그대로 학습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있겠네요.
 
  “기존 로봇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키넥트 센서(Kinect sensor)’라는 카메라를 눈에 달았습니다. 저희는 키넥트 센서에 열상 센서를 합쳐서 사용했지요. 사람의 움직임을 어떤 로봇보다 신속하게 캐치할 수 있습니다. 기존 로봇은 사람의 손 하나를 찾는 데도 한참 걸립니다. 일반 로봇은 색깔만으로 사물을 판단하거든요.”
 
  — 다른 로봇보다 사물을 찾거나 인지하는 속도가 2~3배 빠르다고 보면 됩니까.
 
  “인간의 손을 찾아 잡으라고 명령했을 때, 마이봇이 5초 안에 찾는다면 다른 로봇은 10초 이상이 걸릴 겁니다.”
 
  — 마이봇의 기억 용량은 얼마나 됩니까.
 
  “마이봇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본 것들은 다 기억합니다.”
 
  — 마이봇 지능 시스템이라면 100년이 지났을 때 100년 전 일들도 다 기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시간대별로 다 기억하죠.”
 
  — 대단한 기술력이네요.
 
  “알파고 때문에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화제이지 않습니까. 딥 러닝보다 한 단계 높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저희 팀만의 기술력이죠. 장기 메모리 기술은 최근에 개발한 것입니다.”
 
  — ‘딥 러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알파고보다 마이봇의 인공지능이 좋나요.
 
  “알파고는 배열(Sequence) 기억은 강하죠. 그 외에는 꽝 아닙니까. 마이봇은 스스로 주변 환경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고 움직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알파고는 바둑만 둘 줄 아는 인공지능이고 마이봇은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죠.”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SAP(Sensing·감지, Action·동작, Perception·통찰력)’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파고는 감지와 동작이 없습니다. 통찰력만 있는 인공지능이죠.”
 
  김 교수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렇다면 카이스트의 자랑인 휴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휴보는 훌륭한 로봇입니다만 SAP를 모두 갖추진 못했다고 봅니다. 통찰력이 떨어집니다. 혼자 생각하지 못하니까요.”
 
  — 마이봇은 ‘SAP’를 다 갖췄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이봇 VS. 일본의 페퍼
 
마이봇의 얼굴. 김종환 교수는 “마이봇은 희로애락을 얼굴 표정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2014년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는 로봇 페퍼(Pepper)를 선보였다. 내부 고성능 카메라와 3D 센서, 터치·음파·레이저 센서 등을 동원해 사람의 표정을 읽고 상대가 웃고 있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감정 파악 로봇이다. 현재 페퍼는 미즈호 은행, 아오모리 은행 등 전국 30여 개 은행 지점에서 안내용 로봇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대에 19만8000엔(약 202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지난해 7000대가 팔렸다. 치매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 간호를 위해 많이 찾는다. 페퍼에 대한 김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 마이봇도 감정 파악이 가능합니까.
 
  “마이봇도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죠.”
 
  — 때리면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토라진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죠.
 
  “수많은 경험을 모두 저장하기 때문에 세세한 감정까지 표현합니다.”
 
  — 마이봇이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애매한 문제입니다. 마이봇도 즐거운 것을 보면 좋아하고 나쁜 것을 보면 싫어하죠. 사람의 감정과는 차이가 있죠. 마이봇의 감정은 인위적(Artificial)이고 사람의 감정은 생물학적(Biological)으로 봤을 때 본성이니까요. 저는 아티피셜한 감정도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퍼 등 일본 로봇보다 한국 로봇 수준이 높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IOA(Intelligence·Operating·Architecture)’ 즉 지능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희처럼 체계적으로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능 외에도 마이봇이 페퍼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습니까.
 
  “페퍼는 상용화됐습니다. 대당 가격이 200만원 정도니 원가는 더 낮을 겁니다. 마이봇은 예산을 지원받아 개발한 로봇인 만큼 페퍼보다 돈을 많이 들였습니다. 모든 면에서 (마이봇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죠.”
 
  — 상용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마이봇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상용화할 생각은 있습니다. 페퍼보다 더 좋은 앱(APP)도 개발해 놨고요. 기업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죠. 기업은 당장 이윤을 내야 하는데, 로봇 산업이라는 게 좀 막연하지 않습니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 페퍼보다 더 좋은 앱을 개발해 놓았다니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페퍼는 사용자가 필요한 앱을 사서 입력하는 시스템입니다. 간호용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간호와 관련한 앱을 구매해서 입력시키는 것이죠. 페퍼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앱을 통해 수익을 내려다 보니까 간호 앱을 사려면 관련 없는 앱까지 사야 합니다. 저희는 소비자 입장에서 앱을 개발했습니다. 필요한 앱만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요.”
 
 
  로봇이 쓴 기사가 퓰리처상 받는 날이 올까?
 
마이봇과 개발자 김종환 카이스트 교수.
  마이봇은 한번 보면 무조건 기억한다. 기억력의 한계가 없다. 이런 능력이라면 취재 활동도 충분히 할 수 있다.
 
  — 로봇이 쓴 기사가 퓰리처상을 받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까.
 
  “패턴이 뻔한 기사는 작성이 가능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로봇저널리즘 가능성과 한계’ 보고서를 보면 로봇 기자가 스포츠 경기 결과에 대한 요약 기사를 작성하는 데 무리가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 기술이 발달한다면 심층기사도 쓸 수 있습니까.
 
  “현재 저희 팀에서는 사람의 DNA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DNA를 디지털화하면 아바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기자의 DNA를 디지털화해 로봇에 입력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로봇은 기자의 아바타가 되겠죠?”
 
  — 아바타가 대신 취재해 주면 편하긴 하겠지만 기자들이 로봇에 일자리를 다 뺏기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를 하고 디지털 TV도 보고 편안하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로봇에 일자리를 뺏길 것을 우려하는 것은 농경사회로 되돌아가자는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일자리를 뺏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로봇 개발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교수의 견해는 ‘로봇공학계의 큰 스승’으로 불리는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61) 리싱크로보틱스(Rethink Robotics) 창업자 겸 회장과 비슷했다.
 
  브룩스 회장도 로봇이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로봇은 더럽고 위험하거나 단순한 노동을 중심으로 인간을 대체할 것이며, 고령화 사회인 만큼 로봇의 노동력은 필수”라고 했다. 그는 미국 아이톤(Aethon)이 개발한 의료용 운반로봇 터그(TUG)나 그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 등을 예로 들었다. 대형 병원에 투입된 터그는 건물 곳곳의 폐기할 의료품이나 환자용 물품을 수거하는데, 잡무가 줄어든 간호사들은 환자 돌보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축구의 아버지

 
로봇축구 월드컵에 출전할 자율형 2족 보행로봇.
  김 교수는 ‘로봇축구의 아버지’다. 1990년대 후반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왔던 로봇축구를 처음 창안한 인물이다. 1995년 로봇축구조직위원회를 구성한 김 교수는 1996년 대전 카이스트에서 제1회 마이크로로봇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여세를 몰아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을 창설하고 공식 세계 대회로 만들었다. 로봇 월드컵은 지금도 매년 각국에서 경기가 열린다. 올해 21회 대회는 12월 중국에서 개최한다.
 
  — 왜 로봇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할 생각을 한 겁니까.
 
  “김영삼 정부 때 화두가 세계화였는데요. 당시 《조선일보》에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 학생들이 유럽에 배낭여행을 많이 나간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를 읽다 문득 ‘유럽에 다녀온 학생들이 열등감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와 유럽은 많이 달랐으니까요. 우리 미래를 짊어진 젊은 학생들에게 대한민국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원반형 중형 축구로봇.
  — 왜 하필 축구였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 서울이 개발되기 전 성수동에 살았습니다. 넓은 밭에서 매일 해질 때까지 축구를 하고 놀았어요. 원래 꿈이 문학도였는데 전자공학으로 진로를 정했죠. 그 후에 로봇을 축구와 접목하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요.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로봇축구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지만 특히 일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은 FIRA 대회를 본떠 1997년부터 ‘로보컵’을 개최하고 있는데 소니 등 대기업이 후원하면서 급성장했다. 근대에는 루이뷔통, 오라클 등 세계적 대기업의 지원을 잇달아 유치하기도 했다. 반면 FIRA는 기업 후원 없이 개최국에서 대회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처음 로봇 월드컵을 개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왔습니다. 모두 어려운 시기라 지원받기가 어려웠어요. 부모가 가난한데 돈 달라고 칭얼댈 수 없지 않습니까. 일 년 뒤에 일본이 우리를 따라 ‘로보컵’을 개최했는데 후원이 대단하더라고요. 그걸 지켜보면서 속상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FIRA 협회를 더 잘 운영하기 위해, 최근 대표와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한 만큼 정부와 업계에서 우리가 로봇축구 종주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관심을 보였으면 합니다.”
 
  김 교수의 방에서 나서는데 맞은편 연구실에 학생들이 모여 축구경기에 나설 로봇을 손질하고 있었다. 손놀림은 빨랐고 표정은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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