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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윤석열發 중대선거구제 논의, 정치권 반응은?

“여당, 정치개혁 앞장서는 모습 보이면 총선 승리 가능”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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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의된 중대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안은 5건, 모두 민주당 대표발의
⊙ 국민의힘 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에 무게
⊙ 여야 모두 “승자독식체제 선거법 개정해야”…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엔 동감
⊙ 개헌 들고 나온 이재명과 중대선거구제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 “정치개혁 주도권 뺏겼다”는 불만 때문?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해 중대선거구제를 정치권 화두로 꺼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며칠 후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대선거구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사진=조선DB
  총선이 1년 이상 남았지만 여의도 정치권은 분주하다. 선거법이 확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월 1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 현재 발의돼 있는 선거법 개정안 13건을 상정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 중 선거법 개정”을 공언했다. 선거제 개선을 위한 개헌까지 고려하고 있는 김 의장은 최근 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킨 가운데 3월 중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선거법 개정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변경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야 모두 현재의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 대한 개혁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제22대 총선이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진다면 12대 총선(1985년) 이후 39년 만에 중대선거구제로 회귀하는 것이다. 다만 선거구 획정 시한이 오는 4월 10일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당론을 사실상 이끌어가는 두 사람, 즉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양당의 기싸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중대선거구제, 대통령이 화두 던져
 
  중대선거구제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정개특위가 검토 중인 주요 선거법 개정안 13건 중 5건이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특히 작년 10월 여야 의원 19명이 공동발의(대표발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한 선거법 개정안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해 한 지역구에서 4~5명을 선출하고, 줄어드는 지역구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더 쉽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대 양당 기득권을 축소해 군소정당과의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정치개혁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과 시대전환·기본소득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선거법뿐만 아니라 정당법·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그럼에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대선거구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23년 새해 들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 1월 2일 자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 그래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중대선거구제란
  少數정당 過多 대표될 수도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다. 보통 중선거구제로 불리며,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는 5대 총선 참의원(상원) 선거, 9~12대 총선이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졌다. 현재 지방선거 중 기초의원 선거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은 승자독식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더 수월해진다는 점, 사표(死票)가 줄어드는 효과 등이 있다. 또 선거구 획정이 소선거구제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다. 현재 한국 정치 구도에서는 호남에서 보수정당 의원이, 영남에서 진보정당 의원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은 선거구가 커지면서 인구 밀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의 민의가 소외될 수 있다. 또 1위와 2위 이하 당선자의 득표율 차이가 클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구에서 80% 득표자와 10% 득표자가 1, 2위를 차지해 당선될 경우 둘의 위치가 동등해진다. 이런 케이스가 많다면 80% 지지를 받는 정당과 1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의 의석수가 비슷해지는 식으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 이런 선거구에서 3~4위까지 당선이 된다면 소수정당이 과다(過多) 대표되는 문제도 있다.
 
  다만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 어느 쪽이 고착화된 양당체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2대 총선이 중대선거구제였다가 13대 총선에서 다시 소선거구제로 바뀐 것은 중대선거구제에서 여야 동반 당선이 많아지면서 거대 양당의 나눠 먹기라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적극적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 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잇달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을 해서 당연히 정치개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지금의 소선거구제가 36년 동안 지속돼왔는데 우리나라 사회의 반목과 갈등, 또 대결 정치 구도의 심화 등 역기능을 초래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중대선거구제 부작용이 소선거구제보다 적다면 그것으로 개혁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불리, 당리당략을 따지면 개혁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개특위 정치관계법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1월 11일 올해 첫 소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기본적으로 현 선거구제가 가지고 있는 대표성과 비례성의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현행 소선거구제의 존치가 바람직한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이 꺼낸 화두인 만큼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대표 경선 룰(당원투표 100%)도 대통령의 뜻대로 즉시 바뀌었고, 선거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현역 의원들이 선거제를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영남 지역 의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이 태도를 바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 직접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이 무섭도록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두 번째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당이 정치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중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개정안은 없다. 전주혜, 장제원, 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출한 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하나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직접 언급한 만큼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담은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미묘한 반응
 
  원래 중대선거구제를 계속 언급해온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현재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 중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개정안은 5건인데, 모두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표 참조)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도 중대선거구제를 주창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뜻과 야당의 뜻이 모처럼 맞아떨어지는 모습이어서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빠른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제동을 건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는 지난 1월 12일,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언급하며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한 제도 아닌가”라며 대통령제하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맞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도 제안했다.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개헌과 중대선거구제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은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화두 이후 국회의 주도권을 여당에 뺏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역시 중대선거구제가 윤 대통령의 제안이라는 점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하에 내놓은 제안이며, 개혁 주도권을 뺏겼다는 것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거대 양당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발언은 최근 국민의 심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다른 방식의 뜻도 포함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중대선거구제는 윤석열 정권과 보수 세력의 총선 정략, 더 나아가 장기 집권 책략으로 변질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해왔고 민주당이 의제로 이끌어왔던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민주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대통령에게 정치개혁 주도권을 뺏겼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가 뭐가 중요한가, 앞으로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주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 살펴보니
 

  1월 초 기준으로 정개특위에 접수된 선거법 개정안은 총 13건.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 4건은 지난 21대 총선 전 시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한국당과 열린민주당이라는 기형적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중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포함한 안은 없다.
 
  반면 민주당은 발의한 9건 중 5건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을 127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권역별 비례대표를 포함한 173석으로 늘리는 안을 내놓았다.
 
  김상희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정원 300명과 지역구와 비례대표 정수를 건드리지 말고 지역구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고 비례대표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정당 득표율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탄희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에 행정구역·생활권역 중심 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책 등을 추가한 안을 내놓았다.
 
  박주민 의원은 17개 시·도를 기반으로 하되 인구가 많은 시·도는 6인 이상 12인 미만의 선거구로 분할하는 권역을 대선거구로 하고,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자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들 5건 외에 민주당 김두관·민형배·강민정·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중대선거구제는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비례대표제 개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정해진 방향은 없고 접수된 모든 안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양당의 당론 추이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가진 양당 ‘수장’들의 뜻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 10일… 변수는?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 앞에서 악수를 나누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뉴시스
  내년 4월 열릴 22대 총선에서 새 선거제도가 적용되려면 4월 10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끝나야 한다. 적어도 3월 중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개특위는 매주 1회씩 회의를 열고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고, 국회의장과 원내 1당 대표도 개헌특위를 발족시키겠다고 했지만, 여야 간은 물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논의가 쉽게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인 정치학 교수들도 대부분 여야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시점에서는 선거구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의 모 교수는 “역사적으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 어느 제도가 우월하다고 판단된 적이 없다”며 “양 선거구제의 장단점은 있지만 인구 분포와 정치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 데다 현재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우리 정치에 적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교수들도 “화두가 나온 만큼 학계와 국회에서 많은 논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22대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이뤄지겠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회의적”이라고 했다. 특히 기득권층인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되는 상태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양당 모두 현재 체제에서 내년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여야의 수장이 결단을 내리고 여야 합의하에 선거법 개정에 나설 경우다.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야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사실상 거부했다. 선거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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