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故 徐永春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 PD로 입문하면서부터였다. 신입사원 면접 때 코미디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한 필자는 희망대로 곧바로 코미디 프로 조연출을 맡게 되었다. 처음 맡은 프로는 「둥글벙글」이라는 20분짜리 일일 홈드라마(지금의 시트콤 일종)로 서영춘, 양훈, 양석천, 임희춘, 심철호씨 등이 출연했다.
그 당시는 드라마 일주일치 녹화를 하루에 해치우던 때였다. 그런데 하루는 녹화 당일 작가의 사정으로 원고 1회분이 안 왔다. 우선 나머지 4회분만 갖고 녹화를 시작했다. 4회분 녹화가 끝날 무렵 문제의 마지막 대본이 왔다. 모두 나중에 온 대본에 대해서는 썩 내켜 하지 않으며 분장실에 둘러앉아 대본을 한번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徐永春씨가 갑자기 대본을 분장실 탁자 위에 던지면서 『됐어, 김감독(故 김경태 PD) 녹화 갑시다. 나 다 외웠어요』라고 외치는 거다. 모든 연기자들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소리로만 알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徐永春씨 경우 다른 배역보다 대사량이 곱절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급했던지라 徐永春씨 말을 반신반의하며 녹화에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 많은 대사를 NG 한 번 없이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신들린 사람 같았다. 천재 코미디언 서영춘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신입 PD였던 나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정말 한 번 읽고 그 많은 대사를 외었단 말인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徐永春씨는 코미디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1960~70년대에는 코미디언들의 지방공연이 많았다. 徐永春씨는 지방공연을 갔다가도 코미디 프로 녹화가 있으면 전세비행기를 내서라도 서울에 올라와 녹화를 했다. 코미디를 통한 시청자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돈도 아끼지 않는 그였다.
徐永春씨는 코미디 PD들에겐 놓치기 싫은 존재인 동시에 골칫덩이 연기자이기도 했다. 생방송 前 대본연습을 할 때는 대본 그대로 한 자도 안 틀리고 한다. 그런데 생방송 큐사인만 나면 대본은 어디로 내던져 버렸는지 도무지 그가 내뱉는 말 중에 대본에 있는 대사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럴 때 조정실 연출석에 앉은 PD는 당황하기 일쑤다.
『아니 저 사람이 왜 저러나. 대본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네』
생방송인 관계로 徐永春에 의해 다시 씌어지고 있는 대본을 애들립으로 처리하며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생방송이 끝난 후 연출자는 차마 徐永春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가 없다.
대본의 원래 내용보다 徐永春씨의 애들립 내용이 결과적으로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생방송을 끝내고 조정실에서 내려오는 PD가 한마디 한다.
『아니 왜 그렇게 대본대로 안 해. 카메라맨이 땀을 뻘뻘 흘렸어. 나도 조마조마 했고』
약간의 불만을 얘기하면 徐永春씨는 으레 뻔한 거짓말을 한다.
『미안해. 갑자기 대사가 생각나지 않잖아. 다음엔 대본대로 할 테니 걱정마. 그런데 오늘 어땠어? 』
『응. 오늘 좋았어』
『그럼 됐지, 뭐』
「영춘 희극상」 제정하자
「고전 유머극장」이라는 코미디 프로를 연출하던 때의 얘기다. 이 프로는 공개녹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방송처럼 NG 없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개녹화인 경우 방청객의 웃음소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한번 NG가 나면 다음에 웃음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또 웃어야 할 순간에 방청객의 반응이 냉담하면 그 녹화는 한마디로 실패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녹화 전 리허설을 할 때마다 徐永春씨는 PD와 카메라맨에게 자기가 개발한 비장의 무기(?)를 고백한다. 자신이 어떤 몸짓을 해서 방청객을 웃길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꼭 지킨다. 물독에 빠진다거나 동네 아낙네 치마 속으로 숨는다거나 대본에 안 나와 있지만 본인이 생각한 웃기는 상황의 연기를 첨가시키는 것이다.
PD는 대부분의 경우 그의 의견을 들어준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녹화가 들어가면 그가 계산했던 것처럼 그대로 재현된다. 방청객은 배꼽을 쥐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徐永春의 작전이고 그 작전은 성공리에 수행된다.
그의 몸을 돌보지 않는 연기는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필자는 徐永春씨가 작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두 아우 영수, 영환 형제(두 사람 모두 코미디언)에게 「영춘 희극상」을 제정해서 매년 그의 기일에 시상식을 거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년 활약이 돋보였던 남녀 코미디언과 신인 코미디언을 수상자로 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러저러한 이유로 빛을 못 보고 있다. 이번 그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는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그의 코미디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비범한 천재성을 그리워하며, 그를 기리는 「영춘 희극상」이 빛을 볼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네티즌이 뽑은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 1 위 朱炳進
남몰래 후배 돕는 의리 있는 개그계 신사 朱炳進
姜 日 弘 스포츠조선 연예부 차장
연예인의 자존심 지키는 마지막 보루
▲ SBS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을 진행할 당시의 주병진.
가수로 데뷔(1978년 TBC 해변가요제 출신)해서 서울 명동의 「쉘부르」 등 라이브 음악카페 DJ,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의 연기자, TV 토크쇼 MC,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로 잇단 변신을 해온 朱炳進(42).
朱炳進은 최근 月刊朝鮮이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을 뽑기 위해 네티즌과 코미디언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1, 5위를 차지했다. 일반인과 직업동료 양쪽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요즘 공중파 방송에서의 그의 활동은 뜸한 편이다. 대신 그는 현재 인터넷 방송 「프랑켄슈타인」(www.frankenstein.co.kr)에서 寸鐵殺人(촌철살인)의 풍자시사코너 「양아시사」를 진행중이다.
그는 직선적이고 단정적인 성격을 가진 개그맨이다.
『만약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내 어머니를 욕해도 좋다』
朱炳進은 한때 모 탤런트와 염문설이 나돌자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무근임을 이처럼 단정적으로 말했다. 결혼에 대해 물으면 방송과 일이 좋아 노총각으로 지내는 게 오히려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곧잘 말한다. 매사에 떳떳하고 당당하다.
젊은 개그맨들 사이에 주병진은 「의리있고 멋진 선배」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남자답다」거나 「의리파」란 호의적인 평가와 함께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단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주병진은 연예기자들과는 썩 우호적이지 못하다. 아니 연예기자들이 우호적으로 쓰질 않는다고 해야 맞는 얘기일 것 같다. 기자들이 그의 뻣뻣한 자존심(?)을 껄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朱炳進이 기자들 앞에서도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다소 건방져 보이기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전체 연예인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후배 개그맨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PD나 기자들에게 저자세로 주눅들어 하면 쫓아가 혼을 내서라도 기를 세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후배들이 그를 「연예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평가할 만하다.
朱炳進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남몰래 돕는 그의 善行(선행)은 그를 호의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또다른 잣대가 된다.
「도박사건」으로 필리핀을 전전하다 얼마 전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은 개그맨 황기순은 오랜만에 선배인 朱炳進을 만났다. 그러나 반가운 인사말 대신 호된 꾸지람만 들었다. 참을 수 없는 인간적인 모욕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은 선배로서의 애정어린 꾸짖음이었다.
당당하나 성공한 티 안 내는 개그계 신사
얼마 후 황기순이 동료 개그맨 김의환 김은태 등과 「코미디 죽이기」란 연극을 하겠다고 나서자 주병진은 선뜻 1억원의 제작비를 후원해 후배들을 감동시켰다. 후배들에게 그는 『개그맨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연극에 매달리고 혹시 작은 이익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줄 생각말고 너희들끼리 나눠 가지라』고 못을 박았다. 후배들에게 용기와 의욕을 북돋워 주는 그다운 배려였던 셈이다.
그가 연예인으로는 물론 사업가로 성공하는 데는 그만의 투지와 집념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면 반드시 성공의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고 며칠씩 두문불출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점을 잘 나타내 주는 일화 하나. 인터넷 방송 「프랑켄슈타인」을 개국한 뒤 일어난 일이다.
개그맨 김은태는 평소 공중파 TV의 코미디 프로 대본을 쓸 만큼 코미디계에서 인정받는 「글발」로 통한다. 朱炳進은 김은태에게 자신이 진행할 「양아시사」 코너의 대본을 맡겼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써오라고 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김은태와는 아무 상의도 없이 대본을 직접 써내려갔다. 대본을 쓰기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김은태에게 그가 직접 쓴 대본을 읽어보라고 던졌다. 김은태는 후에 『당시 朱선배의 일방적인 행동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대본은 확실히 내 스스로 공감이 갈 만큼 잘 써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주병진의 일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朱炳進은 연예인 중에선 드물게 성공한 사업가로 돈도 꽤 벌었으면서도 결코 티를 내지 않는다. 선후배 동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개그계의 신사」라고 부른다.●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 2 위 코미디언 대상 설문조사 6 위 沈炯來
바보 연기는 아무나 하나?
바보 연기 천재 沈炯來
金 在 和 코미디 작가, 예원대 코미디연기학과 교수
5000만의 오락부장 영구 沈炯來
▲ 개그맨과 영화제작자 두 방면 모두 「최고」 평가를 받고 싶다는 영구 심형래.
필자는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 만나는 사람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곤 하다. 옷을 잘 입었다거나 미남, 미녀이기 때문이 아니다. 群鷄一鶴(군계일학)처럼 그의 존재가 돋보이는 사람은 눈에서 광채가 번득이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던지는 사람이다. 沈炯來도 그중 한 사람이다.
네티즌들이 뽑은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 2위, 코미디언들이 꼽은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6위를 차지한 沈炯來. 그를 영구아트무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우리는 이산가족이 만난 듯 얼싸안고 마구 외쳐댔다.
『형래야, 내가 널 처음 봤을 때 개그맨으로서 재목감이 아니라는 말을 했던 것 기억나지?』
『그런 내가 신지식인 1호고, 「아시아위크」지가 뽑은 「21세기를 이끌 아시아 젊은이 20인」 중 한 사람으로 랭크된 거 어떻게 생각하우?』
『그건 코미디언 능력과 별개의 것이 아니니?』
『아니지. 개그맨 沈炯來가 있어서 그렇게 된 거라오』
『내가 「원고」를 쓰기 위해 널 만났으니 넌 오늘 「피고」가 되었다』는 농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네티즌들이 뽑은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 2위로 선정됐다. 방송출연이 뜸한데 인기가 유지되는 이유를 뭐라 생각하나?
『우선 너무 기쁘다. 사실 팬들의 사랑에 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서 고마운 한편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저 바보 역에 충실하다 보니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두루두루 좋아해 주셨고 그 강한 얼치기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沈炯來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 왜 그런 연기만 하게 되었는가?
『그렇다. 난 바보가 아니다. 날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 바보다. 그가 날 보고 웃는 동안 난 그를 보고 더 크게 웃는다. 시트콤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넌센스코미디는 모두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보 연기는 필수적인 것 아닐까. 사람들은 나를 보고 우월감을 가졌을 것이고 난 팬서비스 정신으로 그 역에 더욱 충실하다 보니 「沈炯來=바보」라는 등식이 형성되고 만 것이다』
『가장 존경하는 코미디언은 故 徐永春씨』
―영구役 때문에 곤란한 일도 있었을 텐데.
『내가 흉내내는 바보랑 비슷한 장애를 겪는 아이를 두신 어머니가 연기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해왔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어떤 희극인을 존경하나?
『서영춘 선생님이다』
코미디언이 뽑은 최고의 코미디언 1위로 서영춘씨가 뽑혔다는 말을 해줬더니 이런 일화를 소개해 줬다.
『KBS 공채 개그맨 1기로 뽑혀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서영춘 선생님은 와병중이셨다. 여러 선배들을 따라서 문병을 갔는데 徐선생님은 당신의 죽음이 임박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 것이 분명했는데도 후배들에게 특유의 코미디를 하시는 거였다. 徐선생님이 문병 간 우리에게 「요즘 어떠냐」고 묻자 이경규가 「죽지 못해 삽니다」고 대답을 했다. 徐선생님은 다음 한마디로 거꾸로 문병 간 우릴 웃겨주셨다. 「나는 살지 못해 죽는다. 임마」 타고난 코미디언이셨다. 그런 분이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용가리」 이후 영화제작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있다. 쉬고 있나?
『아니다. 지금 「이무기」를 제작중이고 「황금섬」, 「피시 워」(물고기 전쟁) 등 무려 10편을 기획중이다. 하나같이 SF영화인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는 꿈을 꿔왔는데 그걸 영화 속에서 실현시켜 보고 싶은 게 첫째요, 해외시장을 겨냥하려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나 정서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영화만 만든다는 이야기인가?
『돈은 중요하다. 그걸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꼭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난 내가 구축한 SF영화 제작시스템을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개선할 것이다. 가난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내 시스템을 무상으로 쓰게 할 것이다. 멀티미디어와 코미디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나의 꿈이다』
―주병진과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에서 근소한 각축을 벌였다. 주병진을 평가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 승부근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그의 토크쇼 진행은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다』
세상을 사는 맛은 진정 뭘까. 좋은 집과 옷,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멋있는 異性과 데이트하는 것도 살맛나는 인생임엔 틀림없다. 그런 것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은 그 어떤 것에 비할 수가 없다. 지치고 허망한 기분이 들 때는 沈炯來를 만나서 오락시간을 가지시라. 방송이나 영화에서 말이다.●
◈ 코미디언 웃기는 코미디언 한무, 이용식, 서승만
스타 부럽지 않은 분장실 코미디언들
姜 日 弘 스포츠조선 연예부 차장
코미디언 웃기려고 발길질에 춤까지 동원
TV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코미디언 또는 개그맨이라고 부른다. 그중 썩 잘 웃기는 사람을 인기 코미디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남희석이나 이휘재, 심현섭 등이 요즘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 코미디언이다.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지만 코미디언들도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인기에 따르는 온갖 특혜를 누린다. 수많은 팬이 생기고 우상처럼 받들어지는 기쁨은 직접 누려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한다. 몸값이 치솟아 각종 CF나 사인행사 등에 출연해 경제적인 호황도 만끽한다.
그렇다면 그들만이 남들을 잘 웃기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마 웃기는 순서대로 인기 순위를 매긴다면 스타 코미디언의 판도가 새롭게 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코미디언들 중에는 스타급 인기는 아니지만 정말 웃기는, 말 그대로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진짜 웃기는 코미디언들이 따로 있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물론이고 코미디언들 사이에서조차 그 실력을 인정받는 「꾼」들이다.
「금붕어」 한무, 「뽀식이」 이용식, 「인간제록스」 최병서, 「바람돌이」 서승만, 박명수, 최양락 등이 바로 「코미디언을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꼽힌다.
웃음 만들기에 고민하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갈증을 느끼는 코미디언들. 그들을 웃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우스갯소리는 사실상 그들 입을 통해 전파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금붕어」, 「두꺼비」, 「마귀」 등 다양한 별명의 소유자 한무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특이한 외모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웃기는 천혜의 재주를 가졌다. 그의 主특기는 음담패설이다. 툭 불거져 나온 큰 눈을 껌뻑이며 「야그」(야한 개그)를 늘어놓는 그를 보며 배꼽을 잡지않는 코미디언들은 거의 없다. 그의 얘기가 특별히 재미있는 것은 남의 얘기도 자기의 실제 경험담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해내기 때문이다.
쉴새없이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열변을 토하면 얘기를 하는 본인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조차도 약속시간을 잊을 만큼 빠져든다. 말의 시작과 끝부분에 습관처럼 붙는 『그런데 말이지∼ 그런데 말이지∼』란 어감도 감칠맛을 더한다. 다양한 제스처와 움직임(얘기를 실감나게 하느라 때로 발길질과 주먹질에다 춤까지 춘다) 때문에 반경 2m 주변은 자리를 피해줘야 할 정도다.
말이 빠르고 표정연기가 일품이다. 좀 어설프긴 해도 목소리 흉내까지 곧잘 낸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동료들을 웃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방송활동은 남철 남성남 김영하 배연정 배일집 등 인기 코미디언들과 주로 했지만 그 자신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항상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편이어서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분장실 코미디언 때문에 녹화 연기 일쑤
이용식이나 최병서도 동료들을 웃기는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이용식은 대개 연예인들의 실수담이나 과거를 『누가 이랬다더라』식으로 엮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한번 얘기에 빠져들면 스스로의 과장된 표현처럼 「육수가 강물처럼 흐를 때까지」 끝이 없다. 100㎏이 넘는 거구지만 얘기할 때 흉내내는 동작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이용식 때문에 방송녹화날이면 분장실은 곧잘 「함흥차사」가 되곤 한다. 이용식이 녹화시간이 임박해도 스튜디오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날은 거의 100% 분장실에서 얘기 보따리를 풀고 있는 것이다. 동료 코미디언들은 그를 찾으러 갔다가 오히려 그의 입담에 홀려 아예 주저앉기가 일쑤.
결국 PD가 분장실로 찾아가고, 카메라 감독까지 찾아가는 소동이 일어난 다음에야 이용식은 태연하게 『녹화합시다!』를 외치고 스튜디오로 향한다.
이용식은 국내 연예인들의 각종 웃기는 사연만 100여 가지를 줄줄이 꿴다. 모두 본래의 얘기에다 「이용식 특유의 입담」이 덧칠돼 있어서 다른 사람이 듣고 흉내를 내봐야 별로 재미가 없다. 이용식은 주위의 권유에 따라 이중 60여 개의 엑기스만을 뽑아 아예 책으로 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서승만도 동료들 사이에선 알아주는 분장실 코미디언으로 통한다. 앞서 거론된 세 명에 비해선 인지도도 낮고 나이도 어리지만 코미디언들끼리의 모임이나 방송사의 굵직한 이벤트 MC를 도맡을 만큼 입담이 세다.
서승만의 재능은 방송사 PD들도 『저런 재주꾼이 스타로 뜨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할 정도다. 천부적인 애들립과 몸짓이나 말투, 상황재연 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三三五五 모인 좁은 공간은 물론 수백 명이 모인 열린 무대에서도 실력발휘는 크게 문제가 없다. TV에서의 인기는 별로 없지만 토크쇼나 오락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하면 「토크왕」을 단골로 차지하는 것은 이런 그의 타고난 순발력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