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철학자 홍성기 교수가 말하는 ‘괴담 사회’의 실체

“괴담은 ‘스토리텔링’… ‘괴담 비즈니스’ 존재”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한국에서 ‘괴담 비즈니스’는 대부분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져”
⊙ “박근혜 탄핵은 대중적 저질 감정이 투사된 사건”
⊙ “괴담 발생하면 ‘民心이 天心’이라는 말 잊어야… 민심은 야수 될 수 있어”
⊙ “괴담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스토리”
⊙ “괴담 생산론자들은 조사기관의 권위를 해체하려 해”
⊙ “정부, 사회에 해악 끼친 괴담 유포 전문가에게 연구비 중단해야”

洪聖其
1956년생.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독일 뮌헨대 철학 박사, 자르브뤼켄대 철학 박사 / 서울미술관 학예실장, 아주대 다산학부대 교수 역임 / 저서 《불교와 분석철학》 《시간과 경계》 《고전논리학과 대화 논리학》 《거짓과 광기의 100일》 등
  “소금 사자!”
 
  최근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放流) 논란의 와중에 천일염(天日鹽)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바다의 어류가 우리나라 해안까지 건너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음에도, 처리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자 생긴 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했고, 총력을 기울여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처리수를 ‘핵폐수(核廢水)’로, 태평양으로의 방류를 ‘우물에 독을 넣는 행위’로 규정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의구심을 갖지 않지만, 후쿠시마 원전(原電) 처리수 괴담(怪談)은 이어지고 있다. 홍성기(洪聖基·67) 아주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괴담의 사회학’ ‘괴담 테크닉’으로 부를 수 있을 지경이라며 한탄한다.
 
  스스로 자신을 철학자일 뿐, 괴담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하는 홍성기 교수를 지난 7월 31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위치한 서울시 중구에서 만났다. 불교 철학 전공자인 홍 교수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그가 얼마 전 한반도선진화재단에 기고한 ‘괴담 사회의 실체’라는 글이 워낙 명료해서다. 학자 중 ‘괴담 전문가’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홍 교수가 써 내려간 괴담에 대한 사회학, 그리고 철학자로서 오늘날의 혼돈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다.
 
 
  우리 사회를 파고든 괴담 비즈니스
 
2023년 8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우리 사회에 괴담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에서 ‘괴담 비즈니스’는 대부분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졌습니다. 이회창(李會昌) 전(前)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광우병(狂牛病), 천안함, 세월호, 박근혜 탄핵 그리고 최근의 양평고속도로와 후쿠시마 처리수 괴담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괴담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도구(tool)를 만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괴담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했다면 괴담 비즈니스맨들은 업종을 바꾸었을 겁니다.”
 
  ― 괴담 비즈니스라고 명명하시네요.
 
  “괴담은 대중, 혹은 대중사회와 분리 불가능한 현상입니다. 즉 괴담의 유포자는 괴담에 대한 대중의 수요, 그리고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괴담을 뿌리는 정당에는 그 효과를 아는 전문가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괴담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은 가시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 괴담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군요.
 
  “괴담은 정치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한국의 공당(公黨)과 언론, 사법부가 이런 거짓을 인정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우선은 괴담이 진실이라고 믿을 것이고, 그것이 거짓으로 판명 나도 아무런 제재조차 없으니, 이 사회는 ‘거짓말도 규모 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밖에요.”
 
 
  인간의 이중적 성격이 괴담의 조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2023년 7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방사능 괴담 유포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괴담은 왜 생길까. 어떤 특정 세력의 집단적인 선동 없이 괴담이 자생적(自生的)으로 생겨날 수 있을까.
 
  홍성기 교수는 “괴담이 생기는 원인은 인간의 조건에서, 사회학적, 정치학적으로 모두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조건에서는 이성, 감정과 욕망, 기억, 상상력, 믿음 등에서 괴담의 발생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인간의 조건은 예외 없이 모두 이중적인 성격, 즉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성은 합리적 판단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감정은 행복감 자체가 감정이기에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이성은 물론 사실 판단 자체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은 인간이 학습할 때 필요한 장치이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는 과거가 미래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상상력은 인간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학문의 원동력이지만, 괴담 디자인의 작업장이기도 하다. 신념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등뼈이나, 명백한 증거와 진실 앞에서 눈을 감게 하기도 한다.
 
  홍성기 교수는 “진리 탐구에 필요한 인간의 조건이 곧바로 가짜뉴스와 괴담 디자인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괴담(혹은 음모론)은 넓게는 각종 종교까지 포함해 항상 인간에게 있었던 스토리텔링의 하나다. 괴담이 그저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잡담하는 형태로 끝난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문제는 괴담이 ‘집단화’되고 ‘조직화’될 때다.
 
 
  마녀사냥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조선DB
  홍성기 교수는 16세기 말~17세기 초에 유럽에서 4만 명 이상을 희생시킨 마녀사냥을 예로 들었다. 이 시기는 소빙하기(小氷河期)로 식량 생산이 줄고 30년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는 시기였다. 동시에 중세시대 신앙 중심의 세계관이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이념 충돌이 일어난 때였다.
 
  “사회적 어려움을 겪던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이 문제를 특정인들에게 전가하는 마녀사업을 일으켰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지역사회 모두가 관여했습니다. 유럽에서 ‘돈 많은 과부’들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했는데 그 이유가 재산을 노린 것임은 물론이었습니다. 또 ‘아름다운 과부’들 역시 마녀로 몰렸는데 다른 여성들의 질투 때문이었죠. 마녀재판의 발생 지역은 단순히 어떤 이념에 의해 선을 긋기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괴담의 위험성은 대중과 손잡을 때 일어난다는 겁니다.”
 
  ― 괴담 탄생의 배후에 공동체, 대중이 있군요.
 
  “대중이 가진 저질(低質) 감정들의 배출구로 마녀사냥이 일어났다는 것은 대중심리학적으로도 인정됩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도 이런 대중의 저질 감정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여성이 아니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보십니까.
 
  “당연히요. 여성 독신(獨身) 대통령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폄하가 있었고, 그중에는 성적(性的)인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보톡스 주사니, 미장원을 운운하는 등이 바로 대중적 저질 감정이 투사된 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놀라운 점은 매우 이성적(理性的)으로 판단하던 우파 시민사회의 지식인들이 너무 허망하게 괴담에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쿨레쇼프 효과
 
2020년 1월 31일,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하자 런던 의회 광장에 모인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왜 그랬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어떤 신뢰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에 회의(懷疑)를 가졌다’는 것이 탄핵의 근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사실 확인보다는 가치판단이 우선했습니다. 물론 괴담의 문을 여는 데 박 전 대통령이 일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윤진숙(尹珍淑) 장관이 여수 유조선 사고와 관련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적이 있는 한 사진기자가 윤 장관이 코를 잡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윤 장관은 독감에 걸려 기침을 한 것이지만, 사진은 기름 냄새에 코를 부여잡는 것처럼 보였죠. 사진이 진실을 포착하는 도구였지만 동시에 캡처와 합쳐지면서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쇼트와 쇼트 편집에 의해 색다른 의미와 정서적 효과를 유발)가 생깁니다. 내용이 왜곡되는 겁니다. 얼마 뒤 윤 장관은 전화로 해임을 통보받았습니다.
 
  문창극(文昌克) 전 총리 후보의 낙마도 비슷한 사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괴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결연하게 싸우지 않은 겁니다. 괴담이 발생하면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을 잊어야 합니다. 민심은 야수가 될 수 있습니다.”
 
  ― 대중 사회가 그만큼 무서운 거네요.
 
  “19세기 이후 대의민주주의, 전체주의(파시즘·공산주의)가 시작됐다고 할 때 전체주의는 괴담 기반 선전선동에 갇혀 있는 체제입니다. 1920년대 독일에서는 유대인이 독일군을 후방에서 배신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는 ‘등 뒤의 비수(匕首)’라는 괴담이 퍼졌습니다. 이는 패전(敗戰)으로 상처 입은 독일 국민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1930년대 대공황으로 경제 위기가 터지자 히틀러는 괴담과 포퓰리즘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괴담의 배경에는 조선인 이주 노동자로 인해 직업을 잃은 일본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행할 때 전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은 ‘우리는 매주 3억5000만 파운드를 보내고 있다’는 거짓 뉴스를 버스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영국 국민이 손해보고 있다는 감정을 깊이 자극한 겁니다. 영국에서도 괴담, 가짜뉴스가 매력적인 수단이 된 겁니다.”
 
 
  ‘습관성 괴담 발작’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괴담이 사실이 아님을 봐왔다. 하지만 괴담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거기에 또 빠져든다. 철학자로서 홍성기 교수에게 물었더니 아주 기본적인 대답이 나왔다. 인간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이다. ‘사랑에 눈이 멀었다’ ‘증오에 눈이 멀었다’는 말처럼 호악(好惡)의 감정은 인간의 판단력을 순식간에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의 ‘미러 셀(거울 반사작용)’이 작동하면 이들의 판단력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받듯이 집단화 운동을 하게 된다.
 
  홍성기 교수는 “괴담에 의한 집단 히스테리의 소용돌이에 들어가 있으면 자신들이 가장 이성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면, 그것은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괴담은 사람들을 강하게 흡입하는데 그 규모가 커질수록 믿음의 강도도 높아진다. 바로 이 괴담 결사체(結社體)에 입문(入門)하는 데 어떤 어려움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 그래서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빠져나오지 않는 건가요.
 
  “대중이 괴담을 믿으면 그들 모두 공범(共犯)이 됐기 때문에 괴담의 거짓이 드러나더라도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절정(絶頂)에 올랐을 때 한국 사회의 70~80%가 괴담을 믿었습니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지요. 기자님 주변에서 당시 괴담을 믿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경우가 있나요? 전혀 없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대중사회에서 규모가 큰 괴담의 발생은 후유증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 괴담에 가담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안전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현혹하기만 하면 된다니 무섭네요.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괴담을 만들어내는 정당이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일종의 ‘습관성 괴담 발작’, 혹은 ‘괴담 비즈니스 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괴담 전파는 ‘전문가-언론-정당-시민단체-국민’이라는 회로를 형성하는데, 이 회로 자체가 한국 사회의 절반을 흡수합니다. 괴담의 동조자들, 단체들은 모두 동지, 즉 공범이기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광우병 음모론 사전 작업’
 
2008년 6월 25일,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인근 도로에서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 강행에 반대하며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선DB
  ― 가끔 ‘저 사람은 그렇게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하고서도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닌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 때문일까요.
 
  “괴담 사회 내에서 그 사람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네 진영을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는 전사(戰士)입니다. 다른 한편 괴담은 진실이 아님이 나중에 밝혀지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괴담은 발생 시점부터 이미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이점이 괴담이 거짓임을 아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의 근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괴담은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때 생겨났다. 우리는 광우병 사태를 2008년 봄,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지만, 홍성기 교수는 “촛불시위 이전에 긴 전사(前史)가 있었다”고 했다.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MBC 〈PD수첩〉 뒤의 배경사진, 그림체 슬로건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당시 한미 FTA에 반대했던 민주노동당이 국회 앞에서 내건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광우병 음모론 사전(事前) 작업’에 수의학, 생물학, 보건의학 교수들이 가담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발병(發病) 보고가 없었던 만큼 광우병 전문가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칭 전문가’로 무장한 이들은 언론에서 광우병,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극도로 과장했다.
 
  홍성기 교수의 얘기다.
 
  “왜 그랬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들은 ‘사전 예방의 법칙’을 내세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복어의 알과 내장, 피 등을 빼고 먹듯이 광우병 의혹을 받은 소도 특수 부위를 제거할 경우 안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칭 전문가들은 미국의 안전 조치를 사사건건, 구구절절 왜곡 해석하며 미국을 식품 안전 미개국으로 몰아갔습니다.”
 
  ― 과학이 이미 발전했던 시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광우병과 관련해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이미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시대정신》에서 광우병 전문가들을 불러 국제 세미나를 했는데,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들은 모두 비정형(A-Typical)이라는 것으로, 광우병의 원조인 영국과는 무관했습니다. 비정형 광우병은 소 100만 마리에서 한 마리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즉 광우병은 호주든 한국이든 어디서라도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사실이었지만 당시 집단 히스테리 상황에서 전혀 반향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괴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요.”
 
 
  천안함 괴담
 
2012년 3월 20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2주기 추모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홍성기 교수는 천안함 사고 이후에 국제합동조사단 단장이었던 윤덕용(尹德鏞) 전 카이스트 총장을 인터뷰했다. 장시간 공격적으로 질문했는데, 윤 총장의 얘기는 일관적이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어뢰에 폭침(爆沈)된 군함을 인양한 첫 번째 케이스가 천안함이라는 점, 따라서 어뢰가 폭발할 때 바닷물과의 화학반응에 의한 여러 가지 성분의 검출 등은 미지(未知)의 영역이었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안함을 인양해 조사했지만, 당시에 일어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고, 또 모든 일에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밝히면 된다는 소리다. 이는 비단 국제합수단의 조사뿐 아니라 어떤 조사도 마찬가지다.
 
  홍 교수는 “합수단의 최종 보고서를 읽으면 어뢰에 의한 폭침 이외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나는 논리, 과학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명확하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가 ‘프로펠러가 왜 이 방향으로 휘었느냐’고 묻는데 그것은 당연히 알 수 없지요. 어뢰와 관련된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답을 못 하면 ‘무슨 조사가 이렇게 부실하냐’고 비난하는 식이었습니다.”
 
  ― 세상에서 100%를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네. 이런 종류의 비과학적 질문의 변형 형태는 어떤 괴담에서도 부수(附隨)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무시할 만큼 확률이 낮더라도 0이 아니라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그때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논쟁 아닌 논쟁은 의처증이나 의부증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들을 단일망상장애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만 견고한 망상(妄想) 체계가 형성돼 이성적으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가령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의사 양반, 당신이 내 남편의 불륜(不倫) 가능성을 100% 부정할 수 있어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의사는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 괴담의 논쟁 테크닉이 있군요.
 
  “괴담 생산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질문합니다. 우선 조사방법이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거나, 조사기관의 권위를 해체하는 겁니다. 광우병 때는 자칭 전문가들이 국제수역기구(OIE)가 미국 측 산업자의 하수인이라고 하고, 후쿠시마 괴담 유포자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할 겁니다. 물론 처리수가 방사능에 계속 오염돼 있는 것이 일본의 이익과 무슨 관계인지는 전혀 묻지도 않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과학에서도 조사방법, 데이터, 그리고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괴담에서는 이런 의문 제기의 근거도, 맥락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나 국회의원이 IAEA의 권위를 무슨 근거로 흔들려고 할까요? 오로지 한 가지 이유만 있습니다. IAEA의 견해가 자신들의 괴담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 대신 새로운 진정성을 찾았지요. 바로 구호를 든 어린이들입니다.”
 
 
  그들이 과학을 신뢰하지 않는 까닭
 
  ― 왜 과학을 신뢰하지 않을까요.
 
  “법치, 이성의 지배, 과학적 판단이란 크게 보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실 및 가치 판단의 방식을 뜻합니다. 어떤 사회나 이들이 완벽하게 지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잘못된 스토리텔링을 제거해왔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가짜뉴스의 위험성이 급증하고, 또 포스트트루스(post truth)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혹시 과학자,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닐까요.
 
  “기후 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과학기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하여 괴담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점은 과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국의 식약청을 자신의 정치적 행로에 맞춰 비틀지 않았다면 한국 식약청은 국제 기준에 맞춰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고 한국 식약청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판단을 했더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위험 운운하던 식약청이 정권이 바뀌자 곡학아세(曲學阿世)했다’는 비판을 받은 겁니다. 한국의 공적 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지요. 여러 정권에 걸쳐 이와 비슷한 일이 4대강 환경평가와 관련하여 계속되었지요. 이처럼 정치적 독립성과 권위를 잃은 수많은 기관과 위원회들이 바로 괴담의 인프라에 속합니다.”
 
 
  괴담의 유통 과정
 
  홍성기 교수는 “독립성을 잃은 사실판단이 관행이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일은 사고 원인을 파악해 재발(再發)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사고 원인 파악은 책임자 처벌이 주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형, 소형 참사를 막론하고 책임자 처벌이 목적입니다. 대형 참사의 경우 사고 원인 파악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사고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 괴담은 안전한 비즈니스라고 하니 도대체 괴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괴담은 스토리텔링이고,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핵심 가치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속합니다. 그런 점에서 괴담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바꿔 말해 괴담이나 가짜뉴스도 법적인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괴담 유포에 대한 사법적 쟁소의 결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판결 자체뿐 아니라 효과도 미미한 듯합니다. 만일 괴담과 가짜뉴스의 법적 보호를 제한하려면 내용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 어떤 식으로요.
 
  “일단 광우병이나 후쿠시마 괴담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살펴봅시다. 여기서 괴담의 유통 과정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괴담은 ‘전문가-언론-정당-시민단체-국민’이 언론과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방식으로 유포됩니다. 이때 전문가라는 고리를 끊으면 괴담의 전파 효과는 급격히 낮아집니다. 이번 후쿠시마 괴담이 대표적입니다.”
 
  ― 후쿠시마 괴담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약했죠.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IAEA라는 국제기구를 야당이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광우병 때와 달리 열심히 진실을 알렸습니다. 국민에게 매우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스토리를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것은 학문 윤리에 어긋납니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은 더욱 학문 공동체의 공동 숙의가 필수입니다. 동료 학자들로부터 논문, 토론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하고요. 문제는 일부 학자들이 괴담을 만들어내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도리는 없지만, 이들도 학문 윤리의 준수가 요구되지요.”
 
 
  방어적 민주주의
 
  ― 학자들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건가요.
 
  “그걸로 부족합니다. 생각해봅시다. 법을 어기면 강제적 처벌이 따릅니다. 도덕적 규범을 어기면 일반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습니다. 그러나 괴담 전문가들은 양심의 가책은커녕 스스로 학자적 양심을 지켰다고 강변할 것입니다.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윤리를 어길 경우 또 다른 처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제당하는 것입니다.
 
  모든 대학은 학문 윤리를 위반한 교수를 제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그러나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론이나 주장을 학문 공동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학문 윤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식약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식품이나 의약품을 국민에게 파는 것이 허용될 수 없음과 같은 이유입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괴담을 유포하는 전문가 개인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속한 기관이 이 문제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이들을 옹호할 경우 이런 기관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겁니다. 그것은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의 윤리적 판단이자 의무입니다. 저는 광우병 선동의 중심에 있던 한 교수가 이후 그 대학 학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라틴어 격언이 적힌 배지를 달고 다니는 대학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 그 정도로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복적 제한이라는 비판이 나올 겁니다. 그럼 따져봅시다. 어디에서 보복이나 제한이 일어났습니까? 정부에서 괴담을 발표할 권리를 제한했나요? 학자의 입을 막는 조치도, 학문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괴담이나 가짜뉴스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어적 민주주의(wehrhafte Demokratie)’의 실행입니다.”
 
  ― 그게 뭔가요.
 
  “1차 대전 후 바이마르 민주주의를 내부에서 민주적으로 파괴한 히틀러 집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독일이 2차 대전 이후에 헌법에 명시한 조항으로 한국 헌법에도 도입돼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자유민주주의가 보호하는 자유를 남용해 내부적으로 자유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중심인 대법원은 선거무효소송 관련 재판에서 자유심증주의를 극한적으로 남용하고 있고, 공영 언론은 가짜뉴스 유포가 정상인 듯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괴담이나 가짜뉴스가 민주주의가 보호하는 권리나 자유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정부의 기본 임무 중 하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해야 합니다.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점은, 정부 소속의 전문기관, 혹은 정부가 관장하는 모든 전문가 위원회의 독립선언을 이들 기관과 정부가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문학에서도 사실판단이 가장 중요
 
  ―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얘기에 휘둘리느냐’는 얘기를 합니다. 마치 괴담에 주로 흔들리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인 것처럼요.
 
  “광우병 촛불시위의 절정기에 한국 국민의 70~80%가 괴담을 믿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모든 계층과 나이가 지지했다는 것이고, 괴담의 내적 기제를 보면 누구나 괴담에 낚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괴담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천안함 괴담은 누구나 잘 아는 한국의 좌파 원로가 열정적으로 지지했죠. 그에게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폭침당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따라서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 괴담 회로망의 또 다른 고리들은 어떻습니까.
 
  “국민의 지지와 정당은 바다와 배의 관계에 있기에, 괴담 유포정당을 국민이 지지하면 사실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비정부기구(NGO)라기보다는 진영으로 갈라져 정권의 지원을 받는 기구가 되었기에 괴담과 관련된 경우 지원 감소나 중단이 가능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언론의 경우는 기자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현재 한국의 언론들이 스스로 언론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BBC·NHK와 같은 공정한 공영 언론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사실확인의 기준이 되는 언론기관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런던에서 테러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한 언론은 테러리스트 이름까지 확정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미국, 독일, 일본의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나눠 보도했을 뿐, 한국의 언론기관이 보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 테러리스트들은 사건 당시 감옥에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 정치와 무관해 언론이 서둘러 추정 보도를 할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한국 언론인들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철학교수로서 괴담 권하는 사회에서 지식인들이 지켜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신의 분야에서 지식인의 사명은 비(非)인간적이어야 합니다. 지식인은 ‘사실확인-가치판단-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인간입니다. 많은 인문학자가 인문학적 가치를 얘기하고, 또 가치의 세계가 사실의 세계 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마 여기서 인문학자들이 특별히 더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시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문학에서도 사실판단이 가장 중요함을 말하고 싶습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3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