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스라엘, 이란 정권 교체 작업을 성급하게 밀어붙여
⊙ “전쟁을 ‘정밀 외과수술’이라 부르던 적들은 오늘 밤 무슨 말을 할까?”
⊙ 강경 보수파 야즈디가 키운 하카니 신학교 출신들이 혁명수비대·정보기관·민병대·사법부 장악
⊙ 혼맥으로 이어진 집권 엘리트들
⊙ “쿠르드족 도시에 혁명수비대 배치… 봉기한다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어”(쿠르드족 지인)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 대학 이슬람연구소 이슬람학 석사, 同 박사과정 수료, 이란 테헤란 대학 이슬람학 박사 /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現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합참 정책자문위원 / 저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공저) 《벌거벗은 세계사: 권력자편》(공저)
⊙ “전쟁을 ‘정밀 외과수술’이라 부르던 적들은 오늘 밤 무슨 말을 할까?”
⊙ 강경 보수파 야즈디가 키운 하카니 신학교 출신들이 혁명수비대·정보기관·민병대·사법부 장악
⊙ 혼맥으로 이어진 집권 엘리트들
⊙ “쿠르드족 도시에 혁명수비대 배치… 봉기한다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어”(쿠르드족 지인)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 대학 이슬람연구소 이슬람학 석사, 同 박사과정 수료, 이란 테헤란 대학 이슬람학 박사 /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現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합참 정책자문위원 / 저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공저) 《벌거벗은 세계사: 권력자편》(공저)

- 3월 11일 거행된 알리 하메이니의 장례식. 새 지도자 모즈타바,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메이니와 혁명수비대·군 지휘관들의 사진이 보인다. 사진=EPA/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마러라고 회담 전날인 12월 28일 이란에서는 급등한 환율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에 성난 상인들이 시위에 나섰고, 학생과 시민이 여기에 합류하였다. 이란의 시위는 익히 알려진 대로 올해 1월 7일 정점에 이르렀고, 8일과 9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며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돕겠다”고 공언했고, 결국 핵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 내지 못하자 ‘핵개발 저지, 시위대 지원, 탄도미사일 제거’를 공언하면서 기습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전쟁이 발발하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정부 수뇌부를 제거하면 이란이 손 들고 나올 것으로 기대했을지 모르나, 이란의 저항은 예상보다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혹스러워할 정도다.
독재자에서 순교자가 된 하메네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란 국민은 1월 시위가 강경 유혈 진압을 당하면서 반정부 시위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컸다. 경제도 어렵고, 정권이 바뀌었으면 한다는 열망도 있었으며, 희생자에 대한 추모 분위기도 있었다. 그럼 하메네이 사망에 얼마나 기뻐할까?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평소에도 여론조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전시(戰時)에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하메네이를 싫어했던 사람들에게도 하메네이 사망이 ‘좋은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하메네이가 살아 있으면 비판하고 조롱했겠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메네이가 ‘순교자(殉敎者)’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느 종교 전통과 마찬가지로 시아파의 종교사상에서도 순교자는 큰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불구대천의 원수의 손에 목숨을 잃었으니, 하메네이의 죽음은 대단히 고귀한 사건이 되었다. 필자의 이란인 지인(知人)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늙었고, 병들기까지 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 보라. 이보다 더 아름다운 죽음은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고귀한 죽음은 없을 것이다. 조국과 국민, 그리고 그의 목표에 바친 죽음. 누가 그 죽음을 가져왔는가? 바로 역사상 가장 간악한 배신자다. 하메네이는 자신의 피를 흘리며 춤을 추며 사라졌다. 춤을 추며 떠났다. 어떻게 그의 삶의 이야기가 끝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완벽하게, 이보다 더 완벽하게 끝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하메네이 제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실수였다는 평가다.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이란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판(誤判)이다. 이란은 과거 이라크나 리비아와 다르다. 이라크나 리비아는 1인 독재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란은 나름의 체제와 제도가 작동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지도자 한 사람이 제거된다고 곧바로 국가가 바뀌지는 않는다.
미국, 정권 교체 너무 서둘러
이란 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 작업을 성급하게 밀어붙였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전복한 여러 무슬림 국가 및 유고슬라비아·우크라이나 같은 비(非)무슬림 국가는, 미국이 반정부 인사들에게 먼저 자금과 지원책을 제공하고, 언론을 이용하여 분열을 조장하고, 여러 집단 간 갈등을 부추겨 상황을 격화시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 단계적으로 정권 전복을 추진했다. 이란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른 경우와 달리 매우 서둘렀다는 말이다. 서두른 나머지 모든 것을 전장(戰場)으로 끌어와 매우 공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아이를 강제로 꺼내려고 하면 당연히 비용과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산모와 아이 모두 사망하거나, 산다 해도 장애를 안고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며 지내야 한다. 이번 이란의 경우, “임신하지도 않은 이웃과 심지어는 뻔뻔스러운 사람들까지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전쟁 전 미국은 이란 국민에게 “트럼프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 이번 기회를 잡고 민중 봉기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전쟁으로 “이란 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줄 테니, 시위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라”고 하였지만, 공습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시민들이 시위에 나오려면, 지상군을 투입해 혁명수비대(IRGC)를 제어하거나, 혁명수비대에서 분열이 생겨 시위대에 가담해야 정권에 대항해 싸워 볼 가능성이 열린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수년 동안 공습해서 후티 반군이 사라졌는가?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공습만으로 비무장한 시민들이 정부를 전복할 수 있을까? 하메네이 사망 직후 공개적으로 기뻐하던 사람들을 당장 체포하지는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후 “소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적군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가 나왔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테헤란의 하늘은 평소와 다른 색이었다”
지난 1월 반정부 시위에 나선 사람들도 무자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넋을 잃은 듯하다. 전쟁 전 그들은 현 체제가 너무 싫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정권을 끝장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메네이가 사라지자 그토록 바라던 변화가 마침내 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퍼부어 대는 폭탄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는 사람들이 보인다. 정권이 아무리 싫어도 나라를 이렇게 망가뜨리는 것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냐는 뜻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석유저장소 공격으로 이틀간 해를 볼 수 없는 아침을 겪어야 했던 테헤란 시민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 필자의 이란 지인이 한 말이다.
“어젯밤, 테헤란의 하늘은 평소와 다른 색이었다. 3월의 부드러운 달빛이 아닌, 마치 상처처럼 붉은 불꽃이 휘발유 저장소의 심장부에서 솟아오르는 듯했다. 국경 너머, 이야기를 전하는 자들, 한때 전쟁을 ‘정밀 외과수술’이라 부르고 폭탄을 ‘사람들의 몸을 스치듯 지나가는 아름다운 미니어처 메스’라 불렀던 적들은 오늘 밤 무슨 말을 할까? 테헤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글로 썼을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느꼈다. 매일 2000만 리터의 휘발유를 숨 죽여 기다리던 사람들은 도시의 동맥이 하나씩 불타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1500만 명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던, 조용하지만 생명의 동맥과 같은 연료 저장소가 공격 목표가 되었다. 텔레비전 속 외과의사들은 도대체 어떤 장기(臟器)를 노린 것일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도시의 심장을 수술하는 것일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중략) 내일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있는 도시의 연료 저장소에 떨어지는 폭탄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
“후계자 모즈타파, 실종 가능성 높아”
하메네이 사망 후 공석이 된 최고지도자 자리에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Mojtaba)가 올랐다. 2월 28일 전쟁 개시 공습에서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 어머니, 아내, 아들, 여동생 부부, 조카를 모조리 잃은 모즈타바는 이란 공식 언론에 따르면 ‘영예롭게 다친 용사’다.
최고지도자가 선출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란의 아랍 지역인 후제스탄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아와즈 자유당에서는 이런 성명을 냈다.
“혁명수비대는 하메네이 일가의 완전한 실종이 이라크, 레바논, 예멘 및 이란 내 민병대의 즉각적인 붕괴를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모즈타바의 이름을 사기를 진작시키고자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통제로 사용하였다. 모즈타바가 아버지와 함께 실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정권은 정보기관이 장악하여 그림자 정부를 운영하면서, 정권 구조의 불투명성을 악용하여 최고지도자라는 직함을 내세워 실권을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은 지지자들을 속이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부재(不在)할 경우 혁명수비대와 군 내부에서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리라 우려한다. 지지자들은 왕조가 계속되리라 믿고 있다. 정권이 여전히 원활한 권력 이양이 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거짓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는 전례 없는 내부 붕괴를 겪고 있다. 아와즈인들은 최고지도자-아버지든 아들이든-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테러리스트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우상(偶像)의 몰락은 이미 일어났으며, 남은 것은 정보기관의 어두운 방에서 울려퍼지는 메아리뿐이다. 최고지도자라는 직함과 정권 모두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다.”
하카니 신학교
아야톨라 메스바 야즈디. 사진=X(옛 트위터)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지 4일 만에 결사항전을 촉구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글로만 발표하였다. 따라서 모즈타바가 어떤 상태인지는 여전히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모즈타바는 이란 강경파의 막후 실세(實勢)다.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가 노령인 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는 2005년 대선 때 라프산자니와 카루비가 처음으로 직접 제기한 의혹으로, 이후 사라지지 않았다.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강경한 혁명 2세대로 이슬람 혁명과 체제 수호에 모든 것을 건 인물이다. 성직자(호자톨레슬람)이지만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아버지와 관계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비공개 행보를 계속해 왔고, 최고지도자실의 실세 권력으로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지난 1월 시위 진압을 주도했다고 반대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모즈타바의 스승은 강경보수파 아야톨라 메스바 야즈디(Mesbah Yazdi·1934~2021년)이다. 반정부 만평가 니카항 코우사르(Nikahang Kowsar)는 2000년 메스바 야즈디를 악어로 묘사하는 만평을 그렸다가 6일간 구속되기도 했다. 야즈디는 하카니(Haqqani)파의 수장이었다. 하카니는 1964년 이란 종교 도시 곰에 설립된 호우제(Howzeh), 즉 성직자 양성 신학교 이름이다. 여기에서 야즈디가 가르친 학생들이 이란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1979년 혁명 이래 이란의 정보장관은 하카니 학교 출신이 압도적이고, 혁명수비대·민병대·사법부 등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한다. 하카니파는 이란 사회가 이슬람적 가치에서 심각하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여, 성직자들이 혁명정신에 맞게 사회와 정부를 엄격히 통제해야 하며, 반대하는 적은 폭력을 써서라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야톨라 아마드 타바솔리는 2005년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란의 혁명수비대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호자티예(하카니파의 다른 이름)가 납치했다”고 할 정도로 야즈디의 정신적 제자들이 현대 이란을 장악하였다.
모즈타바 스승 야즈디, 핵무장 주장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이슬람공화국 체제 수호의 전위대이자, 거대한 정치·경제 기득권 세력이다. 사진=이란 대통령실메스바 야즈디의 이슬람 사상은 대단히 근본주의적이고 강경하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 아니라 주권재신(主權在神)을 신봉한다. 최고지도자는 신이 선택하였고 세상 종말에 돌아올 ‘12번째 이맘’의 대리자이기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다.
2005년 대선부터 이란은 하메네이, 모즈타바, 야즈디, 아마디네자드 등 강경파 성직자와 정치인들이 이슬람 혁명과 체제 수호를 위해 단합된 힘으로 이란을 완전히 장악해 왔다. 혁명수비대는 정보부를 제치고 자체 정보부를 구성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위상이 더욱 높아져 정권 수호의 핵이 되었다.
야즈디는 고위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긍정한 인물로, 2005년 발행하여 소수만 열람한 《이슬람 혁명, 역사적 정치변동》이라는 책에서 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암시하였다.
〈“적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무기를 반드시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못 하는데, 그들만이 그렇게 특별한 무기를 만들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이슬람의 가르침 아래에서, 모든 장비와 물질적 도구를 동원하여 적에게 사용하여 적이 군사적으로 우월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무슬림은 가장 뛰어난 군사 장비를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특정한 무기를 강대국만의 독점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프리메이슨 음모론’ 신봉
3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반이란 집회. 하지만 혁명수비대 등 기득권 세력이 강고해서 이란 정권 교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메스바 야즈디가 말하는 ‘적’은 미국을 위시한 서구와 이스라엘이다. 반미주의·반시온주의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념이다. 이란의 반미주의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신념 체계로, 미국에 대해 가지는 단편적인 적대감이나 불편한 느낌 정도의 반미 감정보다 강도가 크고 깊이 내면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시온주의는 미국의 지원 아래 시온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팔레스타인을 ‘불법 점령’하여 국가를 세운 현 이스라엘 체제에 대한 반대 기제다. 이스라엘 국가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 시온주의를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 목표이기에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
야즈디와 일부 종교인들은 유대교 카발라 전통에서 나와 종교 없는 세속주의를 전 세계로 전파하는 프리메이슨(Freemason)이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만든 미국 정부는 세계를 미국화하기 위해 세계를 협박하고, 국제관계를 위협하며, 세속주의를 널리 퍼뜨리는 제국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유대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란 종교인과 신학생이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 미국은 단순히 이스라엘을 지원하기에 적이 아니라, 세속주의를 전 세계에 퍼뜨려 종교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거대한 악(惡)의 제국이기에 적이다. 이들은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이 프리메이슨이 꿈꾸는 세속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힘 있는 자만이 생존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신을 믿으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저항운동이라고 받아들인다.
혼맥으로 이어진 집권 엘리트들
이란 사회 통치 엘리트의 중심축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다. 이 두 그룹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란의 현실정치에서 깊은 관심을 지니고 보아야 할 점은 성직자 가족에서 정치 엘리트를 계속 배출하고 성직자들이 기득권을 이어 간다는 것이다. 성직자가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세속적 엘리트들이 정부 내에 분명 있음에도 기존의 성직자 가족과 제자의 연대(連帶) 틀이 상당히 단단하여 쉽게 허물어뜨리기 어렵다.
든든한 가족·제자 간 연대의 실례를 들자면, 먼저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 모센 레자이는 초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 증손녀의 시아버지다. 사법부 수장(首長)을 지낸 아야톨라 사데그 라리자니의 바로 큰형은 인권담당관을 지낸 모함마드 자바드 라리자니이고, 작은형이 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다. 이들의 사촌 형제 타발로키는 국회의원·국회연구센터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대(大)아야톨라 미르자 하셈 아몰리(Mirza Hashem Amoli·1899~1993년)인데, 아버지의 제자들이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하였다. 이란 최초 비성직자 출신 국회의장을 지낸 핫다드 아델은 모즈타바의 장인이다. 테헤란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 알리 모타하리는 혁명 직후 혁명위원회 의장이었던 아야톨라 모르타자 모타하리(Mortaza Motahhari·1920~1979년)의 아들이다. 여동생은 알리 라리자니의 아내다.
잠재적 정치 엘리트 ‘호자톨레슬람’
이처럼 성직자를 중심으로 남자 가족들, 그리고 제자들이 서로 얽혀 현 이란 사회 곳곳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와 비교했을 때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성직자 집안 출신도 아니고 종교 교육 배경도 없는 것이 최대 결격 사유였다. 혁명수비대라는 상당히 단단한 외피를 두르고 있음에도 효용가치가 다한 카드처럼 하메네이 측근이 버린 이유가 아마디네자드의 비성직자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종교인 배경을 최대로 활용하여 하메네이와 불화가 있었음에도 국정조정위원장을 연임하며 권력을 누렸다.
성직자가 우대받는 이란 사회 현실을 생각하면, 이란의 신학교 학생을 단순히 학생으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이란이 이슬람 체제를 완전히 포기하기 전까지 이들은 잠재적인 정치 엘리트다. 일반 학교 학생에 비해서도 이들의 학생 생활은 더 나은 편이다. 소외된 곳에 정규적으로 가서 설교와 종교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학비 무료에 매달 보조금을 학교로부터 받는다. 메스바 야즈디는 신학생들이 오랫동안 공부해도 일반 학교처럼 석사나 박사 학위를 따로 주지 않기에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전통 신학교를 현대적 요구에 맞게 부분적으로나마 개혁하였다.
현재 이란 사회에는 ‘호자톨레슬람’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성직자들이 약 10만 명 정도다. 반드시 성직자 복장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일반인과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관계에 나아가도 성직자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알리 라리자니의 형 모함마드 자바드 라리자니는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성직자 출신이지만 양복을 입고 다닌다. 잠재적 정치 엘리트인 호자톨레슬람은 총선이나 전문가의원 선거 등을 거쳐 정부 요직에 나아갈 기회가 일반 세속적 엘리트보다도 많다.
혁명수비대로 권력의 추 기울어
성직자와 더불어 혁명수비대 출신들은 현 이란 사회의 통치 엘리트다. 아마디네자드 집권 이래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의 고위직 진출은 현란할 정도다. 혁명수비대는 정부 부서뿐 아니라 민간 경제 영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79년 3월 호메이니의 명령으로 설립된 모스타자판 재단(Bonyad-e Mostazafan)은 이란 국영석유회사 다음으로 큰 기업이다. 비록 혁명수비대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그 영향권 아래 있다. 공식적으로는 비정부기구이지만, 최고지도자가 이사로서 재단 사무총장을 임명한다. 수익의 50%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 나머지 50%는 다양한 사업에 투자한다. 석유화학, 건설, 농업, 관광, 교통, 호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에텔라트(Ettelaat), 카이한(Kayhan) 등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 잠잠콜라(Zamzam Cola)와 같은 음료도 이곳에서 공급한다.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지원하는 돈의 출처로 알려져 있다.
정부 소유 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혁명수비대 관련 회사들이 정부 발주 사업을 독식하거나 기업 지분을 인수하였다. 이란 최고의 공공개발사업 최고 수주 회사는 혁명수비대에서 운영하는 하타몰안비야(Khatam ol-Anbiya)다. 또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에테마데 모빈(Etemad-e Mobin)은 정부 주도 통신회사 지분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즈타바를 혁명수비대의 꼭두각시라고 조롱하며, 공습으로 혁명수비대를 약화시켜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리로 나와 시위로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이란 사회 통치 엘리트의 중심축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인데, 한 축인 성직자가 무너져 혁명수비대로 권력의 추가 기울었다는 말이다.
모즈타바 선출 관련 첫 소식은 대표적인 반체제 언론인 이란 인터내셔널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한, “혁명수비대가 전문가의회에 압력을 행사하여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는 보도였다. 혁명수비대가 지휘 체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최고위층의 분열을 막고, 보안군 간 협력을 유지하며, 권력 다툼을 저지하고자 모즈타바 선출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내부 안정을 위해 모즈타바를 선택했다는 말이다.
쿠르드족은 신중한 입장
이란 쿠르드 무장 세력인 쿠르드 자유생명당(PJAK)의 사령관 마즐룸 하프탄은 2월 26일 “미국이나 이란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다”고 밝혔다. 우사진=AFP/연합뉴스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 반정부군 지원으로 민중 봉기를 시도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란 내 가장 큰 소수민족인 아제르족은 이미 정권에 참여한 엘리트들이 적지 않아 반정부 활동 역량이 미미하고 반정부 활동을 이끌 구심점이나 연대의식이 부족하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트럼프에 이용당한 현실을 보고 경각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과거에 쿠르드족의 피를 희생 삼아 여러 차례 배신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수십 년간 이란에서 소외와 배제의 아픔을 겪어 왔고, 불의와 차별을 끝낼 기회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현실은 엄혹하다. 필자의 쿠르드 지인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쿠르드족 도시의 학교와 모스크에 배치된 상황에서, 만약 봉기한다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헛되이 희생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또 쿠르드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튀르키예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에 효과가 더 떨어진다.
현재 이란 내 개혁파 세력은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혁명수비대의 위력이 강력한 현실에서 정부 전복을 꿈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꿈이 이뤄질까? 테헤란은 지금 시계(視界) 제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