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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조릿대 베개 (마루야 사이이치 지음 | 톰캣 펴냄)

군국 일본의 병역 기피자, 국가와 개인의 존재 이유를 묻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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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망자’, 그것도 서슬 퍼렇던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병역 기피자’다. 조금만 불온한 언동을 해도, 아니 두발 길이가 조금만 길어도 ‘비국민(非國民)’이라는 호통이 날아들고 ‘비국민’의 가족은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시절, 의사의 아들이자 번듯한 직장인이던 청년 하마다 쇼키치는 ‘병역 기피’라는 대죄(大罪)를 저지른다. “끌려가서 싸우고 그러다가 죽은 순종적이고 선량한” 군국(軍國)의 신민(臣民)이 되는 대신 ‘고독한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자유로운 반역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본명을 버리고 스기우라 켄지라는 사내로 둔갑한 그는 라디오 수리, 시계 수리, 그리고 어쩌다 배운 모래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5년간 일본 전역을 떠돈다. 아키코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도 나눈다. 옛 시(詩)의 한 구절에서 따온 ‘조릿대 베개’라는 말은 도망자의 신산(辛酸)스러움을 상징한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스기우라 켄지의 도망자로서의 삶도, 아키코와의 사랑도 막을 내린다. 그리고 하마다 쇼키치로 되돌아온 이 ‘도망자’는 대학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패전 후 20년이 지나면서 일본 사회가 점차 우경화(右傾化)되는 ‘공기’ 속에서 그가 ‘병역 기피자’였던 것이 문제가 되고, 결국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작가는 1960년대 중반을 살아가는 40대의 지질한 직장인 하마다 쇼키치의 삶과 국가와 체제에 감연히 도전했던 20대 초의 젊은 도망자 스기우라 켄지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작가는 고작 한 줄을 비우는 것으로 하마다의 삶과 스기우라의 삶을 구별하는데, 마치 전전(戰前)과 전후(戰後)가 단절된 것 같으면서도 단절되지 않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은유하는 것 같다. 국가의 존재 이유, 개인과 자유 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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