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귀한’·백마·우표·軍 훈련 동행 등에서 후계 구도 감지”(고유환 교수 등)
⊙ “北 주민이 여성 지도자 받아들일지 의문… 단정하긴 일러”(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
⊙ “김 패밀리에게만 납품되는 특별관리 물자에 남자아이 관련 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 “4대 세습 가기 위한 ‘징검다리 도발’ 가능성은 작지만, 北 도발 가능성 늘 열려 있어”(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 “北 주민이 여성 지도자 받아들일지 의문… 단정하긴 일러”(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
⊙ “김 패밀리에게만 납품되는 특별관리 물자에 남자아이 관련 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 “4대 세습 가기 위한 ‘징검다리 도발’ 가능성은 작지만, 北 도발 가능성 늘 열려 있어”(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앞줄 왼쪽부터)이 함께 9월 3일(현지시각)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김주애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2013년생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에 북한의 화성-17 발사 현장에 최초로 등장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는지,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를 북한의 4대 세습 체제에 대한 대외적 공언으로 봐야 할는지, 국내의 북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조선의 샛별 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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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사진= 뉴시스 |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입니다.
첫째, 후계자에게만 사용하는 ‘존귀한’이라는 용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해 왔습니다. 김주애는 2022년 11월에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장에 김정은과 함께 나와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호칭으로 등장했는데, 2023년 말부터는 주요 간부 대상 강연회에서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의 호칭은 후계와 관련짓지 않고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김주애가 백마를 탄 모습이 공개됐는데, 북한에서 백마는 지도자가 타는 말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023년 2월에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뒤에 백마를 탄 김주애 사진을 실으며 ‘사랑하는 자제분이 제일 사랑하는 충무(백마)가 그 뒤를 따라 열병을 끌고간다’고 했습니다.
셋째, 북한 조선우표사가 2023년 2월에 새 우표의 도안을 공개했는데, 김주애가 김정은과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등이 담겼습니다.”
― 김주애에 대한 호칭, 북한의 보도를 보면 후계자로 보인다는 거군요.
“후계자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북한에서 후계자의 덕목은 백두혈통, 즉 빨치산을 기반으로 한 장군형 지도자여야 합니다. 김일성은 대원수, 김정일은 장군, 김정은은 원수로 불리죠. 김주애가 장군형 지도자임을 과시하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일정 수준의 역할을 했다는 당위성을 가져야 하는데, 조선중앙통신의 2023년 3월 보도를 보면 김주애가 화성포병부대를 찾았다고 돼있습니다. 김정은이 화력습력훈련을 현지지도했는데 그때 김주애가 동행한 모습이 보도됐습니다.
이번에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이 후계자의 자격으로 김주애를 대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번 중국 열병식으로 김주애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졌죠.
“대외적인 공식화죠. 간혹 외부에서 북한의 지도자 유고(有故)시 체제 붕괴를 말하며 흡수통일 얘기가 오가는데, ‘우리는 후계 구도를 엄연히 준비하고 있으니 정권 붕괴, 흡수통일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 아무리 북한이라도 후계자가 되기까지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고 하는데요.
“북한 수령 체제에서 ‘백두혈통’이어야만 하는 것은 관습헌법이고, 선대(先代) 수령이 왕위를 계승하듯이 내정(內定)하고 준비하면 끝입니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염두에 두고 후계 수업을 시키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김여정조차 김주애에게 의전 베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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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사진=본인 |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2년인데 북한에서 쓴 ‘존귀하신’이라는 표현은 김일성·김정일·김정숙에게만 쓰던 표현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폐하·각하와 비슷합니다. 어린 김주애에게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은 김정은의 동의 없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고,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로 김주애를 내세운다는 것을 뜻합니다.
《로동신문》에서 쓴 ‘존경하는’이라는 표현도 리설주에게 한두 번 썼을 뿐, 김정은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쓰지 않습니다. ‘존경하는’은 일반 인민이, 노동당이 존경한다는 뜻으로 일종의 개인 숭배에 해당합니다. 어린 김주애에게 그 표현을 썼다는 것은 이미 개인 숭배가 시작됐으며, 차기 지도자라는 것 외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김주애 앞에 붙는 표현 외에 또 다른 것이 있을까요?
“북한은 2023년부터 김주애에게 2인자에 해당하는 의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부 상무위원들, 소위 핵심 엘리트 5인방이 김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라고 했습니다. ‘모시고’는 윗사람에게 쓰는 표현이죠. 게다가 김정은을 살짝 가리는 김주애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현상을 분석할 때는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 외에 실제 행동을 보고 판단하기 마련입니다. 북한이 전쟁 전에 평화 공세를 펴면서 우리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듯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김주애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또 김주애에게 ‘후계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후계자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여정조차 김주애에게 의전을 베푸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습 준비하는 것은 분명… 김주애라곤 단정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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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사진=조선DB |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맞다고 확신합니다. 북한은 1974년에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세습하면서 통치구조의 쌍두 체제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세습이 나쁘지만,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세습은 정치·문화적인 측면에서 정당한 겁니다. 더구나 140kg에 달하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 미국에 의한 김정은 제거 시나리오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후계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에 따라 김주애를 준비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 리설주를 대신해 김주애가 간 것은 영부인 대행이자 2인자로서의 행보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열차가 떠날 때부터 김주애가 탔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김주애의 존재가 공식적이며 이번 중국 열병식은 김주애를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시키는 일종의 테이프 커팅식이었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오는 10월 모스크바 방문에도 김주애를 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김주애라고 단정 짓기는 이릅니다. 북한 지도자가 자식을 데리고 해외에 나간 것은 김일성이 1965년에 김정일을 데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 회의 10주년 행사에 간 것이 처음입니다. 나중에 김정일이 후계자가 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김정일은 아직 후계자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김주애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니까 후계자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유교적 성격이 강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남아 있는 장애물로 보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갑자기 무너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주애의 등장으로 북한이 4대 세습을 준비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여성으로의 세습인지, 숨겨 둔 아들을 위한 복선을 까는 것인지는 정확지 않지만요.”
“김정은 자신이 ‘딸바보’라서 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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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사진=조선DB |
“김주애의 후계자론이 거론될 때마다 저는 ‘북한에서 여자가 후계자가 되는 것이 상식이냐?’고 묻습니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북한 내부 사정으로 볼 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언론에서 드러나는 것과 북한 간부들의 속내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남성 위주의 북한 사회에 변화가 있지 않나 싶어서 여러 루트로 알아보지만, 북한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일은 고모 김경희에게도 말단 간부인 부장 정도의 권한을 줬을 뿐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유럽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여성 지도자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한 것은 사실로 보이고, 일례로 여동생인 김여정에게 상당한 권한을 줬습니다. 김여정에게 권한을 준 것은 그만큼 김정은이 신뢰할 사람이 없다는 방증입니다. 그 정도로 북한에는 4대 세습에 반감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 와중에 여성을 후계자로 정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 그래도 이번에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주애를 대동해 갔는데요.
“김정은 자신이 ‘딸바보’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4대 세습을 위해 일부 국정 경험을 시키는 것은 맞아 보이나, 상식적으로 북한에서 여자가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김정은이 딸과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정치적으로 볼 때 매우 가볍다는 느낌이 들며,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양될 때와 많이 다른 행보입니다. 북한의 후계자는 늘 신비하게 나옵니다.”
“수령 체제는 男女 가리지 않아”
김주애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지난 2013~14년에 네 차례 북한을 다녀온 미국 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의 증언으로 김주애라는 이름을 쓰지만, ‘주혜·주해·주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년월일도 2013년 1월, 2013년 2월 등 분분하며 김주애의 위에 2010년생 오빠와 아래로 2017년생 여동생이 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면 당연히 후계자는 아들이어야겠지만, 아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들은 중국에서 유학 중이며 나중에 혜성처럼 등장할 때를 대비해서 김주애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고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의 얘기다.
“제가 통일연구원 원장일 때 담당 실(室)에서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을 가장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여성이기 때문이었고, 심지어 북에서 살다 온 기자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후계가 되겠느냐’고 했지만, 제 생각은 변함없었습니다. 북한의 수령 체제는 ‘어버이 수령’입니다. 어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합한 겁니다. 어버이는 절대적인 초능력자이지, 그것을 여성·남성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남성 우위나 전통 사고에 젖어서 오해할 수 있는데, 수령 체제에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수령은 여성·남성이 아니라 절대적인 초능력자니까요.”
― 2010년생 아들을 위한 방패막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들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이 2018년 4월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도 딸이 있는데 딸이 핵(核)을 머리 위에 지고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아들 얘기가 일절 없습니다. 김정은과 스위스 유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도, 또 북한에 다녀온 데니스 로드먼도 김정은으로부터 남자아이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김정은의 아들 설’을 얘기하는 것은 남자아이용 물품이 밀수입된 흔적이 있다는 것 정도인데, 정보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마음에 둔 아들 후계자가 있다면 김주애를 이렇게까지 띄우면 안 됩니다.”
“2010년생 아들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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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사진=조선DB |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면 당연히 아들을 선호할 겁니다. 하지만 딸만 있다면 그중에서 선택해야겠죠.
일부에서 ‘2010년생 아들’ 운운하는데,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2010년 9월에 개최된 은하수관현악단 음악회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음악회는 수일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리설주가 2010년에 장남을 출산했으면 육아를 중단하고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김정은이 2013년 9월 원산에 로드먼을 데려갔습니다. 이틀 있는 동안에 김정은·리설주·김여정·김정철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동행했습니다. 만일 일부의 관측처럼 김정은에게 2010년 생 아들이 있다면, 고작 3세인 아이를 평양에 두고 온 가족이 원산에 간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습니다. 로드먼은 2013년 3월 영국 일간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부부와 만찬을 나누는 동안에 ‘리설주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딸 얘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또 2013년 9월에 로드먼이 ‘딸 주애를 안았다’고 했는데, 2010년 생 아들이 있다면 그도 함께 있었어야 할 겁니다.”
― 아들을 숨겨 뒀다, 중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등의 얘기가 있는데요.
“김정은이 1990년대에 스위스 유학을 한 것은 정치적인 불안정 때문에 가족들을 미리 스위스에 보내고 문제가 생기면 김정일도 도망가려는 심산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중(北中) 관계가 썩 좋지 못한 상황에서 김정은의 유일한 아들이자 장남을 중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도 “김주애가 태어날 즈음에 김 패밀리에게만 납품되는 특별관리 물자에 여자아이 물건이 많이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아이와 관련된 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남자아이의 출생, 비밀스런 양육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제1비서’가 후계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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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
“김정은의 유별난 딸 사랑 행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주애로 후계 구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많지만, 거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와 덕목’이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부자 세습’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1990년대 초반경에 ‘수령 후계자론’을 정식화하고 김정일의 권력 승계를 합리화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김정은의 후계와 관련해서 2000년대 중반경 ‘수령 후계자론’을 당 내부에 비공개로 전파하고,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대외 전용 출판 매체인 평양출판사를 통해 ‘주체의 수령관’과 ‘수령 후계자’론을 제작해 3대 세습을 정당화했습니다.”
― 북한에도 나름 후계자 규칙이 있는 거네요.
“‘수령 후계자론’을 보면 수령 영도 계승의 필연성, 수령 후계자에 대한 견해, 후계자의 지위, 후계자의 역할, 후계자 문제의 해결 원칙, 후계자 문제에 대한 주체적 이해 등으로 돼있습니다. 종합하면 후계자가 지녀야 할 자질로는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 뛰어난 사상·이론적 예지, 탁월한 영도력, 고대(高大)한 덕성을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후계자의 덕목을 갖춘 자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것은 살아 있는 수령인 김정은입니다.”
― 결국 김정은이 낙점하면 되는 거네요.
“북한에서 법규범은 수령의 지시입니다. 김일성 때는 ‘교시’, 김정일 때는 ‘말씀·방침’이라고 했고, 김정은 역시 비슷합니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서방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려 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만들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건강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면 가능하지만, 만약에 김정은의 정치적 수령으로서 영향력이 없어지거나 다른 변수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야 말이 많지만, 현재까지는 이상이 없는 것 아닙니까.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열면서 규약을 바꿔 ‘제1비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제1비서가 ‘총비서’인 김정은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돼있습니다. 결국 제1비서는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의 변고가 있을 때를 대비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제1비서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고 공석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잘못되면 비밀 결정서를 꺼내서 후계자를 확정 짓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김여정도 이 자리를 맡지 못한 것이라 전해집니다.”
― 제1비서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이 김정은 후계자이군요.
“그렇게 봐야죠. 당의 영도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아야 하고, 이후에 최소한 당 부부장·부장 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부위원장 정도의 직책에 올라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당 제1비서’의 직책을 받아야 후계자가 될 겁니다. 또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이 전면 진행돼야 합니다. 김주애의 나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 정도 더 지나야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先代 수령인 김정은이 정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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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사진=조선DB |
“김주애가 공식 직함을 아직 부여받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2021년 당대회 때 ‘제1비서’ 자리를 신설했지만 공석이고, 이 자리를 김주애가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제도에서 공식 직함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도 공식 직함 없이 최고 지도자로 집권했고, 일정 시기가 되면 당직을 맡고 최고 지도자가 됩니다. 《로동신문》에 공개된 것을 보면 김정일은 1964년에 대학을 졸업했을 때 김일성이 새벽에 불러서 ‘당에서 일하라’고 한 다음에 중앙당 지도원으로 들어가서 당과 정부의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완전히 성인이 된 이후에야 후계 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반면에 후지모토 겐지의 《김정은의 요리사》 책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정은이 8세 때 ‘샛별대장’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후계자로 마음에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주애도 8세 무렵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갈 때와 김정일에서 김정은, 그리고 김주애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르군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주변 곁가지도 있었고, 자신이 자신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김정일은 원로들의 지지를 받아 1974년에 후계자로 지명됐지만, 김정은-김주애 시대는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김주애는 4대이기 때문에 이미 관습헌법화되어 있고, 선대(先代) 수령이 정하면 끝입니다. 물론 조선시대에 세자를 책봉했다가 거두는 수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안찬일 이사장은 “김주애는 미성년자로 아직 당에서 직책을 갖고 있지 않아 ‘상징적인 후계자’라는 표현이 맞다”며 “제1비서가 되려면 당원이어야 하는데 만 18세 이상이어야 입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주애가 성인이 됐을 때 직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진도가 상당히 빠르며, 내년 1월 제9차 당대회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주애, 김정은의 핵 버튼 물려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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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 부인 리설주(오른쪽부터)와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해 장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김정은이 2022년 11월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소개하면서 김주애와 함께 걷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후계 수업의 신호탄입니다. 김정은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주애 시대에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주애도 김정은의 그 같은 뜻을 계승할 것임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주애가 지금은 비록 ‘후계 수업’ 단계에 있지만, 미래에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어 김정은을 보좌하고 결국 권력을 승계하면 핵 버튼까지도 물려받게 될 겁니다.”
1976년 8월 18일 오전 11시, 북한군 수십 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근방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사 경비병들을 도끼 및 흉기로 살해했다. 1970년대 후반 북한의 대표적인 도발행위인 ‘8·18 도끼 만행’ 사건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이양되던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북한 잠수정이 우리나라 해군의 천안함을 공격해 천안함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고, 이 사건으로 46명이 사망하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다. 그해 11월 23일 오후 2시에는 북한군이 연평도를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 포격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은 모두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양되던 때에 발생했다.
“‘두 개 국가론’ 내세운 이상 도발 가능성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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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9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에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왼쪽)이 무릎을 꿇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이 북한 조선중앙TV에 포착됐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
“김정은이 ‘두 개의 국가론’을 내세웠다는 것은 공포보다는 평화의 균형을 이루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은 비무장지대(DMZ)를 이미 국경선으로 선언했습니다. 국경선이 되면 북한은 전선에 배치된 70만의 인민군을 후방으로 빼고 DMZ를 경비구역으로 선언한다든지 하는 식의 군사력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도발을 통해 득을 보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습니다.”
― 과거 권력 이양기에는 명백한 도발이 있지 않았습니까.
“1970년대에는 김일성의 권력이 김정일로 넘어오던 때였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도발하지 말고, 휴전선을 긴장 구역으로 만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8·18사건은 계획적이었다기보다 북한의 박철이 도발적으로 유엔군을 살해한 사건으로, 나중에 김정일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지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은 김영철 등 군부의 강경 세력이 김정은에게 군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8·18 도끼 만행 때는 북한 군사력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열악하고 무기고도 바닥이 난 상황이다”며 “특히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등 무력이 분산돼 있어 북한 도발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전쟁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아 중국이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과의 만남을 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수령체제가 공고해진 상황에서 후계자 지명을 위해 도발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심 받으려 도발 감행할 수도”
그러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권력 승계와 무관하게 북한의 도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해 남북관계가 악화하면 북한 내부의 결속이 강화되는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도 도발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에 NLL(북방한계선)은 눈엣가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終戰)하면 북한의 관심은 NLL로 집중될 것이고, 언제든지 북한은 NLL을 무시하고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이 단 한 번도 ‘비핵화’ 단어를 꺼내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 중국이 인정했다는 뜻이겠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앞으로 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김정은 역시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을 전적으로 지지할 입장을 밝혔으며,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똑같이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움직이지 않는 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의 얘기다.
“4대 세습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도발의 가능성은 작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늘 열려 있습니다. 이번 중국 전승절로 인해 북중러 ‘핵 트리오’가 완성됐습니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할 수 없으며, 오히려 도발을 하면 트럼프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에 김정은이 도발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뒤처진다고 말하지만, 핵미사일 도발은 다른 얘기입니다. 김정은이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핵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