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최종현학술원의 제안, ‘한미 원자력 협력’이 성공하려면

“전력은 국가의 기술 및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기간 인프라”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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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國力은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 전력 공급 능력이 핵심”
⊙ “재생에너지로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급 못 해”
⊙ 세계는 전력 확보 전쟁 中… 독일 다시 석탄 때기 시작
⊙ 중국의 전력 생산 능력은 미국의 2.5배… 트럼프 에너지 비상 선언
⊙ “조선·방산·원전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시너지 낼 수 있어”
⊙ “1척당 2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한국형 핵잠수함 건조 비용은 감당할 수 있어”
2015년 4월 22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가서명식에서 박노벽 당시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종현학술원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최종).
한미(韓美) 원자력 협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9일에 ‘한미 원자력 협력 범정부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날 외교부 주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연구원, 원자력통제기술원 관계자가 모여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2월에 최종현학술원은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는 개별 기술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장기 국가 전략을 결정하는 과제”라며 “한미 공조 확대와 국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한국은 동맹과 비(非)확산 체계 내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산업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집필에는 손양훈 인천대 전(前) 경제학과 교수, 황용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원자력산업학과 석학교수, 남명렬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 연구교수,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여했다. 핵심 쟁점은 AI 기반 전력(電力) 수요 증가로 인한 에너지 인프라 확충, 글로벌 원전 시장 재편과 한국의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의 전략적 활용, 핵연료주기 협력의 지정학적 의미와 정책적 선택지 등이다.
 
 
  “재생에너지는 불확실한 전원”
 
  현재 전 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전(前)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AI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동안 막대한 규모의 안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가동됩니다. 전력은 국가의 기술 및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기간 인프라로 격상됐습니다.”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親)환경 재생에너지가 시대적인 화두이지 않았습니까.
 
  “재생에너지는 불확실한 전원(電源)입니다. 한동안 세계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풍력에너지의 경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에너지 생산이 중단되고, 신재생에너지 송전망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엄청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 들어 AI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에너지의 중요성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자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에 몰두했던 에너지 시장은 빠른 속도로 전력 공급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는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가동률 상향을 검토 중입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에너지 위기로 일부 석탄발전소의 경우 재가동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네요.
 
  “앞으로의 국력(國力)은 컴퓨팅 파워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전력 공급 능력에 달렸습니다. AI 경쟁의 병목은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확보를 국가의 중대 이슈로 생각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붐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4개 지역에 걸쳐 총 8기 원전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트럼프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유
 
 
손양훈 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본인
손 교수에 의하면 AI를 위한 미국의 전력 공급 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2025년 1월 20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미국 내(內)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을 촉진하고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손 교수는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력망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전력 수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 손 교수의 자료에 의하면 1985년 중국의 전력 생산 능력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2010년이 되어 미국과 중국은 비슷한 전력 생산 능력을 갖게 됐고, 현재 중국은 미국보다 2.5배가 넘는 전력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손양훈 교수의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것을 보고 저도 처음에는 과도한 우려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비교할 때 미국의 전력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력소 설치 격차가 수십 년 사이에 크게 벌어졌죠. 미국은 전력 병목을 없애지 못하면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원전 28개, 석탄발전소 110개를 건설 중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소도 병행해 많이 짓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의 입장은 풍족한 전기를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반도체를 사용해서라도 AI 시대에 선제로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약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속 원전 지은 국가”
 
2025년 11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승인했다. 사진=뉴시스

  ― 원전 시장이 엄청나게 열린다는 거군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속 원전을 지은 국가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사실상 30여 년 전에 탈(脫)원전을 선택했고, 일본도 후쿠시마 사태 이후 방향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원전을 지으면서 값싸게 전기를 공급해 산업을 육성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미국,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3파전이었습니다. 체코가 인근 국가인 프랑스나 나토 종주국인 미국 대신에 우리를 선택한 것은 ‘On-time, On-budget’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우리의 원전 짓는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우리가 원전 건설 기술력은 있지만, 원천 기술은 갖고 있지 않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우리의 원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원전을 짓지 않았지만,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와 미 해군 등 17개의 연구소에서 계속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원천 기술은 미국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막에서도 원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정도로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현대건설, 삼성물산과 같은 회사에서 대형 원전 프로젝트를 이행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기술력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건설력이 있습니다. 양국이 힘을 합치면 완벽한 상호 보완입니다. 미중(美中) 간 전력 설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기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앞으로 발전, 송전, 배전 등 전력 장치 산업 전반이 재편될 수밖에 없는데 양국이 최적의 파트너인 셈입니다.”
 
  ― 이런 차원에서 월성·고리 원전 중단은 아쉬운 상황이네요.
 
  “아쉽습니다. 원전은 초기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지만 운용하는 데는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데,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던 원전을 폐로 하다시피 하는 거니까요. 미국은 원전 사용을 80년을 기준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월성·고리 원전은 고작 4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안정성이 확인됐고, 몇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좀 더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최우선 과제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확보”
 
  최종현학술원 보고서는 한미 원자력 협력을 단순한 기술 교류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 산업 생태계 구축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협력의 축을 핵연료주기 대형 원전 설계·조달·시공 및 운영·유지보수, SMR 상용화 등 세 분야로 구분해 이 영역에서 구조적 파트너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확보’를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저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해 기술·산업 협력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공동 연구개발과 오프테이크(생산 이전 단계에서 일정 물량 구매를 확약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 계약을 통해 핵연료 공급망의 안정성과 상용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용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가 말한 바로는 한국의 민수용(civilian purpose) 우라늄 농축 수요량은 약 400만SWU 수준이다. 황 교수는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32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수요량이다. 미국에 농축 허용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 수요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미 원자력 협정이 민수용에 한정,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 원칙을 군사적 이용과 섞어 논의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아울러 협정 구조상 한국이 농축·재처리 분야를 추진하려면 상업적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고, 이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판단하는 ‘공동 결정(joint determination)’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의 초당적 승인 필요”
 
  황 교수는 한미 원자력 협력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민수용과 군사 영역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비확산 신뢰 구축 ▲국내 수요와 수출 가능성을 포함한 상업적 근거 제시 ▲주력 사업자인 한수원을 중심으로 정부·학계·산업계가 일관된 입장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농축 문제 또한 다르지 않다”며 “미국과의 협력을 중심에 두되, 러시아·중국 등 지정학적 변수까지 고려한 장기 로드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미국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분리된 삼권분립 국가이므로 행정부 단독 결정만으로 협정이 성사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JCPOA)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농축·재처리 허용은 미국 상원의 초당적 승인이 필요하고, 행정명령만으로는 불안정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 내 강경 비확산 그룹과 의회를 설득할 체계적 전략과 지속적인 대미 현지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명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한국의 원자력과 핵잠수함 정책을 평가했다. 남 연구교수는 “조선, 방산, 원전이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실제 조선, 방산, 원전은 한 세트이며 한국이 원자력과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활용할 때 방산과 산업 협력을 패키지 딜로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전략적 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국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예로 들며 “캐나다가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비만 약 20조원인데, 후속 군수 지원까지 포함하면 총 6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 기업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수출 절충교역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명렬 교수는 캐나다와의 SMR 협력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남 교수는 “온타리오 지역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가 있으며, 총 네 기의 SMR이 필요하다. 첫 번째 계획은 이미 승인됐고, 2~4호기 부지도 준비가 끝났다”며 “한국이 참여할 실질적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관련해서는 의견 분분
 
2022년 9월 30일,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가한 (앞쪽부터) 미국 원자력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미국 해상작전헬기(MH-60, 시호크).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발표된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핵잠수함과 관련된 문제는 핵연료 조달과 NPT(핵확산금지조약)로 인해 지난 30여 년간 추진되지 못했던 일이다. 최종현학술원은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한미 원자력 협력이 전략·안보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괄목할만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현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사업 추진을 본격화한다기보다는 ‘검토 개시’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종현학술원 토론회에서도 ‘핵잠수함’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잠수함은 잠수함의 은밀성과 핵 추진의 지속성을 결합한 전략 자산이다. 한국형 핵잠수함이 미 전략 자산의 공백을 보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연합 수중 전력의 ‘기동적 억제력’을 분담하는 구조로 설명해야 미국의 실질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행 측면에서도 현실적 가능성이 제기됐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핵잠수함 논의의 쟁점은 이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규제 체계를 갖출 것인가로 이동했다”며 앞으로의 과제로 ▲부지 선정 ▲지역사회 갈등 관리 ▲군 전용 원자로 안전 규제 마련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준수 등을 제시했다. 함 센터장은 “2030년대 중반 대형 함 사업이 종료되면 해군 예산 여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1척당 2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한국형 핵잠수함 건조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범주”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 좌우할 계기”
 
  반면 핵잠수함의 전략적 효과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핵잠수함 개발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국방 예산의 현실과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잠수함 사업이 총 20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해군 전력 확충을 넘어 육·공군 전력 배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저수심·근해 환경에서는 재래식 잠수함이 탐지·추적 임무에서 여전히 장점이 있고, 한미 연합 체계 내에서 미국 핵추진잠수함 전력이 이미 충분히 운용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필요성과 예산 배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한국에 있어 필수라기보다 선택적 전략 옵션에 해당하며, 그 추진 과정에서는 용도·연료·기술 이전의 각 단계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의 얘기다.
 
  “미국이 가진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미 원자력 협정의 한계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농축·재처리·핵추진잠수함 등 다양한 협력을 원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은 원전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고, 이 결과 한미 협력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네요.
 
  “미국의 관심은 한국의 농축·재처리·핵추진잠수함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시급히 요구하는 원자력 발전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 가능한 협력은 원전 건설 협력과 SMR 공동 전개입니다. 결국 한미 원자력 협력은 AI 시대 전력 패권 경쟁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이며, 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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