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勳基 스포츠조선 기자·LA 특파원
2001년 메이저 리그 시즌이 개막된 4월은 두 가지 사실 때문에 연일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 하나는 꼴찌팀들의 반란이요, 다른 하나는 日本 선풍이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아메리칸리그 중부 組), 시카고 컵스(내셔널리그 중부 組), 필라델피아 필리스(내셔널 리그 중부 組), 시애틀 마리너스(아메리칸 리그 서부 組) 등은 시즌이 개막되기 전까지 모두 각 디비전의 하위권 정도로 예상되던 팀이었다. 그런데 이 팀들은 하나같이 4월 첫달 각각 소속 디비전의 선두를 질주,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특히 마리너스는 4월에만 20승을 거두며 지난 9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9승)가 세웠던 메이저 리그 4월 最多승 기록을 갈아 치워버렸다.
4월5일 前 다저스 소속이던 우완 투수 노모 히데오(33)가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등판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해 신문 지면과 스포츠 뉴스 시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4월 시애틀 마리너스 돌풍의 한가운데에도 일본 선수들이 큰 몫을 해냈다. 작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2승5패에 37세이브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구원 투수 카즈히로 사사키(33)는 4월에만 13세이브로 역대 4월 最多 세이브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메이저 리그 사상 최고의 세이브 투수로 통하는 리 스미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절(1994년)에 기록한 12세이브.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일본열도와 미국 야구계를 요란하게 흔들어놓은 것은 일본 최고 타자 스즈키 이치로(28)의 메이저 리그 데뷔와 시즌 초반의 눈부신 활약이다.
이치로는 신장 178cm, 몸무게 70kg의 소유자다. 메이저 리그 선수치곤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의 이치로가 불과 한 달 만에 야구 종주국 미국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이나 일본에서 메이저 리그에 도전장을 던지고, 성공을 거둔 선수들은 하나같이 투수들이었다. 한국의 박찬호(LA 다저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일본의 노모와 하세카와(애너하임 에인절스) 등 모두 투수인 것이다. 좀더 엄격히 말하면 투수 외에는 그 어느 동양인 선수가 메이저 리그 타석에 들어선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통설은 「東洋(동양) 타자들은 체격이나 파워,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서 메이저 리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투수의 경우도 노모나 박찬호의 성공 사례가 있기 전에는 그런 식의 선입견이 있었다.
4월2일 오후 7시15분(한국 시간 4월3일 오전 11시15분). 마리너스의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에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右投 左打인 이치로가 마리너스의 1번 타자로 왼쪽 타석에 들어선 것. 이날 세이프코 필드에는 작년에 開場한 이래 가장 많은 4만5911명의 유료 관중이 빈 자리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찼다.
200여 명의 일본 취재진은 마치 美日 頂上회담 취재라도 하듯 뜨거운 취재 경쟁을 펼쳤고 NHK-TV는 이 경기를 일본 전역에 생중계했다.
마리너스팀의 회장인 하워드 링컨의 로열박스에서는 이치로의 아버지 스즈키 노부유키씨가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치로는 첫 타석에서 상대팀 오클랜드 에이스의 팀 헛슨을 상대로 2구를 노려 때렸으나 2루 땅볼로 물러났다. 3타수까지 삼진 1개와 내야 땅볼 2개에 그쳤던 이치로는 네 번째 타석에서 에이스의 구원 투수 매튜스를 상대로 메이저 리그 첫 안타를 뽑아냈다. 다이아몬드 중간을 가르고 중견수 앞으로 날아가는 깨끗한 안타였다. 미국 시간으로 9시41분에 터진, 이 야구사에 남을 광경을 1200만 명의 일본인들이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았다고 한다. 이치로는 이날 5타수 2안타, 4할의 타율로 메이저 리그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치로는 사실 미국 진출 이전부터 메이저 리그 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기는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했다는 그의 前歷이 美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던 것.
日本 프로야구 퍼시픽 리그 오릭스 블루웨이브스에서 활약한 이치로는 작년 시즌 3할8푼7리의 타율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한 시즌 최다 안타 210개(1994년)와 216타석 연속 무삼진(1997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95년에는 퍼시픽 리그 타점왕과 도루왕을 동시에 차지하기도 했다.
이치로에 대한 계약 협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美 마리너스는 日 오릭스에 13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소문으로는 메이저 리그 14개팀 이상이 이치로와의 협상권을 따내려고 非공개 경매에 참가했다고 한다. 봄철 트레이닝 기간 동안 다저스의 간판타자 게리 셰필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다저스는 마리너스에게 이치로와의 맞트레이드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물론 다저스도 이치로 쟁탈전에 참가한 팀 중의 하나다. 마리너스는 1300만 달러를 오릭스에 지불한 뒤 1400만 달러에 이치로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타격왕의 프리미엄에 27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지나친 모험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리고 시범 경기가 시작되면서 그런 비판은 마리너스 관계자들의 우려로 이어졌다.
비록 시범 경기지만 미국 투수들과의 대결을 시작하면서 이치로는 계속 좌측으로 땅볼만 때려댔던 것. 루 피넬라 감독도 걱정이 됐는지 통역을 앞세워 『혹시 이치로가 공을 당겨 우익수 쪽으로도 때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까지 했다고. 이치로는 그러나 감독의 요청에 웃음으로 응답하며 『시즌 개막전에는 타격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늘 이렇게 해 왔으니 정규시즌까지만 참아달라』고 정중히 답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자신감은 정규시즌이 시작되면서 피넬라 감독이 경탄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침 이치로의 스카우트 선봉에 섰던 짐 콜본씨가 현재 다저스의 투수 코치로 있어 이치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작년까지 마리너스 극동담당 스카우트 부장이던 콜본씨는 사사키와 이치로는 물론 한국의 고교 출신 선수 백차승과 추신수를 스카우트하여 마리너스의 마이너 리그 팀으로 데리고 갔던 인물.
콜본 코치는 『그동안 이치로의 경기를 많이 지켜봤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5년 내에 메이저 리그 타격왕에 도전할 만한 재능이 있는 뛰어난 타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메이저 리그 생활 한 달이 지난 5월 초 현재 이치로는 콜본 코치의 예상보다도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치로는 시즌 초반 4할대에 육박하는 타율로 돌풍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번트 안타나 좌측으로 때리고 달리는 내야 안타가 주종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마리너스 코칭 스태프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하는 파워도 보여 주기 시작했다.
4월에만 홈런 2개, 2루타 3개, 3루타 2개를 쳐낸 것. 도루도 5개를 기록해 빠른 발을 자랑했고, 개막전 이래 15게임 연속 안타로 마리너스 신인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拔群(발군)의 외야 수비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마리너스 팬들을 물론 미국 전역의 야구팬들을 매료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4월13일 오클랜드 에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치로가 보여 준 그림 같은 송구는 미국 전역의 스포츠 뉴스 시간 하이 라이트를 장식했다. 右前 안타가 터지자 1루에 나가 있던 에이스의 발빠른 중견수 테렌스 영은 지체하지 않고 3루까지 치달았다. 공을 잡은 우익수 이치로의 반작용도 비호처럼 빨랐다. 이치로의 손을 떠난 공은 무릎 높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날아가 3루를 커버한 데이빗 벨의 글러브에 노바운드로 꽂혔다. 영은 여유 있게(?) 아웃.
경기가 끝난 뒤 벨은 『언제 원 바운드가 될지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공은 계속 같은 높이로 날아와 내 글러브에 스트라이크로 꽂혔다』고 혀를 내둘렀다. 고등학교 시절 투수를 하면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던 실력을 여지 없이 과시한 셈이다. 이 한 번의 송구로 메이저 리그 타자들에게 「이치로가 공을 잡으면 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사실 이치로에 대한 마리너스 구단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시애틀은 지난 3년 간 메이저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차례로 잃었다. 당대 최고의 좌완 투수로 꼽히는 랜디 존슨이 3년 전 시즌 중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돼 팀을 떠났고, 2년 전에는 현역 최고 선수라는 중견수 켄 그리피 주니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겨울 최고 인기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자유계약 선수가 되면서 2억5200만 달러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겨갔다. 모두 최정상급의 선수들이지만 자유계약 신분이 된 그들을 잡을 만한 재력이 마리너스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스타들을 모두 빼앗긴 시애틀의 戰力은 「급전직하」하게 됐고, 球團에서는 이치로가 떠나간 「영웅」들의 빈 자리를 메우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활약을 펼쳐 「신선한 충격」 정도 가져다 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연극이 시작되자 助演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던 마리너스 구단에 이치로는 主演 이상의 활약으로 보답하기 시작했다.
시애틀 생활 18년째인 在美동포 이명미(29)씨는 원정팀이 세이프코 필드에 와서 3연전을 벌일 때마다 적어도 한 게임씩은 직접 관전을 하는 야구狂이다. 李씨는 이치로의 등장으로 마리너스 팬들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켄 그리피 주니어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덧 잊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마리너스 팬들은 미국 타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타격폼과 안타를 만들어내는 이치로의 모습을 경이롭게 느끼고 있다는 것.
마리너스 팬들에게는 이치로의 프리 배팅 연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李씨는 『경기 전에 타격 연습을 할 때면 작은 체구의 이치로는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하며 홈런을 계속 쳐내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마치 다른 타자처럼 경기 흐름에 맞게 타격을 조절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마리너스 팬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애틀 시민들은 이치로가 마리너스와 계약을 체결한 순간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시애틀 인구의 15%가 동양계이고, 미국 내 다른 어느 도시보다 인종차별이 덜하다는 사실이 그런 지지를 뒷받침하기도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이치로가 떠나간 스타들의 빈 자리를 메워 주기를 기대했던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이치로는 이제 시애틀 팬들의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팬들은 세이프코 필드의 우측 외야 쪽을 「51번 지역(Area 51)」이라고 부른다. 배번 51번의 이치로가 군림하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치로의 유니폼을 걸치고 운동장을 찾는 팬들이 수도 없이 많으며, 마리너스는 이치로 주제곡까지 만들어 틀어 준다. 이치로가 세이프코 필드의 타석에 나서면 관중석에서는 『이-치-로, 이-치-로』를 연호하는 팬들로 마치 日本의 오릭스 블루웨이브스의 홈구장을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라는 것.
이치로 신드롬은 그뿐만이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마리너스의 3연전 중 두 번째 게임이 벌어진 지난 5월3일 세이프코 필드는 실제로 일본 야구장으로 생각될 만큼 관중석에는 수천 명의 일본 관광객들이 들어찼다. 황금 週末이라 불리는 연휴철을 맞아 일본의 야구팬들이 이치로와 노모의 대결을 보려고 대거 태평양을 건너 온 것. 이날 경기를 관전한 이명미씨는 『마치 일본의 한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치로가 미국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클랜드 원정 경기에서는 우익수 수비를 보다가 관중이 던진 동전을 머리에 맞기도 했고,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차별적인 야유를 듣기도 했다.
시즌 초반 타자들의 뜨거웠던 방망이는 대충 한 달을 고비로 식기 시작, 5월 초쯤이면 정상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이치로도 시즌 초반의 4할대에 가까운 타율을 계속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5월 초 현재 그의 타율은 3할3푼3리로 당당히 아메리칸리그 타격 5위를 지키고 있다.
타격 내용면에서도 훌륭하다. 팀의 1번 타자이면서도 이치로는 4월에 12타점을 기록, 찬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이치로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2할8푼2리의 타율로 평범한 타자다. 그런데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타율이 4할4푼7리로 치솟는다. 그리고 주자가 2루 이상 진루한 득점 기회에서 이치로의 타율은 무려 5할3푼5리다.
이치로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를 들어보자. 3대째 메이저 리그 선수를 배출한 야구명문 출신인 마리너스 3루수 데이빗 벨은 『이치로 같은 스타일의 타자는 본 적이 없다. 대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공을 세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치로는 마치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발명해 낸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역시 3대째 메이저 리그 선수로 활약하는 마리너스의 2루수 브레트 분은 『미국 타자들은 어려서부터 한 가지 스윙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치로는 다섯 가지 정도의 스윙을 구사하는 것 같다. 그 다른 스윙들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용하고 있다』라고 이치로의 천재성을 칭찬한다. 밀고, 당기고, 필요에 따라 과감히 장타를 노리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타격솜씨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내셔널 리그 챔피언 뉴욕 메츠의 보비 발렌타인 감독은 1995년 일본에서의 감독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메이저 리그 감독에 복귀하면서 이치로에 대한 파격적인 평가를 했다. 『이치로는 全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야구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던 것. 이때 많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그를 비웃었다.
그런데 실체가 드러난 지 한 달여가 지난 요즘 이치로에게는 「로드 커루의 타격 기술과 케니 로프튼의 스피드, 그리고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어깨를 지닌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 다닌다. 타격 감각과 기술에 관한 한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 중의 하나로 꼽히는 커루와 육상 선수를 뺨치는 스피드의 로프튼, 그리고 최강의 우익수 어깨를 자랑했던 클레멘테를 한꺼번에 묶어 놓았다니 미국인들의 「이치로 영웅 만들기」가 너무 조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과연 이치로는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을 보장받은 것인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타자로서의 능력, 외야수로서의 수비력과 송구 능력, 그리고 빠른 주루 플레이 등 선수로서의 각종 능력면에서는 검증이 끝난 셈이다. 앞으로 이치로가 메이저 리그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길고 긴 시즌과 끝없는 이동에 대비,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상대 투수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이치로는 한 시즌 162게임을 소화해야 하며, 비행기를 타고 쉴새 없이 美 전역을 날아다녀야 한다. 東西間 3시간의 시차와 가는 곳마다 달라지는 日氣 등에 적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애리조나의 김병현 선수가 지난 시즌 전반기 상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치다 후반기에 주저앉은 것도 장기 시즌과 잇단 이동에 따른 체력 저하를 극복하지 못해서다. 메이저 리그에 막 데뷔한 이치로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육체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가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
투수들의 이치로 다루는 방법도 달라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 타격왕이라고는 하지만 시즌 초반 왜소한 체격의 이치로에게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걸어온 것이 사실. 일단 실력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투수들은 철저하게 이치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하다. 슬럼프도 뒤따를 것이며, 과연 그런 고비들을 이치로가 어떻게 넘기게 될지도 두고볼 일이다.
우완 투수들에게 3할7푼8리로 철저하게 강한 이치로지만 좌완 투수들에게는 2할4푼4리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그가 넘어야 할 기술적인 벽이다.
2001년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치로의 이야기를 접기 전에 꼭 언급할 선수가 있다. 바로 시카고 컵스 트리플A 팀에서 뛰고 있는 최희섭(22)이다. 사실 최희섭은 이치로와 뉴욕 메츠의 외야수 신조가 올시즌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내년쯤 「동양에서 건너온 사상 최초의 야수」로 기록될 뻔한 「거물신인」이다.
이치로와 최희섭은 같은 좌타자라는 점만 제외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최희섭은 195㎝의 거구에 당당한 체격이 본토 미국 선수들을 압도할 정도다. 1루수를 맡고 있는 최희섭은 이치로에 비해 기술적인 면이나 경험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반면 이치로에게 결여된 것이 있다면 바로 파괴력이다. 빠른 타격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으로 간간이 담장을 넘기기는 하지만 이치로는 한 시즌에 15개 정도의 홈런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반면 최희섭의 파워는 이미 메이저 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제대로 걸리면 빨래줄 같은 라인 드라이브로 장외 홈런을 만들어내는 최희섭의 타고난 파워가 메이저리그에서 빛을 발할 날이 조만간 오리라 기대해 본다.
박찬호와 장외 홈런의 파워를 지닌 최희섭의 격돌 카드는 「노모 對 이치로」의 대결과는 또 다른 「힘과 힘의 대결」이라는 극적인 장면으로 야구팬들을 흥분시킬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