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만은 유대계였지만, 평생 자신을 폴란드인으로 인식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논란이 많은 국내보안대의 정치장교 겸 공산당원으로서 공산주의체제를 수립하는 데 앞장섰던 것도 공산주의가 ‘민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폴란드’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폴란드 공산 정권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바우만을 슬그머니 군대에서 학계로 밀어냈다. 그리고 고무우카 정권은 1968년 학생시위로 위기에 처하자 히틀러 못지않은 야비한 반유대 선동을 통해 상황을 넘기려 들었다. 바우만은 이때 폴란드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했지만, 6일 전쟁 승리 후 민족주의적 열정으로 가득했던 이스라엘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 결국 바우만은 영국에 정착했다. 1989년 공산 정권 붕괴 후 바우만은 폴란드를 찾았지만, 다시 반유대주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민주 폴란드’는 끝내 그를 거부했다. 그의 이러한 신산(辛酸)한 행로는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만든다.
젊은 시절에는 당을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고 믿던 스탈린주의자였던 바우만이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열린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수정주의자’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지식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의 이념적 성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