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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포커스

윤석열 vs. 문재인 출범 100일, 달라진 재계 모습

윤석열 취임 당일, 문재인 50일 만에 총수 만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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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식·한미정상회담·한-인니 만찬장에서 잇따라 회장들 만나
⊙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위해 삼성전자·현대차·SK·LG·포스코·한화 ‘원팀’
⊙ 취임 100일 차, ‘고강도 재벌개혁’(文) vs. ‘법인세 인하’(尹)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하며 기업 총수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조선DB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을 필두로 삼성전자·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 등이 한뜻으로 모였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다. 11개 기업이 민간위원회를 꾸려 각국의 지지표 모으기에 돌입한다. ‘부산엑스포’는 61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국제행사다. 현재로서 유치경쟁은 부산, 리야드(사우디), 로마(이탈리아) 3파전 양상이다. 2030 엑스포는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의 비밀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지난 5월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민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정부는 출범식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 전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와 기업은 국가적인 일이 생기면 모두 합심해 자기 일처럼 나서 왔다”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기업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부와 하나 된 팀플레이를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범재계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5대 그룹 총수가 나란히 취임식 만찬장에
 
  재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뭇 밝은 표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불과 취임 100일을 맞이했을 뿐이지만 재계의 반응은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예견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취임식에 재계 회장단을 초청한 것은 물론 외부 만찬 자리에도 5대 그룹 총수를 모두 불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식 외빈 만찬에 초청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외빈 만찬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가 150명 이상으로 대규모이지만 재계 회장들 참석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취임식과 정반대였다. 2017년 5월에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취임 선서만 간단히 하는 것으로 약식 진행됐다.
 
  과거 청와대에서 의전 업무를 담당했던 이는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현직 대통령, 정·재계는 물론 학술계·노동계·종교계·여성계·외빈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초청되는 것이 관례”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식에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것이 주목을 받은 건 문재인 정부와 비교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취임식이 약식이었기 때문에 재계 인사 초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쳐도, 국정 운영을 시작한 이후에도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재계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윤석열·바이든, 이재용 에스코트로 반도체 공장 둘러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날 5대 그룹 총수를 만난 데 이어, 불과 열흘 뒤에 또 이들을 만났다. 5월 21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만찬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만찬이 있기 하루 전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따로 에스코트할 기회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을 찾았는데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함께였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20일 오후 미 공군 오산기지에 내려 미국 대통령 전용 차량을 타고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로 이동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22분 동안 공장 곳곳을 시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녀간 지 며칠 뒤 재계 관계자들은 또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5월 25일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용산에서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를 열었는데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등이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가장 앞 테이블에 앉았다. 5대 그룹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공정과 상생’을 함께 외친 후 다 같이 핸드프린팅 행사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집권 3년 차 때 참석했다.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만찬 테이블을 돌며 손잡고 같이 사진 찍은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다”고 했다.
 
 
  재벌 회장 만나는 데 스스럼없는 윤석열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났다. 3월 21일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 때에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고, 4월 18일에 서울에서 열린 경제안보 관련 포럼에서도 만났다. 일주일 뒤인 4월 25일에는 윤석열 당선인이 경기도 성남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을 점검했는데, 최태원 회장이 직접 에스코트했다.
 
  주요 재계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최소 두 차례에서 4~5차례 이상 직접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당시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따로 독대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그룹 회장들을 부르는 것 자체가 기업인에게 친화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얘기해온 윤석열 정부의 의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요 그룹 회장들을 만난 것은 취임 후 50일째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28일 방미 순방길에 나섰는데 10개 대기업과 중견기업 14곳 등 총 52개 사가 함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상태라 참석하지 못했고,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참석했다.
 
  두 달 뒤인 7월 28일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그룹 총수를 만났다. 귀빈석에는 양국 정상 내외, 박진 외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인도네시아 측 주요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정의선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 시절인 4월 11일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 육성에 대한 얘기를 나눈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한 기간에 재계 맏형인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단은 가까운 거리에서 윤 대통령과 마주했다.
 
 
  동시에 투자 계획 발표 vs. 정부 관료 올 때마다 개별적으로 발표
 
  윤석열 정부의 민간 경제를 북돋우는 우호적인 제스처에 재계는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응답했다. 5월 말에 삼성(450조원), 현대차(63조원), SK(247조원), LG(106조원), 포스코(53조원), 롯데(37조원), 한화(37조6000억원), 현대중공업(21조원)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에 화답한 투자금 약속 액수는 1000조원이 넘는다.
 
  재계가 자발적으로 국내 투자를 약속한 부분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확연히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에 그룹 회장을 따로 만난 적이 없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대신 2017년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2018년 1월), SK그룹(3월), 신세계그룹(6월)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부총리가 찾아가기로 하면, 당일에 해당 재벌그룹은 투자와 고용 계획을 공개했다. LG는 19조원 투자와 1만 명 고용, 현대차는 23조원 투자, SK는 80조원 투자와 2만8000명 고용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 고위 인사와 재벌 총수의 만남에 대해 세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고용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김 부총리가 방문했던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가 특정 기업을 순방하는 이유는 투자 요청 때문이 아니겠느냐. 당시 그룹에서 앞서 부총리가 방문했던 곳은 얼마를 내놨는지, 다음번에 갈 예정인 곳은 어디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며 “다른 그룹과 큰 차이가 없도록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투자 규모를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룹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 만에 ‘역대급’ 대기업 전담조직 만들었던 김상조
 
2017년 6월 21일, 문재인 정부 첫 경제 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왼쪽)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이 나란히 손을 잡고 있다. 사진=조선DB
  김동연 부총리의 방문을 재계에서 ‘압박’처럼 느낀 것은 문재인 경제팀의 서슴없는 발언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은 반(反)기업 정서를 가진 인물이 배치됐고, 이들은 정부 출범 100일도 되지 않아 고강도 재벌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팀은 180도 다른 모양새다.
 
  문재인 초대 경제팀은 ‘장하성(청와대 대통령정책실장)-김동연(경제부총리)-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최흥식(금융감독원장)-최종구(금융위원장)’였다.
 
  교수 출신으로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장하성 전 실장은 재벌 개혁을 외쳐온 이른바 진보 성향 경제학자다. 장 실장은 “두들겨 팬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재벌들에게 자발적으로 변화할 기회를 주고 진행 상황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다. 칼을 빼면 칼을 쥔 사람이 더 어려운 입장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상조 전 위원장은 지명 다음 날에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만 재벌 개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정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중심이 옮겨졌다”고 했다.
 
  겉으로 보면 두 사람 모두 ‘재벌 개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재계에서 알아서 변화하라고 주문했던 두 사람은 취임 100일이 되어 본색을 드러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안에 대기업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만들었다.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 기업집단국은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명목으로 만들어졌고, 총 54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배치됐다. 국(局) 단위 조직 개편으로는 역대 최대인지라 업계에서는 ‘매머드급’ 조직이라고 불렀다.
 
 
  “이복현 원장에게는 내부 단속 임무 있을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팀은 ‘추경호(경제부총리)-이복현(금융감독원장)-김주현(금융위원장)’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판사 출신인 홍대식 서강대 교수가 내정된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위원장, 홍대식 교수는 모두 친시장주의자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명 직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와 모래주머니를 벗기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그는 이후 전임 정부의 부총리, 장관 등을 사석에서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 부총리의 요청으로 만났다는 전직 A장관은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추 부총리는 시장주의자로 상식에 맞는 정책을 펴온 후배이기 때문에 위기의 한국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조선DB
  재계가 깜짝 놀랐던 때는 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이 지명됐을 때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조세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가진 이 원장은 삼성전자와 악연이 있다. 그는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는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집중 추적해 이재용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사 출신에 삼성 수사를 한 전력이 있는 이복현 원장이 내정된 뒤 재계가 뒤숭숭했다.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을 표방했지만 언제든지 칼을 돌려 재계로 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행시 출신으로 과거에 정부 최고위직을 지낸 B씨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B씨는 “이복현 원장 인사는 굉장히 성공적이다. 재계에서는 칼끝이 자신들을 향할까 두려워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금감원 내부 역시 반시장주의로 많이 기운 상태다. 이 원장 임명은 내부 단속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식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역시 시장 규제보다는 시장을 통한 공정 경쟁 촉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180도 달라진 재계의 모습이 과연 국가 경제에 어떤 식으로 작동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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