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오페라평론가ㆍ정신과 의사
⊙ 1960년 부산 출생.
⊙ 부산대 의대 졸업.
⊙ 청담 박종호 정신과 의원 원장, 풍월당 대표.
⊙ 저서 <불멸의 오페라 1, 2>,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2>,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등.
⊙ 1960년 부산 출생.
⊙ 부산대 의대 졸업.
⊙ 청담 박종호 정신과 의원 원장, 풍월당 대표.
⊙ 저서 <불멸의 오페라 1, 2>,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2>,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등.
성악가의 목소리에 따라 여자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남자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눈다. 오페라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는 목소리에 따라 각기 맡는 역할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목소리의 종류를 잘 알아야 감상하기에 좋다.
이렇게 목소리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聲部(성부)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성부는 왜 필요한가? 먼저 여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 즉 프리마돈나는 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오페라는 이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여자 주인공의 주변 인물, 즉 그녀의 친구나 라이벌은 메조소프라노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뚜렷한 대비가 가능하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에는 두 명의 자매가 나오는데, 이 경우 언니인 피오르딜리지는 소프라노, 동생인 도라벨라는 메조소프라노다. 이렇게 해야 두 자매가 이중창(二重唱)을 부를 때 멋진 화음이 가능하다.
알토 성부는 콘트랄토(contralto)라고도 불리는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알토는 보통 오페라에서는 거의 잘 쓰이지 않는다. 알토 성부의 배역이 있어도, 주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오페라에서 알토는 점점 줄어들어 그들 영역 대부분을 메조소프라노에게 빼앗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토는 주로 노파, 점쟁이, 무녀 같은 역할이 많다.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테너가 맡는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분명 테너에게 어울린다. 테너는 소프라노와 커플이 되어 아름다운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바리톤은 테너의 라이벌로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는 소프라노를 사이에 두고 테너와 일대 격전을 벌인다. 그러던 바리톤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때문이다. 그동안 오페라에서 사랑은 대부분 남녀의 수평적인 사랑이었다. 여기에 베르디가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어 넣었다. 아버지는 남자의 아버지도 있으나 여자의 아버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들은 남녀의 사랑에 간섭을 하는데, 대부분 훼방을 놓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악역도 많다. 베르디의 <리골레토>, <나부코>, <아이다>, <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나오는 바리톤들은 대부분 프리마돈나, 즉 소프라노들의 아버지다.
소프라노, 성악전공자 90% 차지
베르디 이후로는 바리톤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이전까지는 원래 베이스가 중요한 배역이었다. 즉 남성 성부를 둘로 나눌 때는 테너와 베이스였다. 지금 바리톤이 누리는 영광을 과거에는 베이스가 누렸다. 그러던 중 베이스에서 파생된 바리톤이라는 목소리가 자리 잡게 되었다. 왕이나 승려, 목사, 가정교사 등이 베이스의 단골 역할이었다.
오페라는 프리마돈나들이 이끌어 간다. 앞에서 말한 목소리의 성부에 따르면, 프리마돈나는 대부분 소프라노다. 그러니(물론 예외도 있지만) 오페라의 주인공은 소프라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라노는 여성의 대표적인 성부이자 가장 흔한 성부다. 아마도 주변에 성악을 공부하거나 전공하는 여성이 있으면 90% 이상이 소프라노일 것이며, 드물게 메조소프라노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알토는 아무리 열렬한 클래식광이라 해도 평생 몇 명 만났는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클래식 팬이라도 평생 만나는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다.)
양적으로도 많은 소프라노이니, 다만 소프라노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라고 하면 투수인지 포수인지 정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야구선수에도 투수가 있고 전문적인 타자가 있으며 수비수도 다양한 포지션이 나뉘어 있지 않은가. 이처럼 소프라노의 세계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고, 각 포지션마다 각자의 역할과 매력이 있다.
소프라노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먼저 ‘레제로(leggiero) 소프라노’는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가벼운 소리를 가진 사람들로서, 마치 솜털이 떠다니듯 가벼운 음성으로 노래한다. 가볍기 때문에 빠르고 날카로우며 기민한 기교의 구사가 쉽다. 조수미, 신영옥 같은 가수들이 이 영역에 속하며, 세계적으로는 조앤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나탈리 드세이 등이 대표적인 소프라노들이다. 이 영역이 맡는 대표적인 배역은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리골레토>의 질다 등이다.
다음으로는 ‘리릭(lyric) 소프라노’다. 서정적인 소프라노란 뜻인데, 좀더 우아하고 품격 있는 빠른 기교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가락을 부르기에 적합하다. 홍혜경, 레나타 테발디, 미렐라 프레니 등이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라 보엠>의 미미,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등의 배역을 이 영역의 가수들이 잘 소화한다.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무거운 음성의 질감을 가진 것이 ‘드라마틱(dramatic) 소프라노’다. 그녀들은 가장 강렬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격정적이거나 압도적이며 극적인 표현을 잘한다. 레온타인 프라이스, 에바 마르톤 등이 대표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들이다. <아이다>의 아이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 등이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유명한 배역들이며, 바그너의 오페라들 중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드라마틱 소프라노에게 적합하다.
리릭 소프라노는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벼운 순서대로 리릭 레제로, 리릭, 스핀토(spinto)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레제로, 리릭 레제로, 리릭, 스핀토, 드라마틱의 다섯 단계가 된다. 리릭 레제로는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스핀토는 <토스카>의 토스카 같은 배역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배역에 따른 분류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리릭 소프라노가 드라마틱 소프라노 배역을 맡아도, 스타일은 달라지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드물지만 다섯 영역을 넘나들며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가수가 있다.
소프라노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인 메조소프라노는 오페라에서 늘 조역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메조소프라노 가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의 재목이 나타나면 그들은 “좋은 암네리스나 아주체나가 생겼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대표적인 배역이 바로 베르디의 <아이다> 중 암네리스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중 아주체나 역이기 때문이다.
<아이다>에 나오는 암네리스는 테너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아이다의 戀敵(연적)이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비가극(오페라 세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가 가장 많이 맡는 역할은 소프라노의 라이벌이다.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필두로 베르디의 <돈 카를로>의 에볼리, <나부코>의 페네나, 벨리니 <노르마>의 아달지사, 도니체티 <안나 볼레나>의 조반나,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엘리자베타, <로베르토 데브뢰>의 사라, 폰키엘리 <라 조콘다>의 라우라,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공작부인 등 유명한 메조소프라노 역들은 소프라노의 라이벌인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소프라노는 주인공이고, 메조소프라노는 소프라노의 연적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다음 배역들은 연적보다 더욱 비중이 떨어지는 역할, 즉 주인공의 어머니나 친구, 노인, 점쟁이, 집시 같은 역들이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메조소프라노가 프리마돈나인데, 이런 것은 이탈리아 비가극에서 드문 경우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태어나면 영영 주인공은 꿈꿀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이탈리아의 희가극(즉 오페라 부파)의 여주인공을 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니라 프랑스 오페라를 부르는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 특히 로시니의 희가극들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여주인공을 맡는 경우가 많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이사벨라 등은 모두 메조소프라노다. 로시니는 특별히 메조소프라노를 좋아했다.
프랑스 오페라는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메조소프라노들이 프리마돈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 중 하나인데, 프랑스 관객들의 취향을 따르기 위해서다. 그래서 메조소프라노 여주인공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들이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을 규정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프랑스 오페라 비제의 <카르멘>이 메조소프라노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경우 소프라노인 미카엘라 역이 카르멘의 라이벌로 나오게 된다. 그 외에 토마의 <미뇽>,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마스네의 <베르테르> 등에서 메조소프라노가 프리마돈나를 맡는다.
사라진 목소리 알토
역사적으로 리타 고르, 크리스타 루드비히, 페도라 바르비에리, 줄리에타 시묘나토, 피오렌차 코소토, 셜리 버레트, 그레이스 범브리 등이 기억할 만한 메조소프라노들이다.
여성의 세 성부 가운데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알토는 학교에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교내 합창대회 같은 것을 할 때 가장 낮은 성부는 알토가 된다. 사실 알토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맡아서 부르는 제1소프라노나 제2소프라노 등에 비해 재미도 없고 단순한 백 코러스나 넣는 집단처럼 여겨진다. 음성이 낮아서 알토를 맡은 것이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거나 변성기(여학생도 가능한 이야기다) 상태에 있는 등 음악에 소질이 없는 학생들이 알토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들은 노래할 때 왠지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알토를 맡아본 사람들은 ‘정말 알토는 지겹다’며 아름답고 맑은 소프라노의 연주를 선호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는 천덕꾸러기였던 알토 성부가 오페라하우스로 오면 멋지고 귀한 소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성의 목소리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나누지만, 실제 성악가들 중에서 알토 가수를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과거 바로크 시대에는 알토가 꽤 있었고 활약도도 높았지만, 현대로 오면서 그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알토를 위해 작곡된 배역조차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것이 상례화되다시피 했다.
오페라 초창기인 바로크 시대에는 알토의 활약이 대단했다. 많은 남자 역할들이 알토를 위해 작곡되었다.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하는 남자들을 위한 성부가 있는데, 이는 ‘남자 알토’라고 보면 된다. 즉 여성의 성부가 남성보다 높으므로 테너보다 높은 소리가 알토가 된다. 그래서 그 알토 배역들은 원래는 남자 카스트라토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여성 알토들도 남자로 분장하고 많이 불렀다. 바로크 시대는 남녀 구분 없이 알토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했다.
헨델의 <세르세>의 세르세, <리날도>의 리날도, <줄리오 체사레>의 체사레, 카발리의 <라 칼리스토>의 사티리노,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의 오를란도 등이 모두 알토 배역이다. 그 후 로시니의 <탄크레디>의 탄크레디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의 노포크 등에 나타나다가, 낭만시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졌다.
베르디는 27개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그중에서 알토를 위한 주요 배역(단역은 제외하고)은 <가면무도회>의 울리카 역과 <루이자 밀러>의 페데리카 역 등 단 두 개뿐이다. 이제 알토는 역사 속의 성부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음악사적으로 뛰어난 알토들이 몇몇 있었는데, 영국의 캐서린 페리어, 미국의 마리안 앤더슨 등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여성 알토들이다. 특히 마리안 앤더슨은 역사상 흑인으로서 최초로 오페라 무대에 등장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이렇게 목소리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聲部(성부)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성부는 왜 필요한가? 먼저 여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 즉 프리마돈나는 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오페라는 이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여자 주인공의 주변 인물, 즉 그녀의 친구나 라이벌은 메조소프라노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뚜렷한 대비가 가능하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에는 두 명의 자매가 나오는데, 이 경우 언니인 피오르딜리지는 소프라노, 동생인 도라벨라는 메조소프라노다. 이렇게 해야 두 자매가 이중창(二重唱)을 부를 때 멋진 화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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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을 열연하고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 |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테너가 맡는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분명 테너에게 어울린다. 테너는 소프라노와 커플이 되어 아름다운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바리톤은 테너의 라이벌로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는 소프라노를 사이에 두고 테너와 일대 격전을 벌인다. 그러던 바리톤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때문이다. 그동안 오페라에서 사랑은 대부분 남녀의 수평적인 사랑이었다. 여기에 베르디가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어 넣었다. 아버지는 남자의 아버지도 있으나 여자의 아버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들은 남녀의 사랑에 간섭을 하는데, 대부분 훼방을 놓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악역도 많다. 베르디의 <리골레토>, <나부코>, <아이다>, <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나오는 바리톤들은 대부분 프리마돈나, 즉 소프라노들의 아버지다.
소프라노, 성악전공자 9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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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
오페라는 프리마돈나들이 이끌어 간다. 앞에서 말한 목소리의 성부에 따르면, 프리마돈나는 대부분 소프라노다. 그러니(물론 예외도 있지만) 오페라의 주인공은 소프라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라노는 여성의 대표적인 성부이자 가장 흔한 성부다. 아마도 주변에 성악을 공부하거나 전공하는 여성이 있으면 90% 이상이 소프라노일 것이며, 드물게 메조소프라노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알토는 아무리 열렬한 클래식광이라 해도 평생 몇 명 만났는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클래식 팬이라도 평생 만나는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다.)
양적으로도 많은 소프라노이니, 다만 소프라노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라고 하면 투수인지 포수인지 정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야구선수에도 투수가 있고 전문적인 타자가 있으며 수비수도 다양한 포지션이 나뉘어 있지 않은가. 이처럼 소프라노의 세계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고, 각 포지션마다 각자의 역할과 매력이 있다.
소프라노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먼저 ‘레제로(leggiero) 소프라노’는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가벼운 소리를 가진 사람들로서, 마치 솜털이 떠다니듯 가벼운 음성으로 노래한다. 가볍기 때문에 빠르고 날카로우며 기민한 기교의 구사가 쉽다. 조수미, 신영옥 같은 가수들이 이 영역에 속하며, 세계적으로는 조앤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나탈리 드세이 등이 대표적인 소프라노들이다. 이 영역이 맡는 대표적인 배역은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리골레토>의 질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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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라보엠>에서 열연하고 있는 소프라노 홍혜경. |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무거운 음성의 질감을 가진 것이 ‘드라마틱(dramatic) 소프라노’다. 그녀들은 가장 강렬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격정적이거나 압도적이며 극적인 표현을 잘한다. 레온타인 프라이스, 에바 마르톤 등이 대표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들이다. <아이다>의 아이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 등이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유명한 배역들이며, 바그너의 오페라들 중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드라마틱 소프라노에게 적합하다.
리릭 소프라노는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벼운 순서대로 리릭 레제로, 리릭, 스핀토(spinto)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레제로, 리릭 레제로, 리릭, 스핀토, 드라마틱의 다섯 단계가 된다. 리릭 레제로는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스핀토는 <토스카>의 토스카 같은 배역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배역에 따른 분류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리릭 소프라노가 드라마틱 소프라노 배역을 맡아도, 스타일은 달라지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드물지만 다섯 영역을 넘나들며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가수가 있다.
소프라노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인 메조소프라노는 오페라에서 늘 조역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메조소프라노 가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의 재목이 나타나면 그들은 “좋은 암네리스나 아주체나가 생겼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대표적인 배역이 바로 베르디의 <아이다> 중 암네리스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중 아주체나 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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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운명의 힘>에 출연한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 |
그 다음 배역들은 연적보다 더욱 비중이 떨어지는 역할, 즉 주인공의 어머니나 친구, 노인, 점쟁이, 집시 같은 역들이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메조소프라노가 프리마돈나인데, 이런 것은 이탈리아 비가극에서 드문 경우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태어나면 영영 주인공은 꿈꿀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이탈리아의 희가극(즉 오페라 부파)의 여주인공을 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니라 프랑스 오페라를 부르는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 특히 로시니의 희가극들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여주인공을 맡는 경우가 많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이사벨라 등은 모두 메조소프라노다. 로시니는 특별히 메조소프라노를 좋아했다.
프랑스 오페라는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메조소프라노들이 프리마돈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 중 하나인데, 프랑스 관객들의 취향을 따르기 위해서다. 그래서 메조소프라노 여주인공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들이 프랑스 오페라의 특징을 규정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프랑스 오페라 비제의 <카르멘>이 메조소프라노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경우 소프라노인 미카엘라 역이 카르멘의 라이벌로 나오게 된다. 그 외에 토마의 <미뇽>,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마스네의 <베르테르> 등에서 메조소프라노가 프리마돈나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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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랑스, 일본 합작 오페라 <카르멘>. |
사라진 목소리 알토
역사적으로 리타 고르, 크리스타 루드비히, 페도라 바르비에리, 줄리에타 시묘나토, 피오렌차 코소토, 셜리 버레트, 그레이스 범브리 등이 기억할 만한 메조소프라노들이다.
여성의 세 성부 가운데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알토는 학교에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교내 합창대회 같은 것을 할 때 가장 낮은 성부는 알토가 된다. 사실 알토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맡아서 부르는 제1소프라노나 제2소프라노 등에 비해 재미도 없고 단순한 백 코러스나 넣는 집단처럼 여겨진다. 음성이 낮아서 알토를 맡은 것이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거나 변성기(여학생도 가능한 이야기다) 상태에 있는 등 음악에 소질이 없는 학생들이 알토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들은 노래할 때 왠지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알토를 맡아본 사람들은 ‘정말 알토는 지겹다’며 아름답고 맑은 소프라노의 연주를 선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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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포스터. |
과거 바로크 시대에는 알토가 꽤 있었고 활약도도 높았지만, 현대로 오면서 그 활동반경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알토를 위해 작곡된 배역조차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것이 상례화되다시피 했다.
오페라 초창기인 바로크 시대에는 알토의 활약이 대단했다. 많은 남자 역할들이 알토를 위해 작곡되었다.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하는 남자들을 위한 성부가 있는데, 이는 ‘남자 알토’라고 보면 된다. 즉 여성의 성부가 남성보다 높으므로 테너보다 높은 소리가 알토가 된다. 그래서 그 알토 배역들은 원래는 남자 카스트라토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여성 알토들도 남자로 분장하고 많이 불렀다. 바로크 시대는 남녀 구분 없이 알토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했다.
헨델의 <세르세>의 세르세, <리날도>의 리날도, <줄리오 체사레>의 체사레, 카발리의 <라 칼리스토>의 사티리노,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의 오를란도 등이 모두 알토 배역이다. 그 후 로시니의 <탄크레디>의 탄크레디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의 노포크 등에 나타나다가, 낭만시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졌다.
베르디는 27개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그중에서 알토를 위한 주요 배역(단역은 제외하고)은 <가면무도회>의 울리카 역과 <루이자 밀러>의 페데리카 역 등 단 두 개뿐이다. 이제 알토는 역사 속의 성부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음악사적으로 뛰어난 알토들이 몇몇 있었는데, 영국의 캐서린 페리어, 미국의 마리안 앤더슨 등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여성 알토들이다. 특히 마리안 앤더슨은 역사상 흑인으로서 최초로 오페라 무대에 등장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