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책 한 페이지]「살아 숨쉬는 미국역사」

미국 전역을 누비며 쓴 미국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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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지음 / 랜덤하우스중앙

[편집자 注] 중앙일보 기자인 저자가 2003년부터 2004년 초까지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미국사의 결정적인 현장을 추적했다. KKK단이 출범했던 시골 도시를 찾아 흑백차별의 뿌리를, 서부의 황량한 초원에서 쓰러져 간 인디언들의 흔적을 찾아다닌 여정을 기록했다. 워싱턴에 100년 前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옛 대한제국 공사관의 현장 화보는 특종감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美國을 바라보는 시선의 편향성은 美國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美國을 깊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1905년 여름에 러시아와 일본 대표가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한 장소인 뉴햄프셔州 포츠머스 해군기지內의 평화빌딩 방문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포츠머스에서 러시아와 일본 대표단은 종전협상을 벌였다. 조약 명칭은 그 도시 이름을 딴 것이다. 내가 포츠머스까지 가기로 작정한 것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가 장기 표류하면서 동북아 정세는 한 세기 전과 유사하게 짜여졌다. 한반도 질서의 중심축이었던 韓美동맹은 헝클어졌다. 그 틈새를 타고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再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1984년 淸·日 전쟁으로 한반도 전체에서 떠났던 중국은 北核 문제를 계기로 그 영향력을 회복했다.
 
  100년 前 제국주의 시대 列强(열강)의 각축장이었던 그 시절의 골격과 비슷하다. 포츠머스 조약은 우리에겐 잊혀진 역사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다.
 
  포츠머스에 있는 해군기지, 평화빌딩은 그 기지 안의 중심 건물이다. 바로 조약의 체결장소다. 나는 서둘러 자료 스크랩을 펼쳐보았다. 서울에서부터 챙겨 온 스크랩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평화빌딩 사진이다. 그때의 모습과 외관은 똑같다. 역사의 현장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그대로였다.
 
  붉은 벽돌의 3층 직사각형 건물, 한국의 초등학교 건물 같다. 안내원이 말했다. 『건축미를 최대한 절제하고 기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건물 공식 이름도 「빌딩 86」이란 평범한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건물은 빛이 바래지 않았지만 실망스러웠다. 사적지의 맛이라곤 도무지 나지 않았다. 나의 상상 속 조약 현장은 고풍 가득한 건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때 연합국 수뇌들이 모인 베르사유 궁전에 미치지 않더라도 그런 체취를 조금이라도 담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평화빌딩은 역사의 대서사시가 쓰여진 곳 아닌가. 그런데 너무 밋밋했다.
 
  첫 방의 전시실은 오른쪽엔 일장기와 가죽의자, 그 옆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대형 초상화와 진열장, 그리고 러시아기와 진열장이 놓여 있었다. 일장기와 러시아 국기, 루스벨트 초상화의 세 가지 전시물. 그 컨셉은 포츠머스 회담이 교전국 러시아와 일본에다 중재국 미국이 참여한 3者회담의 성격을 가졌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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