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대 청춘들이 바라보는 ‘연애와 결혼’ : 월간조선

“초식남(草食男)에서 초식남녀(草食男女)로.”

초식남이란 말은 일본에서 유래됐다. 원래 뜻은 ‘풀을 먹는 초식동물처럼 온순한 남성’이라는 의미였지만, 현재는 ‘연애에 소극적인 남자’라는 의미로 굳어졌다. 최근 기자가 일본에 사는 지인(23)에게 초식남의 정의를 물어보았다. 그는 “지금은 단순 초식남이 아닌 초식녀(草食女)도 꽤 있다”면서 “남녀를 다 포함하는 초식계(草食系·연애를 굳이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덧붙여 “정말 연애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본인의 환경이 충족’될 때까지 풀 뜯어 먹는 심정으로 사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4년 5월 19일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대학만 가면 연애할 수 있다면서요… 우리 대학교 학생 26.7% ‘모태솔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학생 517명 중, 연애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6.2%였다. 하지만 실제 연애 중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198명으로 38.3%에 불과했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인원도 138명으로 26.7%에 달했다. 즉 연애하고 싶지만 연애하지 못하는 청춘남녀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청춘남녀들은 왜 연애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자는 ‘이성 간 데이트를 하는 교양수업’이 있는 세종대, 또 세종대와 인접한 건국대 주변을 돌며 20대 청춘남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건국대 주변의 한 PC방에서 기자는 공강시간을 활용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남학생들을 만났다. 현재 건국대에 재학 중인 A(21)씨는 “여자친구만 생기면 게임도 끊을 수 있다”며 “같은 과 남학생들과 공강시간에는 항상 게임이나 당구, 볼링을 친다”고 했다. “요즘 날도 좋은데 연애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A씨는 기자의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반박하며 “(본인은)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B(21)씨는 “요즘 여학생들 눈이 정말 높아서 친해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C(23)씨는 “이제 정말 연애를 하고 싶은데 복학생이라 오히려 인간관계도 어렵다”면서 “그나마 이렇게 게임할 수 있는 친구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 캠퍼스 주변을 보면 커플이 꽤 많던데요.

“부럽죠. 솔직히 다들 어디서 만나나 싶어요. 저도 새내기(1학년) 때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MT(구성원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단체로 하는 여행)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팅(같은 학교의 다른 학과끼리 모여 미팅을 하는 것)도 나름 열심히 나가봤어요. 최근까지 마음에 드는 후배도 있어서 열심히 어필도 하고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썸’(Something·친구 이상 연인 미만)도 못 탔어요.”(A씨)

“저도 노력 정말 많이 했어요. 저도 최근에 썸이 깨졌는데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요.”(B씨)

유튜브로 연애 조언 경청

― 본인만 ‘썸’ 관계였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요.

“저도 긴가민가 해서 유튜브로 연애 조언 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 자기 전에 라디오처럼 듣다가 자기도 해요.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조건’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말투’ ‘여자들이 반하는 남자행동’ 이런 영상들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요 근래 정말 꾸준히 봤어요. 보다 보면 저도 공감이 되고 또 그런 남자가 되면 연애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해요.”(B씨)

― 실전에 도움이 되나요.

“연애를 위한 기본적인 노력인 것 같아요. 영상을 보기 전에는 많이 몰랐는데 확실히 이성을 대하는 스킬(skill)을 배우는 듯한 느낌은 있어요. 저는 남동생만 2명이라 동성끼리는 관계가 정말 원활한데 이성을 대하는 건 조금 서툴기는 해요. 그러다 보니 최대한 연애 조언 영상을 많이 보고 잘 활용해 보려고 하는데, 뭘 알아야 연애도 할 수 있으니까요.”(A씨)

“사실 당장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성을 대하는 기본 소양을 쌓는다고는 생각해요. 유튜브 등을 통해 미리 연애 지식을 쌓아두면 언젠가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또 ‘연애 공부’의 범주가 단순 ‘행동과 대화’만 강조하는 건 아니에요. ‘호감을 얻을 수 있는 패션’도 중요하고 ‘개인 SNS를 잘 꾸미는 것’도 포함돼요. SNS를 통해 이성에게 어필(appeal)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자기 PR(Public Relations)의 시대잖아요. 근데 사실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해요. 이제는 연애를 위해 신경 쓰는 게 너무 많아진 듯한 기분도 들고 또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C씨)

자기 PR 시대… ‘SNS 감성’ 잘 알아야

요즘 유행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먹으며 세종대학교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백재호 기자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여기서 말하는 ‘감성’은 쉽게 얘기해 ‘특정 SNS 플랫폼이나 콘텐츠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인스타그램 감성’은 주로 ‘사진’ 중심의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이하 인스타)에서 사용되는데 셀카나 풍경사진, 본인이 좋아하는 요소를 사진으로 기록해 본인이 추구하는 미적(美的)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요즘에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도 하지만 인스타 아이디(ID)를 교환해 소통하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일면식(一面識)이 없더라도 외적으로 마음에 든다면 앱(App) 내 DM(메시지 기능)을 보내 소통을 시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이 보는 ‘SNS 감성’과 연애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기자는 먼저 SNS(인스타)를 직접 보여주며 평가를 부탁했다. 세종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D(21)씨와 시각디자인 전공인 E(25)씨는 “나름 규칙적인 감성이 있는 것 같다. 피드(Feed·게시물)가 중구난방(衆口難防) 하지 않아서 좋다” “사진을 잘 찍는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SNS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 했다. 하지만 “긍정적의 ‘조건’이 사진을 잘 올리는 것 자체는 아니다”라고 했다.

― 제 SNS를 보고 ‘중구난방 하지 않다’고 했는데.

“일단 (이성의) 인스타를 볼 때 나름 규칙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본인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사진? 친한 사이면 무엇을 올려도 상관없지만 기본적으로 가깝지 않거나 상대를 모른다면 적어도 ‘이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는구나’ ‘무엇에 관심이 있구나’를 은연중에 알 수 있게요. 또 올린 사진의 ‘질감이나 색채’가 균등하면 안정감을 주게 돼요. 물론 사진 자체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고요.”(D씨)

“말 그대로 본인이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취미생활, 좋아하는 음악 등 자신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진이었으면 해요. 마음에 드는 이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면 요즘에는 ‘SNS 염탐’이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면? 친해질 수 있는 확률 자체도 줄어드는 거죠.”(E씨)

“외모는 ‘예선’에 불과… 성격 무시할 수 없다”

유명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연애와 관련해 볼 수 있는 게시물. 좋은 연인의 조건이 설명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차라리 셀카를 올리는 건 어떤가요.

“잘생기면… 괜찮을 것 같지만 사실 셀카는 정말 어려운 거예요. 특히 남자가 올리는 셀카는 여자 입장에서는 별로일 수 있어요. 애초부터 못 찍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실물이 더 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을 올리는 게 더 낫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셀카를 비롯해 술 마시는 사진이나 허세(虛勢) 분위기가 나는 사진을 올릴 바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깨끗한 피드가 가장 호감인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SNS에 별 관심이 없는 게 오히려 좋은 거 같기도 해요.”(D씨)

“저도 공감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셀카를 올릴 바에는 그냥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E씨)

SNS 감성만큼 중요한 요소는 또 있다. 바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총 16가지로 분류되는 성격유형검사)다. 친해지기 위해 “MBTI가 뭐냐”는 질문도 이제는 필수 과정이 됐다. MBTI를 활용해 연애 스타일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이 20대들의 큰 호응을 얻는 이유다. D씨의 경우 “좋아하는 MBTI는 없지만 싫어하는 성격 유형은 있는 것 같다”며 “외모가 잘생겨도 단순 ‘예선’에 불과한 것 같다. 성격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 외모만 보고 여학생들이 호감을 가질 수는 있어도 외모만 보고 연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이제는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E씨도 요즘 연애가 “소위 말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비유했다. 즉 외모가 ‘성적’이라면 성격과 같은 ‘잠재요소’도 충분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 다소 복잡한 것 같기도 한데요.

“오히려 외모가 조금 떨어져도 행동 같은 게 매력적인 사람도 분명 있잖아요. 결국 사람 자체를 본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D씨)

“사실 연애를 하면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크고 스트레스도 받게 돼요. 제 주변만 보더라도 그래요. 그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와 연애를 꼭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어른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보라’고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어야 일단 만날 것 같아요.”(E씨)

“정치 성향도 정말 중요”

― 최근에는 이성의 정치 성향도 연애 전 고려한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도 나가봤는데 사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 성향도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D씨)

― 이쯤 되면 혼자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혼자가 더 편할 때가 많아요. 요즘 유튜브와 넷플릭스(Netflix)만 보더라도 하루가 금방 가요. 예전에는 ‘연애를 하지 않아 심심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연애를 안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더 큰 것 같아요. (문화의 발달로) 요즘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요. 자연스레 점점 ‘개인주의화’되어 가는 거 같아요.”(D씨)

실제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답한 경우는 꽤 많았다. 세종대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 F(22)씨는 “오래 봐야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 현시점에서 연애가 우선순위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도 외적인 조건이 첫인상에서 ‘중요’하지만 연애의 지속 조건은 ‘소통과 공감’으로 꼽았다. 세종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남학생 G(24)씨도 “연애를 이유로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H(22)씨 역시 “성장하는 연애를 하고 싶지만 헤어지면 상처가 클 것 같다”고 했다.

“연애는 시행착오가 중요”

배정원 교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사랑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백재호 기자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연애 분위기가 다르긴 한 것 같아요.”

세종대에서 ‘성과 문화’ 교양수업을 맡고 있는 배정원(裵貞媛) 교수의 말이다. 배 교수는 《배정원의 사랑학 수업》《배정원 교수의 십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 등을 펴낸 ‘사랑학 전문가’다. 그는 ‘연애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강조했다. “짝사랑도 해보고 고백도 해보고 그러다가 차여도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게 연애의 순기능”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고 했다. 지금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 평소 ‘최소 30명을 만나고 결혼하라’고 강조한 이유입니까.

“사실 수가 중요한 건 아니죠.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소위 말하는 ‘경험’을 강조한 겁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난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 스스로 아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그만큼 ‘사랑도 사람 수만큼’ 있습니다. 젊을 때는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 여정 자체가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요즘은 마치 시험의 족보나 요약본을 보는 것처럼 ‘실속 있는 연애만 하겠다’는 거죠.”

― 젊은 세대의 기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 아닐까요.

“본인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보면 그건 바람직한 자세죠. 하지만 대개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으로 접근하잖아요. 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리고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별로인 사람으로 보는 거죠. 키는 커야 하고 얼굴도 잘생겨야 하고… 심지어 요즘에는 브랜드 있는 옷이 없으면 마이너스라고 하더군요. 상대가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면 싫다는 사람도 봤습니다. 또 제가 모르는 젊은 세대들의 기준들도 있겠죠. 이렇게 사람들을 거르면서 자기 기준에 맞는 사람들만 보겠다는 것이니 결국 연애가 어려워졌다고 봐요.”

배 교수는 유튜브에서 ‘연애’를 검색하면 보이는 ‘~안 되면 헤어지세요’ ‘~남녀 거르는 법’ 영상 등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거르기식 논리’에도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만큼 본인도 해당 조건을 충족하느냐”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성을 대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고 남녀의 관점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용적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혼은 ‘긍정’, 출산은 ‘글쎄’

지난 2월 결혼한 여성인 I씨(위 사진)와 지난 4월 결혼한 남성(아래 사진)인 J씨는 공통적으로 “결혼은 완성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사진=각 인터뷰이

기자는 지난 4월 29일부터 총 3일간 세종대와 건국대 주변에서 20대 커플 15쌍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결혼에 긍정적인 커플은 총 10쌍으로 이 중 20대 초반 커플의 경우 “가정을 꾸리는 것이 진짜 어른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가 다수를 차지했다. 20대 중반 커플의 경우 “결혼은 하고 싶지만 아이를 낳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임신의 부담이 커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으로 사는 것도 고민해 봤다” “아이가 생기면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면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20대 후반 커플의 경우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비용과 내 집 마련이 어려워 고민이 많다. 상대에게 얘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결혼을 망설이는 경우 “좀 더 신중하고 싶다” “경제적 조건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세상에 결혼 적령기는 없는 것 같다. 결혼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단 출산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당장 결혼도 복잡한데 육아까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출산은 엄두도 안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대에 결혼을 결심한 청춘들은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을까. 지난 2월에 결혼한 신부인 I(28)씨는 현재 경남 지역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지인들이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가져 본인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부모님을 제외한 내 편이 생겼으면 했다”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을 느껴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 반반결혼이라는 표현도 있죠.

“근데 사실 저는 반반결혼에 너무 삭막한 느낌을 받아요. 결혼을 하는데 어떻게 딱 나눌 수 있겠어요. 본인이 더 부담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결혼하면서 남편 직장을 고려해 사는 지역을 옮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걸 손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 자체가 결혼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I씨는 “신혼부부 사이에서 도는 ‘얼죽신’이라는 말을 들어봤느냐.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는 말이다. 하지만 신혼부부들이 어떻게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느냐”며 “결혼 준비에 있어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부담감”이라 했다. 그는 “원룸(one-room)에서 시작하더라도 부끄러운 게 아닌 게 결혼 생활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사노동은 ‘함께’”

배정원 교수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다 준비된 것처럼 보이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고민 중 하나가 아파트 하나 정도는 장만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결혼의 핵심은 ‘가정을 함께 지켜나가는 것’에 본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00세 시대인 요즘 30대 중반에 결혼해도 짧으면 50년 길게는 70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 결혼을 단순 경제적 계산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고 봤다. 배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결혼 걱정에 공감하지만 정상만을 보고 걷지는 않았으면 한다. 창대하고 화려한 시작보다 부부간 한 발 한 발 튼튼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배 교수는 결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가사노동과 육아를 보는 관점’으로 꼽았다. “가사분담의 원칙은 ‘반반 나눈다’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마음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 결국 결혼 생활은 솔선수범이 답이네요.

“맞아요. 어떻게 (가사를) 딱딱 나누겠어요. 내가 집안일을 같이하면 배우자의 오늘이 덜 힘들다는 마음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게 이상적이죠. 예를 들어 식사를 준비할 때 ‘요리는 내가, 설거지는 당신이’가 아니라 함께 양파 까고 썰고 그릇을 정리하고 하는 거죠. 꼭 집안일뿐만이 아닙니다. 늘 그렇듯 함께하는 재미가 있는 게 결혼 생활이에요. 결혼하면 또 다른 내가 생기는 겁니다. 또 다른 나를 챙긴다는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한다면 수십 년을 같이 살아도 즐거울 거예요. 이 점을 절대 잊지 마세요.”

지난 4월 결혼한 신랑 J(28)씨는 아내의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차렸다. 그는 “집에서 직장까지 편도로 평균 1시간30분 이상이 걸리지만 그만큼 아내가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을 신경 써 주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내가 힘든 것을 알고 있기에 나 또한 가사에 적극적으로 항상 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내년 말 즈음에 자녀 계획이 있다. 아내와 나 둘 다 아기를 좋아한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현명한 결혼 생활의 3단계’

배정원 교수는 육아를 위해서는 ‘현명한 결혼 생활의 3단계’를 거칠 것을 조언했다. 1단계는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으로 결혼 후 각자의 식습관부터 생활 패턴까지 사소한 요소부터 차근차근 맞춰나가는 과정이다. 2단계는 ‘배우자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는 “결혼 후 배우자의 가족과 친구, 직장 주변 인간관계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3단계는 부모의 역할을 준비하며 자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말했다. 크게 보면 앞선 1·2단계는 환경적·내적(內的) 안정을 갖추는 과정인 셈이다.

배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가 연애를 하기 어려워하고 결혼은 더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다소 극단적인 시선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만 ‘함께 있어 행복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결혼의 가장 큰 가치를 절대 잊지 마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