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노인도 살기 좋은 나라 ④ 스웨덴

“요양원 대신 살던 곳에서 돌봄 받으며 독립적인 노후 보내”

  •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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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노인이 돌봄 대상 아니야… 각자에 맞는 맞춤형 지원
⊙ 스톡홀름,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노인 이동권 보장
⊙ 노인 돌봄 대상 선정되면 본인 부담 5% 수준으로 각종 복지 혜택
⊙ “스웨덴도 과거에는 한국처럼 방치형 요양… 20년 전부터 돌봄 문화 달라져”
⊙ “건강 비결은 정원 가꾸기와 부지런히 움직이기”(안데르센·96세)
⊙ 제2도시 예테보리, 정책 결정에 노인 참여
지역사회 돌봄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노인들이 친교 시간을 갖고 있다.
복지 모범 국가 스웨덴. ‘국민의 집(Folkhemmet)’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는 모든 국민을 위한 좋은 집이며 이 집(국가)에서는 누구도 소외되거나 뒤처지지 않으며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공유한다. 사회민주주의를 앞세우면서도 국가경쟁력은 상위권이다. ‘지속가능발전 보고서(SDR)’ 세계 2위(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 4위(2024년), 삶의 질을 보여 주는 지표인 ‘인간개발지수(HDI)’ 5위(2023년)를 기록했다.
 
  스웨덴 인구 1049만 명(2025년 기준) 중 노인(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9만 명(20.7%),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 노인 빈곤율은 15.8%다. 한국은 5169만 명 중 노인이 약 1051만 명(20.3%), 기대수명 84.5세로 스웨덴과 비슷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39.8%로 스웨덴의 2.5배가 넘는다.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HALE)’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웨덴이 약 74세, 한국은 약 72세다. 스웨덴 노인이 한국 노인에 비해 1~2년 더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에델 개혁
 
  19세기 스웨덴은 인구가 급증했으나 농업 중심 사회가 이를 부양하지 못했다. 1867~69년에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1850년부터 1930년까지 전체 인구 중 약 20%(약 150만 명)가 미국 등지로 이주했다.
 
  이민 행렬은 스웨덴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 실패한 사회’라는 자기반성을 불렀다. 이에 1930년대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국민의 집’이라는 국가 목표를 제시하고, ‘보편적 복지’를 추진했다.
 
  반세기가 지나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복지 덕분에 국민 평균수명은 늘고 노인 인구도 증가했지만,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겪으며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부득이 기존 복지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의료는 광역자치단체인 ‘란스팅(Landstin)’, 요양·주거는 기초자치단체인 ‘코뮨(Kommun)’이 담당했다. 책임을 나누는 바람에 노인 한 명을 두고도 기관 간 협력이 원활치 않았다. 1992년 단행된 ‘에델 개혁’은 요양원을 포함한 모든 장기요양시설의 책임 주체를 란스팅에서 코뮨으로 이관했다. 개혁의 직접적인 동기는 장기요양시설 입주를 기다리며 급성기 병상을 장기간 차지하는 ‘사회적 입원(bed-blocker)’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방치형 요양’이 스웨덴에서도 벌어졌다.
 
  비효율적인 복지를 해소하기 위해 스웨덴은 이른바 ‘살던 곳에서 여생 보내기(Ageing in Place)’, 재가(在家) 요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원이나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가능한 한 자기 집에 머물며 필요한 지원(빨래, 식사 등)을 받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불필요한 입원이 줄었고 지역사회 중심의 저비용·고효율 돌봄 체계가 구축됐다.
 
 
  290개 코뮨이 노인 돌봄 책임져
 
  스웨덴은 공공 서비스 책임이 ▲중앙정부 ▲지역(레기온·Region, 광역시·도에 해당, 21개) ▲지방자치단체(코뮨, 290개)로 분담돼 있다. 노인 돌봄도 이 구조를 따른다.
 
  국가 수준에서는 보건사회부가 사회서비스법과 같은 법률 제정으로 노인 돌봄 정책의 틀과 방향을 설정하고 상위 수준의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법적 기반은 제공하지만 복지 운영의 세부 사항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지역 수준에서는 주로 의료 서비스의 재정 조달과 제공을 책임진다. 의사 등이 제공하는 1~3차 의료 서비스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이 노인 돌봄 서비스 제공의 핵심 주체이다. 코뮨은 법적으로 담당 지역 노인의 사회 서비스, 재가 보건의료, 돌봄 요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스웨덴의 노인 돌봄 시스템은 전적으로 조세 수입으로 운영된다. 이는 코뮨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재정적 기반이 된다. 전체 비용 중 85~90%는 코뮨이 징수하는 지방세로 충당한다. 중앙정부 교부금이 약 5%, 이용자 본인부담금은 4~6%다. 이는 사회보험 방식에 기반한 한국식과 대조적이다. 서비스 접근이 개인의 지급능력보다는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보편주의 원칙이 강하다.
 

  스웨덴이 세금을 많이 징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방세는 32% 수준이다. 연소득 52만 3200크로나(약 7850만원)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20%를 추가로 내야 한다. 국세를 추가로 내는 고소득자는 최고 세율이 약 56.4%까지 올라간다.
 
  스웨덴 복지 급여는 가족이 아닌 개인을 단위로 한다. 이는 개인의 독립을 중시하기 때문인데 노인복지에도 적용된다. 스웨덴 노인들은 자녀나 친인척 등 의존적인 돌봄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은 “스웨덴 노인복지 체계는 사람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다.
 
 
  노인 돌봄 받으려면 코뮨 평가 거쳐야
 
  공적 재원으로 지원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코뮨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공무원 격인 케어 매니저가 노인 돌봄의 필요성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욕구 심사’라고도 하는데, 이 과정은 개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됐으나 표준화된 평가 도구가 없다. 코뮨마다 심사 기준과 결과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스톡홀름의 한 노인 돌봄 기관에 근무하는 안나 씨는 코뮨마다 사정이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에서는 욕구 심사를 통과하는 게 수월합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지자체에서는 노인 돌봄에 필요한 평가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청자의 욕구 심사 결과에 따라 돌봄 지원 범위가 결정된다. 재가 지원 서비스는 목욕, 옷 입기 등 신체활동 지원과 쇼핑, 청소, 세탁 등 가사활동에 해당한다. 주택 지원 서비스는 노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택 환경을 개선(개조)하거나 노인 거주 전용 주택을 제공한다. 이 외에 식사 배달 서비스, 교통 서비스, 전구 교체 등 가사 도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욕구 심사 결과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 ‘특별 주거’를 제공하는데, 요양원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진다.
 
  돌봄 비용은 ‘비용 상한제(Maxtaxa)’가 적용된다. 이는 재가 돌봄 서비스, 주간활동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개인이 지급하는 월별 부담액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2024년 기준 상한액은 약 2350크로나(약 30만원)다. 아무리 많은 돌봄 서비스를 받더라도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이 상한액을 넘지 않는다. 실제 돌봄 비용에 대한 지급액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개인소득에서 주거비와 생활을 위한 ‘보호금액’을 공제한 후 남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소득(자산)이 낮은 노인은 돌봄 비용이 면제된다.
 
  2021년 스웨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재가 돌봄 직원들은 65세 이상이거나 기능 장애가 있는 이들 약 25만 5000명을 지원했다.
 
 
  비영리 노인 돌봄 기관 블롬스터폰덴
 
한스(왼쪽)와 올레 씨가 운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운동 기구는 균형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요양원에 입주한 스웨덴 노인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나츠카(Nacka)의 살트쇠스텐(SaltsjÖsten)을 가봤다. 이곳에는 블롬스터폰덴(Blomsterfonden)이 운영하는 요양원이 있다. 블롬스터폰덴은 1921년 설립된 비영리 노인복지단체로 ▲노인 임대주택(5곳) ▲요양원(4곳) ▲재가 방문 서비스 제공 ▲노인 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약 3억 8400만 크로나(약 576억원)였다. 여기에는 노인 주택 임대료, 재가 돌봄, 요양원, 기금 모금 및 회비 수익이 포함된다. 직원 수는 약 500명이며 재가 돌봄 노인 2000명, 요양원 223명을 돌본다. 월 입주 비용은 6000~1만 2000크로나(약 90만~180만원)다. 이 중 본인 부담은 5% 수준이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재개발 구역에 새로 지은 5층짜리 24시간 돌봄 요양원이다.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2026년부터 65세 이상)인데, 평균 입주 나이는 77세다. 주로 재가 요양을 한 뒤 다음 단계로 요양원 입주를 선택한다.
 
  요양원은 주택, 유치원과 한 구역에 있다. 이는 주택-교육-돌봄을 결합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살고 성장하며 생활하는 동네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블롬스터폰덴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 입주했다. 시설 입원은 지난 4월부터 시작했고 지난 9월 3일 정식 개원했다. 건축 당시부터 부동산업자와 의견을 나누며 시설을 설계했다.
 
  기자가 방문한 9월 19일 요양원에서는 노인 25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형태는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1인 1실인데 최다 8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중 40실은 치매 환자를 위한 공간이다. 부부를 위해 투룸 형태인 공간도 있었다. 방 사이에 이동식 벽이 설치돼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개인별 맞춤운동
 
블롬스터폰덴 책임자 크리스텔 씨(왼쪽)와 살트쇠스텐 지역을 총괄하는 요나스 씨.
  블롬스터폰덴에 근무하는 크리스텔 씨는 “치매 환자를 배려하기 위해 벽지 색상부터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바닥에는 동작 감지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넘어지면 요양보호사에게 경보가 전달된다. 천정에는 자동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거동이 힘든 이들도 비교적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주방에는 금고도 있었는데, 이 금고에 약을 보관한다. 금고를 개방할 수 있는 이는 입주자 본인과 시설 관리자뿐이다.
 
  5층으로 올라가니 한스(86)와 올레(92) 씨가 운동하고 있었다. 한스는 실내 자전거를, 올레는 판에 올라 게임을 하듯 균형을 유지하는 동작을 이어 갔다. 한스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휠체어를 탔지만 매일 20분씩 실내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길렀고, 이제는 스스로 걸어다닌다.
 
  간호사 경력 30년 차인 요양원 관리자 요나스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노인을 위한 운동이 걷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근력과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입주자들은 개인별 맞춤 운동을 합니다. 각자 카드가 있는데, 이를 운동기구에 갖다 대면 알맞은 운동 강도가 설정됩니다.”
 
  운동기구는 공기압을 이용해 운동 강도와 무게를 조절하는 형태였다. 무거운 금속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됐다.
 
  운동을 마친 두 노인은 응접실로 이동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루 2차례 프로그램이 열린다. 입주자들의 의견을 받아 내용을 짜는데 영화 시청부터 포도주 시음 등 다양하다. 프로그램 활동 교사인 제시카 씨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노인들이 어떤 활동을 할지는 입주자회의에서 결정한다. 노인들의 의견을 우선한다”고 했다.
 
  “건물 아래에 있는 유치원과도 협력합니다. 세대를 통합하고 서로에게 멋진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10~20년 전 스웨덴의 노인 돌봄은 꽤 지루했고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밥을 먹고 잠만 자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 있는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와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매 순간이 즐겁도록 해야 합니다.”
 
 
  “스웨덴도 과거엔 한국처럼 병원식 운영”
 
  제시카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소풍 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동할 때는 ‘페르디옌스트(Färdtjänst)’를 이용한다.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활용하는 공공 이동 지원 시스템이다. 대중교통 요금 수준으로 택시를 탈 수 있다.
 
  요나스 씨가 한국의 노인 돌봄은 어떤 방식인지 물었다. “노인 관리가 쉽도록 병원식으로 관리한다”고 했더니 “과거 스웨덴도 병원식으로 운영됐으나 이제는 달라졌다”고 했다.
 
  요양원은 층마다 6명의 요양보호사가 3교대로 근무하며 노인 21명을 돌보는 방식이었다. 24시간 돌봄인데, 야간에는 요양보호사가 주간보다는 줄어든다.
 
  한스 씨와 올레 씨는 요양원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들은 재가 돌봄 서비스를 받다가 자녀의 권유로 요양원에 입주했다.
 
  블롬스터폰덴의 한 관계자는 “재가 돌봄의 질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지자체 예산 문제로 노인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스웨덴도 재가 돌봄을 맡을 직원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돌봄의 질과 연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노인으로선 너무 많은 도우미를 만난다는 느낌을 받아 돌봄 직원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WHO ‘고령 친화 도시’
 
예테보리에 거주하는 라스 씨. 해군 장교 출신으로 3개월 뒤면 80세이다.
  스톡홀름은 2015년부터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에 참여해 왔다. 2007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해 온 노인 친화 도시는 ‘활기찬 노년(Active Ageing)’을 핵심으로 하는데 8가지를 평가한다. ▲외부 공간 및 건물 ▲교통 ▲주거 ▲사회적 참여 ▲존중 및 사회 통합 ▲시민 참여 및 고용 ▲의사소통 및 정보 ▲지역사회 지원 및 보건 서비스다.
 
  스톡홀름에 사는 안나(82) 씨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전완 목발을 낀 채 밖을 돌아다닌다. 그는 “스톡홀름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이 잘돼 있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버스는 차고(車高)가 낮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죠. 무엇보다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해요.”
 
  스톡홀름에는 노인학 분야에서 실용적인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는 노인복지재단인 엘드레센트룸(Äldrecentrum)이 있다. 1986년 스톡홀름시와 시의회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엘드레센트룸이 2019년 스톡홀름 거주 65세 이상 노인 25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0% 이상이 스톡홀름이 살기 좋고, 거주하기 좋고, 나이 들어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엘드레센트룸의 라스 씨는 조사를 통해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자원봉사 활동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엘드레센트룸은 단순 설문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SNAC-K)부터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평가(Matlyftet), 치매, 임종 돌봄과 같은 특정 문제에 대한 심층적 조사를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인이 원하는 도시가 무엇인지 발굴하며 노인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자랑 NEAR
 
  스웨덴에는 대규모 정보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매 등 노년 질환·질병을 최전선에서 마주하며 대응하는 조직이 있다. 2018년 설립된 NEAR(National E-infrastructure for Aging Research)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예테보리대, 스톡홀름대 등 6개 대학·연구기관이 국가 차원으로 참여한다. 국가 차원에서 스웨덴 노화를 연구하는 통합 기반 조직인데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학제(學際)적 연구가 특징이다. 연구실에서 밝혀낸 과학적 사실이 노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천한다.
 
  NEAR는 15개의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집단) 연구 자료를 통합해 운영한다. 9만 명 이상의 고령자를 12년에서 최장 52년까지 추적한다. NEAR는 치매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 20~35년간 스웨덴에서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는 ‘출생 코호트 효과’를 규명했으며, 교육 향상, 심혈관질환 관리 개선 같은 공중보건 발전이 치매 감소의 주요 원인임을 밝혔다.
 

  NEAR를 책임지는 카롤린스카 연구소 데보라 리주토 박사는 “새로운 기술, 정보, 학제적 접근을 통합해 노화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며 “NEAR 연구자들은 노화와 이에 따른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 세계와 협력해 NEAR를 북유럽 노화 연구의 선도적인 인프라(기관)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400km 떨어져 있다. 예테보리도 WHO가 선정한 노인 친화 도시다. 예테보리 거주 노인 일부가 자원봉사 형태로 ‘미래개발자(Framtidsutvecklare)’라는 명칭으로 정책 구상에 참여한다. 2019년 노인 170명이 지원했고 27명이 선발돼 활동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고령 친화 도시 예테보리 2021-2024’ 실행계획 수립작업에 참여했다.
 
 
  예테보리의 ‘미래개발자’
 
  미래개발자들은 ‘이야기 벤치(Pratbänken)’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와 같은 기반시설 구축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는 실제 노인 인구의 필요와 욕구와 동떨어질 수 있는 하향식 정책 결정의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예테보리시는 WHO가 제시한 노인 친화 도시 8개 기준 중 6개 사항을 먼저 진행했는데, 여기에도 미래개발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이야기 벤치, ‘활동 친구(Aktivitetskompis)’ ‘지역사회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벤치는 노인들이 직접 선정한 장소에 약 20개의 특별히 디자인된 벤치를 설치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갖도록 한다. 활동 친구는 노인들이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혼자 가거나 야간 활동의 안전 문제 때문에 주저한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이야기는 노인들이 자기 삶을 이야기로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연령 차별주의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예테보리에서 만난 또 다른 라스(79) 씨는 스톡홀름이 고향이다. 해군 장교 출신이다. 연금을 모아 스톡홀름에 산 집을 처분하고 2004년 예테보리로 이주했다.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해 온 그는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부부의 연금 수급액은 4만 크로나(약 600만원)다. 세금을 제하면 3만 크로나쯤 된다. 마지막 봉급의 60%를 연금으로 받는다. 라스 씨는 젊은 시절 세금을 너무 많이 내 불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연금 수급 생활을 하니 아무 걱정이 없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보통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수급 시점을 늦추면(70세)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저는 정부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지 않아요. 이미 충분한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돌봄 서비스나 가사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면 제 돈을 내고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씩 부릅니다. 스웨덴 노인이라고 모두 돌봄 혜택을 받는 건 아니에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볼 땐 200크로나(약 3000원)를 냅니다.”
 
 
  직접 운전하는 96세 안데르센 씨
 
예테보리에 거주하는 안데르센 씨. 올해 96세인 그는 여전히 운전을 한다.
  기자가 이제껏 본 노인 중 가장 활동적인 인물을 예테보리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안데르센(96) 씨. 부인과 사별한 후 고양이와 함께 산다. 직접 운전도 하는데 이를 보곤 놀랐다.
 
  안데르센 씨의 건강 비결은 정원 가꾸기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00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이라고 했다. 1991년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됐다. 건강한 덕분에 노인 돌봄 대신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80세를 넘긴 덕분에 병원 진료비는 내지 않는다. 가사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용을 사비로 지급해야 한다. 1~2주에 한 번씩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매달 2만 4000크로나(약 360만원)를 연금으로 받는데, 수급액이 많지 않아 면세라고 했다. 그에게 건강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하세요(Do something).”
 
  스웨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연금 제도가 잘 구축돼 있고, 연금 혜택이 적은 노인은 다른 방식으로 노후를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점점 줄어들 텐데도 이에 대한 우려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국가의 복지를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스웨덴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린네대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 식 복지는 엄청난 인적·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개혁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은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은 빚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1930년대에 시작해 1970년대까지 40년간 차분히 준비해 기초를 다져 놓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경제에 재투입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교육복지 등으로 경제위기에 강한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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