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맞춤형 공약 내세운다고 표 주지 않겠다”
⊙ “국힘이 말하는 ‘이재명은 안 된다’에 무조건 동의할 순 없어”
⊙ 존경하는 대통령은 이명박… ‘성과’와 ‘탄핵당하지 않은 유일한 보수 대통령’
⊙ 윤석열 지지자조차 계엄엔 “이해 어렵다”
[편집자 주]
2025년 제21대 대선(大選) 레이스가 시작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20대(代) 유권자는 611만여 명으로 전체의 13.8%다.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난해 4·10 총선에서는 2030 세대의 투표율이 표심 향방을 결정지을 ‘캐스팅 보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40~50대와 60대 이상의 지지 정당이 굳어진 것과 비교할 때 이들의 성향은 부동(浮動)층에 가깝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투표 경험이 적은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이들은 대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까? 《월간조선》은 20대 남성 16명, 여성 8명 등 총 24명과 그룹 인터뷰를 했다. 대학생 15명, 직장인 4명, 취준생 3명, 전공의 1명, 휴학생 1명이다. 정치인의 직함은 상황에 따라 생략한다.
⊙ “국힘이 말하는 ‘이재명은 안 된다’에 무조건 동의할 순 없어”
⊙ 존경하는 대통령은 이명박… ‘성과’와 ‘탄핵당하지 않은 유일한 보수 대통령’
⊙ 윤석열 지지자조차 계엄엔 “이해 어렵다”
[편집자 주]
2025년 제21대 대선(大選) 레이스가 시작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20대(代) 유권자는 611만여 명으로 전체의 13.8%다.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난해 4·10 총선에서는 2030 세대의 투표율이 표심 향방을 결정지을 ‘캐스팅 보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40~50대와 60대 이상의 지지 정당이 굳어진 것과 비교할 때 이들의 성향은 부동(浮動)층에 가깝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투표 경험이 적은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이들은 대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까? 《월간조선》은 20대 남성 16명, 여성 8명 등 총 24명과 그룹 인터뷰를 했다. 대학생 15명, 직장인 4명, 취준생 3명, 전공의 1명, 휴학생 1명이다. 정치인의 직함은 상황에 따라 생략한다.

- 사진=게티이미지
‘정신병 걸릴 정도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두뇌싸움’ ‘집단의 가치를 조율하며 국가 운영 방향을 정하는 것’ ‘책임감’ ‘양날의 검’ ‘가깝고도 멀지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결국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것’ ‘공기처럼 겉으로는 못 느껴도 모든 곳에 영향을 주는 것’ 등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다수가 ‘정치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나와 상관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흔히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는 가족끼리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20대의 대다수는 ‘정치에 대한 얘기를 주위 사람들과 자주 한다’고 답했다. 그들에게 ‘정치’는 더는 언급하지 말아야 하는 성역(聖域)이 아니며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하는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강의를 하면서 느끼지만 학생들은 정치적 성향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편이며, 때로는 거리낌 없이 의견을 표현한다. 정치를 접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정치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처음 접한 정치인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재명…
20대 유권자는 1995~2005년 사이에 태어났다. 흔히 Z세대라고 부르는 이 세대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사회를 경험했다. 이들은 IT 기술과 인터넷 밈(meme) 등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인터뷰에 응한 20대에게 ‘제일 먼저 알게 된 정치인은 누구인가’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누구인가’를 질문했다. ‘가장 먼저 알게 된 정치인’은 고(故) 노무현(盧武鉉) 전(前) 대통령,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 이재명(李在明) 전 민주당 대표, 허경영(許京寧)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등이라고 답했다. 노무현이라고 답한 여자 대학생은 “‘서거했다’는 뉴스 속보가 떴을 때 엄마한테 ‘서거’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여자 대학생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아버지가 너무 많이 우셔서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답한 취준생 여성은 “중학교 때 뉴스에 계속 나와서 기억이 난다”고 했다. 21세 남자 대학생은 “국정 농단 때 아버지가 자꾸 화내서 기억난다”고 답했다. 이재명 전 대표라고 답한 여자 대학생은 “우리 집이 분당인데 ‘청소년 국회’를 지원했던 성남시장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명박을 존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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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3월 27일 핵안보를 주제로 전 세계 53개국 정상(급)이 참여한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A: 초등학교 때 이명박이 서울시장이었거든.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서울이 이렇게 발전돼 있지 않았을걸?
B: 당시에 버스 환승이 안 됐어. 버스 전용 차로가 없었지.
A: 버스카드가 이런 게 아니지 않았어?
B: 표를 냈을걸? 티머니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을 거야.
A: 버스 갈아타려면 불편했는데 티머니 생긴 거지? 처음에 버스 전용차로 만든다니까 사람들이 진짜 반대를 많이 했는데 지금 정말 좋지 않아? 청계천이 진짜 대박인 것이, 진짜 예쁘잖아. 그거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대단하구나, 나중에는 존경심이 좀 들더라고.
B: 서울시장 시절은 정말 센세이셔널했죠. 휴대폰에 ‘이명박 키우기’ 게임이 있었어요. 아직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 미쳐 있는 60년대생을 내가 이해한다니까.
C: 성장과 혁신, 그런 아이콘이지.
A: 4대강을 축소산업으로 만들더니, 문재인은 노인 일자리 창출한다고 30조 쓰고 앉아 있었고….
D: 이명박, 탄핵 안 된 보수 쪽 대통령이라서…. 어휴, 또 화나네.
‘보수의 가치 지킨 유일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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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6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자유대학’ 대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왼쪽부터 정예찬(백석예대), 김준희(한양대), 이운찬(단국대), 심재홍(Coventry University), 장민(한국외대), 강인묵(전남대). 사진=고기정 기자 |
“20대는 탈(脫)이념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통 시스템(환승)이나 청계천 복원사업 등을 이끈 대통령입니다. 청년 세대가 봤을 때는 체감되는 ‘성과’인 겁니다.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어떤 게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20대가 단순 진보와 보수로 나눠 선호도를 따른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2000년생 기준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 출범했다. 그들이 지금의 MZ세대인데, 아마 당시 부모님의 좋은 평가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사람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자신의 유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두고 긍정 평가할 수도 있지만, 유년기와 접목했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 호응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생존하는 대통령 중 보수에서 탄핵당하지 않은 대통령은 이명박뿐이다. 20대에게는 보수의 가치를 지킨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대화와 상관없이 24세의 남자 대학생은 “노무현이 기억나지만, 이명박의 실용주의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답했다.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반감 적어
이승만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는 이들도 여럿 됐다. 남자 대학생의 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를 들여오고, 신분제를 없애고 토지개혁을 했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나라를 세운 분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를 들어 보면 한국전쟁 이후에 나무껍질 캐다가 드셨던 게 사실이더군요. 그분들은 나라가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을 몸으로 체감했다고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때도 경제 부분에서 살기는 좋았다고 합니다. 보수 대통령이 독재했고 그로 인해 무고한 희생을 당한 분들이 많은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룬 수많은 업적을 폄훼하는 것은 안 된다고 봅니다. 이승만·박정희의 성과이고, 저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22세 남자 대학생은 “한국사를 배운다면 이승만 대통령을 모를 수 있나? 나는 상남자인 박정희랑 전두환이 솔직히 멋있더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20대 남자 군인은 “박정희가 대단하다. 솔직히 박정희 아니었으면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고 거들었다. 27세 남자 사직 전공의는 “노무현부터 기억하지만, 제일 낫다고 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25세 취준생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알게 된 정치인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소신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23세 남자 대학생은 “이명박 때부터 기억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엄, 무섭기보다 같잖더라”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보수 성향의 전직 대통령을 꼽고,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답한 이들조차 12·3 계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24명의 응답자 중 ‘윤석열 계엄을 이해한다’고 답한 사람은 20% 정도였다.
남자 대학생: 솔직히 계엄은 진짜 미친 거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계엄을 해? 탄핵은 당연한 거야.
취준생 1: 계엄은 잘못된 판단이었어. 박정희·전두환도 계엄을 봤다면 ‘이건 좀?’이라고 했을 거야.
취준생 2: 성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 보는데, 막아서 다행이지. 네이버에 뜨는 거 보고 ‘이건 꿈인가’ 했다니까, 진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판단은 잘한 거야.
군인: 윤석열이 왜 그랬을까 이해를 해보려고 했어. 전역을 앞둔 병장이 있었는데 진짜 울더라고. 탄핵은 찬성이야. 육군의 명예를 더럽혔어.
― 탄핵 찬성 집회에 나간 적 있습니까?
취준생 1: 12월에 딱 한 번 나갔어.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나 싶기도 했고, 백수라 바람도 쐴 겸. 다들 고생하는구나 싶더라고.
직장인: 탄핵 찬성 집회에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주말에 길 가다 보이기에 30분 서있었어. 대단히 오래 서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싶기도.
―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다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취준생 1: 이명박근혜 감옥 가고, 윤석열 파면되고, 이쯤이면 솔직히 문제 있는 거 맞아. 진보 쪽은 파면당한 대통령이 없잖아. 비극적 결말을 보수가 자처한 거야.
직장인: 진보는 노무현 말고는 뭐 조용하잖아. 문재인도 잘 사는 거 보면 운이 좋은 건가. 근데 솔직히 이건 보수의 문제야. 2연타 탄핵은 좀….
한 여자 대학생 얘기다.
“계엄은 충격이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이 5·18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잖아요. 노벨상 받을 즈음에 계엄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윤석열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 계엄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믿기 어려웠고, 무섭기보다는 같잖았습니다. 솔직히 전두환 때처럼 하는 건 불가능한 시대잖아요. 사람들이 시위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감명받았고, 제 또래에 고마움과 존경심을 느꼈어요. 그것과 동시에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민주당이 너무 심했다”
소수의견이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서울 소재 한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정예찬씨는 “처음 소식을 듣고 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엄을 한 이유에 대한 담화문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공산주의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진짜 민주당이 너무 심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의 얘기다.
“언론에서 말해 주지 않는 정보들이 다양한 루트로 나와서 알아봤습니다. 그제야 우리나라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습니다. 민주당의 줄탄핵 사유에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국정을 마비시키려고, 그들(민주당)과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한 겁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동물농장》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이번에는 얘가 나쁜 놈, 그다음은 얘, 그것도 안 되면 또 다른 걔라는 거잖아요. 계엄 첫날에는 우리나라에 반(反)국가 세력이 그렇게 많은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 남자 유학생은 아주 장황하게 윤석열 지지 이유를 밝혔다.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홍콩 친구들한테 ‘중국으로 병합되면 어떠냐. 중국은 부자 나라 아니냐’고 했더니 ‘자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집안이라도 인터뷰 한번 잘못하거나 중국 욕하는 영상을 찍으면 집안이 사라져 버린대요. 그게 중국입니다. 북한 김정은이 헌법에서 통일 조항 빼자고 하고, 그걸 또 임종석이 동의하고,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간첩질 하고, 벌써 우리는 그렇게 돼버렸거든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해서 역사에서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암(癌) 같은 존재들은 확 도려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러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럴 깜냥이 못 됐던 거죠.”
― 굉장히 극단적인 발언인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윤석열 탄핵은 국내 이슈가 아니라 국제 이슈라는 점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밀접하게 연계된, 우리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는 것을 넉 달 내내 말하고 다녔습니다. 저는 이번 일이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거리에서 사람들이 너무 평화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토가 나와요.”
“탄핵으로 내면에 있던 정치적 성향 뚜렷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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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은경(건국대 정치외교학), 이기홍(경북대 정치외교학), 곽금주(서울대 심리학) 교수. 이들은 “젊은 세대가 합리적 판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
흔히 586 세대는 5·18과 박종철·이한열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50대 초반이 된 X세대는 20대 초반에 등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평생 젖어 있다고들 한다. 20대에게 ‘윤석열 탄핵’은 트라우마로 남을까? 이에 대해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은경 교수, 곽금주 교수는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김은경 교수는 “20대에 윤석열 탄핵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지금 세대는 민주주의가 이미 정착한 세대다. 즉, 그 이전의 민주화운동, 학생운동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번 계엄을 통해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현재의 20대는 이번 기억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엄기홍 교수는 “평생의 (좋든 나쁘든)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곽금주 교수는 “약간의 트라우마는 있을 수 있다. 심리적으로 ‘탄핵’이라는 정치적 행위가 많이 쉬워졌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파가 잘못해서 탄핵이 됐다면 좌파도 똑같은 잣대로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탄핵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던 정치적 성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알고 있다”
20대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묻자 ‘중도’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자신의 성향이 ‘보수’ 또는 ‘진보’라고 답한 이들도 ‘나는 열린 보수(혹은 진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대다수에서도 흔히 나오는 답이다. 엄기홍 교수의 설명이다.
“중도라고 해도 본인이 그 안에서 진보 쪽인지 보수 쪽인지 성향 자체는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중도가 합리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항상 ‘중간’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습니다. 심리적으로 치우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이를 ‘사회적 바람직성(설문조사 응답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으로 답변하는 경향)’이라고도 합니다.”
곽금주 교수의 얘기다.
“20대는 사람이 아닌 정책을 보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정책을 상황에 따라서 이쪽 저쪽 오가며 번갈아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도가 주는 ‘안정감’도 포함됩니다.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받게 하는 겁니다.”
― 진짜 중도는 사실상 드물겠군요.
“그래서 설문조사 문항을 때로 5점 척도 대신 4점이나 6점 척도로 만들기도 합니다. 딱 중간에 표시할 수 없게 해서 어떻게든 본인의 성향을 드러내게 하는 기법이죠.”
“젠더 이슈로 장난치는 후보, 절대 안 뽑아”
인터뷰에 응한 이들에게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겠느냐’고 물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뽑겠다는 의견이 전체의 40% 정도였고, 나머지는 정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표를 누구에게 던질지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말하는 ‘이재명은 안 된다’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응답자의 얘기다.
“지금 국힘이 주장하는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찌 됐든 이런 사태를 만든 윤석열 대통령은 국힘의 후보였고, 국힘은 아직 그에 대해 뚜렷한 태도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윤석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자신들은 앞으로 어떻게 나라를 꾸려 갈 것인지,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저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지만 국힘의 무조건적인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프레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이에 대한 대안을 선명하게 보여 줘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 여야(與野) 후보들은 일종의 ‘맞춤형 전략’이라며 세대별 표심 잡기에 나선다. 특이한 점은 20대 응답자의 대부분은 ‘20대 맞춤형 공약을 내세운다고 해서 특정 후보를 뽑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는 것. 20대 여자 직장인은 “젠더 이슈라는 거, 솔직히 그렇게 명명하는 것조차 싫지만, 그걸로 장난치는 후보는 절대 뽑지 않겠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혐오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너무 싫다”고 말했다. 1997년생 남학생은 “20대에 돈을 준다는 후보는 절대 뽑지 않겠다. 남녀 갈등을 조장해서 한쪽 편만 들거나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공약을 내세운 대통령 후보도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보다 합리적이며 실용적
20대가 일종의 ‘맞춤형 공약’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그간 후보들이 해온 ‘공약 남발’에 대한 불신일까,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고 봐야 할까? 곽금주 교수의 분석이다.
“정치인이 공약을 남발한다는 것은 젊은 세대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핵심은 실현 가능한 정책이 맞느냐는 점입니다. 젊은 세대는 실용주의적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단순히 20대 맞춤형 정책 공약을 내세운다고 해도 표를 절대 주지 않습니다.”
김은경 교수는 “수업시간에 청년 정치인을 주제로 ‘청년 대표들이 청년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느냐’ 토론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청년 할당제’ 같은 공약을 내세우는 데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정치권이 내놓는 산술적인 정책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종전과 같은 접근으로는 20대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성세대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특히 기성세대의 지역주의 같은 기조가 많이 옅어진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기홍 교수의 얘기다.
“부모 세대보다 본인들이 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은 과거에도 늘 있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항상 ‘정책을 보고 뽑는다’고 답하는데, 실제 젊은 세대에게 물어보면 정책을 잘 모르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반면 중·노년층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 그간의 행적을 많이 중시합니다. 현재 젊은 세대는 계엄령 이전에는 비교적 정치적 적극성이 없었습니다. 이번 계엄령이 하나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대남’ ‘이대녀’란 말 동의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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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원 화백의 ‘홍해처럼 갈라진 이대남 이대녀’ 만평. 사진=조선DB |
“20대 여성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20대 남성이 국힘을 지지한다고 해도,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저한테도 ‘이대녀’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만큼 ‘이대남’에 대해 혐오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표현을 너무나 가볍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진실성이 없는 사람, 사회의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사람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여성 직장인은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단어 모두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분류하고 명명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여성 취준생은 “20대의 본질은 그것이 아닌데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유학생의 얘기다.
“좌파들이 시작한 남녀 갈등 조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파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안고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좌파는 레이블링(labeling)을 좋아하고 소속감, 내 편 남의 편 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대남·이대녀라고 붙여 놓으면 개인으로서의 나보다는 그룹으로서의 나로 인식하는 20대가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좌파의 공작법이죠. 그게 사회적으로 만연해지면 개개인은 다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옅어지고, 겉으로 보이는 레이블링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파악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정치 성향, 바뀌지 않을 것”
‘시간이 지나면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 바뀔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70%는 현재의 정치 성향(보수 또는 진보)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은경 교수는 “현 시점에서 변하기 어렵다. 일단락된 탄핵 정국이, 대단히 다이내믹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 본다. 이는 20대들만의 문제는 아니며, 어느 연령대나 다들 공고화된 본인만의 색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엄기홍 교수는 “정치적 성향이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부모와 환경에서 오는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며 “가령 우리 세대(50대 중반)의 경우 ‘민주화’에 대해 논하며 강하게 지향했던 점들이 있었다. 또 그런 가치들이 자녀들에게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계엄과 같은 ‘특별한 사건’이 생긴다면 기왕의 정치적 성향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 역시 “탄핵만큼 큰 ‘정치적 이슈’가 또 생기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것이다. 또 지금의 20대들은 본인들만의 정치 가치관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사건이 청년들의 정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고, 또 그만큼 확고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20대들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 당신들이 30대, 40대가 되면 정치적 성향이 바뀔 것 같은가요?
A: 진짜 모르겠어. 감이 전혀 안 잡혀.
B: 나는 그래도 진보 쪽일 것 같아. 부모님이 그쪽이시기도 하고, 내 정서에는 평등의 가치가 더 좋은 것 같아. 정(情)이 간다고 할까.
C: 나이 들수록 더 보수가 되어 갈 것 같기는 해. 지금이야 내가 젊고 또 민주당이 젊은 세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으니까 20대가 선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위선적인 모습이 있으니까. 솔직히 어렵다. 바뀔 수 있을까?
D: 나는 보수지만 적어도 극우가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딱 지금 이대로이지 않을까. 진짜 큰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보수 범주 안에서 왔다 갔다 할 것 같아.
E: 난 중도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아. 아직은 정치를 잘 모르는 것 맞는데, 내 성격상 어느 한쪽 편만 들어 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