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SCO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운영 중인 VPS 철강공장에서 선재류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첫인상은 오토바이로 결정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이 거리를 질주한다. 배기량 50~100cc 정도의 통통거리는 소형 오토바이가 주류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 소리에 시달리다 보면 저녁 무렵에는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다.
베트남戰(전) 당시 北베트남(越盟) 사람들이 미국과 전쟁을 위해 全국민이 AK 소총으로 무장했다면, 戰後(전후) 35년이 지난 오늘날 그들은 남녀노소가 「시장경제와의 전쟁」을 위해 오토바이로 무장한 셈이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들끓는다. 노인층은 대부분 전란 통에 숨지고 戰後 베이비붐 시절 태어난 젊은이들이 국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金元鎬(김원호) KOTRA 하노이 무역관장은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76년 인구가 4916만 명이었는데, 30년 후인 2006년에 8415만 명으로 거의 두 배가 늘었다. 2015년에는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활기차고 싱싱한 젊은이들이 베트남의 희망이다. 全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부지런하고 영리하며,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몰려든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베트남이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었던 역사적 관계 때문인지 가족에 대한 결속력이 강하고 근면 성실하다』고 했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두산중공업의 류항하 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기능공들은 한국의 생산직 근로자들에 비해 임금은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국내의 70~80%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베트남이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걸어왔다고 지적한다. 全세계에서 과거제로 관료를 선발하는 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朝鮮(조선)과 越南(월남)이 대표적이다. 모든 역사와 人名(인명)을 한자로 기록한 것, 중국의 지배권에 있다가 식민지를 경험한 것, 식민지에서 해방될 때 남북의 허리가 잘려 분단된 사실, 양측이 무력을 동원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벌인 것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세계 4위의 매력적인 소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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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운영하고 있는 VPS 철강공장. |
2000년 초에 300만 명이던 베트남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3000만 명으로 7년 만에 10배나 늘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AT커니」는 높은 경제성장률, 인구의 70%가 20~30代 젊은 층이라는 점을 들어 베트남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꼽았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오피스 빌딩이 새로 올라갈 정도로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 베트남은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가로 보인다.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도부 구성은 독특하다. 오늘날 베트남을 이끌고 있는 세력은 미국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호찌민(胡志明) 주석이 젊은 남녀 인재 5000여 명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보내 키워낸 실력파들이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한 농득마인 공산당 서기장이 호찌민 유학생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는 법이다. 미래가 아무리 희망차 보여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은 고단해 보인다. 밤이면 도시 전체가 어둠에 갇히는 것을 보면 電力(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고, 낡은 차량들이 뿜어 대는 매연은 도시를 칙칙하게 물들인다. 주요 도시를 잇는 간선도로망은 한국의 1960년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철도·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미비는 베트남의 발목을 잡고 있다.
曺建煥(조건환) 우리은행 하노이 지점장, 李炳森(이병삼) 베트남 퍼시픽어패럴 이사, 이중귀 신한비나은행 하노이 지점 이사 등은 『베트남 지도부의 실용주의는 돋보이지만 아직 사회주의적 잔재가 요소요소에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너무 크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이 충분치 못해 젊은이들의 다수는 半실업 상태다.
베트남 지도부는 수많은 산업 예비군들을 고용해 줄 외국인 직접투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金元鎬 KOTRA 하노이 무역관장의 설명에 의하면, 2007년 9월 말 기준으로 베트남의 총 투자유치액 728억6000만 달러 중 우리나라의 누계 투자액이 110억3000만 달러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한국 투자기업들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9만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曺建煥 우리은행 하노이 지점장은 『베트남은 정치는 중국을, 경제는 한국을 벤치마킹해 국가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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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거리의 오토바이 행렬. |
1992년 당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도무오이는 『우리는 베트남 경제발전을 위해 포스코 같은 철강기업을 건설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포스코에 『1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고로 일관제철소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국경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 것은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노이에서 만난 포스코 베트남 프로젝트 추진반의 李相奇(이상기) 팀 리더는 『우리는 베트남 중남부 칸호아성의 반퐁 지역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일관제철소와 상업용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7년 5월 베트남 국영기업인 비나신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타당성 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포스코가 제철소 건설 후보지로 꼽고 있는 반퐁灣(만) 혼곰반도 지역은 평균 수심이 20~25m로, 20만t 규모의 선박 접안이 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포스코가 베트남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노이에서 만난 한동희 포스코 부장은 『세계 철강산업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광석 확보를 위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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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PS 공장에 쌓여 있는 빌레트. 이 빌레트에 열을 가한 다음 얇게 뽑아내 철근이나 선재류로 가공한다. |
사정이 이렇게 되자 철광석 광산 기업들과 철강의 1차 소비산업인 자동차·조선 기업들이 인수 합병으로 대형화해 철강사들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면서 철강사들은 가격 협상 등에서 수세에 몰리게 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기업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 합병으로 대형화하기 시작했고, 생산 패턴이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南湜(남식) 포스코 베트남 법인장의 설명이다.
『세계 1위의 철강 메이커인 아르셀로 미탈이 철광석 원료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합병해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티센 크룹과 중국의 바오산강철은 브라질에 고로 제철소 건설을 준비 중입니다. 이제 세계 철강산업의 트렌드는 上공정(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로 선철을 생산하는 과정-편집자 注)은 원료 산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下공정(열연이나 냉연공장처럼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편집자 注)은 수요처에 위치시키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즉, 임해제철소 시대에서 벗어나 쇳물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은 시장 근처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포스코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上공정에 대한 투자나 전략적 인수 합병, 세계 철광석 산지인 브라질 진출 타이밍이 여의치 못했다. 오히려 동국제강이 브라질의 발레(舊 CVRD)社와 합작으로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州 페셍 산업단지에 2조 원을 투자해 연산 250만~300만t의 고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스코는 철광석 확보가 가능한 인도와 베트남에 일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철강 수요는 연간 750만t인데 2012년에는 그 수요가 1200만t, 2015년에는 1500만t으로 예상되지만 自國 내에 일관제철소가 없어 판재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열연공장이 없어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 다량의 철광석 매장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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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PS가 생산하는 선재류 제품. |
『베트남에는 두 개의 철광석 광산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중부지역의 하띵 광산으로 현재 미개발 상태지만 5억t 정도 매장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부의 타이케이 광산은 매장량 1억t으로 고로 제철소에 매년 100만t 정도의 철광석 공급이 가능합니다.
인도의 타타스틸은 베트남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할 경우 총 투자비의 30%를 타이케이 광산 개발에 투자할 의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광산들이 개발되면 국내用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출할 예정인데, 포스코는 이 철광석의 수요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제는 「베트남에 있는 철광석은 아연 함량이 기준치보다 높아 상품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으로 1단계로 연산 4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짓고, 이후 추가로 400만t을 더 증설할 예정이라는 예측보도를 내놓고 있다. 李東熙 포스코 부사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에 건설 예정인 제철소 생산능력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되자 베트남 정부는 인도의 타타 스틸과 고로 제철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포스코에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베트남에 일관제철소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아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이퐁의 V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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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凰準 VPS 법인장. |
베트남戰 당시 北爆(북폭)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하이퐁은 항구도시라서 그런지 도시 전체가 경직되어 있는 듯한 하노이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VPS는 1994년 1월 포스코와 베트남 철강총회사(VSC)가 50대 50으로 합작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1995년 9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회사는 선재와 철근 등 봉강류를 연간 20만t 정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포스코가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공장 라인은 쇳물을 녹여 만든 빌레트에 열을 가한 다음 롤러로 압연해 철사 형태로 만드는 과정인 선재작업과 직선 형태의 철근으로 생산하는 설비들로 채워져 있었다. 시뻘겋게 달궈진 빌레트가 롤러 테이블을 타고 흘러나오면서 압연 롤을 거쳐 선재로 가공되고 있었다. 작업 라인에 다가가자 지름 6mm 정도로 가늘게 압연된 선재제품에서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공장에 고용된 베트남 현지 근무인력은 212명, 포스코에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은 安凰準(안황준) 법인장을 포함해 3명이다. 포스코는 현지 근무인력들을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보내 기술교육을 해 현지화를 앞당겼다고 한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1999년 베트남 품질대상 수상, 2001년 베트남 정부 노동훈장, 2002년 국제품질경영인증(ISO 9001) 획득, 2003년 이후 4년 연속 베트남 우수품질상 수상, 2004년 하이퐁 무역박람회 품질대상을 수상하는 등 베트남 내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安법인장은 『베트남의 건설 붐을 타고 철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원료인 빌레트가 부족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철근과 선재류는 경쟁이 격화돼 앞으로는 고급강 쪽으로 업종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安凰準 법인장은 『우리는 베트남 정부의 북부지역 개발 의지에 따라 하이퐁에 공장을 건설했다』면서 『VPS는 지난 14년간 베트남 산업화에 기여해 왔고, 「製鐵報國(제철보국)」이라는 포스코 정신을 베트남에 뿌리 내려 왔다』면서 『일관제철소 건설, 냉연 및 열연 공장 건설이 끝나면 포스코는 베트남의 미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기업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퐁의 VPS가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라면 베트남 남부의 붕따우성 푸미공단에 건설 중인 냉연공장과 원료부두는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이퐁에서 여객기로 2시간을 날아 호찌민에 도착했고, 호찌민에서 다시 승용차로 두 시간을 달리자 붕따우가 나타났다.
포스코 냉연공장 건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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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연공장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는 南湜 포스코 베트남 법인장(왼쪽)과 강찬주 건설담당부장(오른쪽). |
호찌민과 붕따우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도시로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물결이 깊이 배어 있어 越盟의 수도였던 하노이와는 분위기가 완연히 달랐다. 붕따우 외곽에 위치한 푸미공단을 끼고 티바이江이 흐르는데, 포스코는 이 강변 늪지대를 매립해 5만t 화물선 접안이 가능한 원료부두와 냉연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공사현장 곳곳에서는 매립지의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파일을 박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찬주 건설담당부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어 있었다. 그는 『우리는 늪지대를 매립해 130ha(약 40만 평에 해당)의 부지를 조성했고, 이 부지 위에 연산 120만t 규모의 냉연공장을 건설 중이다. 2007년 8월 초 착공한 이 공사는 2009년 9월에 상업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냉연공장에는 300여 명의 근무인력이 필요한데, 공장 건설이 진행되는 한쪽에선 현장 근무인력 100명을 선발해 교육훈련을 하고 있었다. 냉연공장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南湜 포스코 베트남 법인장은 『우리는 최신예 설비를 갖춘 베트남 최초의 냉연공장을 건설 중』이라면서 『현지 채용 인력들을 포스코의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보내 현장 연수를 시킨 후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냉연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원료를 실어와 이곳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에 쓰이는 냉연제품 70만t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인 냉간압연강대 50만t 등을 생산해 베트남은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 설립한 포스코 가공센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계 중공업 기업 속속 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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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따우성의 푸미공단에 포스코가 건설 중인 냉연공장 건설 현장. 이곳은 원래 강변 늪지대를 매립한 곳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 파일로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
南법인장은 『냉연공장이 완공되면 2단계로 연산 300만t 규모의 열연공장을 건설할 예정인데, 2단계 투자까지 합치면 베트남內 외자유치로는 최대 규모다. 현재 포스코 베트남 부지를 중심으로 철강관련 업체들과 화학관련 업체들이 들어오고 있다. 포스코가 냉연제품을 공급하게 됨으로써 이 공단에 고급 철강재의 수요산업인 자동차, 家電(가전), 건설자재, 기계부품, 화학, 파이프를 생산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계속 유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경우 푸미공단은 동남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약진하는 臨海(임해)공업단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진출로 국내의 연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중공업 분야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의류나 신발 등 低임금 위주 경공업의 진출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 효과를 베트남에 가져다 줄 것이다.
공사현장 부근은 주재원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나 거주시설 등 인프라가 미비하다. 그래서 붕따우에서 공장 건설과 현지인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포스코 직원들은 대부분 호찌민에 가족들을 남겨 둔 채 공사현장 근처에서 독신 생활을 하고 있었다. 베트남에까지 와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태국]
리틀 재팬
태국 방콕 공항에 도착한 여객기에서 연신 골프채가 내려지고 있었다. 공항에 숨가쁘게 부려지는 골프채를 보면 태국이 세계적인 관광大國임이 분명하지만, 공항에서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서 마주치는 각종 공장들을 보면서 태국이 전통 깊은 공업국이란 사실을 실감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10대 중 9대는 도요타, 니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제였다. 특이한 것은 1t 픽업트럭이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t 픽업은 짐을 싣는 용도 외에 지붕을 덮어 버스로 사용되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國王이여 만수무강 하소서」라는 슬로건과 함께 푸미폰 國王 부처가 젊은 시절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연로한 國王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존경심은 외국인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넓고 깊다고 한다.
방콕 시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리틀 재팬」이란 말이 실감난다. 곳곳에 일본인 집단 거주지가 존재하고, 일본인들을 위한 음식점과 상점, 서비스 업체들이 즐비하다. 특히 일본의 자동차와 家電 메이커들이 오래 전부터 船團式(선단식)으로 진출해 거대한 경제 블록을 만들었다.
태국의 家電제품 생산량 세계 2위
포스코 타일랜드에 근무하는 李映雨(이영우) 차장은 『일본은 태국과 120년 전에 수교했으며 미쓰이물산은 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았다』고 했다. 일본은 태국과 FTA를 체결, 2007년 11월1일부터 발효됨으로써 양국 경제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 타일랜드의 기업활동은 현지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철판을 가공해 공급하는 가공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방콕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촌부리市의 방파콩 공단에 제1가공센터(POS-TPC 1)를, 파타야 근처 라용市의 아마타시티 공단에 제2가공센터(POS-TPC 2)를 운영 중이다. 李映雨 차장의 안내로 가공센터 취재를 위해 촌부리市로 이동했다.
방콕에서 승용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촌부리는 한국으로 치면 수원 정도에 해당하는 광역시로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었다.
李映雨 차장은 『이 지역에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일본 유수의 家電 메이커들이 진출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태국의 家電제품 생산량이 중국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포스코 글로벌 전략의 출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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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印燦文 포스코 타일랜드 법인장. 뒤에 보이는 건물이 자동차용 강판 전문 가공센터인 포스코 타일랜드 제2공장이다. |
당초 제1가공센터는 현재 규모보다 몇 배 넓게 계획되어 있었는데, 건립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터져 규모를 1만 5520m2(약 4703평)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근무 인원은 150여 명이다. 부지가 워낙 협소해 방콕 근처에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제3가공센터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印燦文(인찬문) 포스코 타일랜드 법인장은 『제1가공센터는 규모는 보잘것없지만 포스코의 글로벌 전략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는 공장』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1990년대 중반 세계 곳곳에 철강 생산공장, 혹은 가공센터를 설립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첫 시범사업으로 1997년에 태국 촌부리와 중국 톈진(天津)에 가공센터를 건설했다.
印법인장은 『공장 건설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닥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1998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이 크게 성공함으로써 포스코는 2010년까지 4억 달러를 투자해 지구촌 곳곳에 40개의 해외 가공기지를 설치하고, 400만t의 철강재를 판매해 4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4444 글로벌 전략」을 확정하고, 중국·일본·멕시코·동남아 등지에 28개의 가공센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2개의 네트워크가 완공되면 포스코 글로벌 전략의 밑그림은 일단 완성되는 셈이다.
제2가공센터 취재를 위해 라용市로 이동했다. 파타야 쪽으로 뻗은 도로 연변에는 야자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유명한 관광도시인 파타야 근처에 위치한 라용市 외곽의 아마타시티 공업지대에 위치한 제2가공센터는 1공장에 비하면 분위기가 쾌적했다. 공장 건물 옆에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고, 제단 위에는 부처상이 모셔져 있었다.
공장을 안내한 포스코 타일랜드의 李英煥(이영환) 부사장은 『직원들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수시로 제단 앞에 와서 절을 하면서 소원을 빈다』고 했다.
해외 가공센터의 역할
2006년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제2가공센터의 총 투자비는 1375만 달러다. 면적은 2만8000㎡(약 8577평)로 1공장보다 두 배나 넓고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제1가공센터가 전자제품용 철강 가공센터라면, 제2가공센터는 자동차용 강판 전문 가공센터였다. 작업 과정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둘둘 말려 있는 철판을 풀어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절단한 다음 공급하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다. 공장 내부에는 「블랭킹 라인」이라 하여 자동차용 철판을 다각형 및 곡면 형태로 절단하는 기계들이 굉음을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李부사장은 『앞으로 이 공장에는 현재보다 몇 단계 더 나간 맞춤용접 강판 생산을 위해 레이저 용접기와 프레스기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기계들이 설치돼 가공 수준이 더 높아지면 가공센터는 자동차부품 생산공장과 성격이 비슷해질지 모른다.
제2가공센터에서는 100여 명의 직원들이 연간 12만t의 자동차용 철강재를 가공해 주변의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었다. 李英煥 부사장은 『해외 가공센터는 철강재의 가공뿐만 아니라 일정한 수요를 보관하고 있다가 적기에 공급하는 종합물류센터와 애프터서비스, 판매까지 담당하는 전천후 마케팅 거점』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태국 현지법인 등을 통해 지난해 51만7000t의 철강재를 판매했으며, 올해는 55만t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李부사장은 『우리는 설비를 최적화하고 판매 역량을 높여 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프로세싱 센터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포스코 타일랜드의 주요 거래처는 마쓰다, 도요타, 니산, 혼다, 이스즈, 미쓰비시 등 대부분이 일본계 자동차 메이커다. 일본계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포스코 타일랜드에 근무하는 인력들은 포스코 일본 지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일본통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李英煥 부사장은 『니산이 태국에서 생산·판매하는 픽업트럭 주력모델의 경우 한 차종에 필요한 철강재의 40%, 포드와 마쓰다의 태국 합작법인인 AAT의 경우 전체 자동차 강판 구매량의 30% 이상을 포스코가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印燦文 법인장의 설명에 의하면, 태국에는 세계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 9개와 2000여 개의 부품업체가 진출해 있어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린다고 한다. 내수시장 규모는 2004년 93만 대, 2005년 113만 대, 2007년 125만 대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10년 200만 대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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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타일랜드 제1공장의 공장 곳곳에 쌓여 있는 코일들. 이 코일을 풀어서 수요자가 원하는 형상으로 절단·가공해 공급한다. |
일본 업계가 주도권 쥐고 있는 태국
태국의 자동차 시장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3개국의 내수 수요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아시아에서 100만 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 한국을 제외하면 태국이 유일하다.
방콕에서 만난 위크롬 왓차라굽타 태국철강협회 수석 임원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태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태국 정부는 해외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투자하기 쉽도록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한 결과 아시아를 겨냥한 생산기지로 각광받았습니다.
태국은 특히 1t 픽업트럭 시장이 발달했는데 픽업은 건설용 자재, 농업용, 각종 생활용품 수송에 용이하며, 약간 개조해 사람도 실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픽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생산량이 늘자 부품사들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동차 시장이 크게 활성화한 겁니다』
문제는 태국의 자동차산업이 일본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계 자동차 기업들이 태국 전체 차량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업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태국의 자동차용 철강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포스코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태국에 진출한 일본계 자동차 메이커에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었다.
자동차용 강판은 연비를 고려해 가벼워야 하며, 강도가 질기면서 가공이 잘 되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요구되어 「철강의 꽃」이라 불린다. 기자는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미쓰비시자동차 타일랜드 생산공장을 찾아갔다.
미쓰비시자동차는 타일랜드 공장에서 SUV 차량인 「스페이스 웨곤」, 승용차 「렌사」, 1t 픽업트럭인 「트라이톤」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무라카미 히로키(村上廣樹) 미쓰비시자동차 타일랜드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일본·미국·유럽·태국의 4개국에 글로벌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데, 그중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 태국 법인』이라면서 『4개 거점 중 태국에서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으며, 태국에서 생산하는 트라이톤 1t 픽업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에 비해 손색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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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히로키(村上廣樹) 미쓰비시자동차 타일랜드 부사장. |
미쓰비시자동차가 포스코의 강판을 사용하게 된 계기를 묻자, 무라카미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월 1만5000t 정도의 자동차용 강판을 신일본제철과 JFE에서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2004년에 전 세계적으로 강재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를 비롯해 태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강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포스코를 주목하게 됐어요』
무라카미 부사장에게 포스코 제품의 품질에 대해 질문하자 『외판재 분야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조금 있지만 전반적인 면에서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재는 일본 제품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이며, 납기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부사장은 『일본은 2007년 11월1일부터 태국과 FTA가 체결되어 관세가 철폐됐기 때문에 일본산 철강재는 5% 정도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포스코도 그에 상응하는 가격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印燦文 포스코 타일랜드 법인장은 『포스코는 미쓰비시자동차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의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태국 공장과 인도네시아 공장에 2002년부터 자동차 외판용 강재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 가공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태국에서 수요가 폭증해 방콕 근처에 제3가공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내년 9월경 완공 예정인 제3가공센터는 니산 타일랜드 공장 부근에 있는데, 여기서는 주로 니산에 강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印법인장은 『제3가공센터가 완공되면 포스코는 태국에서 연간 40만t, 자동차용 강재는 24만t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연간 24만t이면 승용차 24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자, 태국 전체 자동차용 철강 수요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재를 공급하는 셈이다.
태국의 일관제철소 건설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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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타일랜드 제2공장 안에 마련되어 있는 불교 제단. 종업원들은 수시로 이 제단 앞에 와서 향을 피우고 합장 기도를 한다. |
포스코의 해외 가공센터 운영실태를 보고 신일본제철에서 가공센터 건립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태국은 연간 철강 수요가 1500만t이나 되며, 철강재 수요는 매년 7% 이상 증가하고 있어 2010년에는 국내 수요가 2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高爐 일관제철소가 없어 500만t 정도의 선철은 국내 전기로 회사가 공급하고, 나머지 1000만t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이 취약한 형편이다. 지난해 태국 정부는 철강재 자급을 위해 앞으로 15년간 총 12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연간 3000만t의 철강재를 생산하는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위크롬 왓차라굽타 태국철강협회 수석 임원은 『政情 불안으로 당분간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손티 분야랏끌린 장군이 주도한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系의 「국민의 힘」(PPP)당이 지난해 12월 열린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 1당에 오르자 해외 망명 중인 탁신 前 총리는 오는 4월까지 귀국하겠다고 발표했다가 2월 말 서둘러 귀국했다.
태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건강이 태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80세 생일을 맞은 푸미폰 국왕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철강산업은 한 나라가 산업화·근대화로 가는 길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산업이다. 한국은 국내 수요가 60만t에 불과할 때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기술과 자본을 구했고, 일본의 對日 청구권자금을 이용해 104만t 규모의 철강공장을 지어 「포스코」라는 초우량 기업을 탄생시켰다.
중국 철강산업도 덩샤오핑(鄧小平)의 결단에 의해 상하이(上海)에 대규모 임해 제철소인 바오산강철을 건설함으로써 국가 근대화의 시동이 걸렸다. 국가 핵심 기간산업인 일관제철소 건설은 국가 최고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이 요구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과연 태국이 이런 정치적 위기를 잘 넘기고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세계로 향하는 포스코의 明暗]
포스코가 넘어야 할 山
올해는 포스코 창립 40주년 되는 해다. 그동안 포스코는 중국 장쑤성(江蘇省) 장자강(張家港)에 전기로 방식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해외 일관제철소 건설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시장이 존재하는 해외 현지에 생산기지와 가공공장을 건립하는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이러한 글로벌 전략 추진을 위해 올해 8조원(계열사와 해외법인 포함한 연결기준)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 철강업계가 臨海제철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쇳물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라는 쪽으로 전략적 이동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에 비해 원료와 시장 확보가 불리한 포스코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지난 2월13일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은 지난해 1억970만t의 조강생산량으로 매출 1052억 달러, 영업이익 148억 달러, 순이익 103억 달러라는 세계 철강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아르셀로 미탈의 조강 생산량은 전 세계 철강수요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2~4위권인 포스코, JFE, 신일본제철의 조강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아르셀로 미탈의 거침없는 질주는 지난해에만 크고 작은 기업 35개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인수 합병(M&A)이 원동력이다.
세계 1위 철강기업인 미탈과 2위인 아르셀로의 합병으로 탄생한 「슈퍼 골리앗」 아르셀로 미탈은 글로벌 M&A를 통해 필요한 원료(철광석과 석탄)의 40%를 자체 조달하고, 30%는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철강 전문가들은 2010~2011년에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6억t을 넘어 全세계 생산량의 45~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철강산업 원료를 자급해 왔으나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 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광석 수입국으로서 전 세계 철광석의 3분의 1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세계 철광석 가격이 2005년에는 전년보다 90%, 2006년에는 19%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철광석 확보 전쟁에 대해 「세계 철강업계의 불가사리」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중국 최대의 철강기업인 바오스틸은 1999년부터 호주와 브라질 철광석 광산에 투자해 호주에서 1000만t, 브라질에서 600만t을 자체 생산해 도입하고 있어 철광석 가격등락이 바오스틸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또한 「13억 인구」라는 거대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전략으로 세계적인 철강사들의 첨단기술을 이전받아 몇 계단씩을 단숨에 뛰어오르는 「기술 건너뜀 현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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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1일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李龜澤 포스코 회장과 朴泰俊 포스코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사가를 부르고 있다. |
포스코의 글로벌 전략
그 동안 국내산업 발전과 국제 철강시장의 고속성장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포스코는 1997년부터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해외 곳곳에 생산공장과 가공센터를 속속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전략하에 현재 3750만t 수준인 조강생산량을 중국·인도·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해 앞으로 국내외 전체 생산규모를 5000만t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 덕분에 판매도 크게 늘어 이구택 회장이 올해 초 밝힌 「조강생산량에서 아르셀로 미탈에 이은 세계 2위의 철강업체로의 도약, 매출액 34조3000억원(국내외 법인 연결기준), 영업이익 5조6000억원 달성」이라는 2008년의 경영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앞날이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국내에선 「현대제철」이라는 경쟁사가 고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의 글로벌 전략은 현대제철의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 움직임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은 포스코로부터 연간 150만~200만t의 강재를 구입해 왔다.
경쟁사들의 약진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에 고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조만간 경쟁력 있는 자동차용 강판, 조선용 후판 등 고급 철강제품을 본격 생산하면 포스코에서 구입하던 물량이 현대제철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 판매하던 수요를 해외에서 새롭게 창출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아르셀로 미탈의 거침없는 질주와 일본 철강기업들이 보유한 고도의 첨단기술, 중국 철강업체들의 「기술 건너뜀 현상」도 포스코에 큰 부담이다.
외국은 국가원수가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자원외교를 펼쳐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을 때, 포스코는 국가적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고 기업 차원에서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이 와중에 포스코가 추진 중인 인도와 베트남에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포스코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과 태국에서 본 포스코의 현재와 미래는 희망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팜치꾸옹 베트남 철강협회장
『포스코, 타타스틸 둘다 고로 제철소 건설해 주길…』
베트남 철강협회 구성원은 64개 기업으로, 그중 23개 회사가 철강을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는 철강 가공기업이다. 팜치꾸옹 베트남 철강협회장은 『포스코는 베트남 통일 이후 철강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투자를 시작했고, 현재 철강산업에서 최대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딘위땀 베트남 철강협회 총서기장이 동석했다.『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8.5% 정도인데,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철강소비량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어요. 2007년 철강재 소비는 750만t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세계 철강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이유는 국내에 일관제철소가 없어 철강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철강산업에서 포스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포스코의 기업활동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포스코는 현재 냉연강 120만t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고, 이것이 끝나면 300만t 규모의 열연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냉연은 2009년 9월부터, 열연코일은 2012년 생산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 건설이 마무리되면 포스코가 베트남 최대의 철강기업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은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우리 정부는 선철 생산을 위한 上공정에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포스코와 비나신(베트남 조선공사)이 합작으로 400만t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 인도 타타스틸과 VSC(베트남 철강총공사)가 연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두 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관제철소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이 요구되는데, 두 개를 한꺼번에 짓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포스코와 타타스틸을 경쟁시키기 위한 구도입니까.
『우리 정부가 두 개 프로젝트를 다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베트남 철강협회의 희망사항입니다. 이유는 포스코와 타타스틸이 전 세계 철강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기술력이 뛰어나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죠. 일관제철소 건설은 국가적 의지가 중요한데, 베트남 정부는 1975년 통일 후부터 제철소 건설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웃 나라인 태국도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베트남이 태국에 비해 어떤 점이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태국보다 인구가 많고, GDP 성장률이 매년 7.5~9%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낙후되어 있어 SOC나 제반 시설이 이미 건설되어 있는 태국보다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베트남 정부의 해외 투자 유치 정책이 우호적이고, 법률도 해외 투자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어 FDI 유입이 크게 늘고 있어요. FDI는 2005년에 58억 달러, 2006년에 130억 달러, 2007년 203억 달러로 급격히 늘었는데, 이런 수치는 철강재 내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인터뷰] 위엔마이꿘 베트남 자본재산업국장
『포스코의 베트남 투자를 환영합니다』
위엔마이꿘 자본재산업국장은 베트남 정부의 기계, 철강 및 금속, 화학 분야정책 총괄담당자로서 베트남 철강산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 어느 국가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베트남의 1인당 GDP는 약 800달러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변국보다 매우 낮습니다만 정부가 경제발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全국토가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1986년부터 베트남 공산당이 도입한 「도이머이 정책」은 계획경제를 폐지하고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 경제발전과 건설을 연속적이고 단호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이 정책은 각계각층으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경제 각 분야의 노력과 정부의 지도력 덕분에 베트남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7.6%, 지난해에는 8.5% 성장했으며, 올해는 8.5~9%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베트남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어떤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외국인 투자자의 공업 생산 가치는 전체의 44%를 점하고 있는데, 이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행정개혁,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세법과 건설법, 투자법, 기업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또 국제기구의 제반 규정을 준수한 결과 2006년 1월에 WTO에 가입함으로써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05년 11월, 베트남 의회에서 통과된 투자법은 투자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 국내외 투자자의 법적 평등 등을 비롯해 토지임대료를 비롯한 각종 세금 감면 등 우대조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대조항과 우수하고 근면하면서도 저렴한 노동력, 지리적 이점, 안정적인 정치상황이 베트남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경제개발정책의 핵심은 무엇이며, 국가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공업 분야를 먼저 발전시켜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발전을 위한 지렛대를 조성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국가 목표는 2020년까지 베트남을 공업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3개의 민감 공업분야와 7개의 우선 공업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우선 공업분야가 당면한 요구를 해결하는 단기적 처방이라면, 민감 공업분야는 국가경제 기반을 공고히 하고 다른 산업분야의 발전 동력을 조성하는 장기적 플랜이라고 할 수 있죠』
―베트남 공업화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과 기술, 한국의 투자자본은 어느 정도나 진출해 있으며, 한국의 경험과 기술과 자본이 베트남 공업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 기업들은 2001년부터 2007년 8월까지 1461개 프로젝트에 총 79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에 투자하는 국가들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경험과 기술, 자본이 베트남의 공업화·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경제·상업·노동력 수출 등에서 베트남의 최우선 파트너이며 우리에게 공업분야 관련 기술과 경험, 인력 양성에 큰 도움을 준 나라입니다』
―베트남의 철강산업 현황을 알려 주십시오.
『베트남은 연간 600만t의 건설용 철강, 200만t의 압연 제품, 아연도금 강판 등 여러 종류의 강철 파이프 등을 생산해 왔습니다. 건설용 철강재는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압연 제품 및 고급강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는 고급 철강재 국산화를 위해 「2015년까지의 철강분야 건설 및 발전계획」을 비준했는데, 이 계획에 의해 연간 45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고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의 산업화 과정에서 포스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회사로서 베트남철강총회사(VSC)와 합작으로 철강제품을 생산해 베트남 경제발전에 공헌해 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포스코의 베트남 투자를 환영하며, 포스코가 남부의 붕따우 지역에 건설 중인 냉연공장과 열연공장이 완공되면 이 제품들을 이용해 활발한 생산활동이 일어나 남부지역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베트남 정부는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내다보는 철강분야 발전 계획을 비준했는데, 그 안에 연간 450만t 규모의 타치케 일관제철소와 연간 50만t 규모의 퀴사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관제철소 건설은 능력과 경험, 재정능력이 있는 해외 자본과 합작 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포스코를 비롯해 인도의 타타 스틸, 대만의 차이나 스틸 등을 합작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들 파트너들이 베트남 철강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베트남에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데, 베트남 정부와 어떤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포스코가 비나신 그룹과 합작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 프로젝트 심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입장은 일관제철소가 선진기술로 건설되고 생태 환경 기준을 지키며,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 이익을 줄 수 있다면 적극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위크롬 왓차라굽타 태국 철강협회 수석 임원
『일관제철소 건설이 우리의 꿈』
현재 태국 철강협회장은 철강과 관련이 없는 인사가 맡고 있다. 철강 전문가인 위크롬 왓차라굽타氏는 태국 철강협회의 수석 임원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태국 철강협회의 소속 회원사는 300개 기업 정도로 전기로 회사, 일반 가공회사, 철강재 수입상 등이 가입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에 의하면 태국은 현재 세계 10위의 철강 수입국입니다. 태국內에서 철강재(선철) 자체 생산능력은 30~40% 수준이고, 나머지는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요는 연간 1500만t인데, 500만t은 국내의 전기로 회사들이 빌레트나 슬래브를 공급하고, 1000만t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이 퀄리티가 요구되는 고급 제품은 일본과 한국에서, 일반 제품은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우크라이나에서, 중간재는 러시아와 중국·남미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요. 철강재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家電제품 등에 있어 원가 부담이 큽니다』
―한국은 국내 철강재 수요가 60만t에 불과할 때 高爐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포스코를 탄생시켰습니다. 반면에 태국은 연간 12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家電제품은 세계 2위의 생산국으로서 自國의 철강 수요가 연간 1500만t이나 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일관제철소를 건설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철강산업은 워낙 투자비가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려면 국가 최고지도부와 관련부처 장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태국은 의원내각제라서 장관이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입니다.
새로 부임한 장관에게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겨우 이해시키면 몇 개월 후 교체되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국가 지도부가 국가 운영에 있어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태국 정부는 철강공급 부족 해소와 自國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120억 달러의 대형 고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태국은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금융이나 기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체 힘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력·용수·항만·도로 등에 대한 인프라를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신중하게 이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철강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로 제철소 건설의 당위성은 가지고 있지만 政情(정정)이 불안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조만간 일관제철소 건설이 결정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