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ADM이 개발한 ‘페니트리움’, 4월부터 임상시험 착수
⊙ “인류의 난제, 癌 정복에 도움 되기를 기대”
⊙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 CJ에 대한 ‘강요 미수죄’로 실형
趙源東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 경제기획원 경제정책국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 단장, 경제기획국 국장,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한국조세연구원 제10대 원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세계프로젝트경영협회 한국협회 회장 역임. 現 현대ADM 대표이사 회장 / 저서 《경제는 게임이다》
⊙ “인류의 난제, 癌 정복에 도움 되기를 기대”
⊙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 CJ에 대한 ‘강요 미수죄’로 실형
趙源東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 경제기획원 경제정책국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 단장, 경제기획국 국장,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한국조세연구원 제10대 원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세계프로젝트경영협회 한국협회 회장 역임. 現 현대ADM 대표이사 회장 / 저서 《경제는 게임이다》

- 조원동 현대ADM 대표이사 회장. 사진=본인
코로나19 때 구충제 성분에 관심 가져
― 그간 어떻게 지냈습니까.
“무작정 쉰 것은 아니고 여러 일을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신(新) 사업으로 꼽히는 금융거래소 증권사인 ‘한국ST거래’ 대표, 탄소포집 기술 개발 전문기업인 ‘카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했고요, 외부에 많이 알리지 않았지만 나름 경영자로서 활동하다가 현대ADM 회사까지 오게 됐습니다.”
― 앞의 활동들은 금융이니까 연관이 있다 치더라도, 바이오 회사라니 뜻밖인데요.
“청와대 경제수석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은 실패로 끝났고 이후에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즈》 같은 외국 매체를 읽으면서 지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구충제로 충분히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일더군요. ‘대통령이 저렇게 무책임하게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해서 구충제를 비롯한 약에 대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제가 원래 호기심 많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거든요(웃음). 코로나19를 치료할 약물로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를 꼽는 국제 논문들도 보이고, 이를 기반 약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내놓으려는 세계 의학계의 움직임도 있었죠.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니클로사마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사치료제로 개발하려고 연구하던 때였습니다.”
― 니클로사마이드가 뭔가요?
“수중(水中) 진드기 퇴치제입니다. 수중진드기가 과활성화되면 끈적끈적한 물질을 만들어서 호수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결국 호수에 사는 생물들이 죽는데 이를 퇴치하는 약물입니다. 이후에 니클로사마이드에 대한 연구 개발이 계속 이뤄져 인체 내에서 구충제, 특히 편충을 퇴치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니클로사마이드가 우리 세포의 발전소 격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논문도 많았고, 항암(抗癌) 효과를 보이는 대사 항암 물질로 연구·개발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암을 키우는 주변 바운더리를 끊어낸다면?
지난 1월 27일에 열린 ‘2026 대한민국 제약, 바이오 강국포럼’에서 연설하는 조원동 회장. 사진=본인― 이름도 어려운 약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원래 공부를 하면 끝까지 파는 스타일이거든요. 우리 몸은 약 30조~37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고 해요. 신경세포나 심근세포는 거의 평생을 가지만 대부분의 세포는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피부의 각질세포는 2~3일 만에 수명을 마칩니다. 세포들이 활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도 ATP 발전을 하기 위해 비상발전공급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것을 글리콜리시스(당과 분해의 합성어) 과정이라고 하죠. 문제는 이 과정의 부산물로 젖산이 생기는데, 사람들은 젖산이 생기면 피로를 느낍니다. 젖산이 적당한 양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몸에 축적되는 것이 암세포가 노리는 환경입니다.”
― 이제 암으로 얘기가 넘어가는 건가요?
“암은 단순히 무한하게 증식하는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을 유리하게 바꾸는, 즉 환경조성 능력을 갖춘 존재입니다. 암세포는 자신이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 AT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젖산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사용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면 암의 진행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하는 것은 젊은 분들의 영양분 섭취가 암세포를 빨리 키우는 연료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 젊을수록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는 들어봤습니다.
“암은 자기들을 공격하라고 만들어진 면역 기전을 자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꾸고, 다른 정상세포들에 가야 할 영양분을 먹으면서 자기 번식을 꾀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암을 먹여 살리는 주변의 바운더리를 끊어버리면 어찌 될까요?”
― 암은 그 자체를 도려내거나, 표적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 아닙니까.
“암을 치료하는 정상적인 방법은 화학 항암제를 사용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화학 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정상세포를 함께 공격해 환자들이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암 치료의 또 다른 방법으로 암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체계를 정밀하게 차단하려는 시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체 내 신호 네트워크는 매우 복잡해서 특정 신호만을 정확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 암 연구는 암세포 주변의 외부 미세환경을 집중 연구 대상으로 삼는 추세입니다. 이 중에서도 저희는 에너지 대사에 초점을 맞추어 암 주변 미세환경 자체를 정상화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페니트리움’은 니클로사마이드를 개선한 경구제 약물
현대ADM의 모회사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주)다. 2000년 5월에 현대전자로부터 분사해 만들어진 바이오 제약 및 코스메슈티컬 회사로, 신약 개발과 기능성 화장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5월에 현대ADM을 인수했고, 현재 현대ADM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 기획 및 인허가 역량을 기반으로 유방암 및 폐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ADM의 자산(2024년 12월 말 기준)은 282억원대며, 2021년 6월에 코스닥에 상장했고 시가 총액은 1660억원대(2026년 2월 기준)다. 조원동 전 수석은 코로나19 시기에 니클로사마이드라는 물질 연구에 빠졌고, 이것이 매개가 되어 현대ADM의 오너와 인연을 맺어 이 회사에 오게 됐다.
“니클로사마이드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논문은 많았지만, 대부분 세포 실험 단계였습니다. 니클로사마이드가 생체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 보니 신진대사가 이뤄지는 생체에서의 시험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물에 닿으면 금방 결정체로 변해, 주사제로 개발하기 어려웠기도 했고요. 현대ADM이 개발한 페니트리움이라는 제품은 니클로사마이드의 체내 흡수율을 개선한 경구제 약물입니다. 페니트리움은 암 주변 세포들이 병리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이 결과 정상적인 면역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암의 영양분을 공급받는 조건 자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했다는 거군요?
“혈류를 타고 이동한 암세포가 절대로 자라날 수 없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서, 페니트리움과 면역 항암제의 병용을 통해 암세포의 생착 기반을 허물고 전이를 원천 봉쇄하는 해법을 제시한 겁니다.”
“세계 최초로 전이암 차단에 대한 기전 밝혀”
현대ADM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약물 테스트를 하고 있다.현대ADM은 지난 2월 9일, ‘세계 최초로 전이암 차단에 대한 기전을 밝혀냈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원발암에 대한 전이는 1889년 스티븐 파젯(Stephen Paget)이 ‘Seed and Soil(씨앗과 토양)’ 가설을 제창한 이래 137년 동안 암 연구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암 전이는 혈관을 타고 무작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원발암에서 비롯된 그 무엇(seed)이 전이될 장소(soil)를 찾아 신호를 보낼 때 비로소 전이가 시작된다는 가설인데, 구체적인 기전은 아직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에 AACR(미국암연구학회) 논문 초록 발표 전후를 통해 현대바이오사이언스, 현대ADM으로 구성된 ‘바이오신약팀’이 추가적인 유전자 분석을 통해 페니트리움이 암세포의 전이를 유발하는 3대 핵심 요인을 각각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현대ADM은 이번에 규명된 전이 차단 기전과 후속적인 상세 데이터를 앞으로 저명한 국제 학술대회 및 학술지를 통해 정식으로 발표해, 연구 성과의 과학적 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ADM은 조만간 유방암 및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 1상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류머티즘의 표준 치료법을 만든 유럽의 권위자인 아이작스 영국 뉴캐슬대 교수가 현대ADM의 임상 설계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 류머티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는 왜 다녀갔습니까.
“아이작스 교수는 류머티즘 표준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에너지 대사에 작동할 수 있는 약물을 찾고 있었는데 저희가 지난해 10월에 페니트리움 테스트를 했습니다. 류머티즘뿐 아니라, 200여 종이 넘는 자가면역증 중 대표적인 다발성 경화, 피부건선, 소화기관 신경을 건드리는 크론병에 대해 각각 같은 약물, 같은 방법으로 동물 실험을 했고 이 결과를 10월 미국 AACR에서 발표했었는데 당시 영국에 계셨던 아이작스 교수가 나중에 보신 것 같습니다. 아이작스 교수가 데이터를 직접 보고 싶어서 방한(訪韓)했고 앞으로 저희와 협업하기로 했습니다.”
― 얘기를 들어보면 같은 약물로 암과 자가면역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을 한 것 아닙니까. 암만 해도 대단한 것인데요.
“안 믿으시나요? 암세포를 고립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세계 주요 학회에서 논의 중이고 저희는 동물 실험을 마치고 임상을 준비 중입니다. 저희의 페니트리움은 암을 직접 공격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암의 외부에 장벽을 세워서 여태 암이 생존했던 환경을 깨뜨려서 암 자체가 고립되다가 서서히 기능이 사라지게 하는 물질입니다.”
― 어떤 암 환자에게 먼저 적용합니까.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임상시험이 남아서 복잡하지만 성공하면 폭발력은 굉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동물 실험에서 확인한 것이 사람에게도 통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습니다. 구충제에서 시작된 원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저 자신도 참 신기합니다.”
“실험에는 돈 아끼지 않아”
현대ADM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조원동 회장. 사진=본인― 임상시험은 복잡한 절차겠지요.
“1상은 독성이 없는지를 입증하는 것인데 이미 같은 니클로사마이드를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 형제 약물 격인 제프티가 사람에게 사용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저희가 작은 회사지만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실험입니다. 약을 개발하는 실험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 실험은 전부 외주를 줍니다. 저희를 대신해 하는 회사가 저희가 투자하는 금액을 보고 오히려 놀랄 정도입니다. 전립선암에 대한 1상 실험은 4월 말 정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코스닥 상장 회사다 보니, 또 바이오 회사다 보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평가한 바로는 임상 1상만 성공한다 하더라도 회사의 가치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코스닥 상장 법인인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자금 부족에 우려의 시각을 갖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임상 1상을 할 정도의 자금은 자력으로도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 8월 제가 회사를 맡았을 때도 회사의 자금 부족을 걱정하시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제가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증자 없이 대주주에게 추가 출자를 요구해 관철한 바 있습니다. 제가 월급을 받지 않는 만큼, 대주주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그때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바이오 주식을 출자받았었는데, 그 주식 가치가 올해 들어 대단히 올라가 우리 회사도 덩달아 부자가 되었습니다.(웃음)”
― 솔직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분이 바이오회사에 왜 왔을까, 속된 말로 ‘얼굴마담’을 하러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웃음) 제가 정말 여기에 꽂혀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정무 감각 없지 않았나 싶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청와대조원동 전 수석은 시종일관 차분히 말했다. 흡사 생물학 전공자와 앉아서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검색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치면 청와대 수석 시절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 먼저 나온다.
― 아까 실패한 관료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그랬습니까.
“음, 정무 감각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자주 들은 얘기가 똑똑하고 일 처리가 투명한데 감각이 없다고들 하대요. 제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항목이 18개인데 그중 하나에 제가 엮여 있습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 시작되기도 전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고, 기소까지 당했습니다. 죄목은 CJ그룹에 대한 압력 행사였습니다.”
― 좀 더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제 죄목은 강요 미수죄였습니다. 사실 오래된 일이고 잊고 살아왔는데 가끔은 좀 그렇습니다. 제가 강요를 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제 말을 듣지 않았는데, 그것이 죄가 됐습니다. 보통 공무원들은 직권남용죄 혐의로 수사받고 처벌을 받는데 이때는 상대방이 권력행사자의 요구를 따랐을 경우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상대방이 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제가 강요 미수죄로 실형을 받은 첫 번째 사람입니다.”
“그냥 제 운명이다 싶었다”
― 강요 미수죄라는 것도 처음 듣습니다.
“형법에 있다고 합니다. 성희롱과 비슷한 죄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요 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제가 상대방에게서 뭘 얻어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실행 행위가 있어야 하고, 강요를 당한 상대방이 겁을 먹었어야 함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실행 행위는 녹취록이 있다손 치더라도, 상대방이 실제 제 말대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과연 겁을 먹었을까요? 그리고 겁을 먹었다는 사람이 법정에서 겁을 먹었다고 증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성희롱죄의 경우도 피해자의 법정진술이 필수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사자인 이미경 부회장은 법정에 서지도 않았습니다. 주변 분들이 이 부회장이 겁을 먹었었다는 간접적인 진술서만 제출한 상황이었고요. 참…. 하지만 법원은 강요 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법정 출두를 요구하는 제 변호인의 요구를 이 부회장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기각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건강이 안 좋다 하던 이 부회장이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미국 전역을 휩쓸고 다닌다는 뉴스를 나중에 접하고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이야 존중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좀 억울하셨습니까.
“그냥 제 운명이다 싶었습니다. 수사를 받을 때 한동안 절에 다녔어요. 불교에서는 ‘업(業)’이라는 말을 많이 쓰더군요. 제가 지금 상대방을 해코지하면 업을 쌓는 것이고 참으면 업이 쌓이지 않는 것이라고요.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는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업을 쌓지 않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많이 정리됐습니다.”
― 시간이 지나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분도 많이 있던데요.
“공무원으로서 제 인생에 대한 자존심을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묻어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원동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지인들은 “말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어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그가 청와대 수석에 내정됐을 때 세간에서는 ‘조용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라고 했다.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재직 시절에는 재경부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뽑은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히기도 했다.
― 과거의 기사들을 보면 후배들의 신뢰가 두터웠던 것 같은데요.
“저를 그렇게 평가했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큰일은 승진인데, 저는 상사에게 일을 보고할 때 실무를 담당한 후배들을 꼭 데려갔습니다. 인사권자에게 얼굴을 보이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후배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에도 막연하게 보고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는 대신 제가 가능한 한 명확한 지침을 주고, 저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해 함께 보고서를 완성하는 편이었습니다. 후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명료하게 했죠. 제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에도 당시 저를 보좌했던 그 어떤 실무자도 불려 가지 않았습니다. 전부 제 선에서 끝냈는데 그런 모습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지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게 박근혜 대통령은 최고의 상사”
― 가까운 거리에서 본 박근혜 대통령은 어땠습니까.
“사안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부하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박 대통령을 개인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가 주도한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을 맡아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가 아니라 기업과 교육 거점 도시로 육성한다는 수정안을 냈던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당시 대척점에 있던 사람인데, 저를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으로 임명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오히려 놀랐습니다. ‘제가 대통령께서 당시 당대표로서 추진하셨던 일을 반대했던 사람인데 왜 발탁하셨을까?’ 하고 주변에 알아봤더니, 박 대통령께서는 ‘공무원 입장에서 당시 대통령과 총리가 추진하는 일을 어떻게 쉽게 반대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가볍게 넘겨버리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저에게 박근혜 대통령님은 정부 초기 1년 반 동안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내각을 통해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중책을 맡겨주셨던 최고의 상사(上司)이십니다.”
박근혜 정부 때 연간 稅收 4조원 늘어
― 고마운 마음이 아직 있군요.
“그럼요. 박근혜 정부의 업적을 분명히 남기고 싶은데 중국과의 관계 회복, 한국과 중국의 공동조업 수역을 만든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에는 중국 어선이 우리 해안으로 넘어와서 불법 조업을 하던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우리 해경이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다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 등으로 죽기도 했습니다. 그때 청와대에서 차라리 중간에 공동 구역을 만들어서 관리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양국은 지도선 공동 순시, 어장환경 개선, 수산고위급 협의기구 신설 등 불법 어업방지 대책에 대해 함께 협력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습니다.”
― 우리 해안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차라리 중간 지대를 만들자고 한 거군요.
“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러시아의 가스를 1t당 16달러에 들여오는 것을 골자로 한 구두 약속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상황이 바뀌면서 가스와 오일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구두 약속이지만 러시아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하면 러시아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던 과정에서 유라시아 내 교통, 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이 나왔습니다. 국제적인 행사 일정을 촉박하게 맞추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때 국고가 연간 4조원 가까이 늘었던 점은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 엄청난 숫자네요.
“세법 개정을 통해 이뤄낸 성과입니다. 그때 제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깃털을 살짝 뽑는 식으로 세금을 걷는 것’이라고 했다가 아주 호되게 당했습니다. 사실 세금을 걷을 때에는 체감하기 어렵게, 살짝 손봐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 표현 때문에 ‘거위 수석’이라는 명칭이 붙고 국민을 모독했다는 식으로 깎아내렸는데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합니까.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몇 번 뵙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아직 참모들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 계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주주들과 홈페이지로 소통”
10여 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픈 과거를 들추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다시 바이오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틀었다.
― 현대ADM 홈페이지를 보니까 대표이사 이름으로 시시콜콜 답을 하던데요.
“숨겨야 할 일이 없으니까요. 주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서 제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난해 말에 승인받은 유방암, 폐암에 대한 임상 1상 실험입니다. 페니트리움은 가짜 내성 치료를 위해 개발된 신개념의 신약입니다. 가짜 내성은 항암제 반복 치료에도 암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환자들의 고통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드리고자 임상을 시작하는 겁니다. 지난 80년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항암 치료의 두 가지 숙제인 ‘전이로 인한 죽음’과 ‘치료 과정의 지옥 같은 고통’을 해결할 겁니다. 작지만 강한 회사로 키워내기 위해 제 모든 노력을 다 바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