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이야기

'풍요의 그늘 아래 우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들

  • 글 : 김용삼 월간조선 기획위원  dragon0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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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60%는 개신교회가 담당하고 있다. 또 재난을 당한 이웃돕기의 69%, 해외 인도적 지원의 65%, 대북(對北) 인도지원의 51%, 호스피스 기관의 86%, 자원봉사자의 80%가 기독교인”(孫寅雄 덕수교회 담임목사)

이제 교회는 단순히 교인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섬기고, 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 양평 국수교회, 시골 주민들 위해 세계적인 巨匠들의 연주회 등 매년 20~30회 무료 음악회 열어
⊙ ‘감자탕교회’로 알려진 광염교회, 18년째 셋방살이하면서 매주 헌금 중 교비 100만원 제외한
    전액을 사회구제비로
⊙ 부천 주사랑교회, 교회 건물을 스포츠·문화센터로 설계하여 이웃 주민에게 개방
⊙ 군포의 엘림복지회, 서울시와 함께 노인요양, 젊은이 직업교육
⊙ 여의도순복음교회, 매년 300억원을 사회구제사업에 지출
태안 기름유출 사고 자원봉사자들이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당시 태안에 몰려든 자원봉사자 130여만 명 중 80% 정도가 기독교인이었다고 한다.
세상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8년 화장률(火葬率)이 61.9%에 이르렀고,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신생아 아버지의 37.4%가 딸을, 28.6%가 아들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장례문화와 남아(男兒) 선호사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1914년 발표한 ‘담장 고치기’란 시(詩)에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들죠/ 담을 잘 쌓아야 이웃 간에 의가 좋은 법이죠”라고 노래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엔 ‘담장 허물기’가 대세다. 퓨전, 통섭(統攝·consilience), 융복합(融複合), 복잡계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이제 ‘경계가 무너져야 좋은 이웃이 생기고, 담이 사라져야 이웃 간에 의가 좋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독교 교회들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회 이기주의에 젖어 신자와 비신자 간에 깊은 골을 팠던 교회들이 담장 허물기에 나서 사회와의 소통을 쌓아가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교회를 공연장으로
  국수교회 (경기도 양평)
 
시골마을 주민들에게 연간 20~30차례 무료 음악회를 여는 양평 국수교회의 김일현 목사.
  경기도 양평군 국수리에 위치한 국수교회(담임목사 김일현·金日鉉)는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회는 한판 흥겨운 난장이 벌어질 것만 같은 마당놀이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원형으로 된 건물 내부 한복판에 마당놀이판 같은 연주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김일현 목사는 “교회를 신축할 때 아예 예배 공간을 공연장으로 쓸 수 있도록 무대장치, 음향설비 등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마당놀이판에는 수십 개의 의자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이 빈 의자는 교인들과 이 마을 주민들이 결성한 25인조 오케스트라가 앉는 자리다.
 
  경기도 농촌의 읍소재지, 객석 300여 석에 불과한 작은 교회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었다. 작년 11월 15일엔 첼로의 세계적인 거장(巨匠) 알란 스미스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날 알란 스미스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포레의 엘레지 등 명곡을 연주해 주민들을 열광시켰다. 올 1월 12일엔 세계적인 오보에 연주자 장 크리스토프 로베르의 초청연주회를 비롯해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 연주회 등을 열어 국수교회는 어느새 ‘세계 유명 연주자들도 서 보고 싶어하는 무대’로 발전했다.
 
  김일현 목사는 서울대 성악과 75학번 출신의 성악가 목사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노동판에서 야학을 운영하다 1988년 양평 국수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젊은이들은 도회지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땅에 인생을 묶어두고 사는 국수리는 ‘절망’ 그 자체였어요. 태어나서부터 그 나이가 되도록 해가 뜨면 논밭에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잠에 빠지는 주민들에게 문화니 뭐니 떠드는 것은 일종의 사치였지요.”
 
 
  공연장 겸용 교회 신축
 
국수교회에서 열린 오페라 갈라콘서트에서 김일현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목사는 3년여 동안 이 절망의 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끝에 1991년, 교회를 중심으로 양평군 합창단을 조직했다. 1995년부터는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악기 레슨을 시작했다. 서울 영락교회 피아노 반주자 출신의 김 목사 부인도 동네 주부들에게 플루트를 가르치기 시작, 3개월 만에 앙상블 팀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에 출연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과 주민들이 하나 둘 늘면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 목사는 서울대 음대 동기, 지인(知人)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 목사의 지인들은 양평까지 달려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강사 역할을 맡아 주었다. 1998년부터는 일정 정도 이상 연주력을 습득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가슴에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목표 없이 살아가던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교회로 뛰어와 밤 12시가 넘도록 악기 연습에 몰두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는 모습이 보였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우리의 고향 국수리에 여러분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콘서트홀을 만들겠다’고 말입니다.”
 
  2003년부터 기존의 교회 건물이 너무 낡아 신축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예배만을 위한 교회 신축을 반대했다. 교인들과 오랜 논의 끝에 ‘지역사회를 위해 공연장을 겸할 수 있는 교회’를 신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김 목사가 공연장 겸용 교회를 구상한 것은 아이들과의 약속뿐만 아니라 양평군에는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전무(全無)했기 때문이다. 교회 겸 콘서트홀을 지어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무료로 열기 위해 김 목사는 교인들을 적극 설득했고, 교인들도 김 목사의 의견에 적극 따랐다.
 
  신축 교회 규모는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정했다. 건물 규모를 300석 정도로 한 것은 육성으로 공연이 가능한 사이즈를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각종 공연을 위한 최신 음향시설, 영상 시스템, 무대장치를 도입했다. 언젠가 재정형편이 허락할 때를 대비해 파이프 오르간 공간도 미리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연간 20~30회 무료 공연
 
  시골 읍소재지 교회로서는 상상도 못할 시설 덕분에 국수교회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예배 공간으로, 다른 날에는 지역 주민들의 연습실로, 때로는 오케스트라 연주, 오페라까지 가능한 첨단 공연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김 목사의 말이다.
 
  “제가 학창 시절 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유럽에서는 대부분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즐기기 위해 음악을 합니다. 마을마다 있는 교회에서 수시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음악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어요.”
 
  김 목사는 아이들이 자라서 음악 전공자가 되는 것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인생을 살라고 조언을 한다. 그러나 그 벽을 뛰어넘어 음악 전공자로 나선 사례도 7명이나 된다. 국수교회에서 중3 때부터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 강릉대 음대를 거쳐 영국 트리니티 음악학교에 유학을 간 이재헌군이 대표주자다.
 
  “재헌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연습에 몰입했어요. 음대를 졸업한 재헌이를 위해 우리 교회에서 개인연주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그 장면을 CD에 담아 외국의 유명 음대에 제출하자 영국의 트리니티 음악학교에서 입학 허가서가 오더군요.”
 
  국수교회에선 매월 한두 차례, 연간 20~30여 회의 각종 공연이 열린다. 개인 독주회에서부터 첼로 연주, 합창, 독창회는 물론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모든 연주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말하자면 ‘주민을 위한 나눔의 콘서트’인 셈이다. 공연이 열리면 젖먹이에서 팔순 노인은 물론 이웃 마을 사찰의 스님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주민이 관객으로 참여한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
 
  처음엔 음악 레슨과 공연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마을 주민들도 이젠 국수교회를 ‘우리 마을의 명물’이라며 자긍심을 가지는 분위기이다. 필자가 국수교회를 방문한 날, 서울에서 온 한 중창단이 “연습을 하러 왔는데 교회를 좀 빌려쓸 수 없겠는가” 하고 문의를 해 왔다. 김 목사의 말이다.
 
  “저희 교회가 소문이 나면서 요즘엔 자발적으로 찾아와 ‘연주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국수교회의 교인 수는 350여 명. 김 목사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시골 동네에서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많은 분이 교회에 나온다”고 말한다. 시골 교회라서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한 번 연주 때마다 팸플릿 인쇄비용, 현수막 제작비용 등에 50만원 정도가 드는 공연을 연간 20~30차례 소화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한다.
 
  김 목사는 “재정 형편 때문에 출연료를 주면서 훌륭한 연주자들을 초청할 형편이 못 되는 것이 늘 안타깝다. 재정 형편이 좀 나아지면 매일매일 훌륭한 연주자들을 모셔다가 수준 높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틀에 갇힌 교회보다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분들이 설 무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교회, 사찰, 성당 등 종교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공연장을 새로 지을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종교시설을 이용해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있도록 하면 전국 곳곳에서 훌륭한 연주회가 매일같이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단체는 시설을 제공하고 정부나 사회단체는 포스터나 팸플릿 제작비, 소액의 출연료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어마어마한 문화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겁니다.”
 
 
  18년째 셋방살이하며 사회 구제사업
  서울 광염교회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한의원을 끼고 우회전해서 직진해 오시다가 4층 건물이 나오면 그 왼쪽으로 들어오시고….”
 
  서울시 도봉구 도봉2동 수락산 기슭, ‘감자탕교회’로 알려진 광염교회(담임목사 조현삼·趙顯三)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갈림길을 놓쳐 헤매다가 겨우 찾은 창고 건물 4층에 광염교회 간판이 걸려 있었다.
 
  광염교회가 ‘감자탕교회’로 알려진 것은 조현삼 목사가 서울 상계동의 감자탕 식당 건물을 빌려 교회를 개척한 덕분에 얻은 별칭이다. 조 목사의 설명.
 
  “18년 전, 식당 건물 5층의 공간을 100만원 보증금에 월세 8만원에 얻어 절반은 교회로, 절반은 저희 가족이 사는 생활공간으로 출발했어요. 처음엔 1층에 돼지갈빗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돼지갈빗집이 이사를 가고 감자탕 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이 5층 건물 꼭대기에 대문짝만 하게 ‘감자탕’이라는 간판을 달아버린 겁니다. 워낙 간판이 커서 멀리서도 ‘감자탕’ 간판이 잘 보이자 우리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감자탕 간판 걸린 건물 5층으로 오세요’라고 설명하다 보니 감자탕교회가 된 것이죠.”
 
  초창기 신도 세 명으로 출발한 교회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여 같은 건물 3층도 세를 얻어 공간을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가 넘쳐났다. 70여 평의 공간에 1800여 명의 신도가 몰리면서 예배가 열리는 날이면 유명 음식점에 사람이 줄을 서듯 수십m씩 교인이 줄을 섰다가 입장해야 했다. 하루 7~8차례 예배로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4년 전 도봉구 도봉2동의 현재 건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새로 이사 온 곳도 창고 건물의 4층을 빌려 쓰고 있으니 벌써 셋방살이 18년째다. 현재 교회 건물은 1000명 정도가 입장하면 만원인데, 예배 때마다 사람이 넘쳐난다. 일요일이면 다섯 차례 예배를 나눠 봐야 하기 때문에 전체 교인이 한자리에 다 모인 적이 없다고 한다.
 
  어지간한 교회들은 형편이 좀 피기 시작하면 건물부터 짓고 보는 것이 일상화되다시피한 이 나라에서 18년째 셋방살이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조 목사의 설명이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개발연대에 가난하게 살면서 가장 큰 소원이 내 집 갖는 것 아니었습니까. 때문에 교인들이 주위 눈치 안 보고 예배 드릴 수 있는 교회 건물을 짓겠다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만은 없어요. 10여 년 전부터 은행 빚을 내서라도 교회 건물을 크게 짓는 것이 유행처럼 됐는데, 저희라고 왜 번듯한 교회 건물이 욕심 나지 않겠습니까. 다만 건물 짓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으니 그 가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교회 신축을 미루자는 입장이죠.”
 
 
  뻥쟁이 목사의 ‘파이프 교회론’
 
‘감자탕교회’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던 감자탕식당 건물 사진.
  ‘감자탕교회’가 폭발적인 성장을 한 이유는 교회 건물보다는 선교와 사회 구제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목사는 그 주에 들어온 헌금 중에서 100만원만 교비로 통장에 입금하고 나머지 전액을 해외선교, 해외구제, 국내의 어려운 이웃 구제에 사용한다. 조 목사는 “교회는 ‘재물이 고이는 저수지가 아니라 물질을 흘려보내는 파이프(통로)’이며, 돈이 흘러가는 곳마다 사랑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조 목사의 ‘파이프 교회론’이다.
 
  “제가 처음 교회 개척할 때 신자가 20여 명에 불과해 월세도 못 낼 형편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우리 교회에 헌금이 많이 들어오면 그중 100만원씩만 교회를 위해 남기고 나머지는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시절엔 한 주 헌금 100만원은 꿈 같은 얘기여서 일부 신도들은 저를 ‘뻥쟁이 목사’라고 불렀죠. 그때 약속을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광염교회는 돈을 잘 쓴다. 교회 관계자들은 모였다 하면 “이번 주 헌금을 어디에 쓸까”를 고민하는 것이 일과가 되다시피 했다. 조 목사의 말이다.
 
  “우리가 18년 동안 고민하면서 얻은 결론은 ‘돈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인들은 자신이 낸 헌금이 사회와 이웃을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를 다 알고 있고, 또 쓰이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노력봉사도 함께하다 보니 비록 교회는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모두가 행복감에 젖어 있어요.”
 
  광염교회는 헌금을 다양한 곳에 쓰고 있다. 해외구제를 위해 니제르, 몽골, 미얀마, 부르키나 파소, 스리랑카, 마다가스카르 등 12개국에 각각 330만원씩을 보내 현지에서 쌀을 구입한 다음 밥을 굶는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한 시골학교에 쌀독을 묻어놓고 밥을 굶는 사람이 찾아오면 쌀 1kg씩을 주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기네 교회는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벌써 74호째 개척교회를 지어 주었고, ‘한국교회 희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형편이 어려운 소규모 교회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교회 신자나 주변의 소년소녀 가장(家長)과 불우이웃 중 거처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전세 혹은 월세로 살 집을 마련해 주는 ‘사랑의 집’을 38호째 마련해 주었다. 이 밖에도 집이 없거나 돌봐줄 부모가 없는 젊은이들을 위한 기숙사(광염학사) 운영, 북한 동포를 위한 ‘중국 광염관’ 운영 등 사회 봉사활동 목록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구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지금도 광염교회는 서울시 도봉구의 한 창고건물 4층을 세내 예배를 보고 있다.
  재난 현장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119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도 조 목사가 이끌고 있다. 조 목사의 설명.
 
  “삼풍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에서 천막을 빌려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두 달 동안 붕괴현장 옆에 천막을 치고 봉사활동을 했죠. 그때 저는 사회가 아픔을 당하면 기독교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119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결성했습니다.”
 
  이번 아이티와 칠레 지진 때도 조 목사는 현장을 다녀왔다. 조 목사는 “이제 전 세계 어느 나라건 한국 교회가 사랑을 베풀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 목사는 아직도 욕심이 많다. 그는 2020년까지 자신의 교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10가지로 정했다. 그 목표란 게 이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100명 이상의 고아와 과부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교회 ▲100명 이상의 사회 각 분야 최고지도자를 양성하는 교회 ▲국내외에 100개 이상의 교회를 설립하는 교회 ▲100명 이상의 선교사를 지원하는 교회….
 
  광염교회는 모든 회계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광염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올해 부활절과 관련하여 이런 대목이 발견됐다.
 
  ‘절기헌금 전액을 구제비로 집행하는 아름다운 교회의 전통에 따라 이번 부활절 절기헌금도 전액 구제비로 집행합니다.’
 
  그 아래엔 구제비 집행 내용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생명의 쌀 3960만원: 12개국 각 나라별로 330만원(행정비 30만원 포함)씩을 해당 선교사에게 송금한다. 담당 선교사님이 현지에서 쌀이나 밀가루 등을 구입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준다. 그 결과를 교회에 알려주면 담당자는 이것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다.
 
  ▲교회 내 기관을 통한 구제 3150만원: 교회 내 남(男)성도회, 전도대, 성가대, 교육부서에서 구제비를 집행한다. 남성도회를 통한 구제 1600만원, 전도대 및 봉사대를 통한 구제 400만원, 성가대를 통한 구제 300만원, 교육기관을 통한 구제 850만원
 
  ▲수화사랑 카페를 통한 농인 구제 100만원
 
  ▲목회자 유가족지원부를 통한 구제 150만원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1리에 거주하는 장애인 가정 집수리 270만원
 
  ▲교회 내 구제 1300만원
 
  ▲총액 8930만원
 
  그 아래엔 교인 홍○○씨가 다음과 같은 답글을 올려놓았다.
 
  ‘지난해 부활절 구제가 생각납니다. 청년 3명과 밤늦게까지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니고 한 가정씩 선정될 때마다 땅에서 보물을 캐내는 듯한 기쁨이 가득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에게 삶의 소망이 되는 부활절 구제 프로젝트가 되길 기도합니다.’
 
 
  사회와 적극 소통하는 교회
  덕수교회 (서울 성북구)
 
‘개신교계의 덕장(德將)’이라 불리는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덕수교회(담임목사 손인웅·孫寅雄)는 숲 속의 교회였다. 교회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담임목사실에는 ‘축 부활’이라는 리본이 달린 작은 난 화분이 놓여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것이었다. 손인웅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내가 교(敎)-시(市)협의회장을 맡아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친분을 다진 사이”라면서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서 부담이 크고 일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덕수교회가 위치한 성북동에는 총 34개의 외국 공관이 있다. 외국 공관 거주자들이 회합을 다지기 위해 명예동장을 선출했는데, 현재는 독일인이 명예동장이라고 한다. 덕수교회는 외국 공관원들의 모임을 위해 교회 내의 부속건물인 일관정(一觀亭)을 개방했는데,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다도(茶道)와 한국 문화를 공부한다고 한다.
 
  일관정은 조선 말기 마포나루에서 젓갈장사로 부자가 된 이종상(일명 이종석)이 1900년경에 지은 별장이다. 한때 월북(越北) 문인 이태준씨가 월북하기 전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이용했다. 현재는 서울시 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내의 복지센터와 주차장, 카페를 이웃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손 목사의 말이다.
 
  “저는 오늘날의 교회는 사회에서 하나의 공적(公的) 기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 시설들을 주일에만 사용하고 평일에는 문을 닫아거는 것을 하나님은 기뻐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의 모든 공간은 예배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신자, 비신자 가리지 않고 이웃 주민들의 커뮤니티 센터, 문화적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너의 착한 행실을 나타내 보여라’
 
덕수교회 내에 위치한 일관정 건물. 주변에 있는 외국 공관 직원들의 모임장소로 개방되고 있다.
  개신교계에서 덕장(德將), 조정자, 중재자라는 평을 듣는 손 목사는 오래전부터 사회를 향해 열린 교회,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운영으로 이름이 높다. 교회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노인학교, 어린이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결식아동 후원, 의료 및 이·미용 봉사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덕수교회 봉사 프로그램의 특징은 유아에서 노인까지 전 연령층을 망라하고 있으며,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교인들과 동등한 봉사를 한다는 점. 2006년 준공한 복지문화센터를 교회 바깥의 길 건너편에 지은 것도 비교인들이 부담없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는 2002년 사단법인 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10만여 명의 기독교인이 참여한 기독교복지사회 엑스포를 개최했다. 영락교회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당시 엑스포의 슬로건이 ‘사회복지, 사회봉사, 사회참여’였다고 한다.
 
  손 목사는 “기독교복지사회 엑스포는 우리나라 복지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불교, 천주교 등 타 종교에서도 사회봉사와 구제활동에 적극 나서게 됐기 때문이란다.
 
  손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시설의 60%는 개신교회가 담당하고 있다. 또 재난당한 이웃돕기의 69%, 해외 인도적 지원의 65%, 대북(對北) 인도지원의 51%, 호스피스 기관의 86%, 자원봉사자의 8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손 목사의 말이다.
 
  “대부분의 사회봉사와 구제를 기독교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교회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에 매달려 외부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5장을 보면 ‘너의 착한 행실을 나타내 보여라’라는 구절이 있어요. 저는 기독교회가 사회를 위해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적극 알려서 더 많은 봉사와 구제를 할 수 있도록 자극제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엑스포 행사를 열었습니다.”
 
  기독교복지사회 엑스포가 계기가 되어 손 목사는 한국 교회들이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기독교 사회복지협의회를 발족했다. 이 단체가 중심이 되어 펼친 기적 같은 드라마가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 때의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손 목사는 “2007년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 때 모여든 13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 중 80%가 기독교인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행자부장관이 태안에 내려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고는 ‘노벨평화상 감’이라고 감동했습니다. 태안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세계에서 자원봉사자가 가장 많이 동원된 기록을 경신했어요. 그때 제가 기독교회들이 하나로 뭉쳐서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자는 차원에서 ‘하나되어 섬기고, 섬기면서 하나되자’라는 표어를 내걸었어요.”
 
 
  한국교회 희망봉사단 설립
 
  태안 봉사활동이 계기가 되어 기독교 사회복지협의회와 초종교 교회봉사단이 합쳐져 한국교회 희망봉사단이란 단체가 태동했다. 이 단체에는 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온누리교회 등 국내 주요 대형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 교계를 이끄는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당회장)가 대표를 맡고 있고, 공동단장은 사랑의 교회의 오정현(吳正賢)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가 맡고 있으며 손인웅 목사가 법인 대표를 맡는 등 기독교계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손 목사는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봉사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앞장서서 교계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 왔다. 아이티 대지진 참사가 벌어졌을 때 그는 25개 교단과 NGO 단체를 아우르는 ‘아이티 연합’이라는 협의체의 의장을 맡아 구호활동을 지휘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아이티에 성금 1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아이티 연합에 소속됐던 한국교회 희망봉사단이 국민일보 극동방송 CBS와 함께 모금활동을 벌여 36억원의 성금을 모금했고, 기독교단에서 70억원, 월드비전·굿 네이버스·해비타트·굿 피플 등 NGO 단체에서 30억원 등 총 150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덕분에 정부도 지원금 규모를 1000만 달러로 늘렸다.
 
  아이티 연합은 교회와 NGO 25개 단체가 라운드 테이블 방식으로 참여한 가운데 손인웅 목사가 의장을 맡았다. 아이티 연합의 구호활동은 집 짓는 전문가들에게 집 짓는 일을, 의료진에게 치료를, 교육 전문 NGO에 교육을, 농업 전문 NGO들에 농업문제를 맡기고 그에 필요한 재정은 교회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구제활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손 목사는 “단순한 구호활동보다는 원주민들을 교육 훈련시켜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새마을운동 방식을 도입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희망봉사단은 또 용산 참사, 천안함 침몰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날 때마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고, 위로금을 모금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손 목사는 “교회와 사회의 소통이 필요한 시대”라면서 “한국 교회가 잘되어야 나라가 잘되고, 사회가 통합되며, 통일운동에도 앞장서 이 나라의 미래를 교회가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를 스포츠·문화센터로 설계
  주사랑교회 (부천시 여월동)
 
주사랑교회 이선학 목사. 교회를 지을 때 ‘교회 같지 않은 교회’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단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부근의 허름한 고물상 뒤편. 교회의 상징은 십자가인데, 아무리 봐도 십자가가 달린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모던하게 디자인된 세련된 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었다. 주사랑교회(담임목사 이선학)였다.
 
  지상 3층, 지하 2층 건물의 1층은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지하로 내려가자 예배당 대신 배드민턴장이 나타났다. 건물 정중앙에 교단이 있고, 그곳에 부활절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예배를 보는 본당임을 알 수 있었다.
 
  본당은 주일에는 뒤쪽에 접혀 있는 이동식 의자가 펼쳐져 예배당으로 쓰이고, 그 밖의 날에는 농구장, 에어로빅장, 탁구장, 배드민턴장으로 활용된다. 또 연극이나 음악회 공연을 위한 각종 설비도 갖춰 놓았다.
 
  지상층에는 어린이도서관, 방과후 공부방, 식당, 북카페 등이 들어서 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지금까지 이 교회에서는 서울챔버싱어즈 초청연주회, 학교별 중창 경연대회, 중고생을 위한 길거리 농구대회, 근처 중학교 동아리연합회의 발표회, 배드민턴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앞으로는 본당을 이웃 주민들의 결혼식장으로도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사랑교회는 등록신자가 120여 명에 불과한 소형 교회다. 설립 25년 만에 교회 건물을 새로 신축하고 지난 9월 입당 예배를 드렸다. 초창기에 지은 교회가 너무 낡아 신축 얘기가 나왔을 때 이 목사는 외국 사례를 조사해 보았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교회들이 많은 돈을 들여 별도의 건물을 짓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센터나 이웃 학교의 강당 등을 빌려 예배를 보는 사례들이 많더군요. 우리도 부천시 복지관을 빌려 예배를 보려고 시와 접촉을 했는데, 타 종교 관계자들이 반대하는 겁니다. 왜 공공건물을 특정 종교단체에 빌려주느냐는 항의였죠.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시설을 빌려 종교행사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회 신축에 나선 겁니다.”
 
 
  교회를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주사랑교회는 평일이면 예배당이 이웃 주민들을 위한 배드민턴장이나 농구장 등으로 바뀐다.
  이 목사는 기존의 교회와는 성격이 다른 교회를 구상했다. 즉 단순히 예배만 보는 교회가 아니라 주일에는 예배를 보고, 평일에는 주민들의 스포츠·문화센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상한 것. 이선학 목사의 설명이다.
 
  “이 시대에 교회가 지향해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끝에 ‘교회를 지역사회에 개방해 주민들을 섬기는 도구로 활용하자’고 교인들을 설득했어요. 비싼 돈 들여 지은 교회를 일주일에 한두 차례만 사용하고 문을 닫아걸면 폐쇄된 공간이 되는 겁니다. 평일에 교회를 개방하면 그만큼 건물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교회를 스포츠 시설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의 저변에는 이 목사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부터 한국스포츠선교센터에서 국가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 88서울올림픽 때는 선수촌 기독교관 자원봉사자로서 양영자, 현정화 선수 등 국가대표선수들의 종교활동을 이끌었으며, 한국체육대, 용인대, 기흥 국가대표 훈련원 등에서 성경공부를 지도했다.
 
  주사랑교회는 내부의 스포츠 문화시설도 특이하지만 외관도 교회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교회 신축이 결정됐을 때 이 목사는 설계를 맡은 분에게 ‘교회 같지 않은 교회, 누구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건물’을 주문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이 목사의 말이다.
 
  “저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교회를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찾아가는 전도’는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교회를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로 기능하도록 이웃에게 개방하면 많은 분이 교회로 찾아올 것이고, 그분들을 대상으로 선교나 전도를 하는 쪽으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한 겁니다.”
 
  이 목사는 목사였던 부친을 따라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목사가 된 후 ‘큰 교회를 지양(止揚)하고 일하는 교회를 지향(指向)한다, 재정을 이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교회란 이웃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교회가 위치한 곳이 영구임대주택단지 부근이란 점에 착안해 이 목사는 이 지역 ‘요구르트 아줌마’들과 계약을 맺어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요구르트를 배달해 주고, 요구르트 아줌마들이 독거노인들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도록 하고 있다. 요구르트 비용은 교회가 부담한다.
 
  그는 ‘새 건물 신축을 위해 대출받은 대출금을 상환하는 그해부터 재정을 이월하지 않고 연말에 사회 구제를 위해 전액을 지출하여 다음 회계연도는 0원부터 시작한다’는 내규를 마련했다고 한다. 내규에는 담임목사인 자신에 대한 사례비까지 정해 놓았는데, 사례비는 ‘은퇴할 때까지 교직자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다.
 
 
  매년 교회예산의 20%를 사회구제사업에 쓰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
  법정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절대빈곤층으로 분류한다. 2006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층은 11.5%로, 총 가구의 10분의 1이 넘는다.
 
  한국의 빈곤아동 수는 120만명, 60세 이상 노인가구의 4분의 1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1만9000원으로 전국 가구소득 337만원의 54%에 불과하다.
 
  이러한 절대빈곤층과 장애인 가구 등을 돕기 위한 사회봉사, 구제활동은 소형교회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李永勳)가 사회구제활동이나 인권향상·환경운동·국제구호·통일활동에 쓰는 예산은 타 교회나 타 종교에 비해 압도적이다.
 
  김규원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장은 “우리 교회의 연간 예산은 1500억원 정도인데, 이 중 20%,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을 사회구제 및 봉사활동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재적신자 78만명으로 세계 1위였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90년부터 서울시 외곽과 경기도에 있던 지교회 12개를 독립시켰다. 2008년 5월 조용기(趙鏞基) 목사가 은퇴하고 이영훈 목사가 취임한 이후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매달 1500명씩 신자가 늘어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2010년 1월 1일부로 서울시내 24개 지교회 중 자립이 가능한 21개를 또다시 독립시켰다. 그 결과 재적인원이 43만명으로 줄었고 교회 행정조직과 재정도 대폭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사회봉사와 구제활동에 전보다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분가시킨 지교회 및 제자교회에서 사회봉사와 구제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금까지 국내외 어린이 4000명에게 심장병 시술을 해 주었다. 소외된 농촌 어린아이와 다문화(多文化) 가정의 자녀들을 돌보고 있으며, 출산율 증대를 위해 2010년부터 출산하는 신도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결혼 주례를 설 때마다 “자녀를 기본적으로 세 명씩 낳으라”고 주례사를 한다.
 
 
  NGO 단체의 경비도 지원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태안으로 내려간 이영훈 목사(왼쪽 두 번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보다 전문적인 봉사를 위해 교회 내에 복지사업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국 내에는 호스피스,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5~6개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교인들은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후 봉사현장에 투입된다.
 
  2009년 10월에는 이영훈 목사가 중심이 되어 초교파적 차원에서 국민희망실천연대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에서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유도하고 드라마 바로세우기, TV에서 선정성 폭력성 몰아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굿피플’(이사장 조용기 목사)은 가난과 질병, 재난 등 생존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지구촌 이웃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NGO 단체다. 이 단체는 소수종족이 집중 분포되어 있는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개발, 가난퇴치, 아동보호, 교육, 질병 예방과 치료, 긴급구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굿피플은 1997년 7월 외교통상부에 국제개발 NGO로 등록되어 현재 국내 10개 지부, 해외 15개 지부를 두고 있다.
 
  이 재단의 홈페이지를 보니 올 1월에 아이티 대지진 긴급구호단 파견, 2월에는 실명예방단 필리핀 백내장 수술, 필리핀 아이따족 태양광 가로등 기증 및 설치, 필리핀 알루난 초등학교 교사 착공 등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었다.
 
  굿피플의 연간 사업자금은 100억원 규모로, 예산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원하고 있다. 김규원 홍보실장은 “우리는 굿피플에 재정지원뿐 아니라 교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노력봉사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해외 재난현장에 가보면 한국 교회 관련 봉사단들의 활동이 전 세계 어느 단체보다 활발하고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사랑과 행복나눔재단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운영하는 사랑의 빨래방. 이 재단의 운영비용과 자원봉사자들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원하고 있다.
  조용기 목사가 현역에서 은퇴한 후 사회봉사를 전문적으로 펼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사랑과 행복나눔재단이다. 이영훈 목사는 “사랑과 행복나눔재단 설립을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일시금으로 500억원을 출연했고, 이후에도 매달 재정지원 및 신도들이 무보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수십만에 달하는 우리 교인 전원이 자원봉사자이며, 이분들이 봉사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도와주는 토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굿피플’이 해외 구제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사랑과 행복나눔 재단’은 국내 거주 취약계층의 자립과 사회복지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을 새로 지어 주거나 개·보수를 하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행복한 집 만들기 사업, 미자립아동이나 청소년 시설의 기관운영비와 환경개선 등을 지원하는 시설지원사업, 의료비가 없어 고통받는 취약계층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 저소득 가정 생계비 지원사업,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박지은(가명)양의 집은 지은 지 너무 오래되어 비만 오면 물이 새는 바람에 집안에서 곰팡내가 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소식을 들은 재단은 지은이네 집을 벽체만 남겨 놓고 대수선을 해 새집처럼 꾸며 주었다.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진 지은양은 사랑과 행복나눔 재단에 이런 편지를 보내 왔다.
 
  “…전에 우리 집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다 쓰러질 것 같고,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멋지게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제 방에 책상, 침대, 컴퓨터, 장롱 등 전부 다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교회와 지자체 합동으로 봉사하는
  엘림복지회
 
엘림복지회 설상화 장로. 엘림복지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서울시가 힘을 합쳐 운영하는 복지시설이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엘림복지회(이사장 조용기 목사)를 찾아가니 경기도 군포문화회관 바로 옆이었다. 산본신도시 한복판에 부지 5만8500㎡(약 1만7000평), 건물 연면적 2만2000㎡의 거대한 복지타운이 위치해 있었다.
 
  엘림복지회 상임이사 겸 엘림직업전문학교장인 설상화(薛相和) 장로는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복지시설 규모가 1만2000평 정도인데, 우리 복지회는 1만7000평으로 규모 면에서 동양 최대이고 또 아동에서부터 청년, 노인 복지시설까지 한곳에 집약되어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엘림복지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서울시의 합작품이다. 조용기 목사가 미취업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훈련과 무의탁 노인들의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들은 서울시가 땅을 기증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50억원을 투자하여 건물 12개 동과 운영 프로그램, 인력 등을 제공하여 1988년 9월 현 위치에서 문을 열었다.
 
  1991년 8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50억원 상당의 건물과 재산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다.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복지시설로 발전하려면 정부 지자체와 합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현재 엘림복지회 연간 예산 중 150억원은 서울시가, 18억원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원하고, 운영은 서울시가 엘림복지회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교회와 지자체가 합작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인 셈이다.
 
  수리산자락 아래 꽃들이 만개한 복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엘림노인전문요양원’이었다. 이 시설에는 현재 150여 명의 노인이 묵고 있는데 대부분이 치매, 중풍 환자들이었다. 이곳은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스스로 생활하기 힘든 노인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똥을 사랑하라”
 
  이 요양원은 작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A등급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2003년과 2006년에는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전국 1, 2위를 차지했다. 설상화 교장의 설명.
 
  “이곳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 두 분에 한 명꼴로 배치돼 어르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요양보호사들의 캐치프레이즈가 ‘똥을 사랑하라’입니다. 갈 곳 없는 노인 환자분들의 똥오줌을 받아내는 일이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곳의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을 내 부모 공양하듯 섬기면서 그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건물 내에는 일광욕실과 자동욕조가 설치된 숙소, 중환자를 위한 집중관리실, 물리·운동·작업치료실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 입소한 노인들은 주 2회 촉탁의의 진료 등 전문화된 의료서비스와 신체 재활서비스, 음악치료, 미술치료, 사회적응훈련 등을 받는다.
 
  엘림노인전문요양원은 서울시가 재정 지원을 하여 무료로 운영하기 때문에 서울시민이 우선적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군포시 주민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곳의 입소 조건은 만 65세 이상의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 중 중증 치매·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이 필요한 노인이어야 한다. 이 경우 비용은 전액 무료이며,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가 아닌 노인의 경우 월 비용의 20%를 본인이 부담할 경우 입소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일반 노인환자의 경우, 입소 대기자가 많아 퇴소자가 발생해야만 순번에 따라 입소할 수 있을 정도다.
 
  엘림복지원은 또 영등포구청이 건립한 구립(區立)영등포실버케어센터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중풍이나 치매노인들의 요양보호 서비스는 물론 주·야간보호 서비스, 방문요양, 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지회 내에는 ‘서울시립엘림직업전문학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학교에는 웹마스터, 실내디자인, 자동차수리, 가구디자인, 미용, 조리, 주얼리디자인, 실버케어 등 8개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교육기간은 1년. 학비와 식사, 실험실습비 등은 전액 무료이며 집이 먼 입교생들에게는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이 학교 재학생은 374명. 설상화 교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입교생의 경우 생활비까지 제공하여 직업교육을 시켜 사회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조기 퇴직자들이 늘고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학교 측은 이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바리스타, 실내조경, 요양보호사 세 분야의 특성화 과정을 신설했다. 3개월 과정인 이 교육과정도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젊은이들에게 직업교육을 통해 삶의 희망 제공
 
엘림직업학교의 조리과 실습장면.
  1년 정규과정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7시간씩 총 1440시간을 이수해야 졸업이 된다. 설상화 교장은 “2년제 전문대 과정을 1년으로 압축시킨 프로그램이라서 대단히 밀도 높은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현장에는 외국 학생들의 얼굴이 간간이 보였다.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수단, 케냐, 부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10개국에서 온 90명의 외국 학생이 한국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직업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교육 후 고국으로 돌아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2001년부터 국제 직업전문학교로의 위상정립을 위해 시작된 외국인 청소년 초청교육은 지금까지 13개국에서 온 400여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다. 외국 학생들에 대해서도 한국 학생들과 똑같이 전 교육과정은 물론 숙식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입교생 중 5% 정도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 졸업생이며, 다른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입교하는 30~40대가 전체 학생의 20% 정도다. 덕분에 입교생들의 연령층이 고교 졸업생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한 것이 특징. 설 교장의 말이다.
 
  “지난 23년간 5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서울시와 노동부 기준에 의거하여 실무능력이 뛰어난 산업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실기와 실습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취업이나 창업률은 91%인데, 나머지 9%는 대학 진학을 선택했으니 사실상 취업률은 100%인 셈입니다.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국제기능올림픽, 전국기능대회, 지방대회 등에서 획득한 메달 수는 금메달 45개, 은메달 40개, 동메달 39개, 장려상 및 우수상 20개입니다. 덕분에 전국에 산재한 직업교육기관 중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서울시 우수기능인력 배출기관상,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참가 우수상(산업포장) 등 여러 상을 수상했어요.”
 
  엘림복지회가 운영하는 1년 과정, 3개월 과정을 통해 매년 배출되는 학생은 총 900여 명. 그러니까 900여 명의 청소년과 조기퇴직자, 외국 청년들이 이 학교를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여 년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엘림복지회 운영을 위해 총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해 왔다.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자한 250억원 상당의 건물도 기부채납을 했으니 엘림복지회에만 450억원이 넘는 거액이 들어간 셈이다.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복지원 내 환경미화, 노인 환자들의 식사와 목욕보조, 의료봉사, 이·미용 서비스, 노인들을 위한 말벗 및 산책보조 등 무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에필로그]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주님의 교회(담임목사 박원호)는 정신여고에 강당을 지어 주고 교회 집회 때만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교회는 건물에 투자할 돈을 사회를 돕는 데 쓰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위치한 광야교회(담임목사 임명희)는 교회 건물을 환자와 노약자, 가출자의 숙소로 내놓았다. 임명희 목사의 슬로건은 ‘주다가 망하자’다. 교회 홈페이지에는 교회설립 과정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다.
 
  “1987년 6월 노숙인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9월에 영등포를 처음 방문하던 날 “서울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다니!”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동네 상황이 소돔 같고 고모라 같은 슬럼가이자 절망촌이었습니다. 쪽방촌 전도를 마치고 거리에 서서 “주님! 이들을 어떻게 합니까?” 울고 있을 때에 주님은 저에게 “네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중국 선교를 준비하던 종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이곳에서 사명 감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2동에 위치한 안디옥교회(담임목사 박진구)는 ‘깡통교회’로 알려졌다. 1983년 군산비행장에 있던 군용 콘센트 막사를 옮겨다 놓은 건물에 세를 들어가 지금까지 교회로 사용하고 있는 것. 함석 지붕, 조립식 깡통 건물의 외양이 흡사 난민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이 교회는 운영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를 돌리고, 겨울이면 장작난로를 피워 연통에서 새 나오는 연기에 눈물을 흘려야 한다. 교인들을 실어 나르는 교회버스도, 담임목사 승용차도 없다.
 
  이 교회를 개척한 이동휘 목사(안디옥교회 원로목사)는 자기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도 대부분 교인들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온 중고품이라고 했다. 안디옥교회 교인 수백 명은 자신이 사망한 후 앞을 못 보는 각막질환자들에게 자신의 안구를 기증하는 서약을 했다.
 
  이 교회는 지난 27년간 알뜰하게 살림하며 모은 재정의 70%,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7억~8억원을 선교와 사회구제 비용으로 내놓고 있다. 자신들은 최소한의 경비로 버티면서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써 온 것이다. 교회 슬로건이 “불편하게 삽시다” “우리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 “이웃을 위해 살자”다.
 
  분당우리교회(담임목사 이찬수)는 교회 총 예산의 30%(약 41억원)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는 ‘요셉의 창고를 여는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또 국제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을 섬기기 위해 15억원을 들여 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 다문화가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회는 사회公共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영광교회(담임목사 정덕훈)는 교인 100여 명이 아동범죄 예방 순찰대를 조직하여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 놀이터, 골목 등을 순찰하고 있다.
 
  이처럼 나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여러 교회에 취재 요청을 했으나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에 의거, 취재를 정중히 거절당했다.
 
  김규원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장은 “교회도 이제는 공적(公的)교회(public church), 공적 신앙, 시설의 공공재 개념을 생각할 때”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화회관이나 대학 강당 등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시설을 교회가 예배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면 교회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예배당을 지을 필요가 없어요. 즉 공공재를 활용하여 종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잘 안 되니까 교회들이 많은 돈을 들여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엔 자신들의 마당을 이웃 주민들에게 주차장으로 개방하거나 문화공연장, 스포츠센터로 이용하도록 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젠 교회들이 자신들의 건물을 사회 공공재로 내놓고 있는 것이죠.”
 
  한 시절 한국 교회들은 신자 수 경쟁, 양적 성장, 분에 넘치는 거대한 시설 경쟁에 몰두하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성장지상주의는 물질만능으로 나타났고, 교회의 순기능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기독교회들도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소통을 통해 경쟁에서 낙오된 이웃들을 껴안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희망과 삶의 기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교회는 단순히 교인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섬기고, 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교회들처럼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우리의 씀씀이를 줄일 수 있을까? 나눔운동에 앞장서는 교회들의 어깨가 더욱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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