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에 있는 리쓰린(栗林)공원. 1625년부터 120년에 걸쳐 만들어진 대표적인 일본식 정원 중 하나이다.
에히메…. 한자로 쓰면 ‘愛媛’이니, ‘사랑하는 여인’ 아니 ‘사랑스런 여인’쯤 되겠다. 카페나 선술집 이름으로도 딱일 듯하다. 하지만 에히메는 일본 시코쿠(四國) 북서부에 있는 현(縣)의 이름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이름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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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 고치에 있는 고치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성 가운데 하나다. |
에히메현 마쓰야마(松山)는 메이지(明治)시대의 문호(文豪)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가 중학교 선생을 하면서 소설 〈도련님(봇짱)〉 등의 작품을 남긴 곳이다. 그의 자취는 아직도 마쓰야마 곳곳에 남아 있다. 도고(道後)온천역 앞 시계탑, 100여 년 전 운행하던 열차의 모양을 본뜬 ‘봇짱열차’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마쓰야마에 내려와 처음 몸을 의탁했던 에히메 현청 옆 하숙집 자리가 지금은 카페로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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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야마의 봇짱열차와 인력거는 1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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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시(每時) 정각이 되면 봇짱시계탑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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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온천 본관. 메이지시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애니메이션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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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와현 나오시마(直島) 곳곳에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
마쓰야마에는 소세키만 있는 게 아니다.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1867~1902)도 있다. 일본 전통시(傳統詩)인 하이쿠(俳句·5-7-5로 된 일본의 정형시)를 현대화한 시인이자 언론인, 언어학자였다. ‘시키’는 ‘자규(子規)’, 즉 두견새라는 뜻이다. 폐병에 걸려 피를 토하며 죽음과 싸워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피를 토하도록 운다는 두견새에 비견한 것이다. 시키는 이렇게 노래했다.
한 송이 지고/ 두 송이 떨어지는/ 동백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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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쓰린공원의 홍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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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오카 시키가 투병생활을 했던 시키당 앞에 핀 동백. |
그는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명(命)을 생각했을 것이다. 시키가 투병했던 시키당(子規堂) 앞. 흐드러진 매화를 보며 일행 중 한 분이 즉석에서 자작(自作) 하이쿠를 읊는다.
자규(子規) 찾아온/ 하이쿠 제자들 앞/ 매화만 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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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키당 앞에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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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히메현 마쓰야마성. 옷은 아직 두껍지만 봄을 맞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
시키의 하이쿠와는 달리, 우리가 갔을 때는 다행히 동백이 떨어지기는커녕, 막 그 붉은 농염함을 자랑하고 있을 때였다. 동백뿐이 아니었다. 홍매화, 백매화, 먼나무…. 마쓰야마에서도, 고치(高知)에서도, 다카마쓰(高松)에서도 다투어 피는 꽃들은 이렇게 속삭였다. 봄이라고, 이제는 봄이라고, 겨울은 끝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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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야마성의 백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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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나무? 아니 먼나무! 황금빛 잎과 붉은 열매가 강렬하게 대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