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재영 저널리스트 권석하의 마지막 영국 이야기 (권석하 지음 | 안나푸르나 펴냄)

40년 런던 관찰자의 마지막 기록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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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타계한 재영(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씨의 유고집. 경북 봉화 출신인 그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처음 영국에 건너갔다. 이후 줄곧 현지에 머물며 정치·역사·문화·건축을 두루 탐구했고, 영국인도 취득하기 어렵다는 예술문화해설사 자격증을 얻어 ‘블루 배지 가이드’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영국 사회의 깊은 내면을 《주간조선》 《월간조선》에 기고한 글들과 《영국인 재발견》 등의 저서들을 통해 한국 독자에게 전해 왔다.
 
  책의 핵심은 그가 ‘세속 삼권분립’이라 부른 영국 사회의 질서다. 입법·행정·사법의 분립을 넘어 ‘정치인은 권력만, 지식인은 명예만, 기업인은 재화만’ 가진다는 불문율이 영국 사회를 지탱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인들은 한 가지를 가진 사람이 다른 한 가지를 더 가지려 하지도 않고, 그것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하원의원이 지방의원에게 민원을 부탁해야 하는 현실, 상아탑에 머물며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는 지식인의 문화가 그 예로 제시된다.
 
  영국의 교육과 사회 구조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종종 불공정해 보인다. 폐쇄적인 명문 사립학교 네트워크, 교장 한 사람의 판단에 좌우되는 입학사정이 그렇다. 학연·혈연·지연이 없으면 대기업 입사조차 어렵다고 그는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를 ‘사회적 합의’와 ‘신뢰’에서 찾는다.
 

  여기에 영국인 특유의 삶의 태도, 그가 ‘애써 무심하기’라고 표현한 자세가 더해진다. 불만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태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가 만든 포스터 문구 ‘Keep Calm and Carry On’이 지금도 기념품에 새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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