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병력 절벽’ 시대 예비군, 어떻게 변해야 하나

“병력 급감 상황에서 ‘상비예비군’ 제도가 거의 유일한 수단”

  • 글 :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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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군 병력은 45만 명 수준… 2040년 이후는 30만 명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 “훈련일수 확대보다 현역 때 썼던 장비·물자 그대로 지급하는 게 필요”(장태동 국방대 예비전력센터장)
⊙ 이스라엘, 예비군이 현역의 2.5배… “현역이 일단 버티면 예비군이 승리한다”
⊙ 미국, ‘상비예비군 보장제도’ ‘예비군-고용주 갈등조정기구’ 운영
⊙ “학생예비군은 정예화 가능한 예비병력… 동원예비군과 동일하게 훈련받아야”(이정희 전 국방부 예비전력과장)
⊙ “현재 예비군 훈련으로는 실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러-우 전쟁 참전자)
⊙ “실전에서 병력을 신속히 집결시킬 수 있을지 따져봐야”(정철우 KIDA 인력·조직정책연구실장)
2025년 첫 예비군 훈련이 실시된 지난 3월 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육군 제51사단 수원·화성·오산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 예비군들이 입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10일 ‘우리 군의 현재 병력이 45만 명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2019년 56만 명에서 2025년 7월 45만 명으로 6년 만에 11만 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대외에 공표한 계획은 ‘2028년까지 상비군 50만 유지’였지만 이미 2023년에 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2022년판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의 평시 병력은 50만 명 수준이었다. 육군 36만5000명, 해군·해병대 7만 명, 공군 6만5000명이었다. 그 2년전 2020년판 《국방백서》에서는 육군 42만 명, 해군·해병대 7만 명, 공군 6만5000명으로 총 55만5000명이었다.
 
  단순 수치로 보자면 육군의 수만 감소한 것으로 보여 해군·해병대·공군은 문제없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군 병력 자체가 이미 ‘인구절벽’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군은 2030년을 목표로 소형 함정은 병사들을 태우지 않고 간부로만 운영하는 ‘간부화 함정’를 추진 중이다. 이미 2022년부터 일부 함정을 대상으로 전면 간부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공군은 올해 3월 31일부터 부사관 선발에서 필기시험 불합격 제도를 없었다. 또 일부 특기(사이버·정보통신, 시설, 건설)는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육해공 모두 공통적으로 병역자원 감소 때문에 우수 인력 획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주광섭(朱光燮·54) 예비역 준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남아 신생아 수가 평균 12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 이후에는 현행 병역 체계로는 상비병력 30만 명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자연스럽게 ‘예비군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양국 예비군들은 ‘평시 동원 체제’와 ‘예비군 훈련’이 미흡해 문제가 되었다. 인구절벽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예비군을 활용해야 할까?
 
 
  현역보다 많고 강한 이스라엘 예비군
 
지난 5월 22일 취재차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찾았을 때 거리에서 총을 멘 예비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후 22개월째 하마스와 전쟁을 이어 오고 있다. 또 동시에 헤즈볼라를 상대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3일에는 이란 공습까지 감행하며 전선(戰線)을 넓혔다. 사실상 ‘일대다(一對多)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다. 그 바탕에는 현역보다 더 강한 이스라엘 예비군이 있다. 이스라엘은 즉각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정예 예비군을 46만 명가량 보유하고 있다. 단순 수치로 이스라엘 상비병력의 2.5배 규모다.
 
  예비군 훈련일수도 압도적이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전역 후에도 여성 34세, 남성은 45세까지 예비군으로 연간 55일간 훈련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대내외적 상황 상 전쟁이 잦다 보니 현역 기간은 물론 예비역일 동안에도 실제 전쟁을 겪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에 적극적이다. 지난 2014년 ‘50일 전쟁(제3차 가자 전쟁)’ 때 이스라엘군(이하 IDF)의 지상병력 투입 당시, 선두에서 분대(分隊)를 지휘한 이들 상당수는 ‘3040 예비군’이었다. 오죽하면 IDF 내에는 ‘예비군 뒤 현역’이라는 말과 함께 “현역이 일단 버티면 예비군이 승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예비군 30만 명을 즉각 소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대부분이 ‘준비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은 예비군이 정예군으로 유지되도록 연간 훈련도 자주 시키지만, 각 지역 예비군 단위별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예비역은 총기 사용 허가증 발급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총기를 들고 한가롭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예비군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역 때 썼던 ‘장비와 물자’를 그대로 지급
 
  장태동(張泰東·59)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예비전력센터장은 “상비병력이 잘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예비군의 ‘뒷심’이 뒷받침되는 것이 강군(强軍)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장 센터장은 예비군 전투력의 핵심으로 ‘장비’를 꼽았다. 핵심은 최신 또는 대체 장비가 아닌, 현역 때 사용했던 장비를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그는 예비군 훈련일수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예비군 훈련일수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알다시피 우리 국민 모두 각자의 생계가 있고 삶이 있지 않습니까. 현행 예비군 제도 하에서 전투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현역 때 썼던 ‘장비와 물자’를 그대로 지급하는 겁니다. 병사는 주특기별로, 간부는 병과(兵科)별로 현역 때 썼던 군 장비를 운용할 줄 압니다. 설령 사용법을 잊었다고 하더라도 ‘몸이 기억하는 습관’ 때문에 금방 적응합니다. 동원예비군 훈련을 예로 들면, 현역 때 썼던 장비나 물자를 못 쓰는 경우가 아직 있습니다. K–2 소총을 쓰던 병사가 예비군 훈련에서는 M–16 소총을 쓰는 겁니다. 실전에서 쓸 무기인데, 현실은 사격훈련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상비예비군 확보에 사활 걸어야
 
장태동 예비전력센터장.
  장태동 센터장이 지적한 부분은 실제 예비군들의 전투력과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다.
 
  올해 기준 현역 병사들의 주요 개인화기는 K–2 소총과 K–1A 기관단총이다. K–2 소총은 지난 1985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 군에 보급된 주력 제식(制式) 소총이다. 기자는 작년에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을 때 K–2 소총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장태동 센터장의 말처럼 아직 일부 예비군은 훈련시 구형 M–16 소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015년 국방홍보비 홍보 책자를 통해 “2018년부터 예비군에 K–2 소총 보급을 시작해 203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무기도 무기지만 결국 예비군도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닐까요?
 
  “예비군 수 자체도 줄어들겠죠. 결국 동원예비군과 지역방위예비군도 미래에는 줄어드는 게 필연적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병력 급감 상황에서 ‘상비예비군’ 제도가 군 전투력을 유지하고 보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봐요. 군은 당장 상비예비군 활성화에 사활(死活)을 걸어야 합니다. 우리도 지난 2014년부터 상비예비군 제도를 도입하긴 했습니다. 올해로 11년이 흘렀지만 아직 홍보가 미흡해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은 상비예비군 제도가 세부적이고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역 후 병역 의무는 병사의 경우 40세까지 부여된다. 전역 후 받는 예비군 훈련 편성은 병사는 8년 차, 간부 출신은 계급별 연령정년까지다. 동원예비군 훈련은 전역 1~4년 차가 매년 받는 공통 훈련으로, 2박 3일간(동원훈련 I형) 진행되거나 출퇴근 형식으로 32시간 교육(동원훈련 II형)을 받는 형태다. 5~6년 차는 ‘지역방위예비군’으로 편성돼 매년 기본훈련(8시간)과 작계훈련(전·후반기 각 6시간)을 받는다. 이후부터는 별도의 훈련은 없고, 그 전까지 미(未)이수한 훈련이 있는 사람만 해당 훈련을 실시한다.
 
  상비예비군은 예비역 장교(계급 상한 중령), 준사관, 부사관 및 병사 중 1년 단위로 모집한다. 연간 30일 이내로 소집하는 ‘단기 상비예비군’과 연간 30일 초과 180일 이내로 소집되는 ‘장기 상비예비군’으로 분류된다. 기존 예비군 훈련에 더해 추가훈련을 받는 것인 만큼, 희망자에 한해 선발되는 ‘모병(募兵) 예비군’인 셈이다. 1일 8시간 훈련 기준으로 단기 상비예비군은 평일 10만원·휴일 15만원, 장기는 평·휴일 상관없이 15만원이 지급된다.
 
 
  美, 국방예산 9%를 예비군 전력에 사용
 
미국의 ‘예비군 보장제도(USERRA)’와 고용주–예비군 간 소통 기구인 ‘갈등조정기구(ESGR)’는 예비군의 권리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사진=미 노동부
  장태동 센터장이 긍정적으로 언급한 미국의 예비군 제도는 세분화되어 있어 각 필요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
 
  현재 미국의 예비군은 총 76만 명가량이며 ‘연방예비군(전투지원부대)’과 ‘주(州)방위군(전시 상비군 증원부대)’으로 구성된다. 연방예비군은 육·해(해병대 포함)·공·우주군(2024년 창설)·해안경비대 예비군으로 조직되어 있다. 주방위군은 육군과 공군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미국도 상비군 전역 후 동원훈련 의무는 있으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준비예비군(IRR)’을 선택하는 경우 경우 연 1회 점검을 받는 정도지만 ‘선발예비군(SELRES)’을 택하면 주방위군으로 편입돼 정기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선발예비군은 3가지로 복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부대편성예비군(TPU·한국의 동원예비군과 유사)’ ‘상근예비군(AGR·한국의 장기 상비예비군과 유사)’ ‘개별동원예비군(IMA·기술 혹은 전문 직위에서 복무하는 예비군)’으로 분류된다.
 
  현재 ‘총체전력(Total Force·국가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통합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 관점에서 미국 예비군을 분석했을 때, 연방예비군의 비중은 전체 16%에 달한다. 주방위군의 비중은 21%다. 총 37%의 예비군 전력(戰力)을 유지하는 데 미 전체 국방예산의 약 9%가 쓰이고 있다. 미 예비군들의 장비·물자는 상비군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예비군과 우리의 상비예비군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바로 ‘예비군 보장제도(이하 USERRA)’다. 미 예비군은 예비군 생활을 원활히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명확하다. 쉽게 설명해 민간·공공 고용주는 예비군이 훈련이나 파병으로 인해 잠시 휴직하더라도 법적으로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1972년부터 고용주–예비군 간 소통 기구인 ‘갈등조정기구(이하 ESGR)’를 설립, 현재 총 54개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 예비군 고용 기업의 ‘명예’도 존중하여, 단계별로 상(賞)과 인증서를 수여한다. 최고 단계의 상을 받은 기업은 국방부 장관이 직접 시상하고 백악관 및 국방부 행사에 고용주를 초청한다. 예비군 고용 우수 기업은 국방부로부터 수여받은 인증서와 로고를 기업 홍보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연방·주정부 계약에 입찰할 때는 ‘사회공헌·군복무 지원’ 부문 가점(加點)을 준다.
 
 
  직장 눈치 보는 韓 상비예비군
 
  상비예비군으로 복무 중인 A씨(예비역 대위)는 직장생활과 단기 상비예비군을 병행하고 있다. 주로 주말 소집을 중심으로 상비예비군 훈련에 응하고 있지만 주말 출근과 종종 겹치는 상황이면 눈치가 보인다. 이런 상황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는 직장 상사에게 “‘출근하기 싫어서 훈련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적도 있다”고 했다. A씨는 “애국심이 아직 있는 것 같다”며 “군에서 전역했지만 군을 애정하는 마음이 있기에 내년에도 (상비예비군) 선발에 지원할 것”이라 했다.
 
  충북 괴산에서 상비예비군 대대장을 맡고 있는 주호균(朱晧均·50) 예비역 중령은 “상비예비군 지원자는 자원해서 군으로 돌아온 분들인 만큼 애국심이 크다. 양질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현실은 상비예비군 훈련과 직장생활이 겹치면 생계가 걸려 있는 만큼 직장생활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 상비예비군 훈련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 않다”는 상비예비군들의 입장에도 공감했다. 그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를 제외하면 상비예비군 훈련에 원활히 참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보상비를 높인다고 상비예비군이 원활히 모집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사고방식입니다. 보상 때문에 상비예비군을 지원한다는 전제 자체에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 소속 대대에 속한 한 단기 상비예비군은 직접 차를 운전해 꽤 먼 거리에서 와 훈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휴일간 훈련에 참여하는 상비예비군의 하루 보상비가 15만원인데, 오고 가는 유류 비용을 포함해 주말에 쓴 시간을 생각하면 절대 돈 때문에 오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국가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오는 겁니다. 국가가 있어야 기업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군대에서 시달렸는데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하냐’며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전역했지만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 가겠다’는 분들도 분명 있다”면서 “상비예비군 제도는 2040년 인구절벽을 대비한 우리 군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상비예비군이 잘 모집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비예비군의 필요성을 국민 다수가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상비예비군을)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생업’과 ‘훈련’을 모두 보장할 수 있는 제도 확립과 보장도 절실합니다.”
 
 
  학생예비군 제도 바꿔야
 
  이정희(釐諪熙·56)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그의 직능은 ‘동원’ 분야다. 이 교수는 대령 시절 육군본부 동원참모부 예비전력연구팀 TF장, 국방부 예비전력과장, 함동참모본부에서는 동원계획과장을 맡았다. 같은 계급에서 본부급 상급 지휘기관을 그처럼 고루 거친 영관 장교는 매우 드물다. 그 역시 ‘상비예비군 제도가 예비전력 강화의 최종 종착지’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동원훈련 대상 정예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특히 학생예비군 훈련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전쟁 발발 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나이대임에도 연 1회 8시간 기본훈련이 전부입니다. 사실상 학생 신분을 이유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총 예비전력은 약 270만 명입니다. 이 중 동원예비군으로 분류되는 병력이 90만 명 정도인데, 그 30~40%가 학생예비군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학생예비군은 체력적으로도 현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최정예 전투자원’인데, 우리 군은 이런 자원을 허비하고 있어요. 냉정히 말해 실전에서 학생예비군은 가장 정예화될 수 있는 예비병력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동원예비군보다도 훈련을 받지 않고 있어요. 이제는 학생예비군도 동원예비군과 동일하게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 대학·대학원생들의 원성이 벌써 들리는 듯합니다.
 
  “싫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365일 중 2박 3일 동원훈련에 참여하거나 출퇴근 식으로 32시간 훈련을 받는다는 게 정말 심각한 ‘학습권 침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대학 학사일정에 따른 시험이나 과제 등과 겹치면 애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학 측으로부터 당연히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예비군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니까요.”
 
  정철우(正哲宇·50) 한국국방연구원(KIDA) 인력·조직정책연구실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학생예비군 제도는 1970년 박정희(朴正熙) 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1970년 당시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약 25% 정도였습니다. 이후 1978년에는 17%대까지 감소하기도 했고요. 반면 지금은 작년 기준으로 대학 진학률이 75%에 육박합니다. 과거는 대학생 신분 자체가 지금과 달리 희소성이 있었기에 학업권 보장을 위해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다르죠. 군에서도 이와 관련해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실제로 정책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예비군을 상비예비군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정철우 실장은 “학생예비군의 10%만 상비예비군으로 모집해도 약 3만~4만 명 규모의 예비병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학생예비군이 상비예비군을 희망하더라도 현재 상비예비군 모집은 ‘동원예비군 대상자’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대학(원)생이 상비예비군이 되기 위해서는 동원예비군 훈련을 ‘따로’ 받아야만 한다. 장 연구원은 “학생들이 상비예비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상비예비군으로 유입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군, 현대전도 대비해야
 
지난 2024년 11월 19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자포리자의 한 훈련장에서 훈련 드론을 띄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B씨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같은 해 2월에 ‘국제의용군단’ 소속으로 참전했다. 하르키우 전선에 투입돼 시베르스키도네츠(Seversky Donets)강 주변에서 참호전을 치렀다. 같은 해 6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당해 군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한국으로 귀국했다. 현재 상비예비군으로 복무하고 있는 그는 예비군의 ‘현대전 대응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날 낮에 문득 하늘을 봤는데 드론이 떠있었습니다. 갑자기 제 머리 위에 떠있는 드론을 보니 당황스럽더군요. 대응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후퇴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같은 분대에 있던 한 독일인이 사격하지 말고 후퇴하자고 해, 철수 경로를 통해 민간 차량을 타고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중대본부까지 도착했는데 중대장이 제게 욕설을 퍼붓더군요. 드론이 중대본부 위치를 파악했을 수도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중대본부를 통째로 옮겼습니다.”
 
  B씨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한 것은 현재 예비군훈련이 대부분 재래식 훈련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는 예비역 장교인 기자에게 “당장 예비군으로서 실전에 투입됐을 때, 드론이 날아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실전에서 활용되고 있는 신(新)전술에 대한 대응 훈련이 충분히, 연속적으로 예비군 훈련 시 반영되어야 한다”며 “한국에서 받은 예비군 훈련으로 실전에서 살아남기는 꽤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예비군, 신속히 동원할 수 있나
 
  한편 정철우 실장은 실제 예비군이 동원되어야 할 ‘필요시점’에 과연 원활히 소집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있다고 했다.
 
  ― 예비군을 실전에 동원한 것은 너무 오래전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지난 1996년 이후로는 사례가 없죠.”
 
  대한민국은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마지막으로 예비군이 동원된 적이 없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도 예비군 동원은 없었다. 다만 국방부는 연평도 포격전 이후 전쟁 준비 단계의 경계 태세를 구분하는 단계인 ‘충무사태’를 개정해, 기존 ‘충무 2종사태’ 이상에서만 동원 가능하던 예비군을 ‘충무 3종사태’에서도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충무사태를 개정한 이유에 대해 “적의 도발 징후가 현저히 증가되어 전면전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시(適時) 동원령 선포를 통해 고도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충무 2종 이후에 총동원령이 발동된다면 동원이 완료되기 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고 전투 준비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총동원령은 국민생활 안정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고도의 결단이 요구돼, 적시에 동원령 발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실전에서 동원 병력이 신속히 소집될 수 있을까요?
 
  “동원령의 핵심은 전시(戰時)동원령입니다. 동원령은 ‘부분동원령’ ‘전시동원령’ ‘총동원령’으로 구분되는데, 부분동원령은 사실상 전시동원령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부분동원령이 원활히 진행돼야 전시동원령 역시 구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지금 예비군 훈련을 한다고 해도 ‘모든 인원’이 한번에 모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각 지역별 부분동원령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고 실전에서도 해당 병력을 신속히 집결시킬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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