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東衍 조지워싱턴大 정치학과 재학·月刊朝鮮 미국통신원

- 졸업식 후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고 있다(한국).
2001년 1월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 기간에 미국 유학 길에 올랐기 때문에 자칫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필자가 중학교 전교회장이어서 학생대표로 졸업식을 진행해야 했고, 또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려면 중학교 졸업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잠시 귀국하여 졸업식을 마쳤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중학교, 미국에서는 사립 고등학교의 졸업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비록 한국에서 고등학교는 졸업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이 중학교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처음 입학했던 켄자스주의 고등학교가 아니라 나중에 전학을 간 코네티컷주의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했다. 하지만 졸업식은 두 군데 모두 참석했다. 켄자스주의 고등학교는 선배들의 졸업식을 지켜보기 위해 간 것이다. 이처럼 두 번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본 경험 때문에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 풍경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는 편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졸업식 풍경은 학교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일제시대의 교육체제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우리의 현재 졸업식 式順(식순)이나 행사 모습도 그때부터 내려온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 국내 학교는 교장의 재량으로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벗겨내고, 개성 있는 교육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졸업식, 입학식, 조회 등 여러 학교 행사에서 일본식 교육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한국의 중·고등학교 졸업식은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 때와 비교해서 행사진행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시대가 지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비공식적인 졸업의식이 생겨난 것 정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校服(교복)에 밀가루와 계란을 던진다든가, 교복을 찢어 못쓰도록 만들고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 등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거행되는 일종의 졸업의식이다.
지난 2월 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 남학생 4명이 졸업식을 마친 후 알몸으로 거리를 걸어가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넷 UCC(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에는 졸업식 날 벌어진 온갖 가학적인 장면을 찍은 영상과 사진들이 넘친다. 이 가운데는 졸업생들이 오줌세례나 체벌을 받는 폭력적인 장면과 여학생들의 알몸 졸업식 뒤풀이 모습도 상당수인 것을 보고 놀랐다.
초청연사가 연설하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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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졸업식 모습. |
한국 고등학교 졸업식은 학생들이 대체로 교복을 입고 거행한다. 물론 일부 외국인 고등학교나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학교 등에서는 私服(사복), 韓服(한복) 혹은 미국과 유사한 졸업가운을 입기도 하지만 대다수 고등학교에서는 교복을 입는다.
물론 미국이라고 모든 공·사립 고등학교가 졸업식 때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학교가 이런 의복을 입고 졸업식을 치르고 있다. 선생님들 또한 학생들과 유사한 복장으로 참석한다. 졸업가운과 학사모는 학교에서 대여해 주며, 식이 끝난 후 반납한다.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의 또 하나 특징은 초청연사의 연설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초청연사가 등장하는 것 역시 미국의 대학 졸업식과 유사한 점이다. 초청연사는 대부분 해당 학교 졸업생 중 유명인사지만, 간혹 교장선생님이나 선생님들 중에서 친분이 있는 유명인사를 초청하기도 한다.
이처럼 졸업식에서 외부의 초청연사가 연설하는 모습은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교장 선생님의 연설 시간이 별도로 진행된다. 연설자가 늘어나면 학생 입장에서는 ‘따분한’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라 달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초청연사는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때문에 관심 있게 경청하는 편이다.
초청연사와 교장선생님의 연설 후 학생대표가 나와서 연설을 하게 된다. 이는 국내 졸업식의 送辭(송사) 및 答辭(답사)와 유사한 장면이지만, 학생대표 연설자가 반드시 전교 학생회장인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학년회장이나 기타 다른 학생이 연설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미국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학생회장을 맡았었지만, 졸업식 행사에서 아무런 역할도 한 것이 없었다. 미국 졸업식도 국내처럼 학생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줄 알고, 행사에 어떻게 참여할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실제 졸업식에서는 학생회장이라고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 없었다.
물론 이것이 필자의 고등학교에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전교 학생회장이 졸업생 대표가 되어 졸업식의 주요 부분을 진행하는 국내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각종 연설이 모두 끝난 뒤에는 교장선생님이 졸업생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학생은 단상으로 올라가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한 후 졸업장(Diploma)을 받는다. 이 졸업장을 받는 순간 학교 측은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졸업생의 집으로 보내준다. 마치 우리나라의 연말 연예인 시상식과 흡사한 풍경이다. 학교마다 졸업생 수는 차이가 나지만, 학생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교장은 모든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여 졸업장을 직접 전달한다. 상을 받는 학생은 졸업장을 받을 때 같이 받는다.
필자가 다녔던 학교의 경우 전교생 250명에 졸업생 수는 60~7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사립고등학교였다. 필자가 한국에서 다닌 중학교 전교생 숫자가 약 13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미국에도 기숙사가 없는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한국의 고교수준과 비슷한 1000~3000명이 되는 큰 학교들도 많다.
한국은 교복 더럽히기, 미국은 담배 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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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졸업식 알몸 뒤풀이 모습. |
한국에서는 졸업식 후 졸업생들, 후배들 혹은 타 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미리 준비해 온 밀가루와 날계란을 졸업생들에게 던지는 ‘의식’이 진행된다. 그리고 교복을 마구 잡아당겨 찢어 놓기도 하고, 교복을 찢긴 후 거의 半(반) 나체로 집에 돌아가는 졸업생들도 있다. 이런 의식은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도 학생들 사이에 행해지는 비공식적인 졸업의식이 있지만 고등학교 숫자가 엄청나게 많고 땅이 넓어서 한국처럼 한 가지 졸업 의식이 유행처럼 번지는 일은 거의 없다. 일부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을 마친 후 졸업생들이 시가(Cigar: 담뱃잎을 말아 만든 굵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흡연 가능 나이는 만 18세이고, 음주는 만 21세가 되어야 가능하다. 졸업을 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18세를 넘기 때문에 졸업식을 기념 삼아 시가를 피우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일종의 해방감을 나타내는 의식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졸업식 날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선생님이 학생들의 흡연모습을 보더라도 제지하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나이를 넘었기 때문이다.
근업한 미국 특수고등학교들의 졸업식
미국에는 軍事(군사)고등학교가 있는데 이런 군사고등학교는 군사 의례의 하나인 축포를 발사하는 등 사관학교와 비슷한 의식으로 졸업식을 거행한다. 국내에는 군사고등학교가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상당수의 군사고등학교가 있다. 일부는 주정부나 연방정부에서 운영하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사립 군사고등학교도 많다.
군사고등학교는 군대와 흡사한 규율로 운영된다. 사관학교의 제복과 비슷한 유니폼을 입으며, 머리 모양도 ‘크루 컷(Crew Cut)’이라 불리는 미국식 군인 머리를 하고 있다. 이런 군사고등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군대에 입대하기도 하고, 군사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졸업생들이 군사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에 진학할 경우에도 국가에서 학비를 지원해 준다. 군사고등학교 입학생 대부분은 군대에 가고 싶어서 지원한 경우지만, 자식의 엄한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이 보내서 온 경우도 제법 많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국가 지원금을 받아 대학에 가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미국의 군사대학이나 군대는 필자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입학과 입대가 제한되어 있다. 물론 在美(재미) 교포 2세와 같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학생들은 군사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군사고등학교의 경우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필자와 같은 유학생들도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인 유학생들 중 일부는 이런 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이런 군사고등학교의 졸업식은 사관학교의 졸업식 모습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된다. 축포를 발사하거나 배지를 옷에 달아 주거나 하는 의식 등은 군사대학에서 진행되는 졸업식과 흡사하다.
군사고등학교 외에 특수고등학교로 종교학교들이 있다. 종교적인 전통을 가진 고등학교의 졸업식에서는 미사를 치르면서 졸업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 역시 가톨릭 사립 고등학교였기에 졸업식 시작 전에 약식의 종교적 의식을 거행했다.
미국 고교의 졸업식에는 ‘졸업식 노래’가 없다
물론 필자처럼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학생들도 다니는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종교행사에 치우친 졸업식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입학생이 특정 종교 신자여야 하는 수녀고등학교 같은 진짜 종교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 전체가 종교적인 행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중·고등학교를 불문하고 졸업식에서 반드시 졸업식 노래를 합창한다. 미국에서는 별도의 졸업식 노래가 없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校歌(교가) 역시 흔치 않기 때문에 졸업식에서 노래를 하는 순서는 별도로 두지 않는다.
필자가 졸업할 때도 졸업식장에는 잔잔한 음악만 흘러나왔을 뿐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일부 고등학교에서 그 학교만의 전통이나 재미를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학교의 응원밴드가 나와서 연주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도 정해진 특정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졸업식 노래는 없지만,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에 애국가를 부른다는 점은 우리와 매우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대체로 그 형태가 대학 졸업식과 유사하고 지역, 전통, 특수목적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생활방식이 졸업식에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졸업식은 할아버지 세대와도 크게 다르지 않고, 전국적으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좋게 말하면 한국의 졸업식에는 선후배와 母校(모교)를 강조하는 집단문화와 단합, 전통을 존중하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한국이니만큼 학교마다 좀 더 의미 있고, 개성 넘치는 졸업식 문화를 만들어 정착시켰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