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사실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지역적으로는 대서양에서 태평양, 시간상으로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목문명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유목문명과 정주문명의 상호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저자는 유목문명과 정주문명이 늘 충돌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흉노와 초기의 한(漢), 위구르와 당(唐)처럼 융화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누리는 정주문명은 오랜 세월 유목문명과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일관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자유이다. 저자는 농노제(農奴制)를 만들어 자유를 가둔 중세 유럽의 정주문명에 대해서도, 자유를 포기한 ‘칭기즈칸 이후의 유목문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칭기즈칸이 나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던 씨족, 부족 체제와 달리 호(戶) 단위로 편제된 ‘병영국가’를 만들어내면서 “자유를 포기하고 강함을 얻었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저자는 ‘비(非)착취’와 ‘자유’의 특성을 오래 유지한 ‘카자흐의 유목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10년에 걸쳐 《춘추전국이야기》(11권)를 저술하고, 《중국의 서진》 《말, 바퀴, 언어》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리그베다》 같은 묵직한 인문학 책들을 번역하는가 하면, 어느 사이엔가 카자흐스탄으로 나가서 유목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초원에서 말을 달리곤 하는 저자의 삶이 이 책에 담긴 메시지들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곳곳에 녹아 있는 저자의 체험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