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좋다 / 2030 부산의 비전 ‘유라시아 플랫폼을 열다’

르포 /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에 가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신형 엔진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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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가덕도신공항도 어쩌면 서울공화국을 향한 부산의 성실한 ‘독립선언’일지 모른다. 메트로폴리탄치고 공항 없는 곳이 없다.
부산에 가덕도신공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신형 엔진이다. 이 엔진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대항선착장 모습이다.
부산에 내려와 도시 부산을 생각해보았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 문장이 떠올랐다.
 
  〈부산 사투리 ‘하소’ ‘마소’의 직설적이면서도 친근한 삶의 태도는 평등성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친화력 있는 코드가 부산다움이다.〉
 
  ‘하소’와 ‘마소’의 도시 부산은 유무형의 자산(資産)이 가득한 곳이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두바이 같은 도시국가를 꿈꾸는 부산은 여느 지방도시가 그렇듯 새로운 돌파구에 목말라 있다.
 
  수도권으로, ‘서울공화국’으로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 때마다 부산은 몸부림쳤다. 1980~90년대에는 항만물류도시 전략을, 2000년 이후에는 해양수도 전략을 내놓았다. 2030 부산 개최도 이런 몸부림의 하나다. 2030부산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부산이 “대한민국을 바꿀 밑그림을 그리겠다”고 소리치고 있다.
 
  2029년 12월 개항 예정인 가덕도신공항도 어쩌면 서울공화국을 향한 부산의 성실한 ‘독립선언’일지 모른다. 메트로폴리탄치고 공항 없는 곳이 없다. 부산에 가덕도신공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신형 엔진이다. 이 엔진에 희망을 걸고 있다.
 
 
  배를 타고 가던 섬
 
  지난 9월 25일 부산역에 도착한 후 가덕도로 향했다. 고맙게도 부산시 양홍선 홍보기획팀장이 운전대를 잡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양 팀장의 말이다.
 
  “가덕도는 과거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었으나 지금은 부산신항 건설을 위해 서쪽을 매립하면서 지도상으로는 육지가 되었어요.”
 
  ― 작년에 가덕도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부산과 가까운 곳이지만 시골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네, 다양한 역사적 흔적과 자연 그대로의 해안을 끼고 있어요. 옛 방식으로 숭어잡이를 하는 이도 있고요. 이곳이 상전벽해(桑田碧海)될 날도 머지않았죠.”
 

  ― 이런 조용한 섬에 공항이 세워진다니,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지금은 가덕대교가 있지만, 예전에 가덕도로 가려면 경남 용원(창원시 진해구)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지요. 오래전에 제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근무할 때 가덕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땐 배를 타고 갔었어요.”
 
  동북아 국제 물류·비즈니스 항만인 부산신항이 생기고 신항 배후도로를 건설하며 녹산대교(2005년 완공)가 생겼다. 이후 가덕대교(2010년 완공), 거가대교(2010년 완공), 여기다 눌차대교(2011년 완공), 가덕 해저터널(2011년 완공)까지 생겨 가덕도는 더는 섬이 아니었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면 신항에서 공항까지 철도가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교통·물류 인프라의 3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지게 된다.
 
 
  “저쪽에 다리가 보이지예?”
 
부산시 신공항개발본부 김선용 팀장과 이권희 주무관이 가덕도신공항 예정 부지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마산·진해 등지의 낚시꾼들이 주말에 몰려들 뿐 ‘보통섬’에 불과한 가덕도에 대해 개발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가덕도가 경남 의창군(현 창원시)에서 부산시로 편입된 1988년 1월부터다.
 
  직간접으로 공식·비공식으로 정부와 기업들이 갖가지 가덕도 개발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부산시 편입 이후에도 가덕도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다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드디어 공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기자는 가덕도 대항선착장이 바라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바다는 조용했고 햇살도 포근했다. 저 멀리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이라고 쓴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물살을 가르며 부산신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떤 배는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수직으로 세우면 높이 400m, 갑판은 축구장 4개를 합한 면적보다 넓다. 멀리서 봐도 어마어마한데 가까이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
 
  대항선착장 인근에서 부산시 신공항개발본부 김선용 팀장, 이권희 주무관과 만났다. 김선용 팀장이 선착장 앞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다리가 보이지예? 거가대교입니다. 저 밑으로 내려가면 가덕도와 연결된 해저터널이 있습니다. 저기, 컨테이너선이 지나가지예? 저게 가덕 수도(水道)라고 우리 (부산)신항으로 입출항하는 배들이 드나듭니다.”
 
  김 팀장은 “대항선착장이 모두 가덕도신공항 부지 안에 들어간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보이는 봉우리(국수봉) 있지예? 저기 안테나가 보이는…. 해발 264m인데 저거를(저 봉우리를) 절취(截取)해가지고 해수면에서 31.5m 높이로 조성됩니다.”
 
  ― 200m 이상 산을 깎아내는군요.
 
  “저거를 다 발파해가지고 이쪽이랑 대항새바지 쪽이랑 매립을 합니다.”
 
  곁에 있던 이권희 주무관이 도면을 꺼내 들어 설명했다.
 
  “지금 이 앞에 보이는 데가 터미널 부지가 되고, 저기가 새바지항인데 공항 부지에 편입되는 걸로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산을 깎아 바다 쪽을 매립합니다.”
 
 
  대형 항공기 이착륙 가능한 3500m 활주로
 
부산신항의 모습이다. 부산신항은 환적화물 세계 2위, 물동량 세계 6위다.
  김 팀장은 “가덕도신공항은 해상이 한 60%, 육상 40% 정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새바지항으로 이동해 앞바다를 바라보았다. 까마득히 배가 보이는데 저곳까지 공항 활주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활주로 길이는 3500m입니다. 이 정도 길이면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요. B747기나 A380 같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취항할 수 있는 장거리 여객기 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계속된 김 팀장의 말이다.
 
  “부산신항은 환적화물이 세계 2위, 물동량이 세계 6위입니다. 가덕도신공항과 바로 인접해 있어요. 약 8km 정도 거리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라든지 홍콩공항이라든지,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을 봐도 항만하고 인접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거든요. 복합 운송체계를 갖춰서 말이죠.”
 
  도면을 손에 든 이권희 주무관이 말을 이었다.
 
  “도면에 나타난 이 선이 ‘소음 등고선’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뜨고 착륙할 수 있는 공항입니다. 소음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공항이죠. 군(軍)공항인 김해공항만 해도 운항 시간이 제한되잖아요.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이착륙을 못 합니다.”
 
  ― 가덕도는 바람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조금밖에 안 부네요.
 
  이: “바람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기후를 측정해보니 인천보다 훨씬 적어요.”
 
  ― 남해안 태풍이 가덕도를 지나 내륙으로 향하지 않나요?
 
  김: “공항을 100년 빈도(頻度)로 설계합니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게 말이죠.”
 
  ― 안개는 어떤가요?
 
  김: “안개는 거의 없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1년에 며칠이 안 됩니다.”
 
 
  매립식 방식으로 확정
 
국토부가 제작한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활주로가 펼쳐질 새바지항 앞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 활주로를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비행기가 날아오를 것이다. 어떤 비행기는 사람을, 어떤 비행기는 물류를 내려놓거나 실을 것이다. 저 바다 위의 공항이 부산의 관문으로 변신하게 된다.
 
  가덕도신공항은 ‘매립식 해상공항(안)’을 확정한 상태다. 한때 매립식과 부유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플로팅(부유식)’ 공항을 국토부에서 검토는 하였으나 육상부를 절토해 100% 해상을 매립하는 매립식 공항으로 확정했다.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은 육상부에 위치하며 활주로와 계류장은 매립부지에 위치한다.
 
  구체적으론 활주로를 포함해 총 길이가 4.2km다. 산봉우리(국수봉)를 완전히 깎아 그 위에 마련하는 육상 구간(1.6km),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닦는 해상 구간(2.6km)으로 나뉜다. 이 경우 산을 절개한 내륙 활주로 구간과 바닷속 연약 지반 위의 활주로 구간이 서로 침하 속도가 달라 ‘부등침하(不等沈下)’가 발생할 수 있다.
 
  ― 활주로 침하 이야기가 있던데요.
 
  이: “육상과 해상 매립 부분에서 부등침하 우려가 있지만, 건설 방식은 연약 지반을 배양한다든지 아니면 방파제를 쌓는다든지 일반적으로 해오던 토목 공정입니다. 물론 국토부나 전문가들도 심도 있게 보고 있어요.”
 
 
  사통발달 가능
 
  현재 부산시는 가덕도 대항동과 송정동을 잇는 9.3km에 달하는 4차로 공항 접근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도로는 해상교량 2곳과 육상교량 2곳, 터널 2곳을 지나간다. 교통량이 2065년 기준으로 일일 4만7000여 대가 이 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한다. 김 팀장의 말이다.
 
  “기존 도로 외에 저기 녹산(국가산단)에서 바로 공항까지 들어오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갖게 됩니다. 한쪽이 사고라든지 도로 통행이 어려우면 이쪽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양홍선 팀장이 김 팀장에게 “남해고속도로에서 가덕도신공항으로 접근하는 도로를 구상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김 팀장은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에서 부산신항 나들목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한국도로공사가 설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또 부산신항에서 철도가 복선으로 들어오거든요. 신항 배후 철도(화물선)에서 분기해 공항까지 전 구간을 지하로 복선 철로가 신설(일반 철도)됩니다. 노선연장이 16.5km입니다.”
 
  김: “부전역에서 마산 간 복선 전철이 내년 연말쯤 개통되거든요. 지금 동해남부선의 경우 부전역에서 태화강까지 전철이 운행됩니다. 그것과 연계해 부산신항에 들어오는 철도를 복선화하고 신항 철도와 연결해 향후 부전역에서 바로 공항으로 들어올 수 있게….”
 
  현재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과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를 잇는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건설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가덕신공항을 출발해 강서구 명지동, 사하구 하단동, 동구 북항 재개발지, 부산진구 부전동, 해운대구 센텀시티 등을 거쳐 기장군 오리시아관광단지까지 54km 구간을 운행한다.
 
  부산시는 이 급행철도를 2030년 가덕신공항 개통에 맞춰 완공해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또 급행철도가 완공되면 부산 시내를 30분대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 울산과 경남 창원시까지 철도로 묶을 수 있다.
 
 
  보상을 둘러싼 숙제들
 
왼쪽부터 가덕대항 신공항 생존 대책위 김영석 위원장, 주민 김상수씨, 김상환 사무국장.
  기자는 가덕도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가덕도 대항선착장에 자리한 한 컨테이너에 ‘가덕대항 신공항 생존 대책위’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죽음의 삽질을 멈추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가덕도에 오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점점 대형 신축 건물이 늘고 있었다. 오래전 신축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최근 1~2년 사이 들어선 건물이었다.
 
  김상환(61) 대책위 사무국장은 평생 물질을 하며 가덕도 대항에서 살아왔다고 했다.
 
  “저희가 뭐 아는 거는 바닷가에서 고기 잡는 것밖에 모르죠. 막막합니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제정된 즈음엔 주민 수가 280가구쯤 됐는데 지금은 150가구 정도로 파악되고 있어요. 생활 터전을 잃는데 아무런 이주대책도 없이 공항을 짓겠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김 국장과 이런저런 걱정을 나누는데 김영석(61) 대책위원장이 왔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 땅이 대개가 국유지이고 사유지는 별로 없다”고 했다. 공항개발 예정지의 95%가 국유지 내지 공유지란다.
 
  “주민들이 가진 토지가 적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 해도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눈에 보이는 재산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재산도 있거든요. 현행 보상 규정만으로는 안 된다, 이 말입니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몸으로 습득한 것이 주변의 조류나 수심인데 다른 바다에 가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지금까지 하던 어업을 못 하게 됩니다.
 
  그래서 특별법에다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 항목을 넣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안 넣어줬어요. 나중 시행령에 한 줄 들어갔습니다. 그것으론 한계가 있거든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는데 김 국장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지금 부산시 강서구 관내에는 에코델타라든지 명지국제신도시라든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거든요. 주로 LH건설이나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주관하는데, 우선 그런 곳에라도 저희를 이주시키는 방향으로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지 않으냐 하는 것이 저희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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