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젤식인 장보고-III 잠수함, 언제든 핵추진으로 확장 가능
⊙ 핵잠, 건조한다면 정권 교체에도 중단 없도록 관련 규정 제도화해야
⊙ 트럼프가 요구하는 필리 조선소 건조시 ‘청구서’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장담할 수 없어
⊙ 핵잠 1척에 최소 5조원으로 손원일함의 최소 10배
⊙ 핵잠만이 北 SLBM 탑재 잠수함 탐지·추적·무력화? 수중전의 본질을 모르는 주장
⊙ 핵잠 건조로 디젤 잠수함 인프라 약화·붕괴하면 장기적 국방·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
⊙ 한미 간 핵잠 협력 범위와 내용,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해야
崔逸
1963년생. 해군사관학교(40기) 졸업, 경남대 박사 / 한국 최초 잠수함(장보고함) 인수선발대원, 이천함 초대 음탐관, 손원일함 초대 함장, 한국형 공격잠수함 KSS-Ⅲ 추진협력단 협력팀장 역임, 예비역 해군 대령. 現 한국잠수함협회 회장, 세계잠수함협회 회원,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서 잠수함연구소 운영 / 저서 《잠수함 리얼리티》 《칼 되니츠의 삶》
⊙ 핵잠, 건조한다면 정권 교체에도 중단 없도록 관련 규정 제도화해야
⊙ 트럼프가 요구하는 필리 조선소 건조시 ‘청구서’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장담할 수 없어
⊙ 핵잠 1척에 최소 5조원으로 손원일함의 최소 10배
⊙ 핵잠만이 北 SLBM 탑재 잠수함 탐지·추적·무력화? 수중전의 본질을 모르는 주장
⊙ 핵잠 건조로 디젤 잠수함 인프라 약화·붕괴하면 장기적 국방·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
⊙ 한미 간 핵잠 협력 범위와 내용,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해야
崔逸
1963년생. 해군사관학교(40기) 졸업, 경남대 박사 / 한국 최초 잠수함(장보고함) 인수선발대원, 이천함 초대 음탐관, 손원일함 초대 함장, 한국형 공격잠수함 KSS-Ⅲ 추진협력단 협력팀장 역임, 예비역 해군 대령. 現 한국잠수함협회 회장, 세계잠수함협회 회원,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서 잠수함연구소 운영 / 저서 《잠수함 리얼리티》 《칼 되니츠의 삶》

- 미 해군의 주력 공격 원잠인 버지니아급(7000t)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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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원일함 초대함장을 지낸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 |
역대 정부는 핵잠 도입을 공론화할 시기를 신중하게 조율해 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 정부가 핵잠 도입에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 또 하나는 현실적 걸림돌인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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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 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낙했다. 사진=뉴시스 |
하지만 열린 빗장 안에는 예상했던 장애물뿐 아니라 한국이 아직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과제들도 존재한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애물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현실적·전략적 판단에 기반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핵잠 보유는 군사력 증강은 물론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과 기술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된다. 핵잠 건조 과정에서 확보하는 ▲고밀도 원자로 기술 ▲방사능 안전 관리 ▲핵심 소재 및 제어 기술 등은 원자력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산업 전반의 혁신과 연구개발 역량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기에 국가적 자존감이 향상되고 국민이 느끼는 안도감, 자긍심도 증대된다.
한국, 핵잠 건조 핵심 기술 상당 부분 확보
우리나라는 핵잠 건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상당 부분 이미 확보하고 있다.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 건조 능력 ▲장보고-III 배치(Batch)-I, 배치-II 사업을 통한 독자 잠수함 설계·건조·통합 시스템 구축 등이 그것이다. 비록 장보고-III 잠수함(3000톤급)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구조적으로 향후 원자력 추진 체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다수 민간 기업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이는 핵잠수함 동력원(源)으로 사용되는 소형 고밀도 원자로와 유사한 기술이다. 핵연료만 확보되면 기술적 측면에서 핵잠 건조 자체는 큰 제약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핵잠 건조보다 더 큰 문제는 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 확보다. 이 대통령이 “핵잠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연료를 공급받게 해달라”고 표현한 점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제 핵 비확산 체제(NPT)에서는 핵연료의 재처리·농축·이전이 엄격히 규제되며, 한미 원자력협정도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농축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용 우라늄 사용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은 기술 이전이 아니라 핵연료 조달과 관련한 법적·정책적 제약을 해소해 달라는 전략적 요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핵잠 건조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 현실적·전략적 접근이다.
하지만 핵잠을 실현하려면 당면한 숙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다양한 변수에 따라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자칫 트럼프의 정치적 수사(修辭)에 취해 섣불리 출항했다가는 좌초되기 십상이다. 계속 항해는 하더라도 난항으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 핵잠은 핵추진 잠수함? 핵무장 잠수함?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과 핵추진잠수함(핵잠)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원자로(nuclear reactor)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영어로 똑같이 ‘SSN(Nuclear Powered Attack Submarine)’으로 표기한다. 정부는 잠수함의 평화적 이용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핵추진잠수함(핵잠)’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재래식(디젤) 공격 잠수함의 약자는 ‘SS(Submarine Ship)’다. ‘핵잠’이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하다. ‘핵’이라는 단어 때문에 ‘핵무장’ 잠수함인지 ‘핵추진’ 잠수함인지, 혹은 ‘핵추진+핵무장’ 잠수함인지 혼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력 잠수함(원잠·SSN)’ 또는 ‘공격 원잠’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정확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핵잠’은 핵추진 동력원을 사용하면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공격원잠(SSN)이다. 영문 약자 ‘N’은 동력원이 원자로임을 뜻할 뿐, 핵무기 탑재 여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원자력 잠수함이지만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SSN’으로, 핵무기를 탑재한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SSBN’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B’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를 의미한다. SSBN은 주로 적함을 공격하는 용도보다는 전략무기(핵무기)를 탑재해 전략적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전략원잠’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북한이 디젤 잠수함에 핵탄두 탑재 SLBM을 장착했다면 이는 ‘재래식/디젤식 핵(무장)잠수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동력원이 원자력이 아니므로 영문 약자는 ‘SSB’가 된다. |
필리 조선소 건조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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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에서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인 ‘장영실함’(3600t급) 진수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간 미국은 ‘안보 균형’과 ‘국제 질서 유지’를 이유로 한국의 핵잠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트럼프 식 국익 우선주의는 한국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자국 실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나타났다. 이는 핵잠에 필요한 한국의 핵연료 조달 요청을 미국 조선산업 부활, 나아가 ‘MASGA’ 실현의 명분으로 활용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로 자국 조선 역량 강화와 해군 전력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 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해군과의 협력 경험이 풍부하고, 미국의 설계·운용 기술을 직접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이미 디젤(재래식) 잠수함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핵추진 체계를 함정에 통합한 경험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기술적 지원과 우리의 생산 역량이 결합한다면 일정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첫 핵잠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것은 국내 독자 건조에 비해 훨씬 복잡한 법적·제도적·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필리 조선소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며, 건조가 미국에서 이뤄진다 하더라도 ▲핵연료 취급 ▲승조원 훈련 ▲정비를 위한 국내 기반 시설 등을 반드시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해외 건조와 국내 설비 투자가 병행되는 ‘이중 투자’ 구조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후속 유지보수(MRO) 협력, 방위비 분담, 기술 사용료 등 다양한 추가 요구가 연이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청구서’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발언은 정치적 선언 성격 강해
현시점에서 시급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미국의 승인 범위를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선언’ 성격이 강하다. 실제 이행을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과 미 국방부의 기술 검토 절차가 필수다. 특히 미국이 허용할 범위가 단순히 ‘핵연료 공급’인지 ‘핵추진 기술 이전’까지 포함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한미 간에 이를 공식 문서로 규정한 협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국방 관리들은 일관되게 “핵추진 기술의 해외 이전은 안전 조치와 의회의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정치적 승인 이후에도 기술적·법적 절차를 둘러싼 장기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둘째, 한미 간 이해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핵연료 공급 허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미국은 필리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 건조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에 대한 미국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국내 건조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핵연료 공급 문제와 국제 비확산 체제의 규제라는 또 다른 벽이 남는다. 미국이 이 문제를 풀어 내며 국내 건조를 허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청구서’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셋째, 주변국의 반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언급한 직후, 중국 외교부는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도 중국과 유사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일본이 미국에 ‘한국과 동등 이상의 핵잠 전력 보유’를 요구할 경우 새로운 전략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핵잠 도입은 주변국의 외교적 압박과 상응 조치 요구를 촉발할 잠재력이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보 환경 전반에 새로운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핵잠 도입 과정은 단순한 기술·군사적 사업을 넘어 국제 정세와 외교 전략을 병행 설계해야 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 철저한 외교 조율과 대외 위험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핵잠 도입의 성과는 오히려 외교적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선동적 문구는 현실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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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잠수함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하고 있다. SLBM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핵무장 잠수함(SSB)이 된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통신 |
이제는 열망의 수준을 넘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갖추려 하는지 명확히 평가할 때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핵잠을 가져야 한다’는 목표 자체에 논의를 집중해 왔다. 그러나 무턱대고 ‘핵잠 보유’만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상에 있는 여러 종류의 디젤차를 모두 ‘디젤차’로만 정의할 수 없듯, 핵잠도 성능과 운용 개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따라서 우리가 갖고자 하는 핵잠이 정확히 어떤 유형이며, 무엇을 수행할 수 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핵잠이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추적·무력화할 수 있다”는 표현은 수중전의 본질을 모르는 이들의 과장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이 철수해도 주변국을 압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식의 선동적 문구는 현실을 왜곡한다. 허상에 근거한 기대는 실체가 드러날 때 때 국민적 실망과 저항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핵잠을 보유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어떠한 수준의 핵잠을, 어떠한 용도로 보유할 것인가’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 설계·건조·운용에 관한 기준은 다음 질문에 의해 결정된다.
‘전략형인가 전술형인가, 혹은 복합형인가?’
‘원거리 장기 작전과 대(對)육·정밀 타격을 목적으로 하나?’
‘연근해에서 전술적 억제, 정보 수집, 특수전 임무를 병행하는 다목적 플랫폼인가?’
각 목적에 따라 플랫폼 설계, 센서·무장 구성, 승조원 훈련 방식, 유지 보수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근본적 정의(定義)도 없이 규모(톤수·척수) 논의로 들어가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핵잠은 상어, 디젤 잠수함은 악어
핵잠은 유용한 전략 자산이지만 만능 무기는 아니다. 은밀성과 기습성이 잠수함 전투의 핵심이며, 발각 순간 생존의 기회는 극히 짧다. 핵잠이라고 해도 잠수함의 이러한 기본 범주를 벗어나진 못한다.
핵잠이 넓은 바다를 누비며 목표를 찾아다니는 ‘상어’라면, 디젤 잠수함은 조용히 숨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덮치는 ‘악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기능이 다른 점을 두고 ‘디젤 잠수함이 못 하는 것을 핵잠으론 다 할 수 있다’고 정의해서는 안 된다. 디젤 잠수함도 핵잠이 못 하는 영역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핵잠 도입은 기존 전력과의 유기적 배치를 전제로 해야 실질적 가치를 발휘한다. 디젤 잠수함, 수상함, 타군 정보 자산 등과의 통합적 전력 운용 계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핵잠만으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비효율과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핵잠 도입 논의의 핵심은 ‘핵잠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어떤 성능을 갖춘 핵잠을 보유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목적과 운용 개념이 명확해질 때만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설계·건조·운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먼저 질문을 바로 세우고, 그에 대한 냉정하고 체계적인 답을 통해 전략적 선택을 설계해야 한다.
실전 배치까지 10년 이상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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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손원일함(1800t). 잠수함은 같은 성능이면 규모가 작은 함정일수록 유리하다. 사진=조선DB |
정부는 우리가 추구하는 핵잠이 ‘버지니아급보다는 작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아직 총체적인 건조 비용과 수명주기 비용, 연료 교체와 폐기까지 포함한 종합적 비용 산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핵잠 도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핵잠의 성능과 이에 소요되는 총비용을 명확히 산출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잠 건조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첫 핵잠이 실전 배치되기까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핵연료 전(全)주기 관리 체계 구축은 더욱 긴 시간과 안정적인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돼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장기적 목표와 투입 계획을 제도화해야 한다.
핵잠 도입은 국방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산업·환경·에너지 부처와의 범정부적 협력이 필수적이며, 방사능 안전관리, 환경영향평가, 비상대응 시스템 등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가 병행된다. 또한 핵잠 도입이 기존 디젤 잠수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역할 분담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면, 가져올 효과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핵잠 도입이 가져오는 효과는 군사적 효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자력 산업과 방위산업 간의 기술적 시너지, 연구개발 역량 강화, 한미 간 경제·군사 협력과 동맹 강화, 국민에게 주는 자긍심과 안도감 등 다양한 무형적 가치가 존재한다. 핵잠은 단순한 군사자산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전략적 위상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이며,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와 국가적 자긍심은 재정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군사적 가치 외에도 국가 전략 전반에 긍정적 파급력을 미치는 부가가치가 크다.
핵잠 도입 논의는 단순히 ‘보유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떤 수준의 핵잠을, 어느 범위까지 투자할 것인지’의 문제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비용 대 효과 분석을 통해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규정하고, 투자 대비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범위와, 어느 선에서 멈출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다.
미군이 핵잠만 보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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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전략 핵잠(SSBN)인 오하이오급 잠수함. 함 가운데 수직발사대(VLS)는 SLBM을 발사해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뒤편에는 원자로가 있다. 사진=whatisnuclear.com |
핵잠 보유국들의 사례는 전략적 여건에 따른 혼합 운용의 유효성을 보여 준다. 자국 근해에 위협이 적은 국가(미·영·프)는 핵잠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연근해와 원해(遠海)에서 작전해야 하는 국가들(러·중)은 디젤 잠수함과 핵잠을 상호 보완적으로 배치한다. 러-우 전쟁에서도 주 전장인 흑해에 러시아가 핵잠을 투입하지 않고 디젤 잠수함만으로 작전하는 이유는 그만큼 디젤 잠수함의 전장 적합성과 실용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프로시딩(Proceedings)》지(誌)는 2025년 10월호에 “미 해군에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한국의 장보고–Ⅲ 같은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 해군도 디젤 잠수함의 효용성을 알면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산업적 연계성 때문이다.
핵잠으로 디젤 잠수함 인프라가 붕괴한다면…
핵잠 도입 자체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핵잠과 디젤 잠수함 두 개의 생산 설비를 동일한 수준으로 병행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소수의 핵잠 도입으로 인해 국내의 주력 전력이자 다수의 생산 라인을 차지하는 디젤 잠수함 산업 인프라가 약화 또는 붕괴한다면, 장기적인 국방·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사전 평가와 만반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디젤 잠수함은 우리 방산 수출의 핵심 시장이 될 수 있는 품목이다. K-방산의 성장 동력으로서 디젤 잠수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핵잠 도입은 견고한 디젤 잠수함 산업 기반 위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핵잠이 디젤 산업에 ‘상생의 시너지’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하듯, 준비 없는 추진은 반드시 무너진다. 면밀한 사전 준비와 국민의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만 한국의 핵잠 도입이라는 목표는 실현될 수 있다. 핵잠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다. 국민은 핵잠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굳이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핵잠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론화와 사회적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