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제조 2025’ 선포 10주년이지만, 아무 언급 없이 넘어가
⊙ BYD 등은 중국 정부 지원으로 버텨… 트럼프 관세 폭탄 후 주가 유지되는 것도 정부가 돈 풀었기 때문
⊙ 중국산 AI 딥시크(Deepseek)의 답변은 공산당 앵무새 수준… 비즈니스 전망도 어두워
⊙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 80% 정도는 테슬라·BMW·르노… 순수 중국산은 거의 안 팔려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 BYD 등은 중국 정부 지원으로 버텨… 트럼프 관세 폭탄 후 주가 유지되는 것도 정부가 돈 풀었기 때문
⊙ 중국산 AI 딥시크(Deepseek)의 답변은 공산당 앵무새 수준… 비즈니스 전망도 어두워
⊙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 80% 정도는 테슬라·BMW·르노… 순수 중국산은 거의 안 팔려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29일 상하이재단의 AI 연구센터를 시찰했다. 사진=신화/뉴시스
트럼프가 ‘딜(deal)’의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했을 뿐, 1차 90일에 이어 또 다른 2차 유예와 당근이 제시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더 이상 유예는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4월 26일 기준).
‘조변석개(朝變夕改) 조령모개(朝令暮改) 트럼프’라 비아냥거리면서, 미국이 먼저 추락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밖 나라가 직면할 피해가 한층 더 깊고 광범위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워싱턴발(發) 관세 정책의 악영향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관세 폭탄이 완화된다고 해도 트럼프 2.0 경제 정책은 무역국가 한국에 있어 대재앙임은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한국 내에서는 이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사령탑도 없고, 나라 전체가 증오로 점철된 정치 패싸움에 올인하고 있어 ‘안갯속 현실’에 빠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6월 3일 대선에 올인하면서, 관세 폭탄도 ‘강 건너 불’로 느껴질 뿐이다. 워싱턴발 경제 뉴스라 해도, 트럼프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거의 전부다. 위기에 처할수록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얘기에만 매달린다. 한국에 밀려들 재앙보다 ‘악당 트럼프’가 추락하고 미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전망과 저주가 넘친다.
토요타, 시간당 100만 달러 손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6일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찍부터 ‘관세 폭탄=국난(國難)’으로 보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일(美日) 관세 협상 대표단 단장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는 출국, 워싱턴 현지, 입국 모두 세 번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면서 진행 상황과 대응 방안을 국민 모두에게 알렸다. 아카자와는 이외에도 TV 인터뷰와 자민당 정책 담당자와의 대담방송 등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일본 국민 전체가 눈과 귀를 모아 관세 폭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에 집중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에 한국 협상단이 간 것은 알고 있겠지만, 과연 어떤 논의와 대응책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지 이해한 한국 국민은 얼마나 될까? 협상 결과 보고는커녕 향후 방향이 뭔지도 애매하다. 필자도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 현실을 유추(類推)하는 선에서 겨우 이해할 뿐이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의 경우 이미 시행된 25% 자동차 관세로 인해 시간당 100만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루 2400만 달러, 즉 350억원 손해라는 말이다. 일본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 총액은 부품을 포함해 42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많은 484억 달러의 자동차와 부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실제 일본 브랜드 미국 수출은 한국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러나 미국 내 생산과 제3국 우회(迂廻) 수출이 증가하면서 선적(船積) 국가별 수출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일본을 누른 상태다. 평시라면 자랑거리가 될 수 있지만, 25% 관세 폭탄이 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당 100만 달러 손해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의 최종 타깃은 중국
문제는 관세 폭탄에 따른 손실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수치로 나타난 관세보다, 불확실하게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2.0 정책이 한층 더 위험하다. 싫든 좋든 결과가 나올 경우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트럼프 2.0은 이 같은 ‘매듭’이 없다. 5년 뒤는커녕, 1년 뒤 계획도 잡기 어려운 불확실·불투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937년 창업한 토요타 자동차도 한순간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트럼프 관세 폭탄을 국난으로 규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90일 유예란 말은 잠시의 안심만 줄 뿐, 현실은 이미 국난, 비상상황에 접어들었다.
한국·일본에 대한 트럼프 2.0 관세 폭탄은 중국과의 본선 경기에 앞선 워밍업 정도라 보면 된다. 트럼프 2.0의 최고·최후의 타깃은 중국이다. 5월 중순 미중(美中) 경제 대표가 스위스에서 만난다고 하지만, 원만한 합의는 요원하기만 하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미중 사이 무역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2024년 3000억 달러에 달한다. 하루 평균 대략 10억 달러, 즉 1조5000억원 흑자라고 보면 된다. 2024년 한국 총예산이 4373억 달러다. 중국은 한국 1년 총예산의 70% 정도를 대미수출 흑자만으로 벌어들인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은 현재 트럼프 관세 폭탄 90일 유예 대상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철저히 숨기고 있지만, 중국 산업 곳곳이 붕괴되고 있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관세 폭탄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이란 식의 공산당 프로파간다 영상이 이러한 현실을 감추고는 있지만, 노동집약 산업에 의존하는 중국 내부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보잉기 반송’의 진실
대략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 미디어는 중국보다도 더 중국적인 미디어로 변한 듯하다. 공산당 수족(手足) 역할에 불과한 중국 관영 매체의 과장·허세 보도를 120% 열심히 전하기 때문이다. 한국 미디어만 보면 당장에라도 트럼프와 미국이 망하고 대국굴기(大國崛起) 중국이 전 세계를 지배할 듯하다.
4월 말 보도된 〈보잉기 반송으로 미국 때린 중국〉이란 기사는 대표적인 본보기다. 중국 항공회사가 최근 인도된 737 보잉사 비행기를 미국에 되돌려 보내면서 관세 폭탄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는 식의 ‘호연지기(浩然之氣)’ 뉴스다. 보잉이 쩔쩔매면서 반품 소동에 대응한다는 식의 설명도 뒤따랐다.
보잉사 비행기는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최첨단 제품이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보잉기 5648기가 주문된 상태다. 737 보잉기의 경우 주문 후 6~7년 뒤 인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이 큰소리치면서 반송한 737기 전부가 곧바로 다른 나라에 인도될 것은 당연하다. 반송에 따른 중국 측 위약금은 비행기 가격의 절반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보잉은 올해 전부 58기의 비행기를 중국 측에 넘길 예정이다. 보잉사는 중국 측이 원치 않는다면 인도 예정 비행기를 다른 나라에 인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보잉기 반송’은 시진핑(習近平)에 대한 충성 이벤트와 종이호랑이의 허세가 뒤섞인 ‘중국 국내용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 미디어는 마치 중국이 미국의 약점을 잡고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도한다. 이 보도는 그저 본보기일 뿐이다. 한국 내 중국 관련 보도의 대부분은 ‘공산당 프로파간다’에 기초하고 있다. 1960년대 유럽 미디어가 문화혁명 당시의 중국을 이상적(理想的) 국가라고 격찬한 것과 똑같은 상황과 심리가 2025년 한국의 중국관(中國觀)에서도 엿보인다.
‘중국 제조 2025’
올해 5월 21일은 중국에 있어서 아주 특별한 날이다. 10년 전인 2015년 5월 21일, 당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 2025’는 10개 핵심 산업을 10년 내에 중점 개발해 세계를 제패하자는 국가 캠페인이다.
따라서 2025년을 맞아 여러 가지 떠들썩한 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145% 관세 폭탄도 그 이유겠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중국 경제가 내포한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시진핑은 2025년 신년 인사에서 신에너지·우주·전기자동차·AI·로봇에 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잠시 어렵지만, 중국 경제 그 자체는 비상(飛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2025년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제조 2025’라는 단어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각론으로서의 자랑은 많았다. 그러나 전체 평가로서의 ‘중국 제조 2025’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시진핑이 겸손해졌기 때문일까? 답은, 자랑할 만한 성적이 못 되기 때문이다. 바다와 육지를 통한 실크로드 프로젝트[일대일로(一帶一路)]가 그러하듯, ‘중국 제조 2025’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中 경제, 美 시장 없이 살아갈 수 없어
중국 시진핑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서방과 확연히 다른 두 가지 관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첫째, 생산·공급 중심 경제다. 중국은 소비와 수요가 아닌, 생산과 공급을 우선시하는 나라다. ‘중국 제조 2025’가 그러하듯, 10개 분야 핵심 산업을 정한 뒤 정부 돈을 퍼붓는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다. 북한에서도 볼 수 있지만, 공산당 정권 지시하에 집중 투자해서 500%, 1000% 노르마를 달성한다. 반(半)세기 전 한국도 경험했듯이, 독재가 갖는 통일성, 효율성에 기초해 국가 총력전(總力戰)으로 밀어붙인다. 돈과 인재, 불법 복제된 외국산 제품이 생산·공급 과정에 대량으로 투입된다. 이 결과 그 어떤 나라도 불가능한 눈부신 성과를 초고속으로 창조해 낸다. 현재 중국이 자랑하는 EV(전기자동차)·신에너지·로봇·고속전철·항공·우주 전부 이런 결과라 보면 된다.
문제는 소비와 수요다. 물건을 만들어내면, 그에 상응하는 소비와 수요가 뒤따라줘야만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시장에서 외면할 경우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2025년 중국과 세계는 이 같은 어두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중국 내 소비·수요가 격감할 것이고, 트럼프 2.0 관세 폭탄이 쏟아지면서 수출 길도 꽉 막힐 것이다.
필자의 지론이지만, 중국 경제는 미국 시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미국은 불편하고 값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중국 제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중국을 대신한 다른 공급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비견될 시장을 만날 수 없다. 이미 반쯤은 중국 식민지로 변한 동남아시아 수출을 10배 아니 100배 늘린다 해도 안정된 미국 달러 시장 하나에 못 미친다. ‘중국 제조 2025’ 이후 중국은 달나라를 정복하고, 무인(無人)자동차와 1000km 주행 EV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경제의 존립 기반이 되는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딥시크의 한계
![]() |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 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한 량원펑(왼쪽에서 둘째) 딥시크 창업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왕촨푸 비야디 회장 등도 참석했다. 사진=CCTV |
일단 질적(質的)으로 수준 이하다. 필자도 직접 사용해 봤는데, 정치·역사·문화에 관한 딥시크 답안을 보면 중국 공산당의 앵무새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딥시크의 내일은 한층 더 어둡다. 간단히 말해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부분이다. 미국 AI의 경우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개발해, 개인·학교·회사 심지어 군대와 정부에까지 유료로 판매할 예정이다. 딥시크의 경우 신뢰성 문제도 있지만, 과연 돈을 주면서까지 가입할 만한 AI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보 관점에서 볼 때, 일단 서방 진출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아프리카·동남아·남미 시장 정도인데, 저가 덤핑을 때릴 것이 뻔하지만, 그런다고 과연 미국 AI를 대신해 딥시크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당연히 중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대면서 딥시크의 글로벌 확산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본주의 정신으로 무장한 ChatGPT 같은 AI에 맞서기는 어렵다. 소비와 수요가 따르지 않는 생산과 공급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하에서나 가능하다.
중국이 자랑하는 EV는 어떨까? 글로벌 패자(霸者)로 통하는 BYD가 세상에 등장한 때는 2022년이다. 어떻게 순식간에 세계 최고 EV가 될 수 있었을까? 기술 혁신을 통한 저가의 EV 개발이 답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정부 돈 퍼붓기 중국 모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개발·생산 비용과 소비자에 대한 EV 보조금이 자동차 값의 50%를 넘는다. 중국 관영 미디어를 통한 ‘국뽕 수요(需要)’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 정부 돈이 끊어지는 순간, 소위 ‘글로벌 1등 BYD’의 운명은 다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기술적 진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진핑이 작정을 하고 만들어낸, ‘모래성 스타 탄생’이 BYD EV의 진짜 얼굴이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 경제 현실과 트럼프 2.0 글로벌 상황을 보면, BYD가 정부 도움 없이 내수(內需)와 수출을 통해 자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잘나가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상
중국 경제 이해를 위한 두 번째 관점은 14억 인해(人海) 중국 인구다. 중국이 말하는 글로벌 넘버 1의 기준이 14억 국내 인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만 한다. 간단히 말해, 그 어떤 제품이든 14억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순간, 곧바로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 북미·서유럽·일본·한국을 포함한 북반구 선진 자유세계 인구는 6억 명 정도에 그친다. 언어·문화·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6억 전체에 맞출 인기 상품이 나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다르다. 국뽕 열기 하나만으로 글로벌 1위 상품을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 서방은 전혀 모르는 상품인데도, 14억 인구를 배경으로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 중국제 글로벌 1위 제품인, 모바일 전자제품은 대부분 이 같은 14억 인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다. 중국 안에서 1등일 뿐, 나머지 세계와는 무관하다.
유럽 시장을 석권했다는 중국산 EV의 실상은 어떨까? 양적(量的) 기준으로 중국산 EV 수출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인과 중국 자본, 중국 독자 기술에 의한’ 중국제 EV 유럽 진출은 아직 멀고도 먼 얘기다.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산 EV의 80% 정도는 테슬라·BMW·르노가 만든 것이다. 나머지 20% 정도가 수많은 저가 중국산 EV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섰다는 BYD도 동부 유럽과 브라질·동남아 수출이 대부분이다. 중국산이기는 하지만, 미국·유럽은 자국이 투자한 중국 밖 브랜드 EV에만 반응한다. 중국 자본에 의한 중국산 EV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거의 없다. 한국 미디어는 이 같은 내막도 모른 채, 마치 중국 자본 EV 제작사와 BYD가 전 세계를 석권한 것처럼 보도한다.
아직 브랜드 이름이 약하기 때문에 서방 수출이 저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문제는 트럼프 2.0 관세 폭탄이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관세로 인해 가격경쟁력 자체가 사라진다. 설상가상으로 유럽도 중국산 EV에 대한 엄청난 관세 폭탄을 적용한다.
결국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해 BYD를 포함한 중국 자본이 만든 EV 수입 규모가 1000대 선에 그쳤다. EV 전시관도 늘리고 저가 공세로 나서지만, 잘해야 1000대 단위의 판매가 전부다.
한국은 아직도 14억 인구에 기초한 공산 지배하의 ‘인해 국뽕 비즈니스’ 생리를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오판(誤判)의 결과지만, 한국은 올해 중에 자유세계 내에서 중국산 EV 수입 1위국에 오를 것 같다. 마침 이 기사를 쓰고 있을 때 “BYD 아토3, 국내 출시 첫 달에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보조금 받으면 2000만원대 후반, 국내외 차보다 가격경쟁력 높아”라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앞마당’ 동남아
동남아시아는 중국산 EV가 주목하고 진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시진핑도 4월 중순부터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3국을 방문해 동남아시아가 중국의 앞마당임을 과시했다. 트럼프 2.0 관세 폭탄이 떨어진 상태에서 중국 경제권에 편입되어 가고 있는 동남아와 함께 반미(反美)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 방문 목적 중 하나다.
예정된 결론이지만,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조차 반미전선에 동참하지 않았다. 동남아 모두 중국 경제권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동남아 대부분이 대미(對美)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이 들어오고, 중국제 상품이 넘치고 있지만, 베트남 입장에서 수출 대상으로 미국만 한 곳도 없다. 동남아 국가들이 시진핑 체면이야 세워주겠지만, 중국만 보면서 미국을 버릴 나라는 없다.
시진핑의 3국 방문과 관련해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중국 제조 2025’ 소비 시장으로서의 동남아다. 신문·방송을 보면, 트럼프 2.0 관세 폭탄을 피할 대안(代案)으로 중국의 동남아 진출이 활발하다고 한다.
필자는 중국산 EV 판매 현장으로서의 동남아 실상이 어떤지 궁금해 얼마 전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두 나라 모두 자동차 수요가 폭증하는, 중산층(中産層) 탄생기에 접어든 나라다. 호찌민과 프놈펜 곳곳에서 열리는 자동차 쇼와 현지 자동차 전시관을 방문해 중국 EV의 실력과 실상을 살펴봤다.
중산층 탄생 동남아의 특징이지만, 고가 소비층의 대부분은 2030 세대다. 기본적으로 젊은 층이 소비를 주도한다. 부모도 도와주겠지만, 직장을 가질 경우 저가의 은행 담보를 통해 자동차나 고가(高價) 오토바이 구입에 나선다. 현재 각종 명목의 자동차 쇼가 동남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 EV 선전 믿는 사람 없다”
![]() |
|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호찌민 자동차 쇼(Motor Show)’. 사진=유민호 |
안으로 들어가자 초대형 일본관부터 눈에 들어왔다. 일본이 전시관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일본산 EV는 하나도 없었다. 중국 BYD는 수많은 신형 EV 모델과 함께 토요타에 준할 전시장을 갖추고 있었다. 필자 느낌으로는 자동차 외형만 놓고 보면 토요타와 BYD를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가격도 별 차이가 없었다. 중국산 자동차라고 해서 싸구려라 보기 어려웠다.
최근 일본 내 현황인데, 마쓰시타(松下) 그룹 전자제품 이름을 알고 있는 20대 일본인이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1960년대 가전제품의 혁명을 일으켰던 파나소닉·나쇼날의 마쓰시타 그룹이지만, 21세기 들어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동남아 20대도 마찬가지다. 매일 브랜드 폭탄 선전을 되풀이할 경우 어제와 오늘이 뒤섞이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토요타와 BYD에 관한 세대 간의 브랜드 감각이 크게 다를 것이다.
현장 베트남 젊은이에게 중국제 자동차에 대해 물어봤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자동차 자체에 대한 호평이 아니었다. 큰 폭의 할인과 낮은 이자의 은행 융자가 중국 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이란 것이었다. 실제 자동차를 살 경우 일본 자동차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중국제 EV 자동차도 매력적이지만, 고장이 날 경우 재빠른 서비스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본 자동차를 우선시했다. 가격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와 신뢰를 한층 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중국 EV가 1회 충전 주행거리 500km, 1000km라고 말하지만 이 같은 선전을 그대로 믿을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굳이 EV를 구입한다면 2022년 12월 혜성처럼 등장한 베트남산 빈(VIN)그룹 자동차를 구입하겠다는 청년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은 중국 못지않은 ‘국뽕 소비’의 나라다. 빈그룹 EV는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베트남 판매 자동차의 20%를 장악했다. 값도 싸지만, 충전(充電) 시설이 호찌민 전역에 넘친다.
동남아에서 대접받는 일본 중고차
동남아 공통상황이기도 하지만, BYD가 최첨단 EV를 판다고 해도, 충전 시설 미비로 인해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BYD가 직접 충전 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하게 된다. 아이폰 최신 모델이라지만, 충전 플러그가 안 맞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찌민 자동차 쇼에서 접한 반응은 프놈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하나씩 따져볼 경우 멀리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일제 자동차가 답이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제 중고차다. 중국 EV의 주요 시장이라 불리는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태국의 경우 일제 중고차가 넘친다. 토요타 구형 프리우스도 1만 달러 수준에서 팔리고 있다. 일제 중고차는 3년 동안 사용한 뒤 되팔아도 구입가의 70% 이상은 건진다고 한다. 최첨단 고성능 중국제 EV는 충전 시설도 없고, 구입 즉시 가격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매년 저가의 EV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0년 내로는 중국산 EV의 동남아 정착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국뽕 소비’로 승천할 수 있지만, 중국 밖으로 나서는 순간 반응과 대우가 달라진다.
부상 후 누가 먼저 회복하느냐가 관건
스스로 지상천국이라고 우기는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몰릴수록 숨기고 가리면서 과장과 허세로 대응한다. 최후결전을 다짐하는 시진핑의 목소리가 올라갈수록 중국 내부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중 결전을 치킨 게임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2025년 미중 치킨 게임은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적게 다치고, 부상 후 누가 빨리 회복할지가 최종 승자의 조건이다.
필자는 트럼프가 관세 폭탄 치킨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시진핑이 트럼프를 누르고 승자가 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기지도, 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 독재 권력자 시진핑에게는 이기느냐 지느냐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밖에 없다.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의미다.
세계는 지금 관세 폭탄 이후에도 중국 주가(株價)가 안정적이라는 데 놀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경제의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수십억~수백억 달러의 돈을 풀어 주식 폭락을 막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중앙은행은 저리의 돈을 풀어 중국 핵심 기업에 대한 대출을 무한정 돕고 있다. 대출된 돈은 자사 주식 매입을 통한 주가 폭락 방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기지 않으면 망한다고 보고 별의별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은 다르다. 지지도 이기지도 않는 부침(浮沈) 속에서 꾸준히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유시장경제의 자생력과 생명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시진핑에 대한 충성경쟁으로 달궈질 동안, 미국은 트럼프 깎아내리기 시합으로 바쁠 것이다. 하지만 비난과 비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이런 비난과 비판은 폭망하는 것을 미리 막아주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용비어천가와 중국산 첨단 제품의 허세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발 모래성 프로파간다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산전수전 다 겪은 자유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갖는 저력에 주목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