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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THE REAL(더 리얼) 이건희 | 권세진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펴냄

‘삼성 신경영’ 선포한 ‘프랑크푸르트 선언’ 30주년 맞아 다시 듣는 이건희의 진짜 목소리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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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6월 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임원들을 대상으로 70여 분에 걸쳐 강의를 했다. 삼성 신경영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양(量)이 아닌 질(質) 위주의 경영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말은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그 후의 이건희 회장 연설 동영상 및 육성자료는 현재 접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크푸르트 선언 후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신경영을 이끌어나갔을까.
 
  30년 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추진하며 측근과 임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 사망 전까지 그 존재가 공개되지 않았던 이건희 육성녹음 테이프 60여 개를 발굴해 그 내용을 그대로 지면으로 옮긴 《더 리얼 이건희》(조선뉴스프레스 刊)다. 이 책이 자신 있게 《더 리얼 이건희》, 즉 ‘진짜 이건희’라는 제목을 사용한 이유는 지금까지의 여타 ‘이건희 연구서’들과 달리 이건희의 육성, 즉 직접 사료(史料)이자 1차 사료를 담았기 때문이다.
 
  《월간조선》 기자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회장 사망 직후 현명관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으로부터 수십 개의 이건희 육성녹음 테이프와 연설 테이프를 입수했고, 2020년 12월호부터 세 차례에 걸쳐 내용을 보도했다. 테이프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추진에 나섰던 1993~1996년 측근 임원들에게 “내 말을 모두 녹음해 직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라”고 지시해 만들어진 것이다.
 
 
  육성 테이프에 경영철학, 미래예측, 인간적 고뇌 등 담겨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하지만 그룹 내 역학관계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1992년까지는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았다. 또 신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그룹의 대소사를 직접 챙기기보다는 비서실에 많은 권한을 이양했고,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꾸며 삼성그룹의 중추가 됐다.
 
  따라서 1993~1996년은 이건희 회장이 일생 동안 가장 활발히 업무에 임한 시기이면서 미래 비전을 마련하고 추진해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기초를 만들었던 시기다. 삼성 신경영의 기초가 이 시기의 이건희 육성녹음 테이프에 모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이프에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비전, 인간적인 고뇌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다음과 같은 푸념도 늘어놓는다.
 
  “내 재산이 1조원, 2조원 늘어나면 뭐 해. 내가 이렇게 밤새 고민하고 고함지르고 하는 게 나나 삼성이 잘되려고 하는 거야? 대한민국이 잘돼야 국민이 밖에서 무시를 안 당한다고. 삼성 임원이라면 국가적, 사회적인 책임감도 가져야 돼. 지금 우리가 완전히 안 바뀌면 격변하는 21세기에 절대로 잘살 수가 없어.”
 

  이건희 회장은 밤낮없이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대로 비서실장 등 측근을 부르거나 전화를 해 자신의 생각을 길게 이야기하는 성격이었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다변가(多辯家)로, 1시간 이상 혼자 이야기하는 경우도 흔했다. 책은 이건희 회장이 한 수많은 이야기를 5개 주제(▲삼성을 바꾸다 ▲조직을 바꾸다 ▲사람을 바꾸다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다 ▲미래를 설계하다)로 구분해 정리하고 배경과 설명을 덧붙였다. 비서실과 홍보실에서 자료용 또는 교육용으로 제작했던 ▲금융-서비스계열 사장단 특강 ▲신임 임원들과의 Q&A ▲신경영 후 임직원 만족도 조사 관련 보고를 담은 녹음 테이프 내용은 녹취록을 그대로 실었다. 이건희 회장이 평상시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이건희 회장의 관심사는 경영과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와 복지, 국가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방대했다. 특히 미래를 예측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해서 놀랍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거의 보급되지 않았던 1993년의 이야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1997~1998년에 우리나라에 진짜 불경기가 온다 ▲지금 제1, 2 이동통신에서 곧 4, 5 이동통신 시대가 온다 ▲10~15년 후에는 카드 하나로 전 세계에서 결제도 되고 전화도 되는 세상이 온다 ▲21세기엔 개인이 전부 전화를 갖고 세계 어디에서도 전화가 다 된다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정보통신(IT) 제품이다 등 모두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다. “1000억~2000억원을 들여서라도 물(水)사업을 연구해라. 21세기엔 물이 더 중요해진다”고도 했다. 이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세계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지금의 삼성은 없었을 것이다.
 
 
  차별철폐, 사원복지, 사회공헌 등 기업문화를 바꾸다
 
  이건희 회장의 가치는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든 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기업문화와 사회문화를 확실히 바꿔놓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실전에서 정립시킨 인물이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어릴 때 외국에서 서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나라가 못 살면 국민이 밖에서 인간 행세를 못 한다. 내 회사가 잘되고 내가 대우받으려면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된다”고 말했고,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강국이 될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또 “삼성이 하면 기준이 된다”는 이건희의 말대로 고졸-여성 사원 차별철폐, 사원복지, 사회공헌 등 삼성에서 시작된 변화는 점차 다른 대기업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전 세계적인 화두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기업의 非경영 요소)의 국내 기반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이 마련했다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희 회장은 “회사는 임직원 의식주, 건강, 자식교육 등을 회사의 영역으로 갖고 와 월급쟁이가 가족 건강, 자식 교육, 은퇴 후 여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아이들이 잘못되면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이건희 회장은 각 계열사의 경영은 물론 인사와 부동산, 언론, 홍보, 대관 업무까지 일일이 챙겼고 사업 분야별로는 선대에서부터 이어온 기존 계열사 사업 외에도 의료, 제약, 보육, 시니어, 문화, 예술, 스포츠, 애견, 패션, 장례 등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수많은 분야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업무를 지시하는 목소리가 테이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우주산업 등에도 관심을 가져 소련 해체 후 소련 연구소의 고급 인력 스카우트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21세기에는 창조성, 개성이 강하게 들어간 업종만 살아남는다”며 “젊은 사람들의 발상과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신바람 나게 움직이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소련 해체 후 소련 연구소의 고급 인력 스카우트 지시
 
  저자는 이건희 회장의 육성 자료를 상세히 소개하는 한편 과거 삼성 임직원 교육용으로 제작됐던 수많은 ‘이건희 연설 테이프’가 왜 모두 사라지고 그 존재가 숨겨져 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책은 육성 자료 외에도 이건희 회장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월간조선》은 지난 1989년 12월호에서 이건희 회장을 7시간에 걸쳐 인터뷰해 ‘인간 이건희’의 모든 것을 밝힌 바 있다. 인터뷰의 거장 오효진 기자가 진행한 이 인터뷰를 통해 이 회장이 영화를 좋아해 비디오테이프 1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개를 특별히 좋아하고 떡과 반신욕을 즐긴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이 책에서는 ‘오효진의 인간탐험’ 인터뷰를 비롯해 그동안 《월간조선》에 실린 이건희 관련 기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세계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인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건희의 육성을 담은 책은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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