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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대만 총통 선거 현장을 가다

“反中? 親中? 젊은 세대는 둘 다 진저리친다”

글 : 모종혁  중국 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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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중·반중보다는 민생·경제에 관심
⊙ 중앙당 가 보니 민진당은 젊고 활기찬 반면, 국민당은 관료주의적 분위기
⊙ “차이잉원 총통에게 감사하지만, 총통 선거에서는 중국 관광객 오게 할 허우유이 찍겠다”
⊙ “실리주의 추구하고, 내 삶 변화시켜줄 커원저-민중당 끝까지 지지할 것”
⊙ 국민당 세대교체 빨라질 듯… 장제스 증손자 장완안(45) 타이베이 시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

牟鍾赫
1971년생. 중국정법대학 경제법학과. 한국투자기업 노무관리 컨설턴트 / 중국문제 기고가, 방송 VJ·PD, 취재 코디네이터로 활동 / 저서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 웹소설 《七天的愛在新疆》(중국어)
1월 1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유세에 함께 나선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후보. 민진당은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을 기록했다. 사진=라이칭더 SNS
  1월 13일 치러진 대만(臺灣)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당선됐다. 반중친미(反中親美) 노선을 분명히 한 라이 후보는 친중(親中) 성향의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7) 후보를 6.55% 차이로 눌렀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월 4일 필자는 대만 타오위안(桃園)공항에 도착했다. 대만 방문은 이번이 5번째로, 2019년 12월에 이어 4년 1개월 만이었다. 그날부터 22일까지 대만에 머물면서 북부인 타이베이(臺北)부터 신주(新竹), 타이중(臺中), 난터우(南投),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 핑둥(屛東) 그리고 최남단인 컨딩(墾丁)까지 찾았다. 이전엔 가보지 않았던 대만 중남부의 주요 도시를 모두 방문한 것이다.
 
  수도 타이베이는 예상외로 너무나 조용했다. 1월 13일의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와 제11대 입법위원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는데, 선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대만은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총통중심제 국가다. 총통은 임기가 4년이고 연임(連任)이 가능하다. 현임 차이잉원(蔡英文·68) 총통은 8년 임기를 꽉 채웠다. 따라서 이번 총통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은 차이 총통 밑에서 부총통을 지낸 라이칭더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8년 전 정권을 빼앗긴 뒤 와신상담했던 국민당은 허우유이를 후보로 선출했다.
 
 
  사전 투표·부재자 투표 없어
 
타이베이 시내에 크게 붙어 있는 한 민진당 입법위원 출마자의 현수막. 민진당 입법위원 출마자들은 한결같이 라이칭더 총통 후보를 옆에 내세웠다.
  한국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69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보냈고, 국민당은 64개 지역구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비례대표는 양당 모두 34명씩 입후보했다.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데도 불구하고, 타이베이에서는 지역구마다 입법위원 후보자가 내건 포스터를 보기 어려웠다. 입법위원 출마자의 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은 아예 없었다. 심지어 지역구마다 누가 출마하는지 선거위원회가 내건 후보자 포스터도 없었다.
 
  너무 이상해서 5일 낮에 만난 대만인 친구에게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만의 현실과 비교했다. 그는 “대만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가 도와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거위원회에서 출마자의 포스터를 모아 붙여주거나 후보자의 정보를 우편물로 보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홈페이지에서는 선거구마다 정당별 출마자를 일일이 찾아야 했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도 사진과 출생월일, 성별 등만 소개했다. 따라서 입법위원 출마자는 정당과 개인의 재력(財力)에 의존해서 자신과 정책을 홍보해야 했다. 당세(黨勢)가 작은 군소(群小)정당 출마자나 무소속 출마자에게는 극히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대만은 사전(事前) 투표와 부재자(不在者) 투표 제도가 없다. 유권자는 오직 1월 13일에 거주지로 등록된 곳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투표 시간도 한국보다 짧아 오후 4시까지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소가 바로 개표소로 전환되어 수개표가 진행된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민진당과 국민당
 
민진당 중앙당부 1층 중앙홀은 야구를 좋아하는 라이칭더 후보를 앞세워 꾸며졌다.
  1월 5일 오후 양당의 중앙당부를 찾아갔다. 민진당 중앙당부 앞에는 경찰의 SUV와 버스, 방송국 중계차량 등이 서 있었다. 1층 중앙홀로 들어가니,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공약한 여성을 위한 정책과 그를 홍보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과거에는 여성, 특히 젊은 유권자는 민진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하지만 2023년 5월 말부터 잇달아 터진 ‘미투(me too)’와 불륜(不倫) 파문은 젊은 여성의 등을 돌리게 했다. 한 당원이 페이스북에 당내 성(性)희롱 피해 사실을 밝힌 이후 “나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가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피해 당원들은 당 간부에게 사실을 보고했지만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여성 친화적이고 성소수자를 우대한다고 평가받았던 민진당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작년 6월 하순에는 총통부 대변인인 예관링(葉冠伶)이 2022년 전국지방선거 출마 당시 경호원이던 경찰관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찰관 부인의 폭로로 인해 차이 총통의 신임을 받던 예관링은 사직했고 경찰관은 직위해제됐다. 잇단 성비위에 차이 총통과 민진당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6~7%가 빠졌다. 그 뒤 라이칭더의 지지율은 30% 초·중반대에서 정체(停滯)됐다.
 
  그러나 민진당 중앙당부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30~40대의 여성이었다. 필자가 찾아온 용무를 밝히자,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생수를 건네며 중앙홀 곳곳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중앙홀은 야구를 좋아하는 라이칭더 후보의 취향이 한껏 배어 있었다.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야구공과 야구배트를 만들어 관심을 유발시켰다. 그러면서 민진당의 선거 구호인 ‘팀 타이완(Team Taiwan)’을 구체화했다. ‘팀 타이완’은 라이칭더 후보, 민진당과 함께 민주주의의 섬 대만을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뜻이다. 이를 상징하는 캐릭터와 그림을 배치해서 젊은 세대의 호감을 사도록 했다.
 
  이에 반해 뒤이어 방문한 국민당 중앙당부는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입구부터 일반인은 입장을 막았다. 필자 또한 여권을 보여주고 용무를 자세히 말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고 만난 당직자에게서는 “다음 주에 여는 외신 기자회견장에서 질문해달라”는 답변만 들었다. 관료주의가 강한 국민당의 조직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지지율에서 줄곧 뒤처진 현실도 반영된 듯싶었다. 1월 2일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 후보는 32%, 허우유이 후보는 27%를 기록했다. 3위는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5) 후보로 21%의 만만치 않은 지지세를 과시했다.
 
 
  “반중? 친중? 둘 다 진절머리가 난다”
 
  1월 6일 타이베이에서 전철로 신주로 가면서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또 다른 배경을 알게 되었다. 옆 좌석에 앉은 커원저 사진을 가방에 붙인 지지자 장리주안(29) 씨는 “외국 언론이 이번 총통 선거를 반중(反中) 민진당과 친중(親中) 국민당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해서 일방적으로 보도한다는 걸 안다”면서 “현재 대만 젊은 세대는 이런 현실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전 두 차례의 총통 선거에서 모두 차이잉원에게 투표했다”면서도 “1인당 GDP가 한국을 뛰어넘었다고 하지만 내 임금은 지난 수년 동안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022년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2811달러로 한국의 3만2237달러보다 많았다. 이로써 대만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섰다. 대만 정부와 언론은 이런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대만 경제부는 2023년 4월에 《최근 수년간 대만과 한국의 경제무역 발전 비교 분석》, 7월에는 《대만과 한국의 수출입 유형 변화 탐구》라는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 최근 수년 동안 대만 당국이 특정 국가를 지목해 자국(自國)과 비교한 경우는 두 리포트가 유일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의 1인당 GDP는 1년 만에 대만을 다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대만 젊은 세대가 받는 임금은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다. 2023년 3월 대만 노동부가 발표한 《15~29세 청년 노동자의 취업상황 조사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청년 노동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3만4019대만달러(약 143만원)에 불과했다. 이것도 대만 정부와 민진당이 최저임금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계에 압력을 가했던 덕분이다. 2020년에는 2만7425대만달러, 2021년에는 3만2287대만달러였다. 최저임금법은 차이 총통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8년 동안 입법이 지지부진하다가 2023년 12월에야 입법원을 통과해서 올해부터 실시되었다.
 
  장 씨는 이조차 “선거를 의식한 민진당의 선심성 행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2023년 대만의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됐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는 대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대만 당국은 2023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1.4%로 예상된다.
 
  1월 4일 타이베이에서 만난 김준규(53)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만 경제는 수출 의존도(수출액÷명목 GDP)가 63%로 한국(41%)보다 훨씬 높은데, 수출이 부진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2023년 1~11월 대만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로, 한국(-8.5)보다 악화됐다.
 

 

 
  TSMC는 선방했으나 반도체 업계 전체 침체
 
김준규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물론 대만의 전체 기업이 부진을 겪은 것은 아니다. 대만 GDP에서 비중이 7%대로 단일 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TSMC는 선방했다. 2022년 하반기 이래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2023년 1~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만 감소한 것이다. 오히려 3분기에는 매출이 5467억3300만 대만달러(약 23조1213억원)로 2분기보다 13.7%가 증가했다. 순이익은 2110억 대만달러(약 8조9231억원)로 2분기보다 16.1%가 늘었다. 이런 실적은 2023년 내내 적자 행진을 내면서 14조원대의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비교된다.
 
  그러나 김준규 관장은 “대만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실적이 부진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1~11월 매출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제외하면 UMC가 -20.2%, PSMC가 -43.6%였고 팹리스 분야는 미디어텍이 -23.6%, 리얼텍이 -14.9%였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업체는 TSMC로, 2023년 3분기 점유율이 57.9%에 달했다. 2위는 삼성전자(12.4%)이고, 3위가 UMC(6%)였다. 김 관장은 “대만 수출에서 반도체 다음으로 기여도가 높은 전자제품 업계도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대만 IT 산업의 메카인 신주과학원구는 분위기가 썩 좋지 못했다. 과학원구 내 기업 중 TSMC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가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한 UMC 직원은 “코로나19 시기에는 해마다 두둑한 상여금을 받았으나 올해는 임금이 깎이지 않는 걸 감지덕지할 판이다”고 밝혔다.
 
  그나마 봉급 생활자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들었다.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가 2023년 2월에야 끝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은 2023년부터 정상적인 일상이 회복되었다.
 
 
  중국 관광객, 418만 명 → 1만 명
 
구족문화촌. 대만 원주민들이 전통 결혼식을 재연하고 있다.
  사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국내외 관광객이 뿌리는 돈이 아주 소중하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되기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이 대만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2008년에 집권한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2010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합작협의(ECFA)가 체결됐다. ECFA 이후 중국 관광객은 물밀듯이 대만으로 건너왔다. 중국 관광객은 2009년 97만 명에서 2011년 178만 명, 2013년 287만 명으로 늘었고 2015년 418만 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감소했다. 2016년 351만 명, 2019년 271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에는 1만 명대까지 주저앉았다.
 
  이렇듯 중국 관광객의 감소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관광지가 구족(九族)문화촌이다. 구족문화촌은 내륙인 난터우현에 대만 원주민의 문화와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서 세워진 테마파크다. 원주민은 혈통적으로 말레이인종이고 인도네시아계 언어를 사용한다. 언제부터 대만에 정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족(漢族)보다 먼저 진출했다. 청일전쟁 이후 대만을 통치한 일본은 이들을 산지에 사는 고산족(高山族)과 평지에 사는 평포족(平埔族)으로 구분했고, 다시 9갈래로 나누었다.
 
  구족문화촌의 구족은 이런 일본의 분류법에 따른 것으로, 대만 전체의 원주민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원주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원주민의 민족 수는 16갈래로 늘어났다. 2022년 말 이들의 인구는 58만 명으로 대만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했다. 원주민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1년 구족문화촌을 찾은 관광객은 201만 명에 달했다. 그 뒤 입장객이 줄어들었지만, 대만인의 빈자리를 중국인이 채우면서 2015년까지는 100만 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2018년에는 70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다.
 
 
  “중국 관광객 오게 할 후보 찍겠다”
 
자영업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사진=허우유이 SNS
  1월 8일에 찾은 구족문화촌은 입장객이 많지 않았다. 마침 현장 학습을 나온 중학생들을 제외하고 가족과 연인끼리 방문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다만 대만 원주민에 관심 있는 외국 관광객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내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양잉(여) 씨에게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아미(阿美)족이라는 양 씨는 “원주민들은 차이 총통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2016년 5월에 열린 취임식에서 국가 제창보다 앞서 원주민 복장을 한 어린이들과 함께 방언으로 민요를 불렀다. 또한 같은 해 8월 1일을 ‘원주민의 날’로 지정하였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총통부로 초청한 16갈래 원주민 대표들에게 과거 국민당 집권 시기 원주민 문화를 말살했던 과거사에 대해서 사과했다.
 
  차이 총통은 선조가 푸젠성(福建省)에서 온 객가(客家)의 후예지만, 산지에서 살았던 파이완(排灣)족의 혈통도 섞여 있다. 따라서 임기 내내 원주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앞장섰다. 양잉 씨가 차이 총통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하지만 양 씨는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허우유이를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다시 오는 게 절실한데, 허우유이가 양안 관계의 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민생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선시켜줄 후보를 선택하려는 상황은 중부의 타이중과 타이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월 10일 타이중공원에서 만난 왕궈창(26) 씨는 “2022년 한국 출생률이 0.82명에 불과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한국만큼 출생률이 낮은 나라가 대만”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2023년 10월 대만 위생복리부가 발표한 《출생 통보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대만의 신생아 수는 13만9110명으로 출생률은 0.92명을 기록했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23년 출생률은 0.8명대로 예상된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게다가 인구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한 해도 한국과 똑같은 2020년이다. 대만 당국은 2070년 전체 인구를 1502만~1708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왕 씨는 “한국 젊은이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부동산으로 인해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이를 안 낳는다고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이런 현실은 대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만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고 건설한 지 20~30년이 지난 건물이 즐비하다. 그러나 타이베이의 대다수 주택은 ㎡당 50만~60만 대만달러(약 2114만~2537만원)를 호가한다. 젊은 세대의 낮은 임금을 고려한다면, 평생 일해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
 
 
  “야권 분열로 라이칭더 당선될 것”
 
1월 12일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하는 대만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사진=커원저 SNS
  왕궈창 씨는 “이번 총통 선거는 야권이 분열해서 라이칭더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민진당이나 친중 성향의 국민당보다 실리주의를 추구하고 미래에 내 삶을 변화시켜줄 커원저와 민중당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12일 타이난의 도교사원에서 만난 리웨이(54) 씨는 “오래전부터 민진당 지지자라서 이번에도 라이칭더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난은 가오슝과 함께 전통적인 민진당의 텃밭이다. 주민 대다수가 민난화(閩南話)를 구사하는 푸젠성 출신이기 때문이다. 명(明)·청(淸) 시대부터 대만에서 살아온 이들을 본성인(本省人)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1949년 국공내전(國共內戰)에서 패배하여 대륙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다. 대만 북부에 주로 살고 표준 중국어를 구사한다. 과거 국민당의 주류는 외성인으로 이루어졌다. 마잉주 전 총통이 대표적이다.
 
  리웨이 씨는 “젊은 세대가 민진당에 실망해서 커원저를 지지하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된다”면서 “그래도 차이잉원 통치 기간 대만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성과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일인 1월 13일 필자는 타이난에서 가오슝으로 내려왔다. 가오슝은 1947년 2·28사건 당시 국민당 정부가 일으킨 학살과 탄압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도시다.
 
  이로 인해 가오슝은 민주화 이후 줄곧 민진당을 지지해왔다. 물론 2018년 전국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를 시장으로 당선시킨 전력도 있다. 하지만 한궈위가 시정(市政)을 소홀히 하고 2020년 총통 선거에 올인하자 한궈위를 주민소환 투표로 하야(下野)시켰다.
 
 
  與小野大
 
  1월 13일 오후 4시에 모든 투표가 끝나자, 곧바로 개표에 들어갔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투표율은 71.8%였다. 차이 총통이 압승을 거두었던 2020년의 74.9%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치였다. 개표 초반부터 줄곧 앞서가던 라이칭더 후보는 결국 558만 표(40%)를 득표해 제16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되었다.
 
  2위는 467만 표(33.4%)를 얻은 허우유이 후보였다. 3위는 369만 표(26.4%)를 득표한 커원저 후보였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야권이 분열된 현실이 가장 큰 패인(敗因)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온 제11대 입법위원 선거 결과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 민진당은 51석을 얻어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에서는 1위를 했지만, 지역구에서 국민당에 밀리면서 2020년보다 12석이 줄어들어 제2당으로 밀려났다. 국민당은 52석을 얻어 제1당에 올랐는데, 4년 전보다 14석이나 증가했다. 2008년 이래 집권당이 입법원을 계속 장악해왔는데, 이번에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변화한 것이다.
 
  둘째, 커원저 후보는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으나 당장 당세를 확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 커원저 후보는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과시하며 양당 구도에 균열을 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를 걷어차고 그가 완주한 것은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중당 출마자를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성과는 미미해서 기존의 5석에서 8석으로 3석을 늘리는 데 그쳤다. 특히 지역구 당선자가 한 명도 없어 양당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국민당, 세대교체 빨라질 듯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셋째, 향후 국민당의 세대교체가 빨라지게 됐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 허우유이는 가장 나이가 많았고 올드한 이미지가 있었다.
 
  국민당은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 2022년 전국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 시장으로 당선됐던 장완안(蔣萬安·45)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완안 시장은 대만의 국부(國父)라고 할 수 있는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증손자이다. 뛰어난 학벌과 경력,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 국민당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4년 뒤에는 국민당 총통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 가오슝의 분위기는 생각 외로 차분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번에도 가오슝은 라이칭더과 민진당에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민생을 개선시키지 못하면 다음에는 2018년처럼 국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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