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건국위원회는 뭘 하고 있나?

민주당 발기에 참여한 「시민대표」 19명 가운데 10명이 제2건국위원 출신

  • :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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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 炚 圭
1939년 서울 출생. 서울大 법학과 졸업. 서울지검·전주지검 검사. 한국필라화학(주) 대표이사. 대한辯協 공보이사 역임. 現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총무.
예산과 시간을 낭비한 표본
 
 
  金大中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제2의 건국」 슬로건을 내세웠다. 「제2의 건국」이든 「제3의 건국」이든,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표어를 휘날리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마음속으로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金大中 대통령이 1998년 10월1일字 대통령令 제15930호로 「제2의 건국 汎국민추진위원회 규정」(이하 제2건국委 규정이라 함)을 제정하고, 500명에 이르는 「제2의 건국 汎국민추진위원회」(이하 제2건국委라 함)라는 행정조직을 만든 때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행정조직을 만들면 납세자의 세금이 들어간다. 위원들의 수당, 채용 또는 파견된 직원들의 급여, 사무실 임대료 등 직접비용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행정부 공무원들의 인건비, 교통비 등 간접비용이 소모된다.
 
  여기에 더하여, 제2건국委 규정 제7조에 의해 「제2의 건국 汎국민추진기획단」단장을 맡은 행정자치부 장관, 부단장을 맡은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등 여러 공무원들이 업무를 담당한다. 또 각 부처內에 추진반을, 각 지방자치단체內에 추진위원회 및 추진반을 두게 되어 있다(제2건국委 규정 제9조, 제10조). 제2건국委 규정 제11조에 의하면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및 공공기관 단체의 임직원들을 제2건국委에 파견하거나 겸임근무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본래의 직무가 있는 공무원들은 이런 위원회에 가서 일해 주느라고, 납세자의 돈인 공직자의 「시간」을 탕진하고, 정작 본래의 업무에 주력할 「시간」이 없게 된다.
 
  제2건국委 규정 제1조의 목적을 보면, 『제2의 건국이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기 위한 國政전반의 개혁과 汎국민운동의 효율적인 추진 및 지원에 관하여 대통령의 諮問(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下에 제2의 건국 汎국민추진위원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國政전반의 개혁」에 관하여 대통령자문에 응하는 직책들은 이미 여럿 있다. 국무총리, 각 부처 장·차관,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하 비서관들이 바로 그러한 직책들이다. 그럼에도 500명이나 되는 제2건국추진위원들을 위촉하여 대통령의 諮問에 응하게 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기위하여 수백 명의 非상임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게 따로 물어보아야 할 정도로 金大中 대통령은 방향감각을 모르는 사람인가?
 
  「汎국민운동」이란 또 무엇인가? 국민을 8列 종대로 세워놓고 구령을 부르고 싶은가?
 
  어느 큰 회사의 고용 사장이 株主총회에서 선임되고 나서 먼저 「제2의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자율과 발전을 완성하기 위한 회사 전반의 개혁과 汎사원 汎株主운동의 효율적인 추진 및 지원에 관하여 대표이사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사장 소속下에 제2의 창업 汎사원 汎株主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사돈을 쓰기 시작한다면, 싹수가 노랗다고 보는 株主들이 기회를 보아 그 사장을 해임할 것이다. 대체로 무능한 사람이 추상명사를 함부로 쓰기 때문이다.
 
 
  민주당 발기에 참여한 「시민대표」의 53%가 제2건국위원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헌법 제69조에 따라 취임時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충성을 선서한다. 1948년 7월17일 공포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두고서 무슨 다른 뜻이라도 있어서 슬쩍 「제2의 건국이념」을 내세우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을 공부한 법조인들조차 제2건국委 규정에 나타난 「제2의 건국이념」이 무엇인지 모른다.
 
  金大中씨는 그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드라마와 소망」(1992년 10월29일 刊)에서 『한국민족은 1945년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직후 합법성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1948년 이승만의 집권은 이러한 노력을 말살하였다. 채택된 헌법이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원칙들을 고의적으로 왜곡시켰고, 反共과 安保를 제일의 과제로 내세움으로써 정권은 독재로 변질되었다』고 썼다.
 
  높은 공직자일수록 스스로 정당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당하게 보여야 할 책무가 있다. 金大中씨는 「제2의 건국이념」의 의미와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만든 까닭을 밝게 해명해 주기 바란다.
 
  1998년 정부는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13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이 「제2의 건국운동」을 집권당에 助力하거나, 새로운 집권당을 만드는 데 구성원이 될 인물들을 포섭하는 운동이라는 의심을 품었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극력 부인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제2건국 추진委는 새천년민주당을 만드는 데 동원되었다. 새천년민주당을 발기한 것은 새정치국민회의측 인사 19명과 「시민 대표」 19명, 모두 38명이었다<표>. 이 시민대표 19명의 53%인 10명이 제2건국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상임위원, 추진위원들이었다. 행정부가 속임수를 써서 납세자의 돈으로 회의하고 식사하고 여행하고 手當(수당)을 주다가 그 緣分(연분)과 인간관계로 새천년민주당을 만드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만들어 1998년도 예산 137억원을 써버린 것은 국민에게 사기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평받아 마땅하다.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의식을 개혁해 보겠다는 생각은, 백성은 원래 어리석은 계몽대상이라는 벼슬아치의 권위주의 발상이다.
 
  공무원의 임무는 무엇인가?
 
  시민들이 힘겹게 땀흘려 벌어서 낸 세금으로 월급 주면서, 강도 잘 잡고, 국경 잘 지키며 간첩 추적 잘 하고, 은행돈 축내는 금융인 조사 잘 하며, 공무원 스스로의 뇌물조사 철저히 하라고 일을 맡긴 심부름꾼이 바로 자유민주적 질서 속의 공무원이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오늘의 공무원은 국민을 계몽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만들어 汎국민운동 하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건국정신」만을 훼손하였고, 납세자의 돈만 축냈으며, 국민을 속여 어느 정당을 창당하는 데 이용만 한 것이었다. 「제2의 건국이념」, 「민주주의」, 「시장경제」, 「개혁」 등의 슬로건들은 현대版 巧言令色(교언영색)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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