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현대세계의 일상성 (앙리 르페브르 지음 | 박정자 옮김 | 기파랑 펴냄)

일상의 권태 속에서 지적 추론의 통쾌함!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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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1901~1983년)의 1969년작 《현대세계의 일상성》의 세 번째 수정판이 출간됐다. 현대 일상성 이론의 오리지널이자 고전으로 통하는 책. 르페브르는 일상성 속의 광고, 소비, 자동차, 여성 등의 문제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해 현대성을 예리하게 비판한 프랑스의 사회학자다.
 
  역자인 상명대 박정자 명예교수에 따르면, 일상성은 보잘것이 없다. 똑같은 지하철, 늘 보는 사람들, 쳇바퀴처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매일매일이요, 채워지지 않는 욕망, 비천한 인생의 반복이다.
 
  그러나 사고가 없는 하루, 가족이 아프지 않고 편안한 일상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것도 지루한 어느 하루 중에서였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예술작품도 일상의 권태로움에서 잉태됐으리라.
 
  공산주의를 살리려는 1960년대 프랑스 지성들의 온갖 시도들이 다 실패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소외 이론에 기초를 둔 르페브르의 분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정통 마르크시즘의 분석틀에서 벗어나 언어학적 모델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혹시 독자들은 “이건 누구나 아는 얘긴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르페브르의 일상성 담론이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심층을 이루며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박정자 교수는 1990년 이 책을 처음 번역했고 2005년 수정판을 내고 올해 다시 손질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박 교수는 “다소 난해한 원서의 글쓰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좀 더 가독성을 높이는 문장들로 변환시켰고 기호언어학의 용어 해설을 파격적으로 쉽게 바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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