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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자유’와 ‘공정’으로 투자하고 일하기 좋은 강원도 만들겠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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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자치도 되면서 지사가 환경·산림·군사·농지 등에 대한 규제 풀 수 있는 권한 갖게 돼
⊙ “이천과 원주 간 거리는 30km밖에 안 돼… 원주가 반도체를 하지 못할 이유 있나?”
⊙ 임기 중 강원도 부채 60% 갚겠다 선언… 전국 최초로 ‘강원형 재정준칙(準則)’ 도입
⊙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어 하겠나?”

金鎭台
1964년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8기 수료/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제19·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同 인권위원장. 現 강원특별자치도 지사
  석 달쯤 전에 《월간조선》 편집부로 전화가 걸려왔다. “독자에게 항의 전화가 왔었다”는 기자의 말에 한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가 되었는데 여전히 강원도라고 표기한 데 대한 항의였다”는 말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뭐가 특별해진 것이지?’ ‘제주도는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폐지해가면서 지사에게 특별한 권한을 주고 경제특구, 교육특구를 만든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강원도는 뭘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진태(金鎭台·59)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지사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생전 처음 찾은 강원도청. ‘새로운 강원! 특별 자치 시대’라는 간판이 기자를 맞았다. 이 간판이 아니더라도 강원도는 도청 청사부터 특별했다. 한마디로 고색창연했다. 번쩍번쩍하는 고층 건물이 아니라 3층짜리 건물. 게다가 정문 윗부분은 그리스 신전의 열주(列柱)를 흉내 내기까지 했다.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조금 박하게 말하면 촌스럽다고 해야 할까. 21세기 지방자치단체 청사라기보다는, 지역사 박물관 건물로 쓰면 딱 적합할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낡은 도청사가 강원도가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아서라도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Gangwon State’
 
  ― 아직도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라는 걸 모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가 된 지 17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특별자치도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강원도는 작년 5월에 법이 통과되었고, 금년 6월 11일부터 출범했으니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게 당연하지요.”
 
  ― 제주도는 영어로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라고 쓰던데, 강원도는 ‘Gangwon State’라고 표기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도(道)를 영어로 ‘Province’라고 하지만, 저희는 ‘State’라고 한 것은 미국의 주(州)처럼 강력한 분권(分權)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입니다.”
 

  ―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무엇이 특별해졌습니까.
 
  “강원도 발전을 가로막아온 환경·산림·군사·농지 등에 대한 규제를 풀 수 있는 권한을 가져오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환경영향평가 권한,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 권한, 휴전선 아래 민통선 지정에 대한 건의 권한, 농촌활력지구 지정을 통한 농업진흥지역 규제 해제 권한 등을 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 특별자치도가 된 데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도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온갖 규제로 50년 동안 빼앗겨온 자유와 권리를 도민들이 되찾았다고 할까요.”
 
 
  두 번 투표 거치면서 개정안 통과
 
강원도청. 2028년까지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에 들어서는 행정복합타운에 새 청사를 지을 예정이다.
  ― 외지인 입장에서는 조금 과한 의미 부여로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자치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면 그렇게 얘기하진 못할 겁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처음 구상에서부터 입법에 이르기까지 전부 도민들의 의지를 담아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습니다. 2008년 강원도의회는 중첩된 규제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특별자치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채택되었고, 작년 5월 26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빈 껍데기 수준이었어요.”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역대 2번째 특별자치도 지위는 얻었지만, ‘강원도는 특별자치도다’라는 지위 특례(特例)만 있어 빈 껍데기 수준이었던 것이죠.”
 
  ― 무슨 법이 그렇습니까.
 
  “빈 껍데기 강원특별법을 채우기 위해 도청 직원들, 도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 앞에서 말한 4대 규제(환경·국방·농업·산림) 완화, 미래산업 육성 기반 마련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2월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發議)되었지만, 특별자치도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與野) 갈등으로 법안심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산 넘어 산이었군요.
 
  “결국 1200여 명의 도민들이 5월 22일 자발적으로 상경(上京),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삭발, 천막농성을 했습니다. 그다음 날인 5월 23일 밤 여야의 극적인 합의 소식이 전해지고, 또 이틀 만인 5월 25일 강원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습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갑자기 투표를 두 번 하는 바람에 마음을 졸였습니다.”
 
  투표를 두 번 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 표결에 들어간다고 선언하고 의원들이 한창 표결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반대토론을 위해 단상에 선 것이다. 김 의장은 “(반대토론) 접수가 안 되었는데…”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을 했다”고 의원들에게 설명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뭐 하시는 거냐”며 불만스러워했다. 결국 김 의장이 “(이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을 했는데, 아직 안 올라온 것 같다”며 이 의원의 반대토론을 허용했고, 그 후 표결 절차가 다시 진행되었다.
 
  ― 두 번 표결을 하다니, 희한한 일이네요.
 
  “8년 동안 국회의원을 했지만,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 통과까지 ‘우여곡절’ ‘다사다난’ 그 자체였지만 영동(嶺東)·영서(嶺西) 구분 없이 모든 강원도민이 하나가 되어주신 덕분에 특별자치도가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도민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래서입니다.”
 
 
  ‘아래로부터의 특별자치도’
 
6월 9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김진태 지사. 사진=강원도
  ―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의 경우보다 특별한 권한이 더 적은 것 같은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우선, 강원과 제주는 출발점부터가 다릅니다. 제주가 중앙정부에서 주도한 ‘위로부터의 특별자치도’였다면, 강원특별자치도는 도민 스스로 기획한 ‘풀뿌리 특별자치도’ ‘아래로부터의 특별자치도’입니다. 제주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면, 강원도는 그동안 발전을 가로막았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우리도 좀 잘살아보자’는 도민의 뜨거운 열망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강원특별자치도는 비전과 목표를 스스로 설계하는 과정이 있었고, 강원도 발전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애물인 산림·환경·국방·농업 4대 핵심 규제를 해소하는 특례를 강원특별법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자치도의 성공은 권한의 양(量)보다 질(質)이 중요합니다. 도민에게 가장 필요한, 특별자치도 발전에 가장 중요한 권한만 담으면 되지, 무조건 많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더 많은 특례조항을 확보하지 못해 아쉽지는 않습니까.
 
  “강원특별법은 2022년 23개 조문으로 국회 통과된 지 1년 만에 84개 조문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제주특별법이 2006년 363개 조문으로 시작해 16년에 걸쳐 현재 481개 조문으로 개정된 것과 비교한다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단계적 법률 개정으로 강원특별법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도민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천–원주 거리는 30km에 불과”
 
김진태 지사는 10월 16일 ‘강원특별자치도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 도지사가 된 후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하나만 꼽으라고 했지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래산업과 SOC입니다. 우선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비전 실현을 위해 ‘미래강원 2032’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미래강원 2032’ 전략을 도, 시·군, 교육청 계획과 연계해 ‘3대 도정(道政) 목표: 인구 200만, 지역내총생산 100조, 사통팔달 수도권 강원 시대’를 중심으로 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을 세운 것이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종합계획’입니다.”
 
  ― ‘미래강원 2032’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입니까.
 
  “전략의 핵심은 지역별 특성을 살린 ‘5대 첨단 산업 클러스터’와 ‘5대 관광벨트’ 조성입니다. 5대 첨단 산업 클러스터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 에너지 산업, 접경 지역 산업 클러스터입니다.”
 
  ― 지금 말씀하신 첨단 산업들은 강원도뿐 아니라,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너도나도 하겠다는 것들입니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 강원도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어떤 특장점을 갖고 있습니까.
 
  “수도권과의 접근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입니다. 지금 반도체 공장이 경기도 이천까지 내려가 있는데, 이천과 원주 간 거리는 30km밖에 안 됩니다. 원주가 반도체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수도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원주권과 강원 전역이 포함된 ‘중부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당선인 시절에 ‘중부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원주가 묶여 함께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서도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비전이 실현되도록 첨단 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셨습니다.”
 
  ― 강원도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그게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되나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캘리포니아 외에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강원도가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기업 유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원특별법에 담긴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연구개발특구’ 등을 활용해 미래산업 육성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발전특구’
 
김진태 지사는 10월 26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 발전협력 협약’을 맺었다.
  ― 기업들에 강원도가 자체적으로 특별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습니까.
 
  “강원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등은 도지사가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강원도를 ‘기회발전특구’로 만들고 싶습니다.”
 
  ― 기회발전특구요?
 
  “기업 상속과 관련한 세금이 지나치게 많아서 건실한 회사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어 그런 기업들을 강원도로 유치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겠지요.”
 
  ― 기업 유치와 관련해 실적이 있습니까.
 
  “올해 지큐엘, 인테그리스코리아와 투자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0년간 반도체 기업을 70개 이상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그걸 뒷받침할 기반이 강원도에 있습니까.
 
  “그래서 지난 10월 16일 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부지 조성, 기업 유치 4개 분야에 대한 ‘강원형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특성화고 반도체과 신설, 반도체 공유대학, 반도체 교육센터를 중심으로 ‘Made 人 Gangwon State’ 반도체 전문 인력 1만 명을 양성, 기업에 바로 실무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요.
 
  “이 계획을 발표한 지 열흘 뒤인 10월 26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및 교육 인프라 구축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 전문 인력이기 때문에 중요한 첫발을 뗐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춘천 정도를 제외하면 강원도가 말씀처럼 서울과 가까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GTX-B 철도, 제2경춘국도, 서면대교 건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삼척~강릉 고속화철도, 영월~삼척 고속도로 등을 잘 완성해 사통팔달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빚 내기 시작하면 모두 망하는 길”
 
육아간담회에 참석한 김진태 지사. 김 지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후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앞서 김진태 지사의 정책들과 관련된 뉴스들을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있었다. ‘임기 중 강원도가 지고 있는 빚의 60%를 갚겠다고 선언했다’는 뉴스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빚을 내서라도 퍼주기식 정책을 펴서 인기를 끌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 ‘빚을 갚겠다’는 정책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어 하겠습니까? 저도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 세대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인기 좀 얻어보겠다고 무차별 퍼주기 사업을 진행해 빚을 내기 시작하면 모두가 망하는 길입니다.”
 
  ― 그런 결심을 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그동안 강원도는 실제 수입과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을 편성해 현재 1조원이 넘는 채무를 안고 있습니다. 하루 이자가 5000만원에 달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민선 8기 출범 후 임기 내에 채무 1조원 가운데 60%를 상환한다는 목표를 설정, 작년 말까지 28.7%의 채무를 갚았습니다.”
 
  ― 어떻게 상환했습니까.
 
  “작년 하반기 2회 추경을 계획 중이었지만 실시하지 않아서 1600억원 규모의 계획 채무가 사라졌고,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 채무 1050억원과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시기가 도래한 292억원 채무를 자체 재원으로 상환했습니다. 합하면 모두 2942억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허리띠 졸라매기였습니다.”
 
  ― 중요한 것은 그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조례(條例)로 ‘강원형 재정준칙(準則)’을 도입했습니다. 재정수지는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3% 이내로 관리하고, 채무 규모는 예산 대비 실질채무를 2024년 6% 이내, 2025년부터 5% 이내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용역관리 개편안도 마련했습니다.”
 
  ― 용역관리 개편안이요?
 
  “취임 이후 도와 산하기관에서 추진한 용역에 대해 살펴보니, 관례적으로 불필요하게 외부 용역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더군요. 그래서 용역 수행 시 얼마나 예산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지 등을 자체 점검하는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도와 산하기관에서 추진하는 모든 용역은 도지사 결재 후 수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외부 용역을 줄이고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공무원의 연구용역 자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지원 역량 프로그램을 공무원교육원에 신설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자’
 
  ―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면, 공무원들이나 퍼주기 복지 수혜자 등으로부터 반발이 나오지 않을까요.
 
  “재정 낭비 요인을 철저히 제거해 복지, 미래성장동력 분야 등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입니다.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자’는 것이죠. 외부 용역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직접 해서 도민의 세금을 잘 쓰겠다는 것입니다. 또 긴축 재정방침을 유지하더라도 도민 생활에 직결되는 복지예산 사업에 인위적인 감축은 없을 예정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생계급여, 기초연금, 어르신 일자리 사업 등이 확대되어 복지 예산이 3조원을 육박할 예정입니다.”
 
  ― 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잘 진행될 수 있을까요.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지금 전국적으로 세수(稅收) 결손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 도도 당장 올해 말에는 연초 예상치보다 세수가 4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도 올해 당초 대비 31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경기가 안 좋아서인가요.
 
  “그렇죠. 정부가 내줘야 할 지방교부금도 안 들어오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원도가 진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건’이다. 작년 9월 28일 김 지사는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원도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아이원제일차(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강원도가 이에 대해 지급보증을 했다. 그런데 김 지사가 회생절차 신청 발표를 하자, 금융시장은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국내 다른 지방자치단체, 대한민국이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 사태는 정부가 10월 23일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하고, 강원도 또한 경제부지사가 “중도개발공사 기업 회생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건에 대해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했던 빚을 갚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국내외 금융시장에 줌으로써 국가신인도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뒷수습에 막대한 돈을 쓰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제 발언에 대한 오해와 왜곡으로 인한 논란, 그리고 의도치 않게 시장에 충격을 준 점에 대해서는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전임자 시절에 만들어진 관련 계약이 하도 터무니없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오롯이 강원도민이 지게 된 빚, 혈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사업성이 검토되지 않은 사업들이었고, 저로서는 그걸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저도 법률가인데 빚을 안 갚겠다고 할 리야 있겠습니까? 저는 빚을 안 갚겠다고 한 적도 없고, 실제로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
 
 
  “‘된다, 된다’ 하면 진짜 되는 곳이 강원도”
 
산림엑스포 현장에서 어린이의 헬멧끈을 매주는 김진태 지사. 강원도는 산림엑스포를 조용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렀다.
  ― 정치인 가운데 자유주의를 자신의 정치의 기초로 삼는 사람이 실제로는 드문데, 김 지사는 이를 실천하는 듯합니다.
 
  “제가 도지사가 되었을 당시 강원도는 지나친 관(官) 주도 사업 추진과 각종 특혜·불공정 시비 등으로 역량을 소모하면서, 1조원이 넘는 채무를 지는 등 열악한 여건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출범 직후부터 ‘자유’와 ‘공정’의 가치를 기본으로 강원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관(官)’ 주도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민간 주도’ 방식으로 바꾸고 각종 생활규제 개선을 포함한 규제 혁신을 하면서,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역동적 시장경제’ 질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자유의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산업 투자환경을 조성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꾸려나가려고 합니다. 강원도를 기업이 투자하고 일하기 좋은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강원도는 지난 9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고성군과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일원에서 2023강원세계산림엑스포를 진행했다. 많은 국민이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145만여 명이 다녀갔다. 하루 최대 18만 명이 엑스포장을 찾았지만,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 1991년 고성잼버리대회도 그렇고, 강원도는 국제행사 잘 치르는 DNA가 있는 것 같습니다.
 
  “‘된다, 된다’ 하면 진짜 되는 곳이 강원특별자치도입니다. 강원특별법 개정 때에도 그랬지만, 도청 직원들과 도민들, 도와 시·군이 원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모두가 잘살아보자는 열망으로 함께 이루어내는 것이 강원특별자치도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입니다. 소방, 경찰, 조직위 직원들, 18개 시·군 모두가 원팀이 되어 폐회식까지 함께 했습니다. 특히 515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조직위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하고 애써주셨습니다. 덕분에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고, 1500여 건의 언론보도에서도 부정적인 기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운맛 김진태에서 순한맛 김진태로”
 
청정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에 참석한 김진태 지사.
  ― 국회의원을 8년 하다가 행정을 책임지는 도지사가 되니 어떻습니까.
 
  “행정이라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더군요. 여의도에서는 혼자서 욕먹으면 됐는데….”
 
  김진태 지사는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나 문재인 정권 시절에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했다. 기자도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 강성 보수 우파 이미지가 강한데, 이로 인해 도정을 이끄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도지사 출마를 하면서 스스로 ‘매운맛 김진태에서 순한맛 김진태로 바뀌겠다’고 다짐했고, 그런 뜻을 여러 번 표명했습니다. 행정을 하다 보니 저 스스로도 바뀐 것 같습니다. 목청도 안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되더군요.”
 
  실제로 김진태 지사는 인터뷰하는 내내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듯이 이야기를 했다.
 
  ― 같은 검사 출신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제가 평가하기에는…. 잘하고 계신 듯합니다. 특히 국가 정체성(正體性)과 같은 문제나 세일즈 외교 같은 데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2027년 대선에 보수의 대표 주자로 나설 생각은 없습니까. 그때쯤이면 ‘대통령 하기 좋은 나이’일 것 같은데요.
 
  “없습니다. 이제 지사로 일을 막 시작했는데,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냥 겸사(謙辭)는 아닌 듯했다. 그에게 기회가 올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문득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생각났다. 노동당은 물론 우파라는 보수당까지도 1945년 이후 세워진 ‘복지국가’라는 프레임에 순응하고 있을 때, 그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자유주의의 목소리를 일관되게 냈다. 그리고 1978년 국민들이 노조의 파업과 노동당 정부의 무능에 대해 진저리를 치면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했을 때, 그들 앞에는 평생 이단자처럼 살아온 자유주의자 대처가 있었다. 대처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고, 나라를, 그리고 세계를 바꾸었다. 김 지사가 강원도에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잘 가다듬고 실천한다면, 언젠가 국민들이 그를 찾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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