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현정 화가는 선화예중고와 서울대 동양화과,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또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숭’을 주제로 열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전시 그림을 완판 하는 등 화제를 불러왔다. 배우 김수로는 그녀의 주요 컬렉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최근 《동아일보》가 선정하는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화가로 선정됐고, 지난 1월 미국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연소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소녀. 스리슬쩍 올린 치마 밑으로 드러난 우윳빛 허벅지가 시선을 자극한다. 놀이기구를 타고 떡볶이를 먹는 내내 표정없는 소녀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한국화 기법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 기법으로 작품을 그리는 신인이 있다. 한국 화랑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김현정(28) 화가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입은 한복에 애착을 가졌어요. 마치 치마가 엄마의 자궁처럼 비밀스럽고 우주와 같다 생각했어요.”
그녀의 작업은 어릴 적 즐겨 하던 종이인형 놀이에서 착안했다. 몸체의 윤곽을 그리고 그 위에 수묵담채 기법으로 치마를 그려넣었다. 또 저고리 부분은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염색한 얇은 한지를 찢어 여러 겹 붙여 완성했다. 넓은 우주 같은 치마폭 속에 내가 비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일상적이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반투명한 한복은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숭 이야기〉 〈내숭 올림픽〉 〈내숭 겨울이야기〉에 이어 〈내숭 놀이공원〉까지. 그녀가 내놓은 ‘내숭’ 시리즈마다 청춘의 고민과 더불어 일상 속에서 표출되는 감정과 고민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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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그리기 전, 스케치 단계. 촬영한 사진을 보고 본떠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스캔을 떠 컴퓨터로 다양한 색을 미리 입혀본다. |
“한국화를 공부하면서 사군자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위트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작업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나가서는 비싼 커피를 마시는 그런. 고상하고 우아한 한복을 입고 있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한 저 자신을 비꼬아 표현했어요. 자화상인 셈이지요.”
작품은 철저히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과정은 디지털화되어 있다. 구상을 하고 자신을 모델로 사진을 찍어 그것을 따라 그리고 그다음 포토숍으로 색을 구현해 본다. SNS에서 받은 의견을 토대로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새로운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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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작가가 한지를 물들이거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전통 안료와 붓, 먹. |
“SNS를 통해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미술에 있어서 구상과 해석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SNS를 통해 소재를 받고 그리는 과정을 함께하며 작업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녀는 이 작업을 ‘소셜 드로잉’이라 불렀다. 최근에는 3D 프린터기를 이용한 피규어 작업과 페이퍼 토이 등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평면의 한국화를 입체화시키는 새로운 시도다.
“내가 나를 속이고 싶지 않아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 솔직한 나의 기록이자 일기를 남기고 싶어요. 삶에 따라 그림도 많이 바뀔 텐데,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가 돼요. 스타 작가이기보다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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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새롭게 시도한 대형 페이퍼 토이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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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숭동산〉 한지에 수묵담채, 콜라주, 234×413cm,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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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말이죠〉 한지에 수묵담채, 콜라주, 159×115cm,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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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부인생〉 한지에 수묵담채, 콜라주, 159×115cm,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