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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

앤서니 홈스 前 美 국방부 북한담당 고위 자문관

“북한은 그 어떤 협상에서도 한미동맹 종료에 관한 문구를 넣으려 할 것”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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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시절 ‘최대한의 압력 작전’ 입안… 2018년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에 국방부 대표 2명 중 하나로 참석
⊙ “美北정상회담은 한국 정부가 ‘설레발(agitated)’을 치지 않았더라면 열리지도 않았을 것”
⊙ “‘아무런 약속도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평양이 변하는 증거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황금양보론자들 주의해야”
⊙ “북한이 말하는 대로, 미국이 최대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한반도 전체에 대한) 야심을 막는 기반”

앤서니 홈스
1983년생. 미국 피츠버그대학 동아시아 전공. 2008년부터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에서 11년간 근무. 2013년부터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정보분석가로 활동. 2015년 해군대학(Navy War College) 특별과정 수료. 2017~2021년(2월)까지 국방부 장관 직속 북한담당 고위 자문관 역임.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당시 참가한 국방부 요인 2명 중 1명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사진=앤서니 홈스
  ‘회전문(revolving door)’은 미국 워싱턴 정치문화의 특징 중 하나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회전문을 통해 입성(入城) 또는 퇴성(退城)하는 정치문화다. 싱크탱크, 법률사무소(로펌), 로비회사 같은 곳은 정권 밖 충전소 또는 휴식처로 활용된다. 정권이 바뀌면 회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밖으로 나오는 요인도 많다.
 
  필자는 지난 2월부터 워싱턴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일했던, 북한 문제 나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에 정통한 안보전문가를 찾아보았다. 신문이나 방송에 항상 오르내리는 귀에 익은 인물이 아닌, 실무에 강하고 현장을 지켜본 안보전문가와 만나고 싶었다. 정권이 바뀐 직후 몇 개월만 가능한 낙수(落穗)를 줍는 기분이라고 할까? 올여름쯤 이들의 재취업지가 결정되면 이들을 만나는 것은 다시 어려워진다.
 

  앤서니 홈스(Anthony. W. Holmes)는 트럼프 정권이 끝나면서 국방부를 떠난 인물이다. 정치와 무관한 안보전문가로, 18년간 동아시아 정보분석관으로 활동해왔다. 전투체계 정비, 군사 활동, 정책, 국방부 정보, 연합사령부 관련 일 등을 총체적으로 행하는 팀을 이끌면서, 트럼프 정권 당시 18개 정책을 입안(立案) 평가해 백악관에 보냈다고 한다.
 
  홈스가 보낸 정책 중 하나는 백악관의 북한정책 중심 골격이 되었다. 2017년 8월 트럼프가 말한 ‘화염과 분노’ 발언의 기반이 된 ‘최대한의 압력 작전(Maximum Pressure Campaign)’이라 불린 정책이 그것이다. 이는 경제 제재(制裁)를 기본으로 한 유·무형의 압력과 제재를 의미한다. 홈스는 이후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김정은의 미북정상회담에도 참가했다. 당시 국방부 대표로 참가한 2명 중 하나이다.
 
  보통 워싱턴에서 군사안보전문가라고 하면 국무부나 백악관 출신 인사부터 언급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군사비밀에 관련된 내부 규정 때문에 바깥에서 마음대로 말할 수 없다는 점이 국방부 출신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홈스와의 인터뷰 역시 장기간에 걸친 국방부의 심사와 허락을 받은 뒤 이뤄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안보전문가
 
앤서니 홈스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당시 미국 국방부 인사 두 명 중 하나로 참석했다. 사진=앤서니 홈스
  필자가 홈스와 인터뷰하기 위해 ‘특별히’ 매달린 이유는 두 가지다. 국무부나 백악관이 아닌, 국방부에서 일한 정보정책 전문가란 점과 30대 후반의 ‘밀레니얼 세대’ 미국인이란 점 때문이다. ‘Y세대’로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클린턴 부부로 대표되는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으로, 적극적인 사회 활동보다는 가족을 중히 여기고, 성년이 되면서부터 인터넷을 생활화한 첫 세대로 통한다. 현재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허리에 해당된다. 이념·종교보다는 실질적인 득(得)과 실(失)을 따지는 현실주의적 사고를 가졌다는 특징도 있다. 미국의 위상을 ‘슈퍼 파워’라는 측면보다는 글로벌 협조 체제하의 지도자 중 하나로 보는 객관적인 눈을 갖고 있다. 그런 밀레니얼의 세계관을 통해 북한 나아가 한국이 어떻게 비치는지 알고 싶었다.
 
  줌(Zoom)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북한뿐만이 아니라,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나아가 최근 인도양-태평양에서의 반중전선(反中戰線)에 이르는 동북아 안보 상황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미국 국방부와는 무관한 홈스 개인의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北 최선희, 미국 대표단의 인사 무시
 
  ― 먼저 2018년 미북정상회담 당시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싶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의를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기 며칠 전 미리 현지에 갔다. 당시 국방부 내 인도양-태평양 담당 차관보 랜들 슈라이버(Randall G. Schriver)와 동행해 지원했다. 도착 즉시 곧바로 싱가포르 내 미국대사관에 가서 미북 협상 그룹의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백악관 특별자문관 앨리슨 후커(Allison Hooker)를 만났다. 이들과 만난 직후, 최선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미국 고위 관계자 사이의, 이른바 리츠칼튼 협상(Ritz-Carlton Negotiations)이 열렸다. 북한 대표단이 리츠칼튼 호텔에 도착했을 때, 내가 최선희에게 인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생중계된 탓인지 호텔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를 알아본 (미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텍스트 이메일을 받았다.(웃음) 도착한 최선희는 의도적으로 (인사를 하려던) 우리를 무시하고 곧바로 로비로 올라갔다. 카메라를 의식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인사도 없는) 그런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트럼프가 김정은과 마지막 공동성명서를 낼 때까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고위 관리들과 함께 모처에 모여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 트럼프 시절 있었던 미북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북한에 유일하게 남은 ‘최후의 이론’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제공할 결정적인 회담은 오직 최고 레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김정은을 제외한 그 누구도 핵심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북한에 대한 ‘최후의 이론’ 핵심이다. 아무 근거도 없는 일방적 주장이지만, 북한 협상 당사자들은 ‘반미(反美) 의식에 젖은 호전적(好戰的)인 부하들 때문에 (자신들의) 협상력이 제한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타협하려 해도 부하 직원들의 반발로 무효가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북한 최고 지도자와의 직접 담판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회담은 과거에 행해져 온 ‘부하 탓’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정은조차 ‘부하 탓’을 핑계 삼는 협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 책임자를 통한 미북 담판이라는, 북한에 대한 ‘최후의 이론’이 사라진 것이다.”
 
 
  “정상회담으로 결연한 의지 급강하”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은 미국의 결연한 대북의지를 흐트러뜨렸다. 사진=AP/뉴시스
  ― ‘최대한 압력 작전’의 입안자이면서 미북정상회담에도 참여했다.
 
  “‘최대한의 압력 작전’을 통해 북한에 끔찍한 고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도 전에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회담은 한국 정부가 ‘설레발(agitated)’을 치지 않았더라면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이 ‘최대한의 압력 작전’에 의한 고통을 감지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안보 전문가들은 미북정상회담이 시행된 순간 ‘최대한의 압력 작전’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른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그런 의견에 찬성한다.”
 
  ― 미북정상회담 후에도 대북제재는 계속되지 않았나.
 
  “그렇지만 정상회담이 끝나는 순간 우리의 결연한 의지가 급강하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일단 북한과 공동성명서를 낸 이상,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됐다.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좀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도, 정상회담을 실패로 돌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엉망이 된 셈이다.”
 
  한국 신문·방송을 보면, 문재인 정권을 가장 무시하는 나라로 북한만 한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북한이 왜 그토록 문재인 정권을 철저히 무시하는지가 궁금했다. 홈스의 인터뷰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문재인 정권은 미북정상회담 당시 워싱턴과 평양을 연결한 중매(仲媒) 역할을 했다. 일이 꼬일 경우 양쪽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것이 중매쟁이의 운명이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선의(善意)로 행한 일이라며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선의나 본심은 중요하지 않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흑백 결론만이 남는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싱가포르 회담을 전후해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말이지만, 언제부터인지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바이든 정권 등장과 함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겠다. 잘되기 바라지만, 상황을 보면 운전자의 차에 동승할 인물이 있기나 할지 궁금하다.
 
 
  “한미동맹 끊는 것이 북한의 최종 목표”
 
  ― 싱가포르 회담의 교훈이라고 할까? 국방부의 후임자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은가.
 
  “내 후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한미동맹 관계를 끊는 것이 북한의 최종 목표라는 점이다. 북한은 그 어떤 협상에서도 한미동맹 종료에 관한 문구를 넣으려 할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전체에 대한 야심을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미국이 북한의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방어력이 될 수 있다.”
 
  ―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핵심 사항은 무엇인가? 미디어에 공표된 것이 아닌, 미북 협상을 지켜본 전문가로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북한 프로파간다에 정통한 마이어스(B.R. Myers) 교수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밝혀왔다. 그러나 우리는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면서 북한이 다른 것을 원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북한은 항상 직접적이고도 조직화된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hostile policy)’을 버리라고 요구해왔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정책이란 간단히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한미동맹은 물론 지역 내 평화 보장이나 경제 제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의 문제다. 협상할 때 상대가 말하는 용어나 내용에 관한 정의(definition)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협상 주도권을 쥘지 여부에 관한 중요한 포인트다.”
 

  ― 최근 “북한에 대한 ‘황금양보(golden concession)’를 주의하라”는 의견을 신문에 기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의미인가.
 
  “북한이 아니라, 먼저 미국과 세계가 북한에 뭔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외교정책 실무진이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위협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양보인 셈이다. 그들은 ‘신뢰 회복’이란 말을 사용하지만, 실상은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낼 것을 명분으로 한 일방적 계획(지원)에 역점을 준다. 환상적이지만, 북한이 마침내 미국과 세계로부터의 위협이 ‘제로’라는 것을 인식할 경우, 그때 가서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북 양측은 신뢰 부재(不在) 상태다. 내가 한층 더 염려하는 것은 한미 간에 드러난 불신에 관한 문제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사실 미북 간 불신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미국이 그들의 궁극적인 위협이란 점을 알고 있다. 미국도 북한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 대해 호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황금양보론자들은 북한의 선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북한에 대해) 그 어떤 부담도 지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북한의 선의란 것을 보면, 결국 ‘평화를 바란다’는 식의 애매하고도 부드러운 표현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황금양보론자들은 (북한이) 아무런 약속도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평양이 변하는 증거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결국 황금양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낳게 된다. 첫째, 북한에 양보를 많이 해야만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의 오판이다. 둘째, 북한이 (호혜평등 입장에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좀 더 통 큰 양보를 (북한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의 오류다.”
 
 
  황금양보론자들의 誤判
 
  ― 미국에서는 누가 황금양보론자인가.
 
  “회담이 길어질 경우 그 어떤 결과라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강박감에 쫓기게 된다. 외교적 차원의 긍정적인 결과 자체가 목적이 된다.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외교전문가들이 그 같은 영역 속에 들어갈 것이다. 이들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합의에 이를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의 제안에 기초해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군축회담도 벌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북한이 황금양보론자의 희망대로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합의란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전부 얻어내고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우에 한할 뿐이다. 황금양보는 국제협정에 관한 잘못된 신념과 회담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아예 (결과가) 없는 것보다 뭐라도 있는 게 낫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 북핵 문제에 대한 황금양보론자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이들은 북한 핵개발을 단지 전쟁억지용(用)일 뿐, 강경외교로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강변한다. 예를 들어 2018년 김정은 신년연설을 보자. 황금양보론자들은 당시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을 찬미하면서, 앞으로는 경제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김정은의 발언은 달랐다. ‘이제 충분한 핵무기가 있으니까, 경제건설에 나설 만한 안전이 보장됐다.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핵개발 과정을 협상에 올리자’라는 것이 당시 발언의 진의다.
 
  사실 나는 김정은의 진의를 한발 더 깊게 해석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앞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자’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전후 맥락을 보면 황금양보론자들은, 김정은이 핵무기가 아니라 경제개발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 오판(誤判)한 셈이다. 황금양보론자들의 해석은, 현실성 여부와 관계 없이 북한이 그렇게 (경제개발로) 갈 것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신뢰 회복이란 이름으로 북한이 회담에 적극 나설 것을 기대한 데 따른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의 北核에 대한 착각
 
  ― 한국에도 황금양보론자가 많을 듯하다.
 
  “한국 정부가 최근 강행한 대북전단금지법 같은 것이 좋은 예다. 탈북자의 권리를 짓밟고 탈북자를 체포하고 괴롭히는 법이다.
 
  내가 한층 더 걱정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말에 전면 복종하는 자세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북한은 자기 말대로 안 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다. 문재인 정권하의 일이지만, 천안함 피격 사건에 관한 (북한에 대한) 비판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6월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문제도 회피하고 있다. 물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군사협정 위반에 관해서도 (한국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 북한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가 동맹인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위해 일한다는 목소리가 미 국방부에 있는가.
 
  “한국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은 자국의 이익, 즉 국익(國益)에 있다. 한미 간에는 서로의 국익이 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가끔씩 서로 이견(異見)이 있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이란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전쟁이 터질 경우 가공할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문제를 해결할지에 관해서는 (한미 간에) 이견이 생길 수 있다.
 
  내 판단으로는 한국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적응돼옴은 물론, 스스로 그런 환경에 맞추면서 살아가려는 듯하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거꾸로 ‘한민족(韓民族) 전체’를 보호할 방파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쿼드, 한국에 문호 개방할 것”
 
지난 3월 12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정상은 온라인을 통해 쿼드 회담을 가졌다. 사진=AP/뉴시스
  지난 3월 12일 미국·일본·인도·호주 사이의 4자간 대화, 즉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가 열렸다. 쿼드는 인도양-태평양을 범주로 한, 바이든 정권의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한국은 철저히 배제된 채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중국을 적(敵)으로 가정한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의도이겠지만, 미국에서 보면 동맹관계인 한국이 ‘박쥐’로 보일 수도 있다.
 
  그 결과이겠지만, 이란에서 한국 선박이 나포됐는데도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지원이나 지지 성명 하나 없게 된다. 한국 스스로 미국을 멀리하기 때문에 구조요청할 처지도 못 된다. 2004년 4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일본 선박이 테러 공격을 받았을 때와 비교해보면 같은 동맹관계지만 너무 다르다. 당시 미군은 무력(武力)을 동원해 일본 선박을 구조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의 전사자까지 나왔다. 일본 본토만이 아닌, 호르무즈해협까지도 미일동맹의 범주로 해석한 사건으로 풀이된다. 최근 센카쿠(尖閣) 열도를 미일동맹 영역으로 확정한 것은 그런 과거의 경험에 따른 결과다.
 
  박쥐는 단기간에는 땅과 하늘을 오가며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모두로부터 고립이다. 중국을 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특별하게 대접할 것이라 믿을 만한 근거나 가능성도 없다.
 
  ― 한국과 쿼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쿼드는 군사동맹체가 아니다. 군사 관련 협정서 교환도 없는 4개국 간 협력 기구에 불과하다. 인도양-태평양의 평화와 안전을 논의하고,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탄생된 대화의 장(場)이다. 한국이 배제된 협력기구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한층 더 확대·발전될 경우 한국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원한다면 기존 참가국들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 본다. 국방부에서의 일반적인 평가지만, 한국은 여러 가지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 장래 북핵 문제가 쿼드에서도 논의될 것이라 보는가.
 
  “물론이다. 북핵은 전 세계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파괴할 실질적인 위협이다. 일본·호주·인도·미국 모두에 해당되는 위협이다. 공식적 차원의 대응이 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쿼드에서 논의될 이슈인 것만은 분명하다.”
 
  ― 쿼드 탄생과 함께 지정학적(地政學的) 의미에서 한국의 위상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문명화된 선진국가다. 소프트 파워도 강하고, 경제력·군사력·국민의식 전부가 높은 나라다. 지정학적 위상을 뛰어넘는, 자체의 파워를 이미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앞으로 위축되거나 약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할지 생각하라”
 
  워싱턴에서 자주 들을 수 있지만, 군사동맹 관계는 정책이 아니라 전쟁·공격·방어에 주목하는 것이란 얘기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한미동맹은 정책을 전면에 앞세우고, 전쟁·공격·방어는 뒷전으로 옮긴 채 나아가는 듯하다. 바이든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중국을 가상적(假想敵)으로 한, 동맹관계에 기초한 행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북한 문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 글을 쓰는 3월 11일 기준으로, 바이든에게 북한 문제는 당장의 현안이 아닌 듯하다.
 
  ―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정권의 한반도 담당자에게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바이든의 대북정책팀이 구체화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다. 그들은 한국과 일본에 많은 친구가 있는, 애국자인 동시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일에 대한 능력은 의심할 바가 없다.
 
  내가 감히 그들에게 (나의 경험에 근거한)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먼저 어제의 역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양자(兩者), 6자회담을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제의한 각종 협상과 회담에 관한 역사다. 미북 협상의 역사적 추이를 보면 뭔가가 항상 부족했다. (협상할 때) 북한은 단기적 전술(tactical)에 치중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전부 전략적인(strategic) 목적하에 임한다.
 
  협상 결과에 대해 거꾸로 북한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말도 전해주고 싶다. 예를 들어 ‘서로가 서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협정이 맺어졌다고 치자. 그럴 경우 생각해야 할 부분은 북한이 제기할 일방적 주장이다. 북한은 곧바로 한미동맹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동아시아에 구축한 모든 안전보장 문제를 걸고넘어질 것이다. 북한 자신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전면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중국에 관한 부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핵무기 문제를 비롯해)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북한에 명령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 있어”
 
  ― 바이든 정권이 다시 미북정상회담에 임할 가능성이 있는가.
 
  “내 판단으로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바이든 정권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질질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시간을 줄 뿐, 결론도 없는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 여섯 마리 고양이를 한 군데로 모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6자회담이라 들었다. 바이든 정권하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 보는가.
 
  “개인적 판단으로는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그런 논의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조건을 보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 북한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서 국방부와 국무부 사이의 벽이나 간격은 없는가.
 
  “나는 원래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에서 일하다가 이후 북한 문제 특별자문관으로 일해왔다. 국무부에서 일한 적은 없다. 트럼프 정권하에서 북한 문제의 주체는 백악관과 국무부였다. 국방부는 이 두 조직에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국방부는 백악관·국무부가 북한과 협상할 때, 미국이 활용 가능한 군사적 파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줬다. 국방부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조직이다. 그러나 그런 파워는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진 뒤 행사해야만 한다.”
 
  ― 역사 문제로 한일(韓日)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협조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과거에 있었던 한일 간 문제가 한순간에 잊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북한 문제에 집중할 때 가장 힘들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버린 한일 관계다. 빅터 차 박사가 예전에 지적했지만, 한일 두 나라 모두 위험한 이웃(북한)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일 양국에 제공하는 군사안보 동맹이란 ‘보험’을 통해 사실상 두 나라는 큰 위협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그런 안락한 상황이 거꾸로 한일 서로를 무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빅터 차의 분석이다. 여러 면에서 볼 때, 한일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나라다.”
 
 
  “中·러는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존재일 뿐”
 
  ―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주변국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존재일 뿐이다. 중국은 국경을 접한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 (국경이 떨어진) 한국이 (핵무기를) 갖는 것보다 더 부정적이다. 문제는 중국은 지역 내 미국의 이익 유지와 확대에 반대한다는 점에 있다. 중국이 호전적인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염려하기는 하지만, 중국 내에는 미국과 함께 북핵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나 사람이 없다. 러시아도 지역 내 미국 이익에 반대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당연하지만, 일본도 북핵에 대한 걱정이 상당히 크다. 북핵 몇 발만으로도 일본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대북(對北)정책의 핵심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집중된 상태다. 분명히 말하지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현지에서의 노예화(enslavement)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중대범죄에 해당된다. 북한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결과, 일본이 원하는 식의 양보를 조금씩 흘리면서 (핵문제를 부차적 문제로 돌리면서) 일본의 정면 공격을 피하고 있다. 주변국의 이러한 상황이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현실이다.”
 
 
  “UNC는 한국 내 안보협정의 출발점”
 
2019년 7월 27일 정전협정 66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는 로버트 B.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그는 유엔군사령관도 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본격화된 얘기로 유엔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 해체 문제가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연결될 사안으로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사안이다. ‘UNC 해체=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한국 정부도 가세해서 UNC 해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해체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홈스는 워싱턴 주재 외교관을 위한 온라인신문 ‘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한국 UNC의 미래에 관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 UNC는 앞으로 어떻게 될 전망인가.
 
  “UNC는 한국 내 안보협정의 출발점에 해당된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북한의 침략에 맞서 구축된 국제 군사협력 체제가 UNC다. UNC가 한국 방어자 입장에서 체결한 것이 한국군사정전협정(The Korean Armistice Agreement)이다. 한미연합사는 그 같은 UNC를 유지하는 기관 중 하나다. UNC와 관련된 조약이나 협정은 한국전쟁에 관계했던 모든 나라의 동의하에서만 가능하다. 북한과 중국을 초대해 UNC의 장래를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다. 나는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결국에는 한반도 평화에 해(害)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 북한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도 UNC 해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세 가지 이유에서 UNC 해체를 주장하는 듯하다. 주권을 침해하고, 치욕적인 과거의 유산이며, 뭔가 음모론에 기초해 탄생된 것이었다는 세 가지 믿음이 배경에 있다.
 
  북한의 해체 명분은 한국보다 한층 더 명확 간단하다. UNC가 과거 소련 지원과 중국 참전하의 한국전쟁을 막아냈고, 지금도 억지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UNC 참가국은 한반도 유사시 다시 (한국에) 돌아와 방어전선에 나설 것을 약속해둔 상태다. 북한은 UNC 때문에 한반도 평화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그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점은 크게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최대 위협”
 
  ― 10년 뒤인 2031년경 미북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국방부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에 ‘북한 문제를 다룰 경우,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핵무기 개발이란 측면에서) 북한은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비핵화 원칙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개발에 계속 나서는 한, 2031년에도 미북 간 교착상태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북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미국에는 피해를 안 준다 해도 동맹국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방부 정보전문가로서,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미국이 북한에 최대의 위협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이야말로 (북한의 야심을 막는) 한반도 최대의 위협이라 말한다면, 우리(미국·한국)는 그 같은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말하는 ‘미국 최대 위협론’을 곧이곧대로 듣기 바란다. 다른 무슨 의미가 있다고 믿지 말고, 북한이 말하는 대로, 미국이 최대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한반도 전체에 대한) 야심을 막는 기반이라는 점을 확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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