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러는 핵보유국, 日은 잠재적 핵보유국… 생존 위해 우리도 불가피”(이병령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본부장)
⊙ “자국 위태로우면 NPT 탈퇴 가능… 미국도 심각하게 반대 안 할 가능성”(이창위 전 국제해양법학회장)
⊙ “확장 억제는 흘러간 과거의 신화일 뿐”(송승종 교수)
⊙ “미국, 한국이 핵무장하면 중국 견제에만 집중할 수 있어”(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자국 위태로우면 NPT 탈퇴 가능… 미국도 심각하게 반대 안 할 가능성”(이창위 전 국제해양법학회장)
⊙ “확장 억제는 흘러간 과거의 신화일 뿐”(송승종 교수)
⊙ “미국, 한국이 핵무장하면 중국 견제에만 집중할 수 있어”(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2017년 9월 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정부의 핵 무장 결단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조선DB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A씨가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현 전 국무총리, 문정인 전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 소위 진보 진영은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우리나라를 겨냥해서가 아니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와 대북(對北) 제제 완화나 해제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2022년 무렵부터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2025년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미(美) 대통령은 동맹국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드러내며 “자국(自國)의 안보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어서다. 우파에서는 ‘핵 주권 확보’ ‘남북 핵 균형’ ‘핵 잠재력 확보’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핵무장론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다.
“美 전술핵 재배치는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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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
― 2016년부터 핵무장을 주장해 온 배경은 뭡니까?
“북한이 2016년 1월에 ‘시험용 수소탄’을 갖고 제 4차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을 때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쳤던 일본 제국주의가 1945년에 원자탄 두 발을 맞고 미국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원자탄보다 위력이 10배 이상 되는 수소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북한이 생존용이나 협상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굳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정은이 수소탄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핵강국이 되어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북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국가 생존을 위해 자체 핵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은 미국과만 상대하려고 할 것이므로,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고 남북 대화의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 같은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핵과학자들과 제 고민을 가지고 심도 있게 상의했고, 2015년에 발표된 ‘퍼거슨 보고서’가 저의 판단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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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전혀요. 당시 한국의 핵무장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연구회가 만들어졌는데, 회원 10명 중 9명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고 저 혼자 자체 핵무장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전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핵무장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습니다.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이슈였는데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한의 노골적 위협이 시작되면서 정세가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2022년 4월부터 노골적으로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정당화했습니다. 그전까지 북한은 그들의 핵개발이 미국의 핵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지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했기 때문에 이에 큰 충격을 받고,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공감하는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보 관련 학술회의에서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1961년에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것처럼 우리도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한국도 과거 프랑스처럼 ‘핵 자강’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저는 다시 총대를 메겠다는 각오로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을 발족했습니다.”
‘퍼거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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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령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본부장. |
원자력공학 박사로 한국원자력연구소 본부장을 지낸 이병령 박사는 아주 쉽게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핵 잠재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언제 핵보유국으로 넘어갈 것이냐는 향후의 국제정치 상황에 따라서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북한·중국·러시아는 핵보유국이며 일본은 잠재적 핵보유국입니다. 4개국 모두 우리와 적대적이거나 준(準)적대적인 국가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만 핵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핵 보유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앞으로 민족의 위기와 직결되는 일입니다. 우선 핵 잠재력을 갖는 쪽으로 빨리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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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하는 이유〉. |
〈한국의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의 역량이 커지고 있고, 둘째 과거 한미동맹을 강력히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인의 71%가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2021년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 여론조사)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가장 큰 장애물은 국민이 아니라 미국이다. (중략)
한국의 무기고는 클 필요가 없다. 한국은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전투기, 이를 보호할 방공호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미사일과 잠수함을 갖고 있다. 핵확산 반대론자들은 핵무기가 어디에도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많은 경우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국가가 비핵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글로벌 제로’라는 이상은 훌륭하지만, 핵보유국이 먼저 행동하지 않는 한 달성 불가능할 것이다. (중략)
한국의 핵무기 지휘 통제 능력은 강력할 것이고, 군은 민간 통제하에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민간 원자력산업을 적절히 관리했기 때문에 핵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능력이 있다. (중략) 핵무장 때문에 한국을 버릴 수는 없다. 핵무장을 한 한국은 프랑스나 영국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만류에도 핵무기 개발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그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의 과거 對北 제재는 6개월뿐”
우리나라가 핵 보유 국가가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은 크게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NPT(핵비확산조약) 문제 처리 ▲우리나라의 핵 기술력 수준 등으로 요약된다. 정성장 박사의 얘기다.
― 핵무장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 하나가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가능성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보유국의 비확산 공조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안보리에서 제재 채택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반대하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2023년 2월 3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에 중국이 안보리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면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일어날 확률을 낮게 보는군요.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 자체 핵무장을 결정할 때 미국이 한국을 강력하게 제재하면 미국도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경제가 파탄 날 정도로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한국은 조선(造船) 분야에서 세계 2위의 국가입니다. 미국의 조선업이 사실상 몰락한 상황에서 미국의 항공모함·핵잠수함이 제때 수리를 받지 못한다면 해군력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열세가 됩니다.”
― 그간 우리 기업이 쌓아 온 경쟁력이 자강력의 기본이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조선업뿐 아니라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삼성·LG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전자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1998년 5월에 핵폭발 실험을 진행했고, 이로 인한 경제 제재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제재는 1년 남짓밖에 지속하지 않았죠. 당시 인도는 한국처럼 매력적인 상품을 생산하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인구를 가졌고 미국의 중요한 협력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2013년에 핵실험을 했을 때도 중국의 대북 제재가 3~6개월 정도 유지됐다가 6개월 이후에 흐지부지됐습니다. 이처럼 경제 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이고, 한국은 미국에게 우호적인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 핵무장할 경우 미국이 한국 경제가 파탄 날 정도로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습니다.”
“NPT 10조에 당사국 탈퇴 권리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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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은 애초 NPT에 가입하지 않아서 조약의 위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2003년에 NPT에서 탈퇴해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됐습니다. NPT가 핵확산 금지에 실패함으로써, 이 조약 자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생겼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NPT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제와 제약으로 인해, 또 한미원자력협정의 제약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을 회의적으로 봅니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 대만, 이란 등의 연쇄적 핵개발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NPT 제10조는 당사국의 탈퇴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확장 억제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
― 어떤 조항입니까?
“NPT는 전문(前文)과 11개조로 구성돼 있는데 제10조에서 각 당사국은 ‘그 주권을 행사하면서 본 조약의 문제와 관련된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至上)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우리의 상황이 제10조와 맞습니까?
“당연하죠. 우리와 국경을 맞댄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 선제공격까지 정당화하고 있어 우리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는 NPT 조약상의 ‘비상사태’에 해당하며, 대한민국의 ‘지상 이익’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대한민국이 탈퇴하기 3개월 전에 탈퇴를 결정하게 된 ‘비상사태’에 대한 설명을 모든 NPT 회원국과 유엔 안보리에 통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 안보리에 통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는 NPT 회원국이 조약에서 완전히 탈퇴하기 전에 유엔 안보리가 해당 회원국을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원국의 탈퇴 의지가 강력하다면 이를 안보리가 막기는 어렵습니다. 안보리가 취하는 결정은 상임이사국 5개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제재에 반대하면 해당 국가의 NPT 탈퇴를 막기 어려워집니다.
한국은 NPT를 탈퇴하지 않고 조약의 ‘이행정지’와 같은 국제법적 해법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조약의 ‘이행정지’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 최근에요?
“미국은 2019년 2월에 러시아의 조약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중거리핵전략조약’의 이행을 정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도 이에 대항해 3월에 조약 이행을 정지했습니다. 양국의 이행정지 선언으로 이 조약은 실질적으로 폐기됐습니다. 이런 강대국들의 군축(軍縮) 조약 실행 실태를 고려하면 불평등조약인 NPT의 당사국은 필요에 따라 조약에서 탈퇴하거나 그 이행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나 법적인 근거가 명분이 약합니다.”
송승종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의 확장 억제는 흘러간 과거의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확장 억제의 요체는 핵보유국이 비핵(非核)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핵공격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동맹국을 위해 핵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약속이다. 최근의 전략적 현실은 확장 억제의 신뢰성과 실행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확장 억제는 원래부터 외교적 수사(rhetoric)로 시작된 것이지,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윤석열의 ‘1년 내 핵무장’ 허세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6월에 미국 하버드대 연설에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1년 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월간조선》(2024년 8월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도 일본 못지않은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묵인하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확보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능가하는 잠재 핵보유국이 됐다. 우리도 핵 보유 금지에 관한 국제적 규약의 제약을 받지만, 기술력으로 따진다면 단기간에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나라다.”
― 윤석열 대통령이 1년 이내에 핵무장할 기술 기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허세가 아니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급 TNT 1.5만~2만t 급 핵무기는 8주면 개발이 가능하고, 위력을 높인 10만t 급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1년가량 세월이 필요하다. 국내 전문가 대다수가 ‘일단 결심하면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핵무기 제조 기술은 첨단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닥다리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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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3일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출간 기념 모임이 열렸다. 사진=정성장 |
“윤 전 대통령 얘기가 현실적입니다. 원자탄 만드는 기술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고, 월성원전은 플루토늄을 뽑아내고 다른 원전은 우라늄을 뽑아내는데, 수십 년간 누적돼 있어 원료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원자탄의 질(質)이죠. 핵분열이 되지 않아 터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원자탄이 상대편의 방공망을 뚫고 지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전자 기술이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의 전자 기술은 베이직한 면에서는 강하지 않지만, 응용 면에서는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 하지만 원자핵공학자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핵을 금방 만들 수 있다,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지 않습니까.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예단할 수 없고, 6개월이다, 1년이다 등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월성원전은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개발한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들여온 것인데, 이 원전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다른 원전과 조금 다릅니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 등에서 시간이 굉장히 소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경수로 발전소(물을 냉각재·감속재로 사용)를 짓다가 갑자기 월성원전처럼 중수로 발전소(천연 우라늄을 냉각재로 사용)를 지은 곳은 한국뿐입니다. 경제성, 효율성을 따지면 경수로 발전소를 지었어야 합니다. 민감한 얘기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얘기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핵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해서, 또 일본보다는 뒤처져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기술력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입지라는 사실이다.
“주변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 설득해야”
정성장 박사의 얘기다.
“물론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인해 핵 비확산 체제가 붕괴하고 동북아에서 핵 군비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는 국제사회 일각의 우려를 없애지 못한다면, 한국은 주변국이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국가이익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정교한 논리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에 앞서 우리 한국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 좌파 정부에서는 특히 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위협은 좌파, 우파를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좌파 정부라고 해도 국익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오히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였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강력하게 반대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는 용인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과거의 미국 대통령과 다릅니다. 오히려 동맹국에 대해 적개심까지 보이면서 ‘나도 힘든데 왜 자꾸 나한테 의존하느냐, 의존적 동맹은 싫다’고 합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국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한국까지 신경을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므로, 한국이 ‘자강’ 차원에서 핵무장하겠다고 한다면 그렇게까지 반대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대중(對中) 견제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우리나라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다. 로버트 켈리 교수와 김민형 교수도 〈왜 대한민국은 핵을 가져야 하는가〉에서 “한국이 북한 문제를 스스로 잘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최우선 과제인 중국과의 경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전반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위 박사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할 경우에 ‘우호적인 핵확산’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중 제재 등 최근의 행보를 보면 동북아에서의 안보를 더는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자금력과 기술력이 있는 한국, 일본이 우호적으로 북핵을 억제할 만한 핵탄두를 보유하겠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핵무장’임을 천명해야”
정성장 박사는 구체적으로 4단계 접근을 제안한다.
“우선 핵 자강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국가 비상사태시 NPT 탈퇴를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고 미국의 묵인하에 핵무장을 추진해야 합니다. 핵무장 방식은 이스라엘처럼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either Confirm Nor Deny·NCND) 정책을 취하면서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핵무장 사실을 대내외에 인식시키거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을 천명해야 합니다. 끝으로 남북의 핵 균형이 실현되면 북한과 핵 감축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이병령 박사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핵을 만들어서 누구를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에워싼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가 핵무기 보유국 혹은 준보유국이기 때문에 핵무장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입니다. 이를 필적할 무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핵무기는 핵무기로밖에 막을 수 없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아는 얘기이지만,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곱씹어 봐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