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成九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서울大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마리아의료재단 대구마리아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인원 20만 명의 불임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李원장은 현재까지 냉동이식을 포함한 시험관아기 시술 2만5000회를 통해 7000여 명의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저서로는 「여자 몸 설명서」(조선생활미디어)가 있다.
아들과 딸을 구별해서 낳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의 병원을 찾은 불임부부 중 두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로 두 딸을 얻었는데, 아들을 낳기 위해 세 번째 시술을 했다가 딸 쌍둥이를 얻은 경우가 있었다. 결국 딸이 네 명이 된 것이다. 불임의사는 임신 시키는 것으로 소임을 다할 뿐이지, 성별은 神(신)이 결정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서울大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마리아의료재단 대구마리아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인원 20만 명의 불임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李원장은 현재까지 냉동이식을 포함한 시험관아기 시술 2만5000회를 통해 7000여 명의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저서로는 「여자 몸 설명서」(조선생활미디어)가 있다.
성별이 결정되는 건 간단하다. 인간은 유전자가 46개 있는데, 44개는 性 이외의 것을 지배하는 「상염색체」이고 나머지 2개가 性을 결정한다. X와 Y염색체가 바로 그것이다. X염색체가 2개면 여성, X와 Y염색체가 1개씩이면 남성이 되는데, 난자는 X염색체만 가지고 있고, 정자는 X 또는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X염색체 1개 가진 난자에 어떤 정자가 수정이 되느냐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상당수 사람들이 『정자와 난자를 자궁 밖에서 체외수정하는데, 어찌하여 딸과 아들을 구분할 수 없냐』면서 『Y정자를 골라서 난자에 수정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에 찬 질문을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성별을 결정하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현미경상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性을 선택할 수 없다.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지난 10년 동안 7000여 명의 생명을 태어나게 했는데 아들과 딸이 정확하리만큼 반반의 性比(성비)였다.
선택한 性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건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딸을 더 선호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미국의 한 의사는 「성별을 골라 임신하는 법」이라는 책을 써서 돈방석에 앉은 일이 있었다. 「Y정자와 X정자의 크기와 속도가 다르다」는 내용이 큰 줄거리였다.
다시 말해서 크기가 작은 Y염색체를 담은 정자는 빈 수레와 같이 빨리 헤엄치고, Y염색체보다 큰 X염색체를 담은 정자는 무거운 수레처럼 느리게 헤엄친다는 논리였다. 결국 난자에 빨리 헤엄쳐 가는 Y정자가 난자와 수정되면 아들을 낳는다는 식인데, 정말 황당한 이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X염색체가 Y염색체보다 크기는 해도 도저히 계측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론대로라면 불임병원에서 연구원이 현미경을 통해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시킬 때 난자를 향해 빨리 헤엄치는 작은 Y정자만을 골라 수정시키면 아들만 낳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Y염색체와 X염색체의 무게차이가 정자의 속도 차이를 결정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농부의 소원 들어준 FACS 장비
한편, 소의 정자를 분류하기 위해 사용하는 FACS(fluorescence-activated cell sorting·형광 활성 세포 분류법) 장비의 경우 매우 과학적인 방법이다. 암소를 선호하는 농부의 소원을 들어준 FACS 장비는 X염색체와 Y염색체에 들러붙는 각기 다른 염료를 사용해서 황소의 정자를 표시한 다음, 그 정자들을 장치에 지나가게 하여 각각의 라벨이 붙은 정자들이 서로 다른 병으로 들어가게 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젖소의 경우 암컷을 낳아야 농가 입장에서 유리하기에 미국은 암소를 선택적으로 임신시킬 수 있는 FACS 장치의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한 시간에 1200만 마리의 정자를 분류할 수 있다. 원치 않는 Y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구분해 내고 암소를 많이 키우게 됨으로써 우유생산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트社는 암소를 선택적으로 낳게 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인간에게까지 적용시키고 있다. 한 번 시도에 200달러가 들지만 이미 미국에선 500여 명의 아이가 이렇게 분류된 정자를 사용해 태어났다.
또한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이라는 방법이 있다. 수정 후 분열 중인 배아의 세포를 일부 떼어내어 성별을 확인한 후 원하는 성별일 경우에 자궁에 이식해 주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일종이다. 국내에서도 가능한 방법이며, 열성으로 유전되어 남자에게만 발병하는 혈우병 같은 난치병을 피해서 딸을 낳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성별 구별의 목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진 반면, 低출산 시대인 만큼 이왕이면 아들 딸 구별해서 원하는 性을 낳고 싶어 하는 부부가 많아졌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아들 낳는 비법」, 「딸 낳는 비법」이 마치 의학적 처방인 양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 非과학적인 황당한 속설에 불과한 이론이다. 마치 「제주도 돌하루방의 코를 만지거나 아내의 팬티를 베개 밑에 묻어 두고 자면 아들을 낳는다」는 식의 口傳秘方(구전비방)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일명 「아들 낳는 비법」의 허와 실은 이러하다.
첫 번째, 「아들을 낳기 위해서는 부부관계 전에 소다수로 膣(질)을 세척하라」고 강조한다. 「엄마의 몸이 산성이면 여아를, 알칼리성이면 남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면서 「X염색체는 산성에 강하고 Y염색체는 알칼리성에 강하다」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아들을 낳기 위해서는 여성은 채소·과일 같은 알칼리성 식품을 주로 먹어야 하고, 남성은 육류·어류를 먹어야 한다. 부부관계 시에는 여성을 최대한 오르가슴에 도달케 해야 膣(질)이 알칼리성으로 변해서 Y염색체가 유리한 환경이 된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소다수가 약산성인 膣을 Y정자가 활동하기 좋은 알칼리성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非과학적인 방법이며 「소다수 세척」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膣은 남자의 페니스와 다르다. 몸속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통로이기에 평소 몸에 해로운 잡균을 몰아내기 위해 요구르트 같은 유산균을 키워 시큼한 산성을 유지한다. 膣 속의 산은 정자조차 살 수 없게 할 만큼 강하다. 다행히 정액이 알칼리성이어서 사정된 정액이 질액을 중성으로 만들게 되므로 정자의 생존이 가능하고 난자까지 무사히 갈 수 있는 것이다.
근거 없는 俗說들
소다수로 膣을 세척하게 되면 유산균의 위력이 약해져서 나쁜 잡균이 득실거리는 환경이 되고, 또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정자가 이런 膣 속에 사정이 되면 마치 하수구에 빠진 것처럼 온갖 세균의 공격을 받게 될 게 뻔하다. 아들은커녕 임신이 잘 안 될뿐더러 질염으로 병원을 찾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X염색체와 Y염색체는 산·알칼리와 전혀 상관이 없이 활동한다.두 번째, 「아들을 낳기 위해서는 배란일 전까지 금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잦으면 한 번에 사정하는 정액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어서 딸을 결정하는 X염색체 수가 많아진다」는 이론이다. 이는 「남편이 3년에 한 번 오는 집은 아들을 잘 낳고, 매일 붙어 사는 금슬 좋은 부부 집은 딸을 잘 낳는다」는 옛 어르신의 구전을 그럴듯하게 설명한 이론일 뿐이다.
오히려 「부부관계가 너무 잦으면 질이 알칼리성 정액으로 양잿물 세례를 받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세균이 활개 치는 환경이 되어 임신이 잘 안 된다」는 걸 입증하는 구전이 아닐까 싶다. X염색체와 Y염색체는 똑같은 비율로 생산된다. 금욕기간이 짧으면 똑같은 비율로 줄어들 뿐이다.
세 번째, 「아들을 낳으려면 배란 당일, 새벽 2~5시에 합궁하라」는 말이 있다. X염색체가 Y염색체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생명력이 약한 Y염색체가 수정되기 위해서는 배란 당일에 합궁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또한 전혀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
뱃속 태아의 경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생존력이 더 강한 것을 감안해 유추한 논리가 아닐까 싶다. 어떤 시간대에 합궁을 하든지 간에 성별을 결정하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새벽시간이 되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가장 왕성해지는 건 사실이다. 정액의 양이 많아질 수는 있다.
아들 잘 낳는 여성, 딸 잘 낳는 여성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분명 아들이 많은 집이 있고 딸이 많은 집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들이 많은 집은 아들을 낳을 확률이, 딸이 많은 집은 딸이 태어날 확률이 높은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집에서는 3代에 걸쳐 아들은 전혀 낳지 않고, 딸만 76명이 태어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과연 아들 잘 낳는 여성, 딸 잘 낳는 여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유전자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일부 여성은 사내아이를 잘 낳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부 여성은 그 반대의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아들을 잘 낳을 수 있을까? 통계적으로 서로 인종이 다른 부모 사이에는 아들이 많이 태어났고, 부유한 환경에서도 아들이 많이 태어났다. 링컨 이후 미국 대통령 자녀 150명 중에 아들이 더 많은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소송 담당 여성 변호사 같은 적극적이고 성공적인 이미지의 커리어우먼일 경우 아들을 많이 낳는 경향이 두드러진 반면, 요조숙녀형 여성은 딸을 많이 낳았다고 한다.
영국의 런던大 경제대학원(LSE)이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나 교사 등 남을 돌보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딸을 낳을 확률이 높았고, 회계나 기술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들을 많이 낳았다고 했다.
또한 물리학자와 수학자는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고, 연구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딸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모두 근거가 부족한 통계에 불과한 이론인 셈이다.
쥐띠해에 거는 기대
「하루 20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딸을 더 많이 낳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부모가 담배를 피우면 아들낳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영국 리버풀 연구소가 1998~2003년 사이 아이를 낳은 여성 9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신생아의 52%가 아들이었지만, 부모가 흡연을 할 경우에는 딸을 낳은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산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아들 낳을 확률이 떨어졌다. 니코틴과 같은 물질이 남성 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난자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염색체가 흡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연구대로라면 여성 흡연인구가 늘수록 여성이 더 많은 국가가 될지 모를 일이다.
술과 흡연율이 높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와 호주는,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남성 기근현상」으로 국가적 고민에 빠졌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全 국민을 대상으로 집안에서조차 흡연할 수 없도록 금연정책을 시행했고, 여성들에게 아들 낳기를 권장했다고 한다. 또한 일을 찾아 해외로 나간 젊은 남성을 들어오게 했다. 그 결과, 여초현상에서 벗어나 20년 후에는 정상적인 性比(성비)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까지 비정상적인 性比가 문제가 되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2020년 즈음에는 남녀비율이 1.25:1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남성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짝을 만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딸을 낙태시키고 아들을 골라서 낳는 여성들 때문에 앞으로 아들 가진 부모는 「아들 가진 죄인」으로 며느리를 맞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어오는 女風(여풍)의 바람에 힘입어 「여아선호」 경향이 지배적이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性比가 맞춰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戊子年(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한자로 무성할 「戊」에 자식 「子」가 합쳐진 戊子年은 포유류 중에 가장 번식력이 뛰어난 쥐띠의 해다. 불임의사의 마음 같아서는 올해는 多産(다산)을 실천하는 으뜸의 해가 되어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