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상의 전환’으로 연매출 5000억원 그룹 만들어
⊙ ‘토질형질변경 컨설팅’이란 틈새사업으로 사업 시작
⊙ 거들떠도 안 보는 ‘北斜面의 높은 산’ 개발해 물류센터로 조성
⊙ 薄利多賣 아닌 厚利少賣 지향 “고품질·고부가가치에 방점”
⊙ 유년 시절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葬禮 직전까지 갔으나…
⊙ 본인 나이가 29세(?)라고 주장하는 이유
韓周植
1947년생 / 건국대 졸업 / ㈜코리아2000 대표, 산업자원부(이노넷) 기업애로 해소전문 상담역 / 보건복지부 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표창 / 現 지산그룹 회장
⊙ ‘토질형질변경 컨설팅’이란 틈새사업으로 사업 시작
⊙ 거들떠도 안 보는 ‘北斜面의 높은 산’ 개발해 물류센터로 조성
⊙ 薄利多賣 아닌 厚利少賣 지향 “고품질·고부가가치에 방점”
⊙ 유년 시절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葬禮 직전까지 갔으나…
⊙ 본인 나이가 29세(?)라고 주장하는 이유
韓周植
1947년생 / 건국대 졸업 / ㈜코리아2000 대표, 산업자원부(이노넷) 기업애로 해소전문 상담역 / 보건복지부 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표창 / 現 지산그룹 회장
- 사진=조준우
연매출 5000억원, 연간 순익 1000억원의 중견기업을 이끄는 일흔셋의 사내는 아직 꿈이 많다. 돈과 명예에 있어 모든 걸 이룬 듯하지만, 이 사내는 늘 굶주려한다. 사업 현장을 일일이 다 챙기는 한편,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3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복리후생(福利厚生)에도 열심이다. 다양한 기부를 통해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한주식(韓周植·73) 지산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지산그룹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회사지만, 물류센터 건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죽물류센터(연면적 11만9221㎡)를 비롯해 대신물류센터(4만7834㎡), 호법물류센터(2만6063㎡), 남이천물류센터(6290㎡)를 보유하고 있다. 24만2400㎡의 용인 남사물류센터는 올해 준공 허가를 받은 상태며, 내년 완공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43만5705㎡)의 용인물류터미널은 지산그룹의 야심작이다.
‘물류 왕국’을 호령하고 있는 한주식 회장을 지난 4월 3일 경기도 용인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장 차림이 아닌 지산그룹 유니폼을 입고 기자를 맞은 탓일까, 한주식 회장은 기업가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인상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체구도 자그마하고, 목소리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저음(低音)이라 어떤 면에서는 학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거인’에게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주식 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地山’의 의미
― 《월간조선》은 국내 언론 중 한자를 혼용(混用)하는 거의 유일한 매체입니다. 그래서 한자에 관심이 많은데 그룹명인 ‘지산(地山)’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글자 그대로 ‘땅(地)과 산(山)’을 뜻합니다. 우리 ‘지산’은 산을 깎고 계곡을 메워 평지화해서 국토 이용률을 높이고 산업발전의 핵심 시설을 건설하는 회사입니다. 지산의 핵심 역량은 전국의 땅과 산을 잘 보듬고 치유해, 단장시키고 새 옷을 입히는 것이죠.”
― 회장님 한자 이름이 사명(社名)과 묘하게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두루 주(周)에 심을 식(植) 자를 씁니다. ‘널리 심으라’는 뜻이지요. 이름값을 하려면 제 입장에선 널리 이로움을 심어야 합니다. 저는 항상 우리 직원들을 비롯해 물류센터에 입주해 있는 직원, 배송 기사분들 모두 함께 이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에 사용 승인이 난 용인 남사물류센터 직원들에게 용인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맛있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식사를 하신 분들께 1000원씩 불우이웃돕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식당도 열었습니다. 식사가 뷔페식으로 제법 맛이 나니 멀리서 일부러 식사하러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거꾸로 자문해올 정도
― 지산그룹의 주력사업은 물류인 것 같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물류센터 건설에 특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냉동창고 건설·운영에 독보적인 노하우(Know-how)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죠. 관계사로는 물류운영기업인 일죽창고, 이천창고, 남사물류터미널 등을 포함해 7개 기업과 건설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물류센터의 기획, 설계, 건설, 운영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 유일의 회사입니다. 그 밖에 설계 전문 엔지니어링사(社)와 건축사무소, 건설 PC(Precast Concrete) 자재 및 콘크리트 패널 제조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그룹에서 다루는 모든 일이 주력사업입니다.”
― 물류창고라는 게 범위가 아주 넓은데요.
“특히 저온(低溫) 물류창고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식품 등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요. 지산그룹은 고품질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에 부응하는 21세기형 스마트 물류센터 건설·운영에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물류센터 개발·운영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습니다.”
― 처음부터 물류업·건설업으로 사업에 나선 겁니까.
“제 첫 사업은 물류업이나 건설업이 아닌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이었어요. 1999년 토지형질변경에 대한 조언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업체 ‘㈜코리아2000’을 설립했어요. 이 회사는 2년 만에 수십억 원의 순익을 남겼습니다. 까다로운 형질변경을 주(主)무기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얻은 성과입니다. 당시 중앙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역(逆)으로 저에게 질문하고 자문 역할을 맡길 정도였으니 제법 성공한 컨설턴트였다고 할 수 있죠.”
―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이란 게 특이한데, 사실 그와 관련된 법규가 복잡하지 않습니까.
“상위법·하위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관련 법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개발 관련 법규에는 이중, 삼중의 규제가 많았어요. 공무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법규도 상당했으니까요. 그런 불합리한 법규를 딛고 사업을 하려면 난관이 많았죠. 그래서 관련 법규를 아예 외울 정도로 ‘통달(通達)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법규를 습득해 나만의 무기로 삼았고, 그걸 바탕으로 컨설팅에 나선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거들떠도 안 보는 땅을 살리는 재주
―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은 지금 사업과도 관련 있는 건가요.
“제가 대학에 다니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수입이 좋아 고향에서 보내주신 등록금으로 교실을 내고 소규모 학원을 차렸지요. 학원이 또 수입이 돼 여러 개의 체인점 형태 독서실로 발전했어요. 독서실을 하면서 책과 친해지다보니 형질변경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죠. 알면 알수록 관심이 많아져 학교 공부보다 형질변경에 더 관심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독서실 사업에 전념하면서 형질변경공부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형질변경 공부를 하고 컨설팅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찾은 게, 남들과 차별화한 아이템인 물류업이었죠.”
― 단순히 법규만 안다고 해서 사업으로 직결시킬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제가 땅을 좀 볼 줄 알아요. 남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땅을 가치 있게 개발할 줄 아는 편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땅을 말합니까.
“‘북사면(北斜面)의 높은 산’이라고 들어봤습니까? 북쪽에 있는 경사진 산이죠. 이런 땅은, 땅 좀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 잘 안 쳐주는 땅입니다. 이러한 지형에 저온(低溫) 물류시설을 지으면 냉장효율이 좋아집니다. 빛이 덜 드니까요. 경사에 따른 지형단차(地形段差)를 이용하면 전층(全層)으로 차량 접안이 가능해집니다. 물류센터 짓는 데 적격이죠.”
― ‘대지(垈地)만 보유하면 누구나 물류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아니군요.
“그런 단순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다년간 경험이 없으면 물류업을 할 수 없어요. 방금 말한 대로 북사면의 높은 산에 물류센터를 지으면 효율성은 물론,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부지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안목(眼目)은 아닙니다.”
― 지리(地理) 관련 국가공인시험이 있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겠네요.
“(웃음)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버릇 덕분이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창의력이 발휘되더군요. 머릿속에 설계도면이 펼쳐지기도 하고, 물류센터 조감도가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숨겨진 보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저온창고에는 오직 식품만? NO!
― 물류센터에 주로 보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전문으로 다루는 물류시설이 저온 물류센터입니다. 저온 물류센터다 보니 냉동·냉장육, 냉동 참치, 아이스크림 등 식품류가 많이 들어와요. 경기도 용인시의 남사물류센터, 안성군의 일죽 4만 평(약 13만㎡)짜리 냉동창고에 저온 신선식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여주시의 상온(常溫)창고는 규모가 1만5000평(약 4만9000㎡)가량 되는데, 여주가 물이 좋아서 그런지 물이나 콜라 같은 음료가 많이 들어옵니다.(웃음)”
― TV에서 보니 물류센터는 새벽에 가장 바쁘더군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아침에 배송받기 원하니 배송업체 직원들은 새벽에 물류센터에서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른 배송을 1분이라도 더 빨리하기 위한 배송 직원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 일반식품도 보관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벼, 원두 등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물류는 항온(恒溫)·항습(恒濕)으로 보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늘 새것처럼 보관할 수 있어요. 맛도 처음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도 보관할 수 있어요.”
― 그게 뭔가요.
“귀중한 문서 같은 것도 보관할 수 있죠. 저온창고에 보관하면 종이의 변색(變色)을 막을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니 계절별로 안 입는 의복(衣服)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가정 내 공간 절약도 되겠죠. 상상력을 조금 보태면 물류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많습니다.”
“물류센터, 백화점·마트 대체하는 새로운 쇼핑의 場”
― 물류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집중·집약화라고 봅니다. 물류 흐름상 공급 지역별 거점이 중요한데 거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효율을 내기가 어렵죠. 두 번째는 큰 규모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사업장이 주로 용인 등 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겁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현재 사업장이 주로 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은 물류센터에 주력(主力)하다 보니 수도권 내 지가(地價)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 요즘 온라인 유통 및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돼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듯합니다.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 아닙니다. 소비 패턴으로 볼 때 물류센터는 백화점이나 마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쇼핑의 장(場)입니다. 지산그룹이 저온 물류센터 분야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우리 임직원들은 책임감을 느끼며 최고의 물류거점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용인 남사물류센터나 현재 공사 진행 중인 용인 물류터미널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여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남사물류센터(연면적 24만2400m²)의 경우 단일 저온 물류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2021년 준공 예정인 용인물류터미널(43만5705m²)은 남사물류센터를 능가할 겁니다. 그다음에는 경기도 화성에 국내 최대 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들은 세계기록을 세우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 극복해나가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그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봅니다. 우리 지산도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채찍질로 국내를 넘어 세계 물류센터 건설 부문에서만큼은 최고가 되려고 합니다.”
사업철학인 ‘厚利少賣’의 의미
― 사업철학인 ‘후리소매(厚利少賣)’는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장사 원리 중 하나로 ‘박리다매(薄利多賣)’한다고 하지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1원 남기고 100개 파느니, 100원 남기고 1개 팔겠습니다. 이걸 ‘후리소매’라고 합니다. 싸게 많이 파는 것도 좋겠지만, 고품질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적게 파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평가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후리소매가 ‘후리중매(厚利中賣)’ ‘후리다매(厚利多賣)’가 되겠지요.”
― 사업 다각화에 대해선 생각해보셨습니까.
“얼마 전부터는 자재까지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대한민국 물류산업 발전에 더 크게 이바지하려면 당분간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해야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우리 지산은 강한 긍정의 정신으로 ‘되는 것만 찾아서 하는’ 기업이 아닌, ‘안 되는 것 빼고 다 하는’ 긍정의 기업입니다. 지금은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하지만, 긍정과 창의를 접목한 새로운 무엇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해외 진출은요.
“지산이 세계 최고 물류센터 건설기업이 되려면 당연히 해외 진출을 해야죠. 실제로 2011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옌청시(塩城市) 관계자들이 우리 지산이 지은 물류센터에 크게 관심을 보이며 우리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공산국가라 땅을 대줄 수 있으니 지산에서 짓는 물류센터를 중국에 지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중국과 베트남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사업 아이템 구상을 위해 종종 해외를 나갑니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평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거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옵니다.”
지산그룹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
― 지산그룹은 직원 복리후생이 잘 되어 있고, 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까.
“지산에서는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안 합니다. 그 대신 담배 끊고 운동하라고 합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중단됐습니다만, 우리 직원들은 하루 일과를 10km 마라톤을 뛰고 나서 시작합니다.”
― 운동을 싫어하는 직원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운동을 싫어하는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가령 운동과 관련된 비용이나 장비를 전액 보조합니다. 운동하면 그에 따른 운동수당도 지급하고요.”
― 마라톤 외에 또 어떤 운동을 합니까.
“요가수업, 탁구도 있습니다. 금연은 필수입니다. 전 직원 금연을 위해 몇 해 전 6개월간, 흡연 직원들이 금연을 위해 모금한 적립금을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분배해주기도 했습니다. 금연펀드를 운영한 것이죠. 결국 금연 100% 성공을 달성했습니다.”
― 사회 환원에도 열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바람은 훗날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을 사회복지에 투자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겁니다. 그런 베풂과 나눔을 지금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범위를 더 확대하려고 합니다. 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종교는 없지만 십일조를 늘 하려고 해요. 죽어서 천당 가기보다 이승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같이 오래 잘사는 게 좋거든요. 사업을 안 했으면 노인정에 가 있을 나이지만, 노인정에 들어가서 괄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이 베풀려고 합니다.(웃음)”
― 기부를 많이 해 가족 모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경우 아내, 아들, 딸뿐 아니라 향후 며느리와 사위 될 사람 몫까지 모두 가입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가족 전원이 1억원 이상을 경기도 공동모금회에 전달해 ‘경기도 1호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가 됐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적십자 아너스클럽 회원인 우리 부부에게 금장포장(金裝褒章)을 주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나눔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죽은 줄 알고 葬禮 직전까지 갔던 어린 시절… 난청 얻어
―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년 시절은 어땠습니까.
“어릴 때 죽다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모두 어렵게 살던 시절인데 물조차 제대로 못 먹을 때였죠. 우물물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크게 병을 앓았어요. 동네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뒷산에서 장례를 치르려 했으니까요. 운이 좋았던 건지, 하늘이 데려가기 아까웠던 건지 사흘 동안 비가 내려 장례를 치르지 못했어요. 나흘째 되던 날 제가 눈을 떴습니다.”
―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 바람에 난청(難聽)이 왔다고 들었는데요.
“듣는 데 약간 불편함이 생기긴 했지만, 일을 못 할 정도나 의사소통이 불편하진 않아요.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토지형질변경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으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멈추어 있는 야구공을 때리는 것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받아치면 훨씬 멀리 날아가잖아요. 공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멀리 때릴 수 있는 거죠.”
― 경북 경주가 고향인데, 학창 시절 그곳에서 겪은 특별한 일화가 있습니까.
“‘짜장면 일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자신이 있는 학교에 진학하라고 권유하던 중학교 교사 한 분이 계셨는데, 이상하게 내키지 않았어요. 협상 끝에 그분이 입학시험 치르는 날 짜장면 사주기로 해서, 시험을 본 뒤 그 학교에 진학했어요. 짜장면 한 그릇에 3등 이내 성적 우수자가 돼 그 학교에 진학했습니다.”
― 폐교(廢校) 위기에 놓인 경주 사방초등학교를 되살린 일화도 있던데요.
“제가 졸업한 학교입니다. 제 마음의 고향과 같은 학교인데, 이농(離農)현상 등으로 학생수가 22명으로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저를 비롯한 여러 동문이 발 벗고 나서더군요. 버스를 사줘 학생들을 버스로 통학시키고 발전기금도 내놓았어요. 골프연습장과 학생 전용식당 건립, 수학여행과 진학 지원 등으로 학교가 조금씩 발전하더군요.”
― 보기 드문 경우네요.
“덕분에 다른 동네 학생들이 사방초등학교로 전학 오고 싶어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자율학교로 지정되었어요. 사방초등학교는 농촌 소규모 학교 살리기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내 나이는 29세”

― 체구는 작은데 아주 단단해 보입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합니까.
“저도 마라톤을 해요. 그리고 평상시에는 서서 업무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직원들 사무 공간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간중간 서서 일할 수 있는 테이블을 비치해뒀습니다. 서서 일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좋은 점이 많아요. 우리 직원 중에 서서 업무를 보는 이들이 있는데 업무 능률이 확실히 오릅니다. 계단을 이용해 사무실로 출근하는 건 당연하고요.”
― 평소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운동을 함께 하는 게 소통이죠. 식사도 손님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직원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요즘 휴대전화 메신저가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직원들은 힘든 일, 어려운 일, 무언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제게 직접 메시지를 보냅니다. 물론 직원들이 많아 모든 안건(案件)에 대꾸는 못 하지만, 다 읽어봅니다. 정말 조치가 필요한 안건들은 메신저를 통해 바로 결재합니다.”
― 존경하는 기업인은 누굽니까.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입니다. 정주영 회장이야말로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기업을 일구지 않았습니까.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올해 73세인데 현역에서 뛰기에 버겁진 않습니까.
“‘정년퇴직’이란, 사회가 정한 규범에 불과합니다. 지산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나이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즉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올해 제 나이는 스물아홉 살입니다.”
― 그게 무슨 말인가요. 스물아홉 살이라니….
“우리 회사가 출범한 지 올해로 29년째입니다. 지산 식구 중 제가 가장 나이 많은 형뻘이니, 우리 직원 중 29세를 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얘기는 우리 지산인 모두가 청춘(靑春)이란 뜻입니다.”
― 연매출 5000억원의 지산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당분간은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해 국내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해야겠지요. 50년 정도만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50년 후에 출마할 계획입니다.(웃음)”
―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말인가요.
“네.(웃음) 늘 나 자신이 심판받는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50년 후 선거에 출마해보려고 합니다. 낮은 자세로 겸손히 살다가 그때쯤 한 표 구해보려고요. 그때 한 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3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복리후생(福利厚生)에도 열심이다. 다양한 기부를 통해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한주식(韓周植·73) 지산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지산그룹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회사지만, 물류센터 건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죽물류센터(연면적 11만9221㎡)를 비롯해 대신물류센터(4만7834㎡), 호법물류센터(2만6063㎡), 남이천물류센터(6290㎡)를 보유하고 있다. 24만2400㎡의 용인 남사물류센터는 올해 준공 허가를 받은 상태며, 내년 완공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43만5705㎡)의 용인물류터미널은 지산그룹의 야심작이다.
‘물류 왕국’을 호령하고 있는 한주식 회장을 지난 4월 3일 경기도 용인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장 차림이 아닌 지산그룹 유니폼을 입고 기자를 맞은 탓일까, 한주식 회장은 기업가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인상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체구도 자그마하고, 목소리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저음(低音)이라 어떤 면에서는 학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거인’에게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주식 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地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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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그룹의 용인 남사물류센터. 연면적만 24만2400㎡에 달한다. |
“글자 그대로 ‘땅(地)과 산(山)’을 뜻합니다. 우리 ‘지산’은 산을 깎고 계곡을 메워 평지화해서 국토 이용률을 높이고 산업발전의 핵심 시설을 건설하는 회사입니다. 지산의 핵심 역량은 전국의 땅과 산을 잘 보듬고 치유해, 단장시키고 새 옷을 입히는 것이죠.”
― 회장님 한자 이름이 사명(社名)과 묘하게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두루 주(周)에 심을 식(植) 자를 씁니다. ‘널리 심으라’는 뜻이지요. 이름값을 하려면 제 입장에선 널리 이로움을 심어야 합니다. 저는 항상 우리 직원들을 비롯해 물류센터에 입주해 있는 직원, 배송 기사분들 모두 함께 이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에 사용 승인이 난 용인 남사물류센터 직원들에게 용인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맛있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식사를 하신 분들께 1000원씩 불우이웃돕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식당도 열었습니다. 식사가 뷔페식으로 제법 맛이 나니 멀리서 일부러 식사하러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거꾸로 자문해올 정도
― 지산그룹의 주력사업은 물류인 것 같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물류센터 건설에 특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냉동창고 건설·운영에 독보적인 노하우(Know-how)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죠. 관계사로는 물류운영기업인 일죽창고, 이천창고, 남사물류터미널 등을 포함해 7개 기업과 건설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물류센터의 기획, 설계, 건설, 운영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 유일의 회사입니다. 그 밖에 설계 전문 엔지니어링사(社)와 건축사무소, 건설 PC(Precast Concrete) 자재 및 콘크리트 패널 제조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그룹에서 다루는 모든 일이 주력사업입니다.”
― 물류창고라는 게 범위가 아주 넓은데요.
“특히 저온(低溫) 물류창고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식품 등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요. 지산그룹은 고품질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에 부응하는 21세기형 스마트 물류센터 건설·운영에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물류센터 개발·운영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습니다.”
― 처음부터 물류업·건설업으로 사업에 나선 겁니까.
“제 첫 사업은 물류업이나 건설업이 아닌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이었어요. 1999년 토지형질변경에 대한 조언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업체 ‘㈜코리아2000’을 설립했어요. 이 회사는 2년 만에 수십억 원의 순익을 남겼습니다. 까다로운 형질변경을 주(主)무기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얻은 성과입니다. 당시 중앙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역(逆)으로 저에게 질문하고 자문 역할을 맡길 정도였으니 제법 성공한 컨설턴트였다고 할 수 있죠.”
―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이란 게 특이한데, 사실 그와 관련된 법규가 복잡하지 않습니까.
“상위법·하위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관련 법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개발 관련 법규에는 이중, 삼중의 규제가 많았어요. 공무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법규도 상당했으니까요. 그런 불합리한 법규를 딛고 사업을 하려면 난관이 많았죠. 그래서 관련 법규를 아예 외울 정도로 ‘통달(通達)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법규를 습득해 나만의 무기로 삼았고, 그걸 바탕으로 컨설팅에 나선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거들떠도 안 보는 땅을 살리는 재주
― 토지형질변경 컨설팅은 지금 사업과도 관련 있는 건가요.
“제가 대학에 다니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수입이 좋아 고향에서 보내주신 등록금으로 교실을 내고 소규모 학원을 차렸지요. 학원이 또 수입이 돼 여러 개의 체인점 형태 독서실로 발전했어요. 독서실을 하면서 책과 친해지다보니 형질변경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죠. 알면 알수록 관심이 많아져 학교 공부보다 형질변경에 더 관심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독서실 사업에 전념하면서 형질변경공부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형질변경 공부를 하고 컨설팅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찾은 게, 남들과 차별화한 아이템인 물류업이었죠.”
― 단순히 법규만 안다고 해서 사업으로 직결시킬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제가 땅을 좀 볼 줄 알아요. 남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땅을 가치 있게 개발할 줄 아는 편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땅을 말합니까.
“‘북사면(北斜面)의 높은 산’이라고 들어봤습니까? 북쪽에 있는 경사진 산이죠. 이런 땅은, 땅 좀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 잘 안 쳐주는 땅입니다. 이러한 지형에 저온(低溫) 물류시설을 지으면 냉장효율이 좋아집니다. 빛이 덜 드니까요. 경사에 따른 지형단차(地形段差)를 이용하면 전층(全層)으로 차량 접안이 가능해집니다. 물류센터 짓는 데 적격이죠.”
― ‘대지(垈地)만 보유하면 누구나 물류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아니군요.
“그런 단순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다년간 경험이 없으면 물류업을 할 수 없어요. 방금 말한 대로 북사면의 높은 산에 물류센터를 지으면 효율성은 물론,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부지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안목(眼目)은 아닙니다.”
― 지리(地理) 관련 국가공인시험이 있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겠네요.
“(웃음)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버릇 덕분이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창의력이 발휘되더군요. 머릿속에 설계도면이 펼쳐지기도 하고, 물류센터 조감도가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숨겨진 보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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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그룹은 ‘남사물류센터 채용박람회’를 용인시와 함께 개최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
“우리가 전문으로 다루는 물류시설이 저온 물류센터입니다. 저온 물류센터다 보니 냉동·냉장육, 냉동 참치, 아이스크림 등 식품류가 많이 들어와요. 경기도 용인시의 남사물류센터, 안성군의 일죽 4만 평(약 13만㎡)짜리 냉동창고에 저온 신선식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여주시의 상온(常溫)창고는 규모가 1만5000평(약 4만9000㎡)가량 되는데, 여주가 물이 좋아서 그런지 물이나 콜라 같은 음료가 많이 들어옵니다.(웃음)”
― TV에서 보니 물류센터는 새벽에 가장 바쁘더군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아침에 배송받기 원하니 배송업체 직원들은 새벽에 물류센터에서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른 배송을 1분이라도 더 빨리하기 위한 배송 직원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 일반식품도 보관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벼, 원두 등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물류는 항온(恒溫)·항습(恒濕)으로 보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늘 새것처럼 보관할 수 있어요. 맛도 처음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도 보관할 수 있어요.”
― 그게 뭔가요.
“귀중한 문서 같은 것도 보관할 수 있죠. 저온창고에 보관하면 종이의 변색(變色)을 막을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니 계절별로 안 입는 의복(衣服)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가정 내 공간 절약도 되겠죠. 상상력을 조금 보태면 물류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많습니다.”
“물류센터, 백화점·마트 대체하는 새로운 쇼핑의 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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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그룹의 야심작인 용인물류터미널.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43만5705㎡)로 내년 완공 예정이다. |
“집중·집약화라고 봅니다. 물류 흐름상 공급 지역별 거점이 중요한데 거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효율을 내기가 어렵죠. 두 번째는 큰 규모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사업장이 주로 용인 등 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겁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현재 사업장이 주로 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은 물류센터에 주력(主力)하다 보니 수도권 내 지가(地價)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 요즘 온라인 유통 및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돼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듯합니다.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 아닙니다. 소비 패턴으로 볼 때 물류센터는 백화점이나 마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쇼핑의 장(場)입니다. 지산그룹이 저온 물류센터 분야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우리 임직원들은 책임감을 느끼며 최고의 물류거점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용인 남사물류센터나 현재 공사 진행 중인 용인 물류터미널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여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남사물류센터(연면적 24만2400m²)의 경우 단일 저온 물류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2021년 준공 예정인 용인물류터미널(43만5705m²)은 남사물류센터를 능가할 겁니다. 그다음에는 경기도 화성에 국내 최대 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들은 세계기록을 세우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 극복해나가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그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봅니다. 우리 지산도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채찍질로 국내를 넘어 세계 물류센터 건설 부문에서만큼은 최고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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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각종 표창을 받았다. |
“장사 원리 중 하나로 ‘박리다매(薄利多賣)’한다고 하지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1원 남기고 100개 파느니, 100원 남기고 1개 팔겠습니다. 이걸 ‘후리소매’라고 합니다. 싸게 많이 파는 것도 좋겠지만, 고품질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적게 파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평가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후리소매가 ‘후리중매(厚利中賣)’ ‘후리다매(厚利多賣)’가 되겠지요.”
― 사업 다각화에 대해선 생각해보셨습니까.
“얼마 전부터는 자재까지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대한민국 물류산업 발전에 더 크게 이바지하려면 당분간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해야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우리 지산은 강한 긍정의 정신으로 ‘되는 것만 찾아서 하는’ 기업이 아닌, ‘안 되는 것 빼고 다 하는’ 긍정의 기업입니다. 지금은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하지만, 긍정과 창의를 접목한 새로운 무엇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해외 진출은요.
“지산이 세계 최고 물류센터 건설기업이 되려면 당연히 해외 진출을 해야죠. 실제로 2011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옌청시(塩城市) 관계자들이 우리 지산이 지은 물류센터에 크게 관심을 보이며 우리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공산국가라 땅을 대줄 수 있으니 지산에서 짓는 물류센터를 중국에 지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중국과 베트남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사업 아이템 구상을 위해 종종 해외를 나갑니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평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거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옵니다.”
지산그룹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
― 지산그룹은 직원 복리후생이 잘 되어 있고, 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까.
“지산에서는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안 합니다. 그 대신 담배 끊고 운동하라고 합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중단됐습니다만, 우리 직원들은 하루 일과를 10km 마라톤을 뛰고 나서 시작합니다.”
― 운동을 싫어하는 직원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운동을 싫어하는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가령 운동과 관련된 비용이나 장비를 전액 보조합니다. 운동하면 그에 따른 운동수당도 지급하고요.”
― 마라톤 외에 또 어떤 운동을 합니까.
“요가수업, 탁구도 있습니다. 금연은 필수입니다. 전 직원 금연을 위해 몇 해 전 6개월간, 흡연 직원들이 금연을 위해 모금한 적립금을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분배해주기도 했습니다. 금연펀드를 운영한 것이죠. 결국 금연 100% 성공을 달성했습니다.”
― 사회 환원에도 열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바람은 훗날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을 사회복지에 투자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겁니다. 그런 베풂과 나눔을 지금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범위를 더 확대하려고 합니다. 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종교는 없지만 십일조를 늘 하려고 해요. 죽어서 천당 가기보다 이승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같이 오래 잘사는 게 좋거든요. 사업을 안 했으면 노인정에 가 있을 나이지만, 노인정에 들어가서 괄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이 베풀려고 합니다.(웃음)”
― 기부를 많이 해 가족 모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경우 아내, 아들, 딸뿐 아니라 향후 며느리와 사위 될 사람 몫까지 모두 가입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가족 전원이 1억원 이상을 경기도 공동모금회에 전달해 ‘경기도 1호 가족 아너 소사이어티’가 됐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적십자 아너스클럽 회원인 우리 부부에게 금장포장(金裝褒章)을 주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나눔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죽은 줄 알고 葬禮 직전까지 갔던 어린 시절… 난청 얻어
―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년 시절은 어땠습니까.
“어릴 때 죽다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모두 어렵게 살던 시절인데 물조차 제대로 못 먹을 때였죠. 우물물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크게 병을 앓았어요. 동네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뒷산에서 장례를 치르려 했으니까요. 운이 좋았던 건지, 하늘이 데려가기 아까웠던 건지 사흘 동안 비가 내려 장례를 치르지 못했어요. 나흘째 되던 날 제가 눈을 떴습니다.”
―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 바람에 난청(難聽)이 왔다고 들었는데요.
“듣는 데 약간 불편함이 생기긴 했지만, 일을 못 할 정도나 의사소통이 불편하진 않아요.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토지형질변경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으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멈추어 있는 야구공을 때리는 것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받아치면 훨씬 멀리 날아가잖아요. 공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멀리 때릴 수 있는 거죠.”
― 경북 경주가 고향인데, 학창 시절 그곳에서 겪은 특별한 일화가 있습니까.
“‘짜장면 일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자신이 있는 학교에 진학하라고 권유하던 중학교 교사 한 분이 계셨는데, 이상하게 내키지 않았어요. 협상 끝에 그분이 입학시험 치르는 날 짜장면 사주기로 해서, 시험을 본 뒤 그 학교에 진학했어요. 짜장면 한 그릇에 3등 이내 성적 우수자가 돼 그 학교에 진학했습니다.”
― 폐교(廢校) 위기에 놓인 경주 사방초등학교를 되살린 일화도 있던데요.
“제가 졸업한 학교입니다. 제 마음의 고향과 같은 학교인데, 이농(離農)현상 등으로 학생수가 22명으로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저를 비롯한 여러 동문이 발 벗고 나서더군요. 버스를 사줘 학생들을 버스로 통학시키고 발전기금도 내놓았어요. 골프연습장과 학생 전용식당 건립, 수학여행과 진학 지원 등으로 학교가 조금씩 발전하더군요.”
― 보기 드문 경우네요.
“덕분에 다른 동네 학생들이 사방초등학교로 전학 오고 싶어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자율학교로 지정되었어요. 사방초등학교는 농촌 소규모 학교 살리기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내 나이는 29세”

― 체구는 작은데 아주 단단해 보입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합니까.
“저도 마라톤을 해요. 그리고 평상시에는 서서 업무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직원들 사무 공간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간중간 서서 일할 수 있는 테이블을 비치해뒀습니다. 서서 일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좋은 점이 많아요. 우리 직원 중에 서서 업무를 보는 이들이 있는데 업무 능률이 확실히 오릅니다. 계단을 이용해 사무실로 출근하는 건 당연하고요.”
― 평소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운동을 함께 하는 게 소통이죠. 식사도 손님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직원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요즘 휴대전화 메신저가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직원들은 힘든 일, 어려운 일, 무언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제게 직접 메시지를 보냅니다. 물론 직원들이 많아 모든 안건(案件)에 대꾸는 못 하지만, 다 읽어봅니다. 정말 조치가 필요한 안건들은 메신저를 통해 바로 결재합니다.”
― 존경하는 기업인은 누굽니까.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입니다. 정주영 회장이야말로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기업을 일구지 않았습니까.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올해 73세인데 현역에서 뛰기에 버겁진 않습니까.
“‘정년퇴직’이란, 사회가 정한 규범에 불과합니다. 지산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나이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즉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올해 제 나이는 스물아홉 살입니다.”
― 그게 무슨 말인가요. 스물아홉 살이라니….
“우리 회사가 출범한 지 올해로 29년째입니다. 지산 식구 중 제가 가장 나이 많은 형뻘이니, 우리 직원 중 29세를 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얘기는 우리 지산인 모두가 청춘(靑春)이란 뜻입니다.”
― 연매출 5000억원의 지산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당분간은 물류센터 건설에 집중해 국내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해야겠지요. 50년 정도만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50년 후에 출마할 계획입니다.(웃음)”
―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말인가요.
“네.(웃음) 늘 나 자신이 심판받는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50년 후 선거에 출마해보려고 합니다. 낮은 자세로 겸손히 살다가 그때쯤 한 표 구해보려고요. 그때 한 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