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만점 가이드」⑦ 실제 논술고사 예문과 평가 | 우수 답안 작성을 위하여

논술은 답이 없는 시험…「나의 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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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성균관大 학부대학 교수

[진행·정리]
李相欣 월간조선 기자〈hanal@chosun.com〉
李相姬 월간조선 조사요원〈gwiwon27@chosun.com〉
대입 논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현장성이 강한 글쓰기라는 것이다. 두세 시간 남짓한 시간에 논제와 제시문을 분석하고 글을 완성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쓰는 일반적인 논설문 작성의 방법만으로는 준비가 부족하다. 우선 시간과 분량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결점 없는 완벽한 답안은 쓰기 힘들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피하여 큰 감점을 당하지 않는 기본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이다. 나아가 좀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을 모색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수 답안으로 평가받게 되는 요인들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실제 답안 두 가지를 검토하면서 그중 일부를 정리해 보자.
 
 
  ▣ 2004년 성균관大 논술경시대회 대상작
 
  ● 논제의 요지
 
  OECD 국가에서 1위의 자살증가율을 보인 한국의 현실을 설명해 보라. 한국인의 사회·경제, 문화의 어떤 변화가 그런 자살률의 변화에 인과적 책임이 있는가를 밝히라.
 
  정확히 말하면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10여 년에 걸쳐 한국인의 자살률이 왜 급격히 높아졌는지를 분석해 보라는 문제이다.
 
 
  ● 학생 답안 1
 
  (A) 근래에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가족 동반 자살이나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의 집단자살을 비롯한 각종 자살들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자살 증가율이 OECD 가입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와도 일치한다. 이러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이유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기에 그 원인을 집단적이고도 사회학적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B) 최근 10년간 한국사회는 다방면에 걸쳐 빠르게 변화해 왔다. 정보화·다원화와 같은 세계적 흐름뿐만 아니라, IMF 위기나 집권당의 교체라는 여러 특수한 요인들로 인해 변화해 왔다. 대체로 이러한 변화들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일어나다 보니 아노미와 같은 집단적 혼란상태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구성원들을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예전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으로 내몰았다. 예를 들어, IMF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는 청·장년층을 조기실업에 처하게 했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빈곤층에게 더욱 큰 타격을 주었다. 게다가 진보와 보수 간의 극심한 갈등은 사회적으로 더 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C) 현재의 이런 변화들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전후세대로서, 힘든 일들을 많이 겪어 보지 못했다는 데에도 자살률 증가의 원인이 있다. 물론 자살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고도성장을 해온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최근의 극심한 불황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쉽게 풀리고, 잘 되어 가는데 익숙한 현 세대들은 이에 따라 비교적 경미한 일에도 쉽게 좌절되고, 잘 안 풀리는 일에 직면하게 되면 손쉽게 그것을 탈피하고자 자살까지도 고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익숙하지 못한 성향은, 정보화에 따라 가속화된 생명경시 풍조와 개인의 고립화와 함께 자살충동을 부채질한다.
 
  (D) 게다가, 죽음으로써 현재의 고통이나 부정적 상황을 탈피하고자 하는 심리는 현대 자본주의의 대량생산 방식이 널리 퍼뜨린 유행이라는 현상에 힘입어 사회적으로 자살률을 증가시킨다. 즉, 유행의 기저에 깔려 있는 모방심리가 비단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유행을 체험하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전반적으로 침투해 있다 보니, 자살에 대해서도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모방이 이루어지기가 쉬워진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 패션 유행을 좇는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감당하기 힘든 빚에 쪼들리게 되자 자살하는 풍조에 대해서도 마치 옷을 따라 입듯이 쉽게 따라하는 것을 들 수 있다.
 
  (E) 자살률의 사회적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빠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해 주는 등의 낙오자들의 재기를 돕는 일로서 가능할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의 행동에 무분별하게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가치관을 정립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게끔 하는 일일 것이다.
 
 
  ▣ 2004학년도 이화女大 모의평가 우수 답안
 
  ● 논제
 
  다음 (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라.
 
 
  ● 제시문(두 제시문은 같은 저자의 글이다)
 
  (가)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한편으로는 우주의 신비가 풀렸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까지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됨으로써 인간의 영혼 및 정신이 들어설 자리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이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 곧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공간 이동 또한 무한대로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는데 사이버 공간 역시 과학의 산물임에도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과 상상의 세계를 열어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학생 답안 2
 
[ㄱ] 현대 우주론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했던 공간의 동질화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을 인정하게 했다. 비동질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성립 가능했던 영혼의 공간을 물질적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면서 침범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간의 물질적 측면이 비물질적인 면보다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문제점을 극복하고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활성화시킬 공간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사이버 세계이다. 사이버 공간은 기존의 물리적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혁명적인 공간이다. 물리적 실재관이 철저하게 거부된 이 공간 안에서 인간은 고유의 정신체계를 확립하고 개개인의 정신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 때문인지 이 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며 거대화되고 있다.
 
[ㄴ] 그러나 사이버 세계가 정말 인간의 정신적 결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인가? 물론 개개인이 제한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상상력과 창의력이 충분히 발휘되고 또 그런 능력이 가치 있게 받아들여지는 곳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세계에도 물리적 공간과 마찬가지로 물질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며, 그 물질적 가치에 의해 좌우되는 면도 분명히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인물 키우기 게임은 현실에서의 물질적 가치가 사이버 공간까지 연결 확대된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물질적 가치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사이버 공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고, 사이버 세계를 인간의 정신적 측면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ㄷ] 그리고 인간의 정신은 고차원적이고 무한한 영역이므로 단순히 사이버 세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세계의 의의는 인간이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의 확장에 있지만 영역의 확장이 곧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결코 맹신할 수 없다.
 
[ㄹ] 물론 사이버 세계는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할 것이고 먼 훗날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실재적 공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위한 영역은 여전히 인간 스스로의 정신 그 안에서 찾아나가고 발전시켜야지 단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여 대리 만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사이버 세계는 오직 인간의 활동영역이 될 수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이버 세계의 자유로운 겉모습에 도취되어 그 세계에 빠지고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인간의 정신적 자유로움의 만족이라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ㅁ] 사이버 세계가 절대적이고 체계적인 정신적 영역,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안정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그 안에서 물질적인 면에 속박된 인간의 정신적인 면이 완전하게 풀어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지금 당장의 효과나 유용성만 보고 사이버 세계의 장점만을 무조건 맹신하는 것도 시기상조라 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 세계가 진정한 인간의 활동영역이 되려면 좀더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 강평
 
  1. 서론은 일단 문제 제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두 답안 모두 서론 문단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점이 좋다.
 
  먼저 「답안 1」은 짧은 분량으로 서론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점이 좋다. 서론은 일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① what? (무엇에 관해 글을 쓰고자 하는가) ② why? (왜 그것을 쓰고자 하는가) ③ how?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다 밝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답안 1」의 (A)단락은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자살률 증가의 이유를 분석할 것인데(what), 자살 증가율이 OECD 가입국 중 1위일 만큼 심각하기 때문에 분석해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why), 개인적 차원이 아닌 집단적·사회학적 차원에서 접근해 볼 것임을(how) 짧은 문단 안에서 잘 밝히고 있다.
 
  「답안 2」는 서론([ㄱ]문단)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하라는 문제의 첫째 요구사항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과제이다. 따라서 논의의 대부분을 더 중요한 요구사항인 반론 제시에 투여하기 위하여 서론에서는 글쓴이의 입장을 자기 방식대로 잘 요약정리함으로써 첫째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제시하면서 문제 제기도 동시에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제한된 지면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본론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2.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하라
 
  두 답안 모두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깊이 있는 접근은 겉으로 드러난 요인만 파악하는 피상적인 접근에 머무르지 않고, 내적인 요인과 연관을 밝혀 내는 것이다.
 
  먼저 「답안 1」은 (B)문단에서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정치·경제 상황이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 분석은 자살률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나 충분조건을 밝혀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조건이 되는 시대 상황과 현상을 다루고 있다. (C) 문단에서는 전후 세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들의 특수한 성장 환경을 분석하여 파악하고 있다. (D)문단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유행이라는 현상을 기반으로 자살률 증가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분석 과정은 일단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외부적 요인(정치·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다음으로 자살하는 주체들의 내적 요인(성장 환경)을 분석한 다음, 한 단계 더 들어가 그런 내적 요인 배후에 놓여 있는 결정 요인(유행)을 분석하려고 시도한 셈이다. 물론 (D)문단의 분석에서 유행은 자본주의의 일반적 현상이기 때문에 하필이면 우리 사회의 자살 증가율이 가장 큰 이유로 적절한 것인지 따져 보고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점점 더 내적인 본질을 드러내는 쪽으로 나아가려고 한 시도가 돋보인다.
 
  「답안 2」는 논거 제시에서 상식적이고 상투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고 논거를 확장해 가면서 나름대로 심층적인 논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접근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상당수의 학생들은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어, 그 상식적인 폐해를 서술하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수 답안이 되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 자체의 본질적 특성과 가능성에 주목하여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 답안은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사이버 세계가 인간의 영혼이나 상상력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하여 물질주의의 폐해가 사이버 공간에 침투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ㄴ]문단).
 
  다음으로 설사 이러한 물질주의 폐해가 없다 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이 본질상 인간 정신의 자유로움을 대리 만족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음을 논거로 들고 있다([ㄷ], [ㄹ]문단). 이렇게 논거를 확장해 가는 것도 깊이 있는 사고를 보여 주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우수 답안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3.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깊이 있는 접근과 더불어 우수 답안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은 제시문이나 사태를 분석하거나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때 또는 논거를 제시할 때, 다각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한 가지 각도나 관점에서만 접근하게 되면 단편적 접근에 그치고 만다. 연관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답안 1」의 논의는 다르게 보면, 다각적인 접근의 시도로 평가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답안은 자살률 증가를 「정치·경제 상황」, 「성장 환경」, 「유행의 지배」라는 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각적인 접근은 특히 문제의 해결책을 요구하는 논술 문제에서 우수 답안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자주 작용한다. 다음 세 가지 방식을 고려하면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① 차원·수준·영역의 구분 :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혹은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 혹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으로 나누어서 접근할 수 있다.
 
  ② 주체의 구분 : 그 문제와 관련된 당사자들을 빠짐 없이 고려하게 되면 다각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체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교사·학부모·학교당국·정부·언론·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므로 이들이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검토해 볼 수 있다.
 
  ③ 단계별 구분 : 단기·중기·장기로 나누어 단계별로 접근하면 다각적 접근이 될 수 있다.
 
 
  4. 균형 잡힌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음을 보여 주라
 
  「답안 2」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제시문 입장에 대하여 뚜렷하게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ㄴ]과 [ㄹ] 단락의 전반부에서 사이버 공간의 긍정적 측면과 장기적인 가능성을 나름대로 인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반론을 제기할 때에도 반론에만 몰입하지 말고 상대 입장의 타당한 점은 슬며시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편협한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 서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의 논의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5.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적극 투영하라
 
  결론을 제시하거나 논의 전개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우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자기 나름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답안을 쓰는 방법이며, 채점자는 약간의 약점이 있더라도 창의적인 답안에 더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위의 두 답안도 상투적인 논의에 머물지 않고, 자기 나름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논술 시험의 또 다른 특징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다수의 정답이 있다는 뜻이고, 정답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수험생 개인의 가치관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 유의 사항이나 채점 원칙에 명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맥락과 관련되어 있다. 자기 나름의 생각에 대하여 적절한 근거만 제시한다면 어떤 생각이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학년도 서강대 논술 예시 문제를 하나 들어 보자.
 
 
  ● 논제
 
  인간은 때때로 극복하기 어려운 역경과 고통에 처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 에는 페스트로 인한 재난의 상황(제시문 A)에서 고통받는 오랑 시(市) 주민들의 사고와 행동이 나타난다. 제시문 (가), (나), (다)의 세 인물(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의사 리유)이 각각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을 정리하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자신의 인생관과 관련지어 비판적으로 논술하라.
 
  [제시문 내용]
  (가) 기자 랑베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페스트로부터 피신하는 모습
  (나) 신부 파늘루: 페스트를 신의 징벌로 해석하여 반성을 촉구하는 모습
  (다) 의사 리유: 페스트와 맞서 싸우는 모습
 
 
  이 문제에서 학생은 자기 인생관에 비추어서 역경과 고통에 대한 세 인물의 대응을 나름대로 유형화시켜서 검토해 본 다음 자기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제시문 독해 방식에 따라서는 세 인물에 대한 유형화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여하튼 이렇게 세 방식으로 유형화시켰을 경우, 많은 학생들은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이유를 선택하고, 랑베르는 비겁한 사람이거나 이기주의자로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고정 관념이나 일반적 기준을 벗어 던지고 나름대로 접근할 경우,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합리적인 관점과 개인주의적 인생관을 강조하면서 기자 랑베르를 지혜로운 인물로 평가하고 옹호할 수도 있고, 종교적 세계관이나 인생에 대한 겸손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신부 파늘루를 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의 관점을 얼마나 명료하고 일관되게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이런 일관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른 입장에 대하여 합리적인 비판도 제시하고, 다른 입장에서 제기될 반론에 대하여 적절히 대응하기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관과 입장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영시키되 논리적 일관성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약간 서툴고 약점이 있더라도 자기 나름의 얘기를 해보려고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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