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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대사 인터뷰 ⑫ 나빌 무니르 파키스탄 대사

“무굴 제국의 나라에 한국이 닦은 고속도로가 경제번영 이끌어”

글 : 류종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서울의과학연구소(SCL Healthcare Group)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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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세기에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 존자가 파키스탄 지역 출신”
⊙ “한국의 첨단 농업기술 진출 희망… IT 인력 풍부”
⊙ “초등학교부터 공식 언어인 영어로 교육”
⊙ “파키스탄 정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극단적인 종교 이념과 정책에 동의하지 않아”
⊙ 나빌 대사는 77개 개도국가들이 모인 G77 그룹을 대표해 선진국들과 협상하는 협상가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사진=조준우
  파키스탄과 대한민국은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수교 40주년 행사 준비로 바쁜 나빌 무니르(Nabeel Munir) 주한 파키스탄 대사는 “우리 두 나라는 1600년 이상의 인연이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철학자와 구도자(求道者)의 이미지를 가진 대사가 전하는 이야기는 잘 준비돼 있었고, 큰 울림이 있었다.
 
  “4세기에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 존자(尊者)가 파키스탄 지역 출신입니다. 마라난타 존자는 파키스탄 북부 간다라 지역에서 불도(佛道)를 터득했고, 중국의 동진(東晉)을 거쳐 백제로 건너갔습니다. 마라난타 존자가 세운 전남 영광 불갑사는 귀중한 불교 문화재들을 가진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파키스탄 스와비 지역에도 마라난타 존자가 세운 사찰이 남아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면적: 88만1913㎢(세계 33위)
  독립: 1947년 8월 14일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
  기후: 대부분 덥고 건조한 사막, 북서부 온대, 북쪽은 북극성 기후
  공용어: 우르두어, 펀자브어, 신드어, 영어, 파슈토어
  인구: 2억2519만9937명(2021년, 세계 5위)
  종교: 무슬림(공식) 96.5%(수니파 85~90%, 시아파 10~15%), 기타(기독교 및 힌두교 포함) 3.5%(2020년 추정치)
  인구 증가율: 1.91%(2023년 예상)
  정부 유형: 연방 의회 공화국
  수도: 이슬라마바드
  실질 GDP(구매력 평가기준): 1조211억 달러(2021년, 세계 26위)
  통화: 루피(PKR)
 
  韓-파키스탄의 궁합 세 가지
 
  무니르 대사는 한국과 파키스탄이 21세기의 전략적 파트너로 발전할 천상의 궁합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과 발전 경험이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에 필요한 시장과 인력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며, 파키스탄은 2억4000만 인구의 65%가 청년층인 젊은 인구 대국입니다. 파키스탄과 한국 경제는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 파트너입니다. 우리 둘은 경제 협력을 위한 완벽한 관계입니다. 천국에서 온 듯한 조합입니다.
 

  둘째, 고대(古代)로부터 이어져온 두 문화의 강한 정서적 공감대입니다. 한국 정신문화의 골간을 이루는 불교는 파키스탄 없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통일신라의 승려 혜초(慧超)가 다녀간 ‘오천축국(五天竺國)’ 중 일부가 파키스탄 지역들입니다. 우리 양국은 인내와 저항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안전하고, 한국인들처럼 인정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셋째, 두 나라의 고위급 교류가 많이 이뤄질 것입니다. 두 나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외교장관과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한국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양국의 적극적인 협력은 천상의 조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파키스탄 국보 1호는 불상”
 
높이 약 80cm의 뼈에 혈관만 간신히 붙어 있는 단식 고행하는 부처님 좌상.
  무니르 대사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파키스탄이 과격 이슬람 세력의 근거지로 오인(誤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사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국보 1호가 부처님 좌상이라면서, 파키스탄의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문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계 4대 고대 문명인 인더스 문명을 잉태한 8500년 전의 신석기 시대 ‘메르가르’ 유적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의 카치 평원에 있습니다. 이곳은 농경을 시작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입니다. 로마 불교 미술과 조각을 발전시킨 간다라 고대 왕국과 불교 문명이 파키스탄 북부에서 융성했습니다. 불교는 파키스탄에 엄청난 문화 유적을 남겼습니다.
 
  파키스탄의 국보 1호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무굴 왕국의 도읍지 라호르 박물관에 있는 높이 약 80cm의 뼈에 혈관만 간신히 붙어 있는 단식 고행하는 부처님 좌상입니다. 파키스탄 ‘탁실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기원전 700년부터 인근 지역인 바빌로니아, 그리스, 아라비아, 중국에서 온 약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과학, 수학, 의학, 천문학, 철학, 종교,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세계 첫 번째 대학 형태의 교육 기관이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곳을 보러 오면 두 손 들어 환영하겠습니다.”
 
 
  “대우·삼성·현대·기아·롯데는 파키스탄에서 친숙한 이름”
 
나빌 무니르 대사가 지난 7월 27일 열린 ‘파키스탄-한국 2023 무역 투자 설명회(2023 Trade Conference)’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근대에 접어들면서 파키스탄도 한국처럼 식민지가 됐다. 1857년에서 1947년까지 90년 동안 영국 식민지였다. 이후 파키스탄은 어떤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정치 투쟁과 발전의 과정을 걸어왔다. 두 나라 공히 군사정권을 경험했고,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다. 두 나라가 현재 받아 든 성적표는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30년, 50년 후 두 나라의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는 오로지 두 나라 국민의 창조적인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 한국 기업들의 파키스탄 진출은 꽤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 건설사업을 위해 다녀온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기업은 어디인가요.
 
  “삼성, 현대, 기아, 롯데는 모두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한국 브랜드를 신뢰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파키스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기업은 대우입니다.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스라마바드와 사업 및 교육·문화 도시의 수도인 라호르를 연결하는 모터웨이 건설은 부토 총리 정부가 대우와 함께 만들어낸 혁신 인프라 사업이었습니다. 한국의 경부고속도로와 여러 산업 도로가 한국 경제 발전을 이루어내는 공급망 역할을 했듯이, 한국의 대우가 만든 고속도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파키스탄 국가 예산이 투자되고,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내륙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아라비아해의 항구도시인 카라치로 연결해주는 경제 번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한국 기업 대우가 만들었습니다.”
 
 
  중동-中央亞-南亞 잇는 허브국가
 
  ― 파키스탄과 한국이 천상의 궁합이라고 하셨는데, 파키스탄에 투자할 한국 기업들에 어떤 기회가 있습니까.
 
  “파키스탄은 매우 투자자 친화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상당 기간 세금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하는 경제자유 지역을 여럿 건립했습니다. 제품을 제조하는 기계 수입에 매우 좋은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특별 경제 지역에서 공장을 건립하는 경우 모든 종류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그냥 와서 공장을 세우면 됩니다. 가전제품, 의료기기, 약품, 식품, 에너지, 재생에너지, 심지어 방위산업도 유망 투자 종목입니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함께 지난 7월 27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파키스탄 투자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꽤 많은 한국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 파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중동, 남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허브 국가입니다. 과거에는 문명의 통로 역할을 톡톡히 했고요. 이런 지리적 이점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번 파키스탄 투자 설명회에서 가장 강조했던 대목이 그 부분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의 지리적인 이점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파키스탄은 정확히 중앙아시아, 중동, 남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파키스탄에 투자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주변의 모든 이슬람 국가들로 손쉽게 수출할 수 있습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구매자들입니다.”
 
 
  IT 인력 풍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무니르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의 농업 분야에도 진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파키스탄은 아직 농업 기반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평야 지대입니다. 날씨가 농업에 매우 적합합니다. 중부 펀자브주와 신드주, 북부에 위치한 하벌 파흐툰 지방에서 쌀과 밀, 면화를 비롯한 농작물을 생산합니다.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수확을 합니다. 겨울에도 평지의 경우 그렇게 춥지 않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미 한국 정부로부터 농업 기술을 전수받는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첨단 농업 기술이 파키스탄의 농업에 적용되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곡물과 식품들을 생산해낼 것입니다.”
 
  나빌 대사는 우수한 파키스탄 노동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인적(人的) 자원은 매우 우수합니다. 파키스탄에는 매년 배출되는 IT 전공 대학 졸업생들을 흡수할 충분한 일자리가 없습니다. 많은 파키스탄의 IT 전문 인력이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IT 강국인 한국이 이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원한다면 한국 농업 분야에서 일할 충분한 인력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공식 언어인 영어로 교육합니다. 파키스탄의 모국어인 우르두어를 겸용해서 사용하지만, 공식 언어는 영어입니다. 파키스탄 젊은이들은 영어로 소통하는 데 익숙합니다.”
 
 
  “한국과 파키스탄은 UFC 그룹”
 
나빌 무니르 대사가 UN 상임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무니르 대사는 유엔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다자(多者) 외교 전문가이다. 주한 대사로 일하면서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어떤 업무들을 했나요.
 
  “저는 오랫동안 다자 외교를 다뤄왔습니다. 뉴욕으로 가기 전 파키스탄 외교부에서 4년 동안 유엔과 관련한 업무를 다뤘습니다. 뉴욕에서 일한 것은 제게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유엔에서 근무했던 2012년과 2013년 파키스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했습니다. 파키스탄은 2012년과 2013년에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여했고, 2013년에는 한국과 함께 이사회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한국 외교부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로 있는 이경철 특별 대표와 그 당시 가깝게 일했고, 지금도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안보리에서 비상임이사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합니까.
 
  “한국과 파키스탄은 UFC 그룹(Uniting for Consensus·합의를 위한 연합)에 함께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안보리 개혁을 위해 비상임이사국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투표로 선출되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10개국입니다. 1945년 유엔 창설 당시 회원국이 51개국이었습니다. 지금 회원국이 193개국으로 늘어난 만큼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UFC 그룹은 상임이사국의 수를 늘리는 데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무니르 대사는 “안보리에서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업무가 지속가능한 세계 개발 목표(SDG) 사업”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사업이었습니다. 그 후 파키스탄 UN 대표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업무의 실무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로 서울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손해와 피해 기금’ 설립
 
  나빌 무니르 대사는 기후변화회의인 중국 및 개도국 그룹 G77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 27)에서 정책 실현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개도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하고, 선진국의 편견과 횡포를 막아내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그는 자임(自任)했다.
 
  “작년에 파키스탄은 홍수로 한때 나라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습니다. 남한 면적의 5배나 되는 지역이 물에 잠겼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농경 국가인 파키스탄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기후변화의 재앙에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파키스탄 농부들이 지구를 뜨겁게 만든 이산화탄소 배출에 얼마나 영향을 줬습니까?
 
  파키스탄 홍수는 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가들의 자연재해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 다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개도국 지원을 논의할 때 국제사회는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섬세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자연재해로 손상을 입은 지역이나 국가가 받은 손실과 피해를 함께 부담하겠다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년에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27차 총회(COP 27)에서 파키스탄이 개발도상국 G77 그룹의 의장국을 맡았고, 제가 협상 그룹을 리드했습니다. 그래서 ‘손해와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을 참여국들과 설립했습니다.”
 
  ― 기금 조성은 얼마나 진척이 되고 있습니까.
 
  “기금 규모는 얼마인지? 자금은 어떻게 출연할 것인지?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 수혜자들은 누구인지?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러한 내용들은 현재 기금 설립 준비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12월에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28차 총회(COP 28)에서 세부사항들이 발표될 것입니다.”
 
 
  “개도국에 보상 필요”
 
  나빌 대사는 이 협상 과정이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극단적으로 심각한 양상을 보여, 개별 국가가 입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탄소 배출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확정하기가 과학적으로 어렵습니다.
 
  셋째,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전수하고 무(無)탄소 배출 에너지 기술들을 공급하는 비용과 책임을 확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넷째, 기금을 모으고 분배하는 방식, 기금의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대한 결정이 어렵습니다.
 
  다섯째, 다양한 국가들이 가진 이해의 차이를 극복하고, 기후변화의 지구적 책임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 77개 개발도상국가를 대표했던 기후변화 협상가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봅니까.
 
  “우리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지금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미 그런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들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이 가져올 기회 측면과 비용 측면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긍정적인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은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세계경제는 그런 자금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협력하겠다고 말하지만, 경제적인 보상이 필요합니다. 선진국들은 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싼 기술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자금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술 공유와 자금 제공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제적 합의 도출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돈이 문제입니다. 아무도 그런 자금을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인들과 세계 언론에 기후변화의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 빠르게 행동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의 영향력 과대평가”
 

  ―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 정권의 극단적인 종교 이념과 정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자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한 처우입니다. 여성에 대한 교육, 사회적 활동 보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그건 우리의 신념입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어떤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겠습니까?
 
  파키스탄은 무슬림 국가 중 최초로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나라입니다. 1988년에 고(故)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당선되었지요, 지금은 그녀의 외동 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르가 2022년부터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남녀 모두에게 필수라는 게 이슬람의 가르침입니다. 여자 아이는 교육을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이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폐쇄적인 부족 문화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탈레반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여성 교육과 사회 활동을 제재하고, 인류의 문화유산 파괴에 나서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탈레반들이 하는 많은 일은 이슬람의 가르침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슬람은 종교적인 관용을 강조합니다. 편협함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의 지도자 살라딘이 기독교인들에게 보여준 관용을 보십시오. 탈레반은 이슬람의 가치가 아닌 것을 이슬람의 가르침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이슬람을 욕되게 하는 행동입니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의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매우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우호적인 친구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자신들의 외통수적인 세계관과 종교적 신념으로 행동합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 정권에 여자 아이들 교육을 허용하고, 좀 더 온화한 사회문화 정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의료·보건·경제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소련이 떠난 후에, 국제기구 또한 모두 철수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힘의 공백이 생겼고, 그러한 사이 과격한 테러주의자들이 활동하면서 9·11테러 준비의 온상이 됐습니다. 서방세계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라호르에서 고대 문명과 불교 경험해보길”
 
파키스탄은 웅장한 자연, 무굴 왕국의 유적, 고대 문명의 유적지들을 자랑한다. 화려한 치장을 한 낙타의 모습이다. 사진=파키스탄 관광청
  간다라 예술이 구현해낸 구도자의 얼굴을 닮은 대사에게 주한 대사로서의 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한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에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 모든 역량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에 공장을 짓는 일을 돕겠습니다. 한국의 기술과 파키스탄의 탁월한 인력들이 생산한 제품들이 중앙아시아, 중동, 아랍권에 판매되는 성과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은 관광·문화 교류입니다. 웅장한 파키스탄의 자연, 무굴 왕국의 유적, 고대 문명의 유적지들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아지도록 열심히 흥보하겠습니다. 학생 교류,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확장하겠습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장, 외교부 장관 등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상호 방문하는 기회들이 더 많아지도록 발로 뛰도록 하겠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꼭 방문해야 할 파키스탄의 도시들을 소개해주십시오.
 
  “일단 저의 고향인 라호르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꼭 방문하셔야 할 곳입니다. 이슬람과 페르시아, 힌두교와 몽골의 문화가 융합된 무굴 제국(1526~1857년)은 수세기 동안 인도-아시아 대륙을 지배했습니다. 라호르는 델리와 함께 무굴 제국의 주요 도시였고, 지금은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주도입니다. 라호르 성채와 ‘샬리마르’ 정원 유적은 16세기와 17세기의 무굴 예술과 디자인의 미학적인 완성도를 탁월하게 구현했습니다. 무굴 왕국의 찬란한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걸작입니다. 물론 라호르 박물관은 꼭 방문하셔야 합니다. 파키스탄의 국보 1호인 고행하는 부처님 좌상을 보면서, 인생의 번뇌와 해탈을 생각해보십시오. 색다른 세계여행 경험이 될 것입니다. 고대 문명과 불교 문화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파키스탄을 꼭 방문하십시오.”
 
 
  “등산 좋아하면 파키스탄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카라코람 산맥, 히말라야 산맥이 모두 파키스탄 북부에 있다. 사진=파키스탄 관광청
  ― 한국인들에게는 에베레스트 정상이 있는 네팔이 친숙합니다. 파키스탄에도 등산 명소가 많지요?
 
  “그 부분이 우리 파키스탄 사람들에게는 좀 억울한 부분입니다. 해발 8000m를 넘는 고산이 전 세계에 14개입니다. 그중 5개가 파키스탄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카라코람 산맥, 히말라야 산맥이 모두 파키스탄 북부에 있습니다. 파키스탄에는 초보 등산객분들이 가볍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습니다. 등산 좋아하시면 파키스탄으로 오십시오. 울창한 산, 아름다운 호수, 이국적인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푸른 바다 흰모래 해변을 원한다면 파키스탄 남부가 적지입니다. 모래 해변이 카라치와 가와다르 주변에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국토가 넓은 만큼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막여행을 원한다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사막인 타르 사막이 있습니다. 경이로운 일출과 일몰을 맞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가시면 매우 덥습니다.”
 
  ― 한국에서는 파키스탄 레스토랑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인도-파키스탄-네팔 음식점’이라는 두리뭉실한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요리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파키스탄 요리는 매우 독특합니다. 중동, 페르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요리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무굴 왕국의 음식 전통과 향료,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굴 제국 황제의 요리사들이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는 ‘샤히 투크레’입니다. 튀긴 식빵 조각을 설탕 시럽과 샤프란 등의 향신료를 섞은 우유에 담가서 먹는 음식입니다. ‘샤히 투크레’를 번역하면 ‘왕을 위한 달콤한 조각’이라는 뜻입니다.
 
  ‘비리야니 라이스’는 많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요리이자, 제가 늘 즐기는 식사입니다. 쌀과 고기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할림’이라는 콩 기반의 요리도 있어요. 물론 닭고기-쇠고기-양고기 카레와 닭고기 탄두리와 케밥들이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어우러져 융합된 파키스탄 요리들이 완성됩니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은 파키스탄 음식이 맵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 가족들이 함께 한국에 왔나요?
 
  “아내는 저와 함께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생활합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카라일 투자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딸은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권법을 공부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은 비정부기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무를 조금 더 경험하고 나서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저는 등산을 좋아해서 성북동에서 가까운 산들은 거의 다 올랐습니다. 북악산, 도봉산, 북한산 둘레길들과 인왕산 등이 집 가까이 있어서 좋습니다. 시간이 되면 다른 지역의 산들도 다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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