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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전문가 5명이 본 문재인 정부의 ‘재난기본소득’

“지원 규모, 범위, 적용 여부 모두 틀렸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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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에게 돈 퍼줄 것이 아니라 기업 지키는 데 財源 써야
⊙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우리의 상황은 엄연히 달라
⊙ 국가 GDP 대비 부채비율(40%)보다 급작스런 속도가 문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패턴
⊙ 기업체 도산, 고용인 월급 삭감, 구조조정 시작되면 그때는 어쩔 건가?

[편집자 註]
지난 4월 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은 돈 퍼주기 공약이 난무한 선거였다.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문재인 정부는 ‘국민 대다수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제시했다. 당초 이런 제안은 민간 독립연구기관이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는 신문 칼럼을 쓰면서 시작됐다.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 전(前) 쏘카 대표이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주자’고 제안했다. 민간기관이나 기업인의 제안에 불과했던 ‘재난기본소득’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지난 3월 3일에 “국민당 평균 50만원 이내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지원해 전시(戰時)에 준하는 재난 시기의 기본소득을 실현하자”며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검토를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월 6일 재난기본소득 검토를 주장했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3월 8일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월 10일에 “중위 소득 이하 가구에 상품권 60만원을 지원해주자”고 주장했다. 4·15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당과 야당은 경쟁하듯이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국가 예산안 중 일부를 용도 변경하고, 추가로 긴급자금지원금을 편성해 국민들에게 지급하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정확히 말하면 올해 예산안 중 100조원을 용도 변경하고, 긴급금융지원금(100조원)을 만들고 국민채권을 발행(40조원)하자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3월 30일에 소득 하위 70%인 1400만 가구에 대해 가구원 수(數)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기로 결정했다. 1인 가구(264만원 이하 소득자), 2인 가구(449만원), 3인 가구(581만원), 4인 가구(712만원)에 대해서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100만원을 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절하게 쓰일 수 있을까. 과연 우리나라 경제는 70%의 국민에게 지원금을 투입할 만큼 재정이 탄탄한가.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 회장),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재난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죽는 재난, 먹고사는 것이 어려운 재난,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도 재난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연관 산업 종사자의 어려움을 초래했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람마다 재난 기준이 다른데 정부가 나서서 ‘국가적 재난’이라며 천편일률적으로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전쟁터에서 헬기로 돈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직접 피해를 보고, 생계가 곤란한 사람에게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다. 경제학자와 행정학자 5명은 “정부의 소득 하위 70%에 대한 지원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말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 산업,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동의합니다. 대구·경북 지역은 명백한 타격을 입었고, 항공·여행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소득 하위 70%에 모두 지급하겠다는 정책으로 혼란만 커졌습니다.”
 
  ― 내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느냐의 여부로 한창 시끄러웠습니다.
 
  “취약 계층, 즉 소득 하위 20%에 지원금을 지급하면 명쾌한데, 범위를 높이면서 중간 계층이 포함됐습니다. 중간 계층의 재산을 단순히 봉급 기준으로 할 것이냐, 그들의 보유 자산을 포함시키느냐의 문제가 생겼죠. 대구·경북이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도민에게까지 지급하겠다면 과연 경기도가 이번 사태로 얼마의 타격을 입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사정이 좋지 않았던 사업에까지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전후(前後)의 기업 매출, 영업이익, 부채비율을 검토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재난기본소득의 개념이 됐다. 재난 경중(輕重), 소득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금액을 대다수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재난지원금은 소득 재분배를 위배하고, 노동과 창의에 대한 소중함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의 얘기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적절한 개입, 거시경제 관리는 필요합니다. 정부는 경제 위기의 속성을 예측하고, 향후 전개 시나리오를 구성한 뒤 적절한 시점과 부문에 대해서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 수단과 재정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생산이나 공급의 연쇄적 과정), 국제금융시장과의 관계 등 요인에 의해 매우 다릅니다.”
 
  ― 정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까.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기부양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해서 언제 투입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야구 경기에서 초반에 투수를 마구 교체할 수 없습니다. 경기 전체의 흐름을 두고 적절한 시점에 구원 투수를 투입해 경기를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 재정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25% 정도에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면서 상품권 줄 테니 나가서 쓰라는 오류
 
지난 4월 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 국민에게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학자들은 ‘정부의 지원 타깃층’에 대해 우려하지만, 정부는 곧 1400만여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터뷰에 응한 학자들은 “정부의 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시 지원금을 받으면 저축하는 소비동결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차단시킨 상황에서 지원금을 줄 테니 소비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 그룹을 ‘상위-중위-하위’로 나눠서 분류했다.
 
  “하위 계층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삶이 팍팍했고 지금은 더욱 힘듭니다. 이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정부 보조금 형태로 받아들일 겁니다. 중산층은 지원금을 받더라도 당장 소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지원금을 저축하는 행태를 보일 겁니다. 물론 정부가 상위 소비층에 지원금을 준다고 하지 않았지만, 만약 상위 계층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소비하는 계층이기 때문에 지원금(상품권)을 받으면 종전에 쓰던 현찰 대신에 상품권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돼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 돈 퍼주는 것 대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일회성 지원입니다. 나중에 또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얘기한 ‘1인당 100만원 지급’을 예로 들자면 총 51조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국가 예산의 10분의 1을 한 번에 쏟아붓고 난 다음에는 어쩔 겁니까. 아무리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발언이었다고 해도 도가 지나칩니다. 한 집안의 가장도 ‘지금 우리가 위급한 상황이니까 모아놓은 저축을 다 쓰고 보자’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지속될 상황에서 1, 2, 3단계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1단계에서 돈을 다 쓰자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회적인 재난지원금은 효과가 없다. 하위 25%는 생계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지만, 중산층은 부채를 감축하는 데 쓸 것이고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에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된 후 경기 부양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돈 풀어야”
 
  당초에 논의했던 대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코로나19 사태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자영업자, 국민들에게 지원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지급되는 것이 맞다. 그들에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지만 정부가 1400여만 가구에 주겠다고 선언하며 시기가 늦춰졌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나가지 못해서 못 쓰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시점에서 지원금을 지원하면 모를까, 지금 지원금(현금 혹은 상품권)을 주는 것은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의 얘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생산시설은 망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를 못 해서 발생한 것입니다. 사람이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을 때 필요한 것은 산소입니다. 일단 살리고 난 다음에 보약을 먹여서 원상 복구를 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인공호흡기를 낀 사람에게 산소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이라는 보약부터 먹이고 보자는 식(式)입니다. 지금은 국민에게 현금이나 상품권 등 지원금을 지원할 타이밍이 아닙니다.”
 
  ― 만약 지원해야 한다면 그건 언제가 될까요.
 
  “언젠가 이 사태는 끝날 것이고 결국 경기 부양을 해야 할 시점이 옵니다. 생산과 소비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상태에서 어디선가 촉매제 역할을 해서 망가진 경제 시스템을 살려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정부의 지원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 지원금을 살포하는 것은 헛심을 쓰는 것이고, 결국 진짜 필요한 순간에 쓸 자원이 없게 됩니다. 적어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표할 수 있을 때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이 도산하면 방법이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의 어려움을 막는 데 오히려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매출 감소를 최소한으로 막아 그로 인한 낙수 효과가 피고용인에게 전달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5개월 정도라는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기업의 활동이 개선되도록 하는 지원책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개인에게 돈을 나눠주는 정책은 효과가 미미하지만 기업에 대한 지원은 다릅니다. 개인에게 주려는 재원(財源)을 기업에 지원해야 합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의 얘기다.
 
  “경제 활성화는 조세 정책이 아닌 산업 정책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기업과 근로자 중에 기업 살리는 데 재정을 집중해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고,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신(新)기술, 신산업을 창출해야 합니다. 고로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혁파하고, 세금을 인하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글로벌 추세(하향)와 역행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일시적 비(非)과세, 세액 감면이 아니라 항구적 법인세 인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기업이 도산하면 방법이 없다. 인공호흡기를 떼도 몸이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정부가 해줘야 한다”며 “기업에 최소한의 고용 지원금이나 혜택을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예산용도변경’은 어느 정도 일리 있어”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이 잇따라 코로나19 지원금 지원을 촉구했다.
  ‘현금 살포 정책’ 주장은 비단 여당뿐이 아니었다.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일회성 정책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240조원 재원을 마련해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고용피해자를 지원하고,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240조원은 예산용도변경(100조원), 긴급금융지원(100조원), 국민채권 발행(40조원)으로 마련한다는 계산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야당이 제시한 예산용도변경은 맞습니다. 올해 국가 예산(513조원)은 지난해(470조원)에 비해 팽창한 상황이고, 상반기에 미리 쓰는 구조입니다. 이미 올해 재정에 경기 하락에 대한 대응적 성격의 재원이 들어 있는 거죠. 그 부분을 재난 항목으로 사용한다면 자금의 성격과 잘 맞습니다. 다만 용도변경만으로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끌어와 240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야당이 주장한 지원금의 규모는 여당보다 크지만, 기존에 책정된 예산을 용도변경해서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정부 재정 부문의 추가적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미국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현찰을 뿌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더욱 힘을 받은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현지시각)에 “모든 국민에게 1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의회가 반대하는 바람에 지급 범위와 규모가 달라졌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 인사들은 잇따라 재난지원금을 촉구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기본소득에 가까운 긴급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일(3월 19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와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시는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에 대해 30만~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원하니까 우리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과연 맞는 얘기일까.
 
 
  미국이 돈 뿌리니까 우리도 현금 지급하자는 것은 어불성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의 얘기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0배입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GDP는 2500조원(2.174조 달러)이었고, 미국은 2경원(20.580조 달러)이었습니다. 미국이 가구에 지원금을 주니까 우리도 줘야 한다는 논리도 이상하지만, 두 나라의 국가 규모를 비교할 때 미국이 1000달러를 준다면 우리는 100달러를 주는 것이 맞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좀 찍더라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계속 찍으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국가 가치까지 떨어져 국가 경쟁력이 약화됩니다.”
 
  미국과 우리의 처지가 판이하게 다른 이유에 대해서 김승욱 중앙대 교수가 자세히 설명했다.
 
  “종이에 불과한 지폐가 가치를 갖는 이유는 과거 금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본위제 시절 이후에 국제 금융의 중심이 되는 특정 국가의 통화를 금을 대신하는 환(換)으로 사용했습니다. 국가 신뢰도에 따라 화폐 가치가 정해지는데, 미국은 강대국이고 안정적인 국가니까 미국의 달러는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기축통화가 된 겁니다. 독일·일본의 경제가 좋았을 때는 한때 이들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나눠 가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기축통화로 취급되는 화폐는 달러와 유로화 정도입니다. 세계가 신뢰하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이 되는 겁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위안화를 기축통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국가는 만일을 대비해 금, 달러, 유로화 등 안전 자산을 보유하는데 위안화를 안전 자산으로 갖고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 재난 상황에서, 또는 경기를 부양하고자 달러를 찍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달러를 찍어도 서로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전(全) 세계에 풀린 달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찍는다고 해도 태평양 바다에 물 몇 주전자 붓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본의 엔화는 기축통화의 가치가 이보다 떨어지지만, 과거 수출을 많이 하던 시절 해외에 골프장, 농지, 빌딩 등 자산을 많이 샀습니다. 일본은 애초부터 부잣집 자식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엔화를 더 찍어서 부채를 늘려도 되지만, 우리는 통화량을 늘리면 미국, 일본처럼 타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신뢰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코로나19라는 긴급 사태에서 미국, 일본이 현금을 뿌린다, 그런 강대국이 저런 조치를 하는데 우리도 돈을 찍어 풀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비정규직 미국 vs 정규직 한국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의 얘기다.
 
  “미국이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우리와 고용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주 동안 미국에서 1000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미국은 모든 직원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소비가 마비된 이런 사태에 바로 직원을 해고합니다. 소비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고, 따라서 이들에게 직접 돈을 준다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정규직이 많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생겼어도 당장 직원을 해고하지 못합니다. 회사 매출이 줄어서 아예 문을 닫은 곳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직원을 내보내지는 못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가 줄어 회사 매출이 줄어드는데, 회사 비용인 임직원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더 이상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기업과 직원 전부 도산합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다가올 충격이 개인이 아닌 기업을 통해 전달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지원하지 말고, 기업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지원금 ‘용도’에 대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계에 지원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모기지론(다달이 집값을 갚는 것)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이 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 이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월세가 모기지회사로 연결되고, 이에 대한 파생상품이 금융시장에 연결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가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우리가 똑같이 가계에 지원하는 것 같지만, 그 목적이 다르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빈곤층의 생계비 지원이라는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국가가 돈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
  숫자는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몹시 부유한 국가라면, 또 화수분처럼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국가라면, 코로나19와 같은 상태에서 국민이나 기업 보존에 필요한 만큼 자금을 지원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국가는 없다. 한 나라의 재정은 세금으로 운용되기에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성공한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은 꾸준히 세금과 국가 부채를 늘려왔지만 이것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국가 부채비율이 200%대가 넘도록 계속 늘렸죠. 국가 부채가 늘면, 쉽게 말해 국가가 양적 팽창 정책을 쓰면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겁니다. 하지만 GDP 성장률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독일은 그동안 국가 부채를 계속 감소시켰는데 오히려 GDP 성장률이 올랐습니다. 미국은 국가 부채비율을 100% 이상으로 늘렸지만 GDP 성장률에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2017년에 법인세를 인하한 이후에 GDP가 올랐습니다.”
 
  ―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국가 예산을 전년보다 9.7%(총 470조원)나 늘려 재정 확대를 했는데, 그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낮았습니다. 올해에는 또 작년보다 9.3%(총 513조원)나 재정을 늘렸는데 경제성장률은 전년(2%대)보다 낮은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정부가 재정을 계속 늘린다고 해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군요.
 
  “정부에서 지출해서 경제가 잘되면 못 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을 겁니다. 경제 활성화는 산업 정책으로 하는 것이지, 정부의 조세 정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간 주도인 기업이 하는 겁니다.”
 

 
  국채 발행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재원 마련법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소득 하위 70%의 주머니에 적게는 2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돈(또는 상품권)을 찔러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향후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입장인데,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 외에는 방법이 없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가가 빚을 늘리거나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과 회사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서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稅收)는 당초 목표로 정한 예산보다 적었습니다. 개별 국민들은 ‘나는 세금을 많이 냈는데 왜 예상치를 달성 못 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 등을 더 거둬들였거든요. 하지만 법인세가 덜 걷혔습니다. 법인세를 종전의 22%에서 25%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 세금을 덜 냈고, 정부의 예상보다 전체 세수가 적었던 겁니다.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조세 부담은 늘었는데 정부가 거둔 돈은 오히려 부족해진 겁니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세수 결손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으로 재난지원금을 조달할 수는 없고, 결국 국가 채권을 발행해 자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랏빚을 더 내자는 것입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의 설명이다.
 
  “개인은 빚이 없고 저축이 높은 흑자 재정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기업은 부채비율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부채비율을 낮추고 싶으면 가게 문을 아예 닫으면 됩니다. 기업은 비용 대비 수입이 많으면 됩니다. 돈을 많이 빌리더라도 그보다 많이 제품(서비스)을 팔아서 이득을 남기면 되는 겁니다. 물론 과도하게 빚을 지는 것은 곤란하지만요.”
 
  ― 국가도 경영해야 할 기업인데 어떻습니까.
 
  “국가는 균형 재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한 해 국가 예산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은 세금을 과도하게 걷었다는 뜻이고, 그 얘기는 민간으로 가야 할 돈을 국가가 움켜쥐고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반대로 국가 예산이 계속 부족하고, 적자가 되면 국가 부도가 납니다. 고로 국가의 재정은 균형적이어야 하는데 통상 우리는 ‘국가 부채를 GDP 대비 40%’로 생각해왔습니다.”
 
  ― 40%는 어떻게 나온 수치입니까.
 
  “덴마크는 가계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데 돈을 벌고, 갚고, 순환이 됩니다. 가정, 기업,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환입니다. 경제는 경험과학입니다. 우리가 국가 재정을 운용해보니 ‘나랏빚이 GDP 대비 40%까지는 괜찮더라’는 경험을 쌓게 된 겁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비율은 GDP 대비 30%대였습니다.”
 
 
  빚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은 계속 늘었다. 2018년 GDP 대비 국가 채무는 38.2%(680조7000억원)였는데, 2019년에 39.5%(731조8000억원)로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GDP 대비 국가 채무가 40.3%, 2021년 41.1%, 2022년 41.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빚 내기’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월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 내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기구 권고에 따르면 국가 채무비율 60% 정도를 재정 건전성과 불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며 ‘40%’의 근거를 따졌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낙연 전 총리 역시 비슷했다. 이 전 총리는 3월 1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40% 노선 무너졌다’는 지적에 대해 “40%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였지 가이드라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좌파들은 “OECD 국가의 평균 국가 부채비율이 GDP 대비 110%대다. 우리는 고작 40%에 불과한데 뭐가 문제냐”고 지적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에 대해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얘기했다.
 
  “몇%가 위험하다는 것은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서 우리가 계속 빚을 내도 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대표적인 수출·수입국인 한국은 외국 없이 자립이 불가능합니다. 고로 국가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외부에서 국가의 재정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의 기업 실적을 믿고 주식을 샀다가 국가가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는 겁니다.
 
  부채비율 40%라는 숫자는 그동안 국가 경제 운용자들이 경험을 통해 예측한 수치입니다. 40%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마지노선일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경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해외 자산 여부, 기업의 실적 및 경쟁력, 국가 재정 상태, 게다가 우리는 북핵 리스크가 있는 국가입니다. 이런 복잡한 것들이 서로 얽혀서 작동하는데 단순하게 다른 나라가 100%대 부채를 갖고 있으니 우리는 안전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국가의 적정 부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의 빚을 내는 속도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30%대의 국가 부채를 유지했는데 최근 들어 그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졌습니다. 과거 아일랜드,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채비율은 40% 정도였는데 불과 10년 만에 두 배로 뛰었습니다. 빚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쉽게 말해서 빚 없을 때는 관리가 쉬운데 빚을 내면 이자를 갚아야 하고,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리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만약에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천천히 이뤄진다면 국가가 여기에 익숙해져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서도 국가 운영을 제대로 하겠지만, 너무 빠르면 거기에 적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 최저임금과 비슷한 얘기네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지 기업들이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게 천천히 높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매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 인상한 것에 대한 부작용을 우리는 모두 경험했습니다. 나랏빚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랏빚 계속 늘면 위험국가로 분류될 수도”
 
  이인호 서울대 교수의 지적도 비슷하다.
 
  “40%라는 숫자 자체를 걱정할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30%대의 재정 건전성을 계속 유지해왔고, 거기에 맞게 체력이 비축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빚이 늘어서 40%대가 되면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깁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사실상 제로인데, 이자 걱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는데 위험합니다. 빚은 한 번 늘어나면 계속 늘어나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부에서 재난소득으로 50조원을 뿌리자는 것은 망상이다. 진보진영에서도 국가 부채비율이 GDP 대비 최대치 60%라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장기적으로 이 정도까지 증가해도 유지는 가능하다는 것이지, 한 해 만에 그 정도로 늘리라는 얘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올해 사상 최초로 국가 부채가 40%를 초과했는데 너무 급격하다. 국가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나라는 위험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며 “부채의 크기가 아닌 속도의 문제가 몹시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향후 국가 경쟁력을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채가 외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까?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은 늘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 빚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결론은 ‘국채 발행’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이 국채 발행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국가가 국채를 찍으면 누군가는 시장에서 사줘야 합니다.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할 때 회사채를 살까요, 국채를 살까요?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은 국채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회사채를 사들이는 비용으로 국채를 사게 됩니다. 결국 민간으로 가는 돈을 국가가 끌어다 쓰는 것일 뿐입니다. 더구나 현재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좋은 신용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잖아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관투자자가 국채를 사들여 기업 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 있습니다.”
 
  ― 만약 우리가 발행하는 국채의 일부분을 해외에서 사들인다면요.
 
  “우리나라 국채 비율이 빠르게 느는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눈에 우리나라 채권이 매력적으로 보일까요? 우리나라 채권이 디스카운트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한민국 국채가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빚을 내고, 결국 국채를 발행할 때 우리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를 사지 않아 발행에 실패하거나, 또는 매우 높은 이자율로 발행해야 합니다. 더구나 현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 한국에서 대규모의 자본 이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려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채가 안전 자산이 아닌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렵습니다.”
 
 
  개인 빚은 상속 안 하면 끝이지만, 국가 빚은 다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가 빚을 더 낸다고 치자.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갚아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재난지원금을 ‘미래 세대에 대한 내림 빚’이라고 부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의 얘기다.
 
  “개인 입장에서 부모가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면 ‘빚 상속’을 안 하면 끝입니다. 개인의 부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국가 부채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 세대가 잘못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 어려우니까 빚을 좀 더 내자, 지금 우리 정부가 당장 빚을 갚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 그래도 일단 돈을 푼다고 하니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국민들이 있죠.
 
  “국민 중에 세금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 48%(30만 개)는 돈을 벌지 못해서 세금을 내지 못하고, 근로자 중 39%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가가 지원금을 준 다음에 바로 나에게 부담을 시키면 화가 나겠지만, 나는 받는 사람일 뿐이고 빚을 갚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균등 배분하겠다는 재난지원금을 선호하는 근간이 됩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정부의 지원금이 미래 세대까지 가지 않고, 결국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이 정도로 대규모 지출을 한 것은 1998년 IMF 이후 처음입니다. 그나마 그때는 정부의 방향성이 좋았습니다.”
 
  ― 32년 만의 사상 최대 지출이군요.
 
  “IMF 때 한국의 재정은 외환 보유고가 없었지만 재정수지는 건전했습니다. 당시 정부 지출의 상당 부분은 공적 자금을 통해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전국적인 범위에서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었죠.”
 
  ― 정부가 대규모 지출을 하더라도 제대로 쓴다면 바람직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IMF를 극복한 이후에 ‘한국 정부의 선제적 조치로 예상보다 빨리 극복했다’는 논문을 해외 저널에 기고했습니다. 국가가 재정을 확대해도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30년 전보다 나쁜 요소가 곳곳에 포진돼 있습니다.”
 
  ― 어떤 것들이요.
 
  “노령화, 연기금 문제, 저출산, 지방자치단체에서 쏟아지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돈이 필요한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돈을 받아올 곳은 어려운 구조가 가중되고 있기에 더욱 큰 부담이 됩니다.”
 
 
  무책임한 정부의 넥스트는?
 
지난 4월 2일, 소상공인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경기신용보증재단 부천지점에서 직원이 소상공인의 대출상담과 심사업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이제 초반이다. 만일 기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근로자의 봉급을 삭감하고, 구조조정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가계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이 과한 추측은 아니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의 얘기다.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돈을 푸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듭니다. 감염을 치료했으니까 끝났다고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입니다. 세계적 불황 상황에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미중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겁니다. 미국, 유럽 등 물가가 올라갈 것이고,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겁니다. 전 세계로 연결된 경제 파급 효과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당장 국민에게 돈 퍼주겠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상황이 아닙니다. 국채 발행의 후유증을 어떻게 할 겁니까.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하는 정부라면 더 큰 위험이 왔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왔을 때 지방재정을 쓰지 않으면서 중앙재정만 쓰겠다는 것을 보며 ‘공유지(公有地)의 비극’이 떠올랐다. 재난지원금 지원을 일종의 분배로 생각하지 않나 싶다”며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최소한 2~3년 진행될 것이고, 실물 분야에서 경제 활동 중지로 제조업에 매우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처럼 금융위기라면 정부가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악성 채무를 없애는 방식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활동의 중단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 분야 대부분에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할 상황입니다. 대기업이 파산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기업에 가용돼야 할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중산층에 대한 현금 지원은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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