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 이어지는 이유는

“지지 조건은 단 하나, 이재명 이길 사람”(수도권 재선 의원)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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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원들은 ‘이재명포비아’… 민주당 탄핵 폭주 정국에 공포심 확산”(3선 의원)
⊙ “영부인 문자 ‘읽씹’은 오히려 韓에게 호재였다”(원외 당협위원장)
⊙ “韓이 총선 패배 책임? 尹과 韓, 둘 중 누구 때문에 졌나”(초선 의원)
⊙ 元-羅 순위 변동, 결선투표와 단일화 여부 끝까지 간과할 수 없어
7월 8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윤상현,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사진=조선DB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판세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최대 변수는 결선투표 여부다. 대표 후보인 네 명(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중 한동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들과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격차의 차이는 있지만 한 후보가 1위를 놓친 적은 없다. 관건은 한 후보가 득표율 50%를 획득하지 못해 2위 후보와 1대1 결선투표로 갈 것인지 여부다. 결선투표에서는 후보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첫 투표와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왜 총선에서 패배한 사령관인 한 후보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지, 또 여론을 강타한 ‘김건희-한동훈 문자 사건’에도 불구하고 왜 1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투표권을 가진 당원의 표심은 해당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에게 영향을 받는다. 당협위원장의 입장과 지지 후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월간조선》은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복수의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중앙당 당직자들을 만나 전당대회 판세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 1위 후보인 한 후보에 대한 호오(好惡)는 갈렸지만, 다들 “어차피 한동훈이 대세”라는 반응이었다.
 
 
  “문자 사건은 韓에게 호재”
 
22대 총선 전 부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인파에 휩싸여 있다. 사진=뉴시스
  당대표 선거에 나선 네 후보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며 정치·법조 분야에서 두드러진 경력을 지녔다. 인지도 높은 후보들이 뛰어들어 전당대회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7월 들어 전당대회 판을 뒤흔든 것은 김건희 여사-한동훈 후보 문자 파동이었다. 한 후보가 총선 전 당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로부터 ‘디올백 수수’ 관련 사과의 뜻을 보이는 문자를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은 것이 팩트다. 친윤계와 당권 주자들은 “김건희 여사가 그때 사과했다면 총선 판도가 바뀔 수 있었다”는 논리로 한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자 논란은 한동안 정치권을 휩쓸었다. 한 후보는 “애초 (영부인이) 사과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이미 (공적으로) 확인했었다”며 일부러 사적인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총선 판도를 바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공격했다.
 
  다만 문자 논란 이후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한 후보의 독주로 나타났고, 한 후보를 과도하게 공격한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만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A 원외 당협위원장은 “문자 무시 사건이 오히려 한 후보에게 호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닥 민심을 들어보면 안다. 범법자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총선에서 왜 졌나. 중도층의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심한 반감이 드러난 것 아닌가. 한 후보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점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호감도를 높였다. 솔직히 ‘속시원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B 원외 당협위원장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영부인에 대해 우려를 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자 사건을 두고는 ‘한동훈이 잘했다’고들 하신다. 영부인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총선 패배로 아파했던 당원들로부터는 확실히 호감을 샀다.”
 
김건희-한동훈 문자 사건이란
 
  22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23년 말 한동훈 후보(전 법무부 장관)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각별한 검찰 후배이며 김건희 여사와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알려지며 여권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졌고,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리며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다, 당 비대위원장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메시지만 5건이다. 한 후보는 해당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7월 초 김규완 CBS 논설위원이 방송에서 문자를 공개하면서 이슈가 됐다. 김 여사의 메시지에 한 후보가 답을 하지 않으면서 총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의 불화가 심해졌고, 이 때문에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전당대회 레이스 중이었던 당대표 후보들(나경원·윤상현·원희룡)은 한 후보 공격에 나섰다. 특히 ‘윤심’으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의 공격이 거셌다. 한 후보는 “사과 여부는 이미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로 소통했고, 메시지로 사적 소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해당 문자는 사실상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친윤계가 한 후보를 향해 “영부인 사과 의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총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며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했고, 한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에게 총선 패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문제를 놓고 TV토론회 등을 통해 후보 간 인신공격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원희룡-한동훈 후보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세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은 자가당착”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후보 총선 패배 책임론은 문자 사건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특히 뿌리 깊은 보수 정당에서 총선 4개월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한 후보의 스타일은 낯설었다. 좌파를 타파해야 한다면서도 좌파에서 전향한 인사들을 영입했고, 기존 정치 선배들의 조언을 새겨듣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구성과 당내 인사, 비례대표 공천 등을 놓고 당내 반발도 있었다.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에 동조하는 당내 인사들도 많았다.
 
  다만 총선 패배 원인을 뒤늦게 영입된 한 후보에게 씌우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세다. 총선 패배 책임론은 한마디로 귀결된다. 친윤계로 알려진 C 비례대표 의원의 말이다. “총선 패배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윤석열과 한동훈 둘 중 따지자면 누구인가? 다들 답을 알고 있지 않나?”
 
  D 원외 당협위원장도 “총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 있다면 친윤”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은 당연히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지원해야 하지만 지금 친윤 세력은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못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의 얘기다. “선거를 치러본 사람들은 다 안다. 총선 몇 달 전에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들어온 한 후보가 잘못해서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통령 내외에 대한 반감이 이재명에 대한 반감보다 더 심했고 총선 결과가 사실을 증명했지 않나. 디올백 사건으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그걸 사과한다고 해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김 여사 문자 하나로 한 후보에게 총선 책임 운운할 수가 있나. 문자 파동은 오히려 한 후보 동정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이길 사람 필요”
 
  후보들 간 총선 책임론이 치열한 가운데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길 사람, 강한 사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정치인으로는 탄핵 정국과 대선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영남이 지역구인 E 의원은 “한동훈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당을 잘 이끌어나갈 사람’이라고 생각해 지지하지만 지역구 당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네 후보 모두 높이 평가하지만, 당원들의 (한 후보 지지) 요구가 거세다. 대표는 이재명을 이길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솔직히 한 후보의 어법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심각한 사법리스크를 갖고도 절대 꺾이지 않고 제1당을 좌지우지하는 이재명 전 대표를 보면 우리도 그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사람을 내세워야 할 것 같다.”
 

  3선 F 의원은 차기 대선을 대비하는 방향으로 전당대회 표심이 갈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 후보 모두 당대표에 어울리는 훌륭한 정치인이다. 한동훈 후보가 정치력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다만 당원들에겐 차기 대선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 이미 이재명은 수년째 거대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거물이다. 당원들은 ‘이재명포비아’, 즉 이재명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특히 요즘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서 공포심도 확산 중이다. 향후 정국에서 이재명을 상대하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한 후보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취재 결과 ‘어대한’ 기류가 이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로 귀결됐다. 이재명을 이길 강한 대표가 필요하다는 당원들의 희망, 그리고 총선 패배 후 윤 대통령 내외와 친윤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표심이 한 후보로 향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투표 시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상황에 따른 평가가 우선이 된다면 그 결과에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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