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속 여기저기서 진짜 늪이 끈적끈적한 숲으로 위장하고 낮게 포복한 수렁으로 꾸불꾸불 기어든다. 늪이 진흙 목구멍으로 빛을 다 삼켜버려 물은 잔잔하고 시커멓다. 늪의 소굴에서는 야행성 지렁이도 대낮에 나와 돌아다닌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습지의 빛’과 ‘늪의 어둠’이 계속해서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주인공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형제들이 차례로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된 후 혼자서 야생의 삶을 개척해야 하는 소녀 카야. 그녀의 상처받은 삶, 고독, 가난, 배신당한 사랑, 남부 특유의 인종 차별과 계급주의 등이 ‘늪의 어둠’이라면, 흑인 점핑 부부의 도움과 친구 테이트의 사랑에 힘입어 가난과 무지를 딛고 일어나 성숙한 여인으로, 생태학자이자 작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습지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빛과 어둠의 이야기에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법정 드라마가 더해진다. 그리고… 455페이지짜리 소설에서 마지막 3페이지를 남겨두고 독자를 아연실색게 하는 대반전(大反轉)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노스캐롤라이나의 광대한 습지다. 습지에 대한 유려한 묘사들은 대자연 속 관조(觀照)의 삶을 찬미하는 시나 수필을, 거기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치밀한 기술(記述)들은 생명의 진화(進化)를 다루는 고급 과학 에세이를 연상케 한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 속하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버무려 넣은 작가의 솜씨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