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시험에 실패를 거듭하던 구한말(舊韓末)의 한 젊은이가 배재학당에서 서양 문물을 접하고 기독교를 믿게 되고, 독립협회와 언론 활동을 통해 부패한 고종 정권에 항거하다가 투옥된 것은 그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해양문명권 민주주의체제의 세례를 받은 그는 이후 40년간 외교독립론에 입각해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냉전(冷戰)이라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고 온갖 비난을 감수해가면서 38선 이남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웠다. 김일성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6·25전쟁은 대한민국의 항로를 소련·중공이 지배하는 대륙문명권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지만, 이승만은 공산 침략을 격퇴하고 더 나아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음으로써 그러한 반동(反動)을 저지했다.
이승만에 대한 찬반은 ‘문화전쟁’
저자는 “이승만이 미국과 동맹을 맺으려 했던 것은 대륙문명권의 공산주의적 생활방식에 대항해 해양문명권의 자유주의적인 생활방식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대륙문명권’과의 손을 끊고 ‘해양문명권’과 결합하는 ‘문명의 전환’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러한 ‘문명의 전환’에는 진통이 따랐다. 저자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겪었던 진통들을 “낯선 문명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내부 반발이 컸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남한 사회가 낯선 해양문명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진통을 겪었는지는 북한 사회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해방 이후 북한 사회는 겉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다. 익숙한 대륙문명권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남한 사회는 시위, 파업, 폭동, 혁명, 정변으로 끊임없이 요동을 쳐 왔다. 하지만 그 같은 진통을 겪었기 때문에 오늘날 남한 사회는 자유와 번영을 누리도록 변화할 수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체제 밑에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그것을 해양문명권에 편입시키고 지켜낸 이승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승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찬성과 반대의 논쟁은 대한민국을 해양문명권에 남게 하려는 세력과 대륙문명권으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세력 사이의 싸움”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본질적으로는 문화전쟁 또는 문명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것은 이 나라를 어떤 문명권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구한말의 갈등과 같은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따라서 이승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은 구한말 개화파와 문명개화 전통을 계승한 ‘현대판 개화파’와 그것에 맞서는 ‘현대판 위정척사파’의 대립”이라고 역설한다.
‘當爲의 관점에서 보는 역사’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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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
이승만이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는 외교독립론을 편 것이나, 독립 후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했던 것이 그러한 생각의 소산임은 물론이다.
저자는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이 같은 이승만의 교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의 상당수는 민족의 자주성과 통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족주의와 엘리트에 대항한 민중을 예찬하는 민중주의의 감정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라고 개탄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약소 민족의 지도자 이승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추상적인 명분론에서 벗어나 강대국들의 냉혹한 현실정치에 비추어 역사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약소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지도자는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다는 당위(當爲)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는 태도는 삶의 실제와는 동떨어진 추상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외교독립론, ‘단독정부’ 수립 주장, 반민특위, 사사오입 개헌, 진보당 사건 등 이승만과 관련된 논란들도 피해 가지 않는다. 인하대학교 설립과 6·25 후의 산업기반 재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업적들과 6·25 당시 ‘단장의 전투’가 시작되기 전 전선을 직접 시찰했던 일, 검소한 생활 등과 같은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승만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마땅한 전기가 없다고 생각하던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올해 80세인 저자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에서 오랫동안 미국사를 강의했고, 한국미국사학회·역사학회·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을 역임한 서양사 전공자이지만, 20여 년 전부터 이승만 대통령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우남 이승만, 그는 누구인가》 《이승만과 그의 시대》 《이승만평전》 등 ‘이승만 3부작’과 《서북청년회》 등의 책을 썼다.
이번 책은 저자가 10년 전부터 병마(病魔)에 시달리면서 완성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