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김진우 전 미 국무부 보좌관이 보는 이란 전쟁 그리고 한국

“한국은 진정한 동맹이 뭔지 보여줄 기회 놓쳤다”

  •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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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전쟁 후 세계 질서 근본적으로 바뀔 것… 잘 해결되면 미국은 슈퍼파워 된다”
⊙ “미국 입장에선 이스라엘 제외하면 진정한 동맹은 이제 없어”
⊙ “미국, 이란의 전두환·박정희 같은 인물 원해”
⊙ “한국, 호르무즈 방어 지원 의사 밝혔으면 영국 수준으로 동맹 격상됐을 것”
⊙ “미국이 이란에 내민 조항, 타결이 아니라 이란 내부 분란 의도”
⊙ “이란 측, 쿠슈너에게 ‘고농축 우라늄 440kg 보유… 핵무기 11기 만들 수 있다’고 말해”

金珍祐
1967년생. 미 조지타운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예일대 박사 / 미 해군분석센터 작전분석그룹 군사작전·동아시아 담당 분석관, 미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핵 비확산·국토 및 국제안보 담당실 동아시아·북한 담당 선임분석관, 국제안보연구센터 연구위원, 미 국방부 장관실 총괄평가국 특별보좌관, 미 국무부 검증·준수·이행국 차관보실 총괄 선임보좌관 역임. 現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 너머:국가경영의 예술》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석유 시설이 3월 14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제 세계 질서는 이란 전쟁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김진우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단언했다. 김진우 박사는 미국 국무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여러 연구소에서 일하며 핵무기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아마 미국의 외교와 전쟁, 핵 정책에 있어 한국에서 가장 정통한 인물일 게다. 3월 26일, 그를 서울 서강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 이란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저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5월 말~6월 초쯤 마무리될 거라 말했어요. 전투기를 투입하는 등의 큰 작전은 4월 초에 끝나도, 석유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는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5월 말쯤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 마지막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현충일)가 지나면 미국인들이 여행을 가기 시작해요. 그러면 기름 값이 중요하게 느껴질 거예요.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이걸 해결해야 공화당이 중간 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전쟁 잘 마무리되면 여당 크게 이길 수도”
 
 
김진우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사진=조준우
올해 11월 3일 미국에선 중간 선거가 열린다. 상원 의원 100석 중 35석, 하원 의원 전체, 주지사 50석 중 36석, 워싱턴DC의 시장 및 준주지사 3석, 그리고 각 주의 주무(州務)장관(연방정부의 국무장관 격), 법무장관을 선출한다.
 
  - 올해 중간 선거는 공화당에 있어 큰 의미가 있겠네요.
 
  “민주당이 공언을 했잖아요.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탄핵 정도가 아니라 다 법적으로 조사하겠다고요.”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는 특히 중요한 선거네요.
 
  “참고로 1946년 이후 총 20번의 중간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중 18번의 선거에서 대통령이 속한 집권 여당이 하원 의석을 잃었습니다. 이는 지난 80년간 치러진 중간 선거의 9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만약 이번에 미국이 이란 전쟁을 잘 마무리하고 쿠바까지 영향권 아래 편입시키고, 석유와 가스 가격이 내려간다면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이길 수도 있습니다.”
 
  - 이란 전쟁을 계기로 세계 질서가 바뀌었다는 건 무슨 얘깁니까.
 
  “너무 많이 바뀌니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란에 친미(親美) 정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중립적이고 온건한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면 이건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이란과 러시아, 중국 간의 협력 관계가 깨지게 되지요. 북한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아랍, 이스라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 이번에 이란 방공망이 너무 쉽게 뚫리면서 중국산 무기의 허점이 드러났지요.
 
  “중국산 무기의 성능이 드러난 겁니다. 이란뿐 아니에요. 베네수엘라도 도입했던 중국산 무기를 제대로 못 썼어요.”
 
  김진우 소장은 “중동의 동맹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아랍이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어요. 이스라엘은 이번에 자신들의 슈퍼파워를 증명했습니다. 모사드(Mossad·이스라엘의 정보·특수작전 기관)의 작전 결과를 전 세계가 봤잖아요. 전투력을 제대로 보여줬지요. 거기에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국이에요. 이제 사우디도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려 하잖아요. 저는 이번 전쟁이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와 소련 붕괴(1991년)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 봅니다.”
 
  아브라함 협정(2020년)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 미국과 유럽 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 영국과 프랑스가 어떻게 나왔는지 보세요. 미국 입장에선 진정한 동맹은 이제 없는 겁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요. 미국과 영국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이제 없어질 겁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바뀔 거예요. 동맹의 개념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큰 기회를 놓쳤습니다.”
 

  - 어떤 기회였지요?
 
  “영국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방어 작전 참여 요구를 거부했을 때 한국이 미국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면…. 에스토니아가 그랬잖아요. 국력이 한국에 비해 훨씬 약한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가 그렇게 나오니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감동받았다고 하잖아요. 한국이 그랬다면 우리는 영국이나 프랑스 수준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격상됐을 겁니다.”
 
  3월 16일(현지시각)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자국과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더 큰 전쟁에 끌려들어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에스토니아의 마르구스 차크나(Margus Tsahkna) 외교장관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상황을 동맹과 논의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두 번이나 한국 거명”
 
  -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방어를 이야기하며 두 번이나 한국을 거명했지요. 동참해 달라면서요.
 
  “호르무즈해협을 지키는 게 우리나라의 국익(國益)에도 도움이 되잖아요. 그런데도 안 간 겁니다. 두 번 거명한 후에라도 지원 의사를 밝혔으면 괜찮았어요. 만약 우리가 이지스 구축함이라도 보내겠다고 했으면 미국은 감동받았을 겁니다. ‘이게 진정한 동맹국이다.’”
 
  - 따지고 보면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요.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했지요.
 
  “사실 미국이 전투함 파견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전투함을 보내면 정보를 줘야 하잖아요. 다음 작전 목표가 어디인지 등 알려줘야 되는데 이게 또 새어나갈 수 있으니까…. 인도주의적이거나 혹은 지원 병력 정도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선박을 보호해야 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도 안 한 겁니다.”
 
  -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괘씸할 수 있겠네요. 한국 전쟁 당시 수많은 미국 젊은이가 대한민국을 위해 피를 흘렸는데요.
 
  “이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만약 북한이 남침해도 ‘한국인끼리의 싸움’이라며 미국이 외면해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일본은 그래도 변명거리가 있어요. 헌법 9조가 있잖아요.”
 
  일본 헌법 9조는 제1항에서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 제2항에선 ‘육·해·공군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음’이라고 규정했다.
 
  - 만약 우리가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했다면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유리해졌을까요.
 
  “이거 주면 ‘즉시’ 저걸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외교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를 살펴봅시다. 케네디와 흐루쇼프가 당시 어떻게 협상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어요. 소련이 쿠바에서 탄도미사일을 철수하면 미국도 튀르키예(터키)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케네디가 그런 겁니다. ‘지금 말고 좀 있다가 철수하겠다. 지금 철수하면 내가 탄핵당할 수 있다.’ 소련이 먼저 미사일을 철수했고 미국은 나중에 조용히 철수했어요. 이것이 비공개 합의 내용이었고 나중에 공개되었죠. 이게 외교예요.”
 
 
  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훈
 
  -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미-소 정상 간에 핫라인이 설치된 데에도 그런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군요.
 
  “미국에서는 이런 말을 합니다. ‘누가 실제로 결과를 낼 수 있나?(Who can deliver?)’ 골프를 칠 때 잘 치다가도 보통 마지막에 무너지기 일쑤잖아요. 모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을 욕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럽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반드시 지킨다. 믿을 수 있다.’ 이렇게 돼야 해요. 한국은 이렇게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겁니다.”
 
  - 정말 중요한 순간의 외교란 그런 거군요.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잖아요. 이번에 한국이 진짜 동맹이 뭔지 보여줬다면 트럼프 대통령 성격을 감안할 때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이런 상황에 미국이 핵 잠수함 기술을 순조롭게 내줄까요? 기술을 안 주겠다고는 못 하겠지만 절차를 엄청 길게 끌고 갈 수는 있습니다.”
 
  - 그렇군요.
 
  “거기에 더해 우리 군인들은 전쟁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에 대응하는 경험은 책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전투 현장을 하나도 모르는구나 싶은 보도들이 많아요.”
 
  -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전 세계가 알게 된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지금까지도 한국의 소위 군사전문가들은 몇십 년 전의 전쟁을 가지고 분석합니다. 변한 걸 못 봐요. 기존의 이론은 그랬어요. ‘전쟁할 때는 군을 치고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리더십을 친다, 공군력으로는 정권 교체 못 한다.’ 그런데 이걸 뒤집어엎었잖아요. 정권 교체는 아니더라도 정권을 변하게 할 수는 있어요. ‘정권 편집’입니다. 이번에 이란이 바뀌게 되면 그동안의 논문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 공군만으로 전쟁을 시작하고 끝내게 될 수 있네요.
 
  “공군의 기본적인 공격 방식을 알아야 해요. 이걸 모르면 미국의 전략을 이해 못 합니다. 예를 들면 이란 공습 첫날 F-22(미국의 최강급 스텔스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썼어요. 바로 시드 오퍼레이션(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작전)입니다. 이 방법으로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無力化)한 거죠.”
 
 
  “특수부대 투입은 협상 대비한 심리전”
 
지난 2019년 5월 12일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활주로에 서 있는 미군 B-52 폭격기. 사진=연합뉴스

  연이은 그의 말이다.
 
  “그다음에 B-2가 들어갑니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폭격기지요. 이런 다음에 B-52가 들어갑니다. B-52는 폭탄을 대량 투하할 수 있지만 레이더에 바로 잡히는 폭격기예요. 제가 물병을 던져서 맞힐 수 있을지도 몰라요. B-52가 이란에 들어간 순간 생각했어요. ‘다 끝났구나’ 공격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니 B-52를 들여보낸 거니까요. 이후에 A-10(A-10 Thunderbolt II·일명 ‘워트호그’. 미국 공군의 근접항공지원 임무를 담당하는 쌍발 터보팬 공격기)과 아파치가 들어갔어요. 이런 공격 방식을 한국이 배워야 합니다. 중국도 이렇겐 못 해요.”
 
  -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얘기도 돌았잖아요
 
  “지상군을 투입하면 공화당이 찢어집니다. 만약 이란이 미군을 500여 명가량 죽였다고 하면 또 다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투입하긴 힘들어요. 지금 미국이 특수부대를 이란으로 보내고 있어요. 82공수사단(82nd Airborne Division), 75레인저 연대, JSOC(Joint Special Operations Command·미군 특수부대 통합 지휘부) 등등 다 보내고 있어요.”
 
  - 전투에 대비해서인가요?
 
  “협상에 대비한 심리전으로 봅니다. 이 부대들을 투입하면 어떻게 될지 이란이 생각하게 하는 거죠. 실제로 지상전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르그섬 그거 섬 하나 그냥 차지하면 되지’라고 하는데 이게 게임이 아닙니다. 진입하는 부대 있어야지, 공중에서 엄호해야지, 그 후에 지키는 건 또 다른 얘기예요. 군인들이 밥도 먹어야 될 거 아니에요. 문제는 한국 사회가 전쟁의 변화한 양상뿐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이란, ‘60%까지 우라늄 농축했다’고 말해”
 
  - 한국에서는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실수를 했고, 수세(守勢)에 몰렸다는 식의 보도까지 나옵니다.
 
  “트럼프가 앱스타인 파일 사태를 뒤집으려 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한국 언론에서 봤어요. 정말 국제 정세를 모르는구나… 안타까웠습니다.”
 
  - 미국이 이란 전쟁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뭐였을까요.
 
  “이란 전쟁 전에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하고 있었어요. 재러드 쿠슈너(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와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란에 가서 얘기할 때 이란 측이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우리는 고농축 우라늄을 440kg 보유 중이다. 60% 농축했다. 이걸로 핵무기 11기 만들 수 있다. 당신들이 뭘 할 수 있겠냐.’”
 
  - 60% 농축이 대단한 건가요?
 
  “20%까지 농축하는 게 어려워요. 20%에서 60%는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걸려요. 60%에서 90%로 가는 건 케이크 위에 크림 바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쉽진 않지만 어렵지도 않아요. 90%까지 가면 그냥 끝난 겁니다. 무기급인 거죠. 이런 이란의 핵 개발 상황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 그 말이 맞다면 이란이 상황을 오판(誤判)했네요.
 
  “전략적으로 판단하자면 협상을 제안했어야지요. 미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수 물질을 넣어 20%까지 희석을 하든, 방법은 많았어요. 이랬다면 전쟁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죠. 한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 ‘유대인들 로비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은 참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네요.”
 
  급기야 얼마 전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 비판에 나섰다. 지난 4월 10일 대통령은 이스라엘군(IDF) 일부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후 지붕 위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인 ‘Jvnior’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인용한 글이 이미 2년 전에 일어난 일을 영 다른 얘기로 포장한 가짜뉴스였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이에 대해 반박 성명을 내자 이 대통령은 거듭 SNS에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정도면 외교 참사급이다. 김 박사의 말이다.
 
  “이스라엘에 대해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편들면서 반유대인 감정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이스라엘은 큰 나라가 아니에요. 전라도 정도 크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투하는 걸 보세요. 이런 작전은 CIA도 못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첫날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4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모사드의 정보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사드, 몇십 년 동안 지켜보고 분석”
 
  - 모사드는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 있었을까요. 대비가 철저했을 텐데요.
 
  “몇 달 사이에 캔 정보가 아니지요. 몇 년, 몇십 년 동안 준비한 겁니다.”
 
  - 모사드의 휴민트들이 미행했겠지요?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모든 걸 분석했다고 보면 돼요. 평소 생활 패턴, 응급 상황 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걸 몇십 년 동안 지켜보고 분석한 겁니다.”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랜 기간 준비한 거군요.
 
  “네타냐후 정권 훨씬 전부터지요. 여당·야당 상관없이 한뜻으로 오랜 기간 지원한 겁니다. 한국이 이런 걸 배워야 합니다. 모사드가 2024년엔 레바논에서 삐삐 작전을 펼쳤잖아요. 이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작전했다는 겁니다. 이란이 중국의 화웨이 스마트폰을 쓰잖아요. 모사드가 휴대전화 판매업체를 차린 거예요. 이런 후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거죠.”
 
  - 스마트폰을 추적할 수 있었다면 거의 모든 정보를 다 가져갔겠군요.
 
  “이런 식인 거죠. 바시즈 사령관에게 전화해서 협박하는 겁니다. ‘당신 부인 이름이 이거지? 아들 두 명 있지? 바시즈에서 나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바시즈(Basij)는 현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민병대(준군사 조직)’로 이슬람혁명수비대 소속의 조직이다.
 
 
  “여야 상관없는 정치적 지원 중요”
 
  - 그런 작전이라면 우리도 북한을 상대로 할 수 있지 않나요? 북한에 진출해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를 활용할 수도 있고요.
 
  “할 수 있지요. 한국이 북한 정권을 상대할 때 이스라엘과 협조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 자체가 없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 후티(예멘의 반정부 무장세력)나 헤즈볼라, 이란에 무기를 팔잖아요. 우리가 이스라엘에 돈을 줘서 이스라엘이 위장한 채 사게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공조하는 거죠.”
 
  -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한다면 ‘북한 정권 편집’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군요.
 
  “정치적 지원이 중요해요. 야당이든 여당이든 구분 없이 지지하고 지원해 줘야 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보안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정치권 눈치 보면서 할 수 있겠어요? ‘이거 잘못했다가 감옥 가는 거 아니야?’ 이런 걱정을 하면서 위험한 일을 장기간 추진할 수 있겠어요?”
 
  - 그런 관점에서 보니 이스라엘이 정말 대단하군요.
 
  “이스라엘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파워를 이번에 본 겁니다. 사우디, UAE와 비교가 안 돼요. 중동 국가들도 이젠 그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군사적 현실을 실감했을 겁니다. 이스라엘이 마음만 먹으면 중동의 어느 국가라도 칠 수 있다는 걸요. 이번에 IDF(이스라엘 방위군)가 정말 어마어마한 걸 보여준 건데도 한국은 보도도 없어요.”
 
  - 유럽도 군사적 현실을 실감했겠군요.
 
  “NATO도 이번에 많은 걸 느껴야 해요. 미국이 유럽에 계속 경고했어요. ‘이란이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란이 사거리 4000km급을 쐈잖아요. 영국과 프랑스엔 PAC-3(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SM3(RIM-161 Standard Missile 3,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가 없어요.”
 
  - 결국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군요.
 
  “유럽의 근로자들은 1년에 4개월씩 유급 휴가를 가잖아요. 복지가 잘 되어 있지요.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미국이 국방비를 대신 부담하잖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한미군이 없다고 가정해 보세요. 우리가 그 이상 국방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경제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 한국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에 대해 거의 모른다는 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중동에 왜 분쟁이 있는지도 잘 모르더군요. 1916년에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오스만제국이 무너진 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 땅을 몰래 나눠 갖기로 한 협정) 때문에 문제가 시작된 겁니다. 이스라엘 문제를 알려면 밸푸어 선언(1917년, 영국이 이스라엘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아랍 국가들에도 약속)을 봐야 하고요.”
 
 
  “이란군이 주도권 잡는 것이 최상”
 
  -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군요.
 
  “이란 내부 역시 복잡합니다. IRGC(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이란 정규군은 관계가 애매해요. 서로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전쟁 후에 설거지할 게 얼마나 많겠습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정치적으로 잘 타협해야 하겠지요.”
 
  IRGC는 이란 정권을 지키는 별도의 부대다.
 
  - 이라크전의 경우 미국이 전후(戰後) 처리를 잘못했다는 비판이 많지요. 이라크 군대를 해산시킨 결과 이슬람국가(IS)가 탄생했다고요. 미국이 이라크전의 교훈에서 배웠겠지요?
 
  “들어가서 그 사회의 모든 걸 바꾸려 한 게 잘못이었지요. 도덕적으로는 시원했겠지, 그렇지만 인생이 그렇게 쉽게 바뀌나요? 사담 후세인을 따랐던 군대를 해산할 게 아니고 그냥 두고 변하게 했어야 했지요. 이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볼 때 최상의 시나리오는 IRGC나 바시즈가 아닌 정규군에서 주도권을 잡는 겁니다.”
 

  - 미국도 그걸 원하겠군요.
 
  “미국이 이란에 내민 15개 조항을 보니까 타결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에요. 이란 내부의 분란을 의도한 겁니다. 새로운 지도자가 올라올 수 있도록요. 이슬람 강경파가 아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군인이면 됩니다. 친미 성향이 아니어도 돼요. 반미(反美)만 아니면 됩니다. 한마디로 전두환이나 박정희 같은 인물인 거죠. 이 사람이 IRGC나 바시즈를 없애는 겁니다.”
 
  - 그런데 이란은 왜 바레인이나 두바이, 카타르 같은 나라까지 공격했을까요.
 
  “단일한 지휘부가 없어서지요. 살아 있는 문어 대가리를 자르면 다리가 각기 제멋대로 움직이잖아요. 지휘부가 없어져 연락이 안 되니 사전에 승인받은 작전들을 각기 펼친 것이지요. 공격한 곳들을 보세요. 호텔 같은 곳을 공격했잖아요. 제대로 계획한 공격이 아니라는 증거죠.”
 
  -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북한이 위험한 겁니다. 만약 북한이 이란 같은 상황에 빠졌는데, 함경북도의 어느 군부 지도자가 핵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지도부가 연락이 안 되네’ 하면서 미사일 버튼을 누른다면요. 여기에 이란은 아랍이 아니고 페르시아예요. 평소 아랍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UAE 같은 나라는 이란보다 훨씬 잘살잖아요. 이런 게 불편했을 수 있지요.”
 
  - 이번 전쟁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게 있다면 뭘까요.
 
  “무엇보다 미국이 어떻게 전쟁하는지 배워야 해요. 무기 판매하는 방법이나 이론 말고 진짜 싸우는 법 말입니다. 정보가 없다는 건 핑계예요. 기사도 많고, 영상 자료며 청문회 답변들도 있어요. 실전을 모르면서 핵 전략이니, 세컨드 스트라이크 능력(적이 먼저 핵 공격을 해도, 살아남아서 다시 핵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쉽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곤란해요.”
 
 
  “앞에서 싸우는 군인 우대해야”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벌써 한국 전쟁도 70여 년 전 일이 돼서 우리 군에 실전 경험이 부족하긴 하겠네요.
 
  “그리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앞에서 싸우는 군인을 우대해야 합니다. 월급을 많이 주든, 가족에게 지원을 확실히 하든 해야 합니다. 아니면 미국처럼 군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든지요. 미국은 군인을 존경하는 사회예요. 한국은 어떤가요? 직업 군인이라고 하면 가정형편이 안 좋거나 뭔가 부족할 거라는 일부 인식이 있지 않나요? 이런 걸 바꿔야 합니다.”
 
  - 외교 측면에선요.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Special Report with Bret Baier〉라는 뉴스쇼가 있어요. 오늘 보니 여기에 UAE 외무 장관이 출현해 영국식 악센트가 있는 영어로 또박또박 자국의 입장을 잘 설명하더군요. 미국 입장에선 한국 의견도 듣고 싶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장관은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아요.”
 
  - 이번 전쟁을 북한과 중국도 지켜보고 있겠네요.
 
  “북한과 중국은 긴장하면서 엄청 공부하고 있을 겁니다. 이란 전쟁이 잘 마무리되면 미국은 쿠바를 영향권 아래 두려고 시도할 거예요. 이건 중국에도 큰 충격이 될 겁니다. 쿠바는 상징성이 큰데다, 중국 군 기지가 쿠바에 좀 있거든요.”
 
  - 쿠바가 그렇게 되면 중남미 전체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게 되겠네요. 중국이 긴장할 만합니다.
 
  “중국 입장에선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오는 석유가 끊겼는데 이란까지 끊기면 어떻게 되겠어요. 중국은 식량도 수입해요. 돼지고기, 미국과 브라질에서 수입해 먹습니다. 아무 곳과도 교역 안 하고 살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밖에 없어요.”
 
  - 이란 전쟁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미국의 슈퍼파워가 더 강대해질 수도 있겠네요.
 
  “슈퍼파워 정도가 아닙니다. 그 옛날 로마제국 수준이 되는 겁니다. 군비 예산을 따져볼까요. 미국이 압도적 세계 1위예요. 특히 내년 군비를 기준으로 2위부터 34위 국가까지의 군비를 다 합쳐도 미국만 못해요. 이번에 입증된 공군력을 봅시다.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공군력을 갖춘 곳은 미 공군이에요. 2위는? 미 해군입니다. 3위가 러시아, 4위가 미 육군이에요. 5위는 미 해병대입니다. 중국은 끼지도 못 해요. 이게 진짜 힘입니다.”
 
 
  “미국, 옛날 로마제국 수준이 되는 것”
 
  - 쿠바까지 미국 영향권 아래 들어가면 세계 질서가 바뀌겠네요.
 
  “제가 농담으로 그랬어요. 트럼프가 이란과 쿠바를 잘 해결하잖아요? 러시모어산에 자리 하나 더 만들어야 된다고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러시모어(Rushmore)산에는 미국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조지 워싱턴(1대), 토머스 제퍼슨(3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이다.
 
  김 박사는 대화 내내 한국의 미래를 우려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1970년대 영국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 영국의 대처 총리 같은 인물이 지금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좀 더 상황이 안 좋아지면 등장하지 않을까요. 세금과 경제, 특히 재정 정책을 잘 아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아니면 그걸 전문가들에게 잘 맡길 수 있는 지도자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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