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侖世
1955년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現 한국고전번역원) 졸업 / (주)인산가 회장, 《인산의학》 발행인, 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월간조선》 명예기자 / 저서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네》 《자연치유에 몸을 맡겨라》 《내 안의 자연이 나를 살린다》 등
1955년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現 한국고전번역원) 졸업 / (주)인산가 회장, 《인산의학》 발행인, 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월간조선》 명예기자 / 저서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네》 《자연치유에 몸을 맡겨라》 《내 안의 자연이 나를 살린다》 등

- 사진=게티이미지
한산지두월단단 다소방관안여맹
但向指頭開活眼 滿目寒光無處藏
단향지두개활안 만목한광무처장
한산의 손가락 끝에 둥근 달은 빛나는데
곁에 있는 많은 이들, 소경인 양 못 보네
달 가리키는 손가락 따라 밝은 달을 보면
눈에 가득한 차디찬 달빛 완연히 드러나리
10월 6일은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이다. 을사년의 중추가절(仲秋佳節)을 맞아 세상 사람 모두 한가위 보름달을 보겠지만, 그 달이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며 우주 만물의 실상(實相)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여 주는 밝은 빛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돌아가는 윤회(輪廻)의 쳇바퀴를 돌면서 밝음이 없는 무명(無明)의 삶에서 벗어나 해탈(解脫)을 통한 대자유(大自由)의 걸림 없는 삶으로 자신의 삶을 승화시키는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되겠는가?
을사년 중추가절 맞아…
세상의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을 무여열반(無餘涅槃)으로 제도(濟度)하기 위해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즉 ‘최고의, 올바른, 광범위한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서원(誓願)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결심한 많은 구도자 역시 석가모니 부처께서 팔만대장경을 통해 제시한 깨달음의 묘법을 깨우치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이지만, 애초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석가모니 부처께서는 스스로 제시한 팔만대장경이, 세상을 밝히는 광명의 존재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그 손가락을 통해 빛의 근원인 달을 보라고 강조한다. 《원각경(圓覺經)》 제6장 〈청정혜보살장(淸淨慧菩薩章)〉에는 이러한 내용을 설명한 석가 세존의 법문이 게재되어 있다.
〈수다라니, 즉 경전의 가르침은 달[月]을 가리키는 손가락[指]과 같으니, 만약 다시 달을 보면 분명 가리키는바 손가락은 필경 달이 아님을 안다. 모든 여래가 여러 가지 말로 설명하여 보살에게 열어 보인 가르침의 내용도 또한 이와 같다.
修多羅敎 如標月指 若復見月 了知所標 畢竟非月
수다라교 여표월지 약부견월 요지소표 필경비월
一切如來 種種言說開示菩薩 亦復如是
일체여래 종종언설 개시보살 역부여시〉
중국 송(宋)나라 때 고승 야보 도천(冶父道川) 선사는 《금강경(金剛經)》에서 석가모니 부처께서 법문(法門)을 통해 가리키는 궁극적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깨닫고 이해하도록 경문의 주요 해설 내용 곳곳에 게송(偈頌)을 지어 덧붙였다.
선사는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이라는 경의 첫머리글 ‘여(如)’의 풀이를 게송으로 이렇게 읊는다.
“여여(如如)여! 정야장천일월고(靜夜長天一月孤)로다.”
풀이하면 “여(如)여, 여(如)여! 고요한 밤 먼 하늘에 하나의 달이 외롭도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음을 나타내는 ‘여’의 의미를 이렇듯 여실하게, 품격 있게, 신비감을 풍기면서 정확하게 해설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어떤 글이든지 번역을 해본 사람이라면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
송나라 때의 수많은 선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깨달음의 게송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야보 선사는 《금강경》의 참뜻을 일깨우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자기 깨달음의 체험이 오롯이 담긴 빛나는 게송들을 통해 대부분 구도자가 철석같이 지니고 사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버리고 실상을 여실하게 볼 수 있도록 인도하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하겠다”고 출가 수행에 나선 구도자들조차 인천(人天)의 대스승 석가 세존의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는 이런 현실을 보다 못한 당나라 때의 전설적인 선지식(善知識) 한산(寒山)은 세상 사람들의 안목을 열어 주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법문을 설한다. 자신의 밝은 지혜로 세상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 주기 위해 읊은 깨달음의 노래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안목을 열어 주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한산의 시 300여 수이다.
한산의 시는 밝은 달의 완연한 빛을 통해 세상의 어둠을 해결하여 대명천지 밝은 세계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잘 설명하고 또한 잘 보여 주고 있다.
한산은 영혼을 담은 여러 시편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석가 세존께서는 손가락을 들어 밝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왜 세상 사람들은 세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에만 시선을 집중하는가?”
이렇게 개탄하며 “제발 눈길을 돌려, 손가락을 볼 게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맨 앞에 소개한 야보 선사의 게송 역시 한산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밝은 달은 빛나고 있는데 정작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한산의 손가락 끝에 머물고 있을 뿐 마치 소경처럼 달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이러한 폐단은 그때 그 시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오늘날에도 형태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즉 나라의 제도교육에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정작 그 지식과 기술이 가리키는 궁극적 실상인 지혜의 밝음과 명명백백한 큰길[大道], 인간에 대한 사랑에는 눈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달’ 밝혀 대명천지 밝은 삶으로
그래서 지식은 많은데 밝은 지혜의 부족으로 무식한 사람보다도 못한 판단과 결론을 내려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지식이 도리어 걸림돌로 작용해 일을 그르치거나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기술은 뛰어난데 그 기술을 지닌 사람의 인품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그 기술은 도리어 많은 사람을 해치게 되고 그 기술로 이룬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작용하는 게 아니라 몸 기능의 퇴화와 질병을 부르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될 뿐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부연설명을 해드린다. 석가 세존의 경전과 한산의 시, 야보 도천의 게송이 누누이 설명하고 강조하는 것처럼,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어이하여 손가락 끝만 보고 있는가?
성현(聖賢)의 경전, 동서양의 고전이 제시하는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달’을 밝혀 ‘무명의 삶’에서 대명천지의 밝은 삶으로 전환하여 해탈과 자유의 삶을 누리시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