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비확산은 미국 국가정책의 일부… 한국 핵무장 허용 않을 것
⊙ 미국의 핵우산 강화 유도하려 핵무장 카드 남발하면 한미 간 불신만 초래
⊙ 소형 핵무기 탑재한 미 전략잠수함(SSBN)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핵 공유’ 검토해야
⊙ 미국이 미중 ‘중립 외교’ 하겠다는 한국 방어 위해 뉴욕·워싱턴 DC에 핵무기 위험 감수할까
⊙ ‘전략적 유연성’은 병력 사용의 융통성·자율성 의미… 어느 부대·국가나 모두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항
朴輝洛
1956년생. 육사(34기) 졸업, 연세대·美 국방대 석사, 경기대 국제정치학 박사 / 국방부 대북정책과장, 국방대학교 교수, 국민대 교수·정치대학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장 역임, 예비역 육군 대령. 現 미 매사추세츠 주립대 방문교수 / 저서 《북핵외통수》
⊙ 미국의 핵우산 강화 유도하려 핵무장 카드 남발하면 한미 간 불신만 초래
⊙ 소형 핵무기 탑재한 미 전략잠수함(SSBN)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핵 공유’ 검토해야
⊙ 미국이 미중 ‘중립 외교’ 하겠다는 한국 방어 위해 뉴욕·워싱턴 DC에 핵무기 위험 감수할까
⊙ ‘전략적 유연성’은 병력 사용의 융통성·자율성 의미… 어느 부대·국가나 모두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항
朴輝洛
1956년생. 육사(34기) 졸업, 연세대·美 국방대 석사, 경기대 국제정치학 박사 / 국방부 대북정책과장, 국방대학교 교수, 국민대 교수·정치대학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장 역임, 예비역 육군 대령. 現 미 매사추세츠 주립대 방문교수 / 저서 《북핵외통수》

- 김정은(오른쪽)은 10월 4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를 관람하면서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라고 협박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벼랑끝 억제’ 전략 쓸 수도
워낙 폐쇄적인 북한이라서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 미 핵과학자협회(FAS)는 북한이 보유한 핵의 개수를 ‘50개 이상’으로만 추정하지만,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2023년 공동으로 작성하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하여 북한은 매년 12~18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고, 따라서 2025년 초에 이미 1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북한은 이 핵무기들을 탑재하여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화성-15, 17, 18, 19 등 ICBM을 개발했고, 북극성-3, 4, 5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한 상태에서 핵추진 잠수함까지 건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골든 돔(Golden Dome)’이라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강화를 지시하였듯이, 미국의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의 ICBM을 모두 요격할 수 없다. 북한이 다탄두(多彈頭) 미사실과 기만체를 사용할 경우 요격률은 더욱 떨어진다. 북한은 요격 전에 미국 상공에서 전자기펄스탄(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핵추진·핵무장 잠수함(SSBN)이 미국 해안으로 잠입할 경우 미국의 방어는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이 그 막강한 핵무기로 보복하면 북한은 초토화될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말이 틀리면 책임질 수 있는가? 북한이 자국의 초토화를 각오하면서 미국의 몇 개 도시를 위협하는 형태의 ‘최소억제(minimal deterrence)’ 전략 또는 서로의 공멸로 위협하는 ‘벼랑끝 억제(brinkmanship deterrence)’ 전략을 구사할 경우 미국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북한을 초토화해 봐야 얻는 것이 없지만, 뉴욕이나 워싱턴 DC가 공격당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피해일 것이기 때문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은 지근거리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과 재래식 잠수함을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KN-23, 24, 25와 같은 첨단 단거리 미사일은 표적 근처에서 상승기동(pull-up maneuver)을 하거나 저(底)고도로 비행함으로써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한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정은은 2022년부터 미국의 핵우산을 차단하는 ‘첫 번째 사명’은 완성되었다면서 남한을 공격하여 합병하는 것을 의미하는 ‘두 번째 사명’을 강조해 왔고, 핵무력법을 개정하면서 그들 핵무기의 임무를 ‘령토 완정(領土完整)’으로 명시하였다. 이제 한국은 불안해진 미국의 핵우산 하에서 영토 수복 명분의 북한 핵공격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은 2025년 10월 4일 “우리는 특수자산을 그에 상응하게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면서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며 노골적으로 남한을 협박하였다.
‘新 애치슨 라인’ 가능성
설상가상으로 한미동맹도 예전과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 추진한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2기 들어서 더욱 강화하고 있고, 적보다는 동맹에 더욱 많은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3500억 달러 상당의 직접투자를 현금으로 먼저 내놓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러면서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戰勝節)에 국회의장을 파견하는 등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동맹 현대화’라는 애매한 말을 통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 등 이전의 좌파 정부가 주장해 온 의제를 구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에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건 굴종적 사고”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일부 인사들은 미국에게는 중국 견제에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평택과 오산 기지는 베이징(北京)으로부터 겨우 16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전략적 유리함을 갖고 있어서,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거대한 불침항모(不沈航母)’인 일본이 존재하여 한국의 역할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평택과 오산 기지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사정거리 내라서 전략적 군사력을 전개시키기가 어렵다. 실제로 미국은 미일동맹과 주일 미군의 위상은 높이는 대신에 주한 미군에 대해서는 감축 필요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과 치열한 패권(覇權) 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하겠다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하여 뉴욕이나 워싱턴 DC에 핵무기가 투하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기 쉽지 않다. 일부 미국의 친(親)정부 학자들은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1950년 1월 당시 미 국무장관 애치슨(Dean Acheson)이 미국의 서태평양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과 같은 ‘신(新) 애치슨 라인’이 선포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북핵 대응과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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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26일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
뒤를 이은 우파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 자세를 표방함에 따라 한미동맹은 강화되었다. 미국의 핵우산 이행을 협의하기 위한 다양한 기구가 만들어졌고, 한미 실무자들의 협의가 일상화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좌파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화염과 분노’라면서 강경정책을 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여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임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하여 김정은이 비핵화(非核化)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한미 양국은 북핵에 관한 의미 있는 협의를 갖지 못했으며, 2기 트럼프 대통령 시대인 지금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우파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한미동맹을 신속하게 복원하였지만, 불행히도 이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대통령이 2023년 4월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여, 한미 간 핵우산 이행 태세 협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한반도 인근에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을 확대 배치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미국의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고 윤 대통령도 탄핵됨에 따라 이 합의의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 상황에서 2025년 6월 좌파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없지 않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북핵 문제에 관하여 한미 양국의 실무자가 의미 있는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는 없다. 관세나 대미 직접 투자와 관련해서도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도 미국 대통령과 만나지도 않은 채 돌아왔고, 국내에서는 반미(反美)운동이 서서히 재점화되고 있다.
미 에너지부, 한국을 ‘민감국가’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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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핵무장 허용론을 주장하는 제니퍼 린드(왼쪽)와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 대학 교수인 두 사람은 부부다. 사진=다트머스대 홈페이지 |
일부는 말한다. 미국의 학자들도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다고. 실제로 2015년 미 FAS 회장 찰스 퍼거슨, 2016년 케이토(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 등이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2021년에는 다트머스 대학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 2023년에는 부산대에 근무하는 로버트 켈리 교수가 한국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가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침묵하는 대부분의 미국 학자들은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와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연구자들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하여 한국의 핵무장이 역내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고,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하여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이 철회될 것이라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징후가 나타나던 시점부터 국내에서는 핵무장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20년 이상이 지나도록 진전된 바는 없다. 한국은 핵무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핵물질, 즉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 중 어느 것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건설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소량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실시한 것이 탐지되어 2004년 한국은 유엔 차원의 정밀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에 가까워질 경우 북한이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으로 남한 또는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 한미동맹인데,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주도적으로 창설하였을 정도로 핵무기의 비확산 및 반(反)확산이 국가정책의 일부가 되어 있다. 한국 내 최근의 핵무장 주장으로 인하여 미 에너지부는 한국을 핵무장 감시와 관련하여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하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더라도 미 의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NPT 탈퇴로 인하여 다양한 국제 제재(制裁)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국가의 안보를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도박할 수는 없다.
‘전략적 유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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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파병을 위해 2004년 8월 5일 오산 기지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주한 미군 2사단 2여단 병사들. 이 무렵부터 ‘전략적 유연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사진=조선DB |
그러나 필자의 과문(寡聞) 탓일 수도 있겠지만 위 내용은 미국 정부가 실제로 요구한 사항이 아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나 트럼프 측근들이 주한 미군의 감축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은 다른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병력 사용의 융통성과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부대나 국가나 모두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항이며 특별한 용어가 아니다. 2025년 8월 8일 한 기자가 재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하여 질문하자, 그는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미국 패트리어트 장비의 이스라엘 이동 사례를 들면서 두루뭉술하게 답변하고 넘어갔다. 영문(英文)으로 일부 전략적 유용성에 관한 발언이나 보고서가 발표된 바가 있는데, 대부분 한국의 정치인이나 한국 및 한국계 학자들이 작성하거나 언급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도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슷하게 걱정하며 토론한 적이 있다. 당시 논의는 부시 대통령이 주한 미군의 일부를 이라크 전장에 보내기로 한 결정과 ‘범(汎)세계적 태세검토(Global Posture Review·GPR)’라는 명칭으로 해외 주둔 미군의 적절 규모를 검토한 문서에 의하여 촉발되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2004년 8월에 해외참전용사회에서 7만 명 정도의 해외 파견 병력을 감축하여 본토 주둔 병력을 늘림으로써 미군과 가족들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게 되었다고 말했듯이, GPR의 주된 목적은 미군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본토 주둔 미군의 증대였을 뿐 전략적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도 한국에서는 주한 미군의 감축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2만 8500명으로 공식화되어 있는 주한 미군 규모는 변하지 않았고, 이라크에 파병됐던 4000명 정도의 부대도 복귀하였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때부터 한국에서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변화가 있으면 미국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고자 의도한다면서 미국의 모든 언행을 그에 맞춰 해석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엔 동맹국 동의 불필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에게 ‘허락’받고자 한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첫째, 주한 미군이든 주일 미군이든 미군은 필요시 그 규모를 언제든지 감소 및 증대시키거나 대만 등의 다른 지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동맹국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둘째, 동맹국도 아닌 대만에 대한 미군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거나 한국보다 더욱 우선시한 상태에서 한국과 병력 전용(轉用)의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셋째, 대만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오키나와 등의 주일 미군이 더욱 가까우면서 효과적일 텐데, 일본과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상의했다는 보도는 없다.
전략적 유연성 논란은 일부 학자들의 지레짐작으로 만들어졌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의하여 미국의 제반 발언들을 그 방향으로 해석함으로써 빚어진 소동이라고 판단된다. 2025년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분석을 보면 확증편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우리 학자들이 현재 상황으로 진행될 경우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북핵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책을 진지하게 토론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하에 주한 미군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무리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지키지 않는 국가를 대신하여 핵전쟁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방어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 높은 방안에 주력해야
이제 우리는 북핵 대비와 한미동맹의 관련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 두 가지를 함께 강화하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첫째, 기본적으로 한국은 미국과 동일하거나 조율된 대북정책을 개발 및 추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의 수차례 실험을 통하여, 일방적인 유화정책으로는 비핵화는 물론이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이 유화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한미동맹은 형식화되었고, 미국은 북핵 문제에 무관심해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동맹의 약속에 기반하여 북한과 북핵에 관한 사항을 함께 토의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강구하며, 동일한 노선의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해야 한다. 북한과 북핵에 관한 한 한미 양국이 철저하게 단합되어 있음을 과시해야 한다. 그럴 때 북한은 한국을 얕보지 않게 되고, 오히려 한국과 관계 개선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한미 간 북핵 억제 특히 미 핵우산 이행에 관한 협의 체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분명하게 이행된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북핵 억제책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의 억제전략위원회나 확장억제 협의체,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핵협의그룹 같이 우파 정부에서 만들어 둔 기구들이 좌파 정부가 들어서서 유명무실화되는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미 양국이 북핵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함께 대처하며, 북핵 위협 증강에 맞춰서 핵우산 이행 체제를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협의에 일본도 동참시킴으로써 한미일 3국이 함께 북핵을 억제해 나가는 태세를 구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동기는 이해하고, 북핵 위협의 심각성 인식에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핵무장의 당위성만을 주장하거나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곤란하다. 수십년 동안 그래 왔듯이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이 없는 상태에서 핵무장 필요성 강조는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미국의 핵우산 이행 체제 강화를 유도하려는 압박 수단으로 핵무장 카드를 남발할 경우 한미 간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북핵 억제를 위한 방안에는 자체 핵무장도 제외되어서는 곤란하지만, 당위성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핵 잠재력 확보, 대통령이 나서야
넷째, 결국 현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은 미국의 핵무기를 활용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 내는 데 더욱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이나 괌에 배치하도록 하고 이의 사용에 관하여 한미 양국이 협의하는, 소위 ‘핵 공유(nuclear sharing)’를 동아시아 상황에 맞도록 구현해 나가도록 미국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필자는 미 전략잠수함(SSBN) 한 척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도록 미국과 협의하고, 그 속에 사용 가능성이 높은 5kt 정도의 소형 핵무기(예를 들면 W76-2 SLBM)를 탑재하도록 한 후, 그의 사용을 한미 양국이 협의하도록 미국과 협의할 것을 제안해 왔다. 동해안은 평양으로부터 150k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미국의 전략잠수함은 최소한 4개의 탄두를 보유한 20기 정도의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미국의 핵우산이 실제로 불안해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 강화-특히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의 수준 격상-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실무자 선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이 직접 미국 대통령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하여 일본과 같은 수준의 재처리와 농축을 한국에게도 허용해 주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모두 핵무장한 상태이고, 이들이 최근 단결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핵 잠재력이 그들을 견제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등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 협의 없이 핵무장을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의 감시 요원을 파견할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
북한은 150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여 핵균형에 관한 한 남한에 대하여 독점적 우위를 확보했음에도,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체결 후 자신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견하여 사실상의 동맹 관계로 격상시켰고,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직접 참가함으로써 기존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핵무기도 없으면서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안일과 무능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 및 병합할 수 있다고 오판(誤判)하게 만들 수 있다.
헌법 제66조 2항이 명시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무는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 즉 국가안보이다. 다른 책무와 달리 이 책무는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이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과연 현 정부와 대통령은 이 책무를 수행할 의지, 능력, 계획을 갖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