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유엔미래포럼 대표 朴英淑

“15년 뒤면 의사, 컴퓨터 사라진다”

  •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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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 신소재 그래핀(Graphene)과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된다
⊙ 미래에 사라질 직업 1순위는 ‘정치인’, 변호사·판사·의사 수요도 대폭 감소
⊙ 인터넷 발달로 북한은 망할 수밖에 없어
⊙ 현 인구 추세면 2300년 지구상에 한국인은 5만7천명
⊙ 고령화시대 유일한 해결책은 ‘협동조합’, 신사회주의사회 온다

朴英淑
⊙ 59세. 경북대 외국어교육학과 졸. 美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육학 석사.
⊙ 前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 現 유엔미래포럼 대표,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2001년 9월 11일, 무너지는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빌딩을 화면으로 보며 박영숙 당시 주한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은 몇십 년 전 읽은 잡지 기사를 떠올렸다. 《퓨처리스트(The Futurist)》라는 잡지에 실린 기사였다.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Society)가 발행하는 잡지다.
 
  “1978년 즈음이었어요. 남편이 즐겨 보던 《퓨처리스트》 잡지를 무심코 봤는데 거기에 이런 기사가 있는 거예요. ‘앞으로 미국과 중동 일부 정권 사이의 대립이 극대화되면서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할 텐데, 어디를 공격할 것인가. 미국은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이다. 그 상징인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방법은 지하 공격이나 공중 공격이다’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때는 참 허황된 말이다, 생각했는데 20여 년 후에 그게 정확하게 현실로 나타났잖아요. 그때부터였어요. 미래학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게요.”
 
  박 대표는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대표적인 미래학자 중 한 명이다. 주한 영국대사관과 호주대사관에서 30여 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유엔미래포럼의 대표와 세계미래회의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거의 매년 미래예측 보고서를 썼다. 올해에도 《유엔미래보고서 2040》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몸에 심는 바이오컴퓨터 대중화
 
신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도록 개발한 휴대폰.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는 ‘2030년까지 사라지는 10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기자는 이 중 ‘컴퓨터가 사라진다’는 대목이 가장 의아했다. 기존의 컴퓨터는 사라지고 몸에 심는 ‘바이오 컴퓨터’가 대중화된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박 대표를 만나자마자 물었다.
 
  ―컴퓨터가 사라지는 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지요. 2020년이 되면 몸속에 이식하는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2025년에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지요. 미국에서는 이것을 바이오컴퓨터라고 부르지요. 2025년에 예상되는 바이오컴퓨터의 시장 규모가 약 470조원입니다.”
 
  듣다 보니 ‘666논란’이 떠올랐다. ‘베리칩은 666의 상징’이라는 주장 말이다. 666은 성경 요한계시록 13장에 등장하는 적그리스도(예수에 대적하는 자)를 상징하는 숫자다.
 
  ―성경에 나오는 666 경고가 생각나네요.
 
  “666 이야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곳이 영국입니다. 영국은 ‘프라이버시(Privacy)’라는 말이 태어난 곳이기도 해요. 그만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영국인 한 사람이 하루 동안 평균 360회가량 카메라에 찍힙니다. CCTV에 찍히는 거죠.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영국 국민의 80%가 프라이버시보다 CCTV를 선호한다고 나와요. 인간의 종자가 달라진 거예요.
 
  이제 영국 정부에서 애완동물의 몸에 칩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4월이 되면 애완동물에게 칩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칩을 넣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여야 해요. 영국 정부의 법이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복지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찰 예산을 늘릴 수가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길에 돌아다니는 유기견 문제를 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거죠. 미래학자들이 예측하기를, 보통 애완동물의 몸에 칩을 넣기 시작하면, 1~2년 후에는 사람 몸에도 넣습니다. 사람 몸에 넣는 이유도 동물과 근본적으로는 같지요.”
 
  몸속에 칩을 심는다니, 그런 날이 올까. 기자는 믿기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몸에 칩을 심고 다니는 날이 정말 올까요?
 
  “외국에서는 이미 굉장히 많이 심었습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 부분, 혹은 귓불에 심어요. 칩도 작아져서 이제는 언제든지 뺐다 꽂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넣은 아이들도 많아요. 특히 환자들이 많이 넣어요. 메디컬 분야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일본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됩니다. 그럼 일본 국민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사람들이 외출했다가 집을 못 찾고 헤맨다고 생각해 보세요. 신원 확인이 어렵겠죠. 그래서 정부에서 의료용으로 칩을 심어 관리하려는 겁니다. 모든 신체 정보가 모니터링되겠죠.”
 
2030년 사라지는 10가지(세계미래회의 발표)

 
  1. EU가 사라진다
      무역 거래 등을 포함한 완전한 통합이 이뤄져야 EU 존속
 
  2. 공교육과 교실, 교사가 사라진다
      고령화로 인해 정부 예산 부족해져, 공교육 관련 예산 삭감
 
  3. 직장, 팀워크, 기업이사회가 사라진다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인 기업이 늘어남
 
  4. 3천 개의 언어, 문화가 사라진다
      영어의 영향력 더욱 커짐
 
  5. 의사, 병원진료, 수술이 사라진다
      스마트폰,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개인화된 진단 가능
 
  6. 종이가 사라진다
      신문, 잡지, 방송을 개인 방송, 개인 언론인이 대체
 
  7. 익명성과 기다림이 사라진다
      사물인터넷이 등장해 익명성 사라지고, 3D 프린터 등이 보급돼 즉석으로 물품 획득 가능
 
  8. TV 저녁뉴스, 컴퓨터, 도로표지판이 사라진다
      소셜네트워크, 몸에 이식하는 컴퓨터, GPS가 대체
 
  9. 절도와 배심원이 사라진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절도 불가능
 
  10. 가게, 유통, 마케팅 등 현재의 판매행태가 사라진다
        온라인 물품 거래 더욱 확대
 
  인간의 종자가 달라져
 
  ―종이가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는데요. 종이가 사라질까요?
 
  “종이가 사라진다는 말은 앞으로 페이퍼 컴퓨터가 종이를 대체한다는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나온 예측이지요. 저도 이제는 강연을 파워포인트로 그림을 보여주면서 합니다. 핀란드에서는 실제로 현재 일부 아이들이 교과서 대신 노트같이 생긴 컴퓨터 하나만 들고 다니고 있어요.
 
  요새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를 갖고 살지요. 엄마, 아빠의 휴대폰을 갖고 놀고, 아이들을 위한 미니 태블릿 PC도 있고요. 이 아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그림을 보고 글자를 읽는 겁니다. 이 아이가 나중에 학교에 가서 종이를 보면 글자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와는 아예 다른 인간이 되는 거예요. 종이는 점차 사라질 겁니다.”
 
  박 대표는 현재 중, 장년인 세대와 10대인 아이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은 인간의 ‘종자가 다르다’는 말을 자주 했다.
 
  “10대들한테 물어봤어요. 은퇴 후에 정원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겠느냐, 물으니까 응답자의 40%가 텃밭에서 농사를 짓느니 자살한다고 대답했답니다. 우리는 텃밭이 꿈이지만 그들에겐 아닌 겁니다. 10년마다 다른 종자가 태어나는 거예요. 예전에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이 운전면허를 따고 좋은 차를 갖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랬지요. 요즘 미국 청소년들은 운전면허증을 안 딴대요. 예전에는 차를 사서, 쓸고 닦고 하는 게 재미였는데, 요즘은 모바일기기가 그걸 대체한 거예요. 휴대전화를 바꾸고, 액세서리를 사서 꾸미고 하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자동차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종이가 없어지는 게 바람직할지 모른다. 지면을 매개로 맺은 수많은 인연을 생각하면 기자는 도저히 종이의 몰락을 믿을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던 유오성 인턴기자에게 컴퓨터 모니터 등 화면으로 글자를 읽는 게 편한지, 종이로 읽는 게 편한지 물었다. 1991년생인 유 기자는 ‘화면으로 읽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고 답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주목해야
 
구글(Google)이 개발한 무인자동차.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된다고 책에 썼는데요. 사물인터넷이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겁니다. 벌써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칩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졌거든요. 마트에서 파는 새우깡 과자를 보세요. 뒷면을 보면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는 설명이 있어요. 새우깡에도 칩이 붙어 있는 거예요. 지금은 RFID가 신용카드에 부착되어 있는 게 보일 만큼 크지만 미래에는 눈에 잘 안 보일 만큼 작아집니다. 그걸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라고 불러요.
 
  미국에 지구피부연구소(Planetary Skin Institute·PSI)라는 비영리연구단체가 있어요. 2007년에 설립됐고, 나사, 구글 등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중국, 유럽의 정부기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는 연구의 목표가 지구촌 모든 곳에 칩을 깔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칩이 빌딩에 깔려 있으면, 불이 나자마자 칩이 빌딩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예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 이런 것도 있지요. 지금 누가 무엇이 필요하다, 이걸 파악해서 그 사람한테 물건을 팔 수도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어디에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파악해서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개설할 수 있겠지요. 사물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이 미래에는 굉장한 수익 모델이 될 거예요.”
 
  기자가 무지한 탓일까. 박 대표의 입에서는 생경한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개인이 낯선 미래에 잘 적응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40대, 50대, 60대를 봅시다. 젊은 아이들은 적응할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 있어요. 일단 자신이 100세 넘어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1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클레오파트라 시기에는 25세로 늘어났어요. 페니실린이 나오고 나서 평균수명이 60세가 됐지요. 이제는 곧 100세 시대가 열립니다. 2030년이 되면 100세를 넘어서 130세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70세, 80세 노인이 되었는데 앞으로 살날이 50~60년이 더 남았다, 그러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일을 해야겠지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스페인에는 몬드라곤이라는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소속된 개인은 각자의 이익 중 50%를 조합에 투자해요. 거기서는 조합원 전체가 직원인 겁니다. 실업률은 극히 낮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몬드라곤에 소속된 기업 중 망한 곳은 단 한 군데입니다. 앞으로는 협동조합 같은 경제활동이 아니면 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영국에서는 전 국민의 1/3이 협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협동조합협회도 있어요. 결국 ‘신사회주의’로 가는 겁니다. 2003년에 세계은행(World Bank)이 이런 발표를 했어요. 2018년이 되면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디지털 기기 보급에 따른 격차)가 소멸한다, 2020년이 되면 교육 디바이드(교육 격차)가 소멸하고, 2030년이 되면 인컴 디바이드(Income Divide・소득 격차)가 소멸한다고요.”
 
 
  없어지는 직업 1순위는 ‘정치인’
 
  ―10대, 20대, 30대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직업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기존에 소위 ‘잘나가는’ 직업들은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변호사, 판사, 의사? 법조인이 잘나가는 시대는 끝나고 있어요. 빅데이터(Big Data)의 이용이 확대되면서 법률 서비스는 무료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판사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 거라는 예측이 있어요. 이런 식이에요. IBM에서 만든 왓슨 컴퓨터에 전 세계의 모든 형량과 범죄사실을 집어넣고 판례와 형량을 넣어줍니다. 그러면 어떤 범죄자가 잡혀 왔다, 그러면 범죄사실을 집어넣으면 돼요. 지금까지의 판례 등을 모두 분석해서 적당한 형량을 컴퓨터가 알려주는 거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파산하자마자 판사를 줄이고 컴퓨터를 도입했어요.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퍼컴퓨터에 전 세계의 모든 환자를 등록해서 증상만 넣으면 그 병이 무슨 병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의사 일의 80%를 컴퓨터가 대체한다는 말입니다.”
 
  ―창업은 어떨까요.
 
  “업종을 잘 골라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옷이 잘 팔리는 것 같지요? 패션 산업도 희망이 없어요. 미래에는 3D 프린터가 널리 보급됩니다. 프린터로 뽑으면 그만이에요. 옷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질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웨어러블(Wearable)기기를 입고 다니고, 나이 많은 사람은 편한 옷만 찾게 될 겁니다. <스타트렉(Star Trek)> 시리즈를 보면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지요? 스스로 세척되는 옷감이라는 아이디어를 잘 보여주는 옷이에요. 셀프 클리닝 옷도 곧 상용화됩니다. 패션 산업에서도 이런 분야라면 전망이 밝은 거죠.
 
  가장 전망이 밝은 분야는 기후에너지산업, 약식품, 의료·바이오, 보건·복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쪽에 진출해야 해요. 노인들이 늙으면 혀의 돌기가 사라져 맛을 못 느낍니다. 외국의 노인들은 요즘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합니다. 튜브 푸드 코너가 북유럽에서는 성행해요. 노인들은 어차피 맛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약이 되는 식품을 찾습니다. 그래서 ‘약식품’이라는 용어를 쓰는 겁니다.”
 
  박 대표는 “사실 없어지는 직업 1순위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바로 ‘정치인’이란다. 박 대표의 설명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정치는 사양산업이 됐습니다. 소멸 직업 1순위가 정치인이에요. 그래서 정치학과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미국의 예를 들까요. 예전에는 왓슨스쿨 졸업생의 80~90%가 공무원이 되거나 정치인이 됐습니다. 지금은 그 비중이 10% 정도로 줄었어요. 미국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정치인입니다. ‘정치인들은 모두 도둑놈이야’란 생각을 갖고 있으니 젊은 친구들이 안 가는 거예요. 설문조사를 해보니, 세계의 문제를 정치인은 해결할 수 없지만 마크 주커버그나 구글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샌프란시스코를 볼까요? 공무원 월급을 비롯한 시의 고정 지출이 있지요. 고정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은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정합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주민 중 일정 수 이상이 투표해야 입법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주민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국회가 너무 비대합니다. 우선 없애야 하는 것이 국정감사예요. 국정감사는 적어도 1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감사를 하는 거예요. 인기에만 영합해 아무데나 들이댑니다. 청문회나 국정감사는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나 하는 거예요.
 
  예산 문제가 국회의원들의 권력의 실질적인 원천이잖아요. 다른 나라는 예산도 몇 년 치를 한번에 줍니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새로 지급하는 경우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들의 힘을 빼는 겁니다. 국회가 힘을 잃으면 국회출입기자도 없어집니다. 영국은 1985년에 국회출입기자가 없어졌어요. 《더 타임스(The Times)》를 보면 내셔널(National) 페이지가 있어요. 정치 페이지는 따로 없어요. 내셔널 페이지에서 작은 지면을 들여 소개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국회의 힘이 약해져서 정부를 견제하는 힘이 약화되는 것 아닌가요?
 
  “국회 외에도 감시견 역할을 하는 기관이 많습니다. 게다가 앞으로는 국제기구와 지방정부는 커지지만 중앙정부는 작아질 거예요. 세원이 문제지요. 지방정부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땅이나 집이 있지만 중앙정부는 어디서 세금을 거두나요? 기업도 점점 다국적화되면서 세금 거두는 문제가 쉽지 않아지잖아요. 정부가 강화될 수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 신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삼성·포스코·현대차의 미래 어둡다
 
테슬라 자동차의 CEO 엘론 머스크.
  박 대표를 가장 자주 찾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기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박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잘하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제일 못하고 있는 곳이 삼성이에요. 곧 있으면 카메라 날아가지, 홀로그램이 상용화되면 TV 날아가지, 반도체도 이제 바이오 반도체로 나갑니다. 남는 게 없어요. 이건희 회장 말처럼 10년 뒤에 삼성의 90%가 날아갑니다. 그런데 딱 하나 남는 게 있어요. 그래핀(Graphene)이에요.
 
  저는 포스코의 미래도 얼마 안 남았다고 봅니다. 철기시대가 가고 그래핀의 시대가 올 겁니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튼튼합니다. 개발이 점점 진전되면서 10년 뒤에는 1000배가 된답니다. 그래핀을 넘어 보르핀이 되고 카르빈이 됩니다. 허황된 얘기라고요? 록히드 마틴에서 담수화 시설을 지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재가 그래핀입니다. 그래핀은 태양광 효율성을 60%까지 올려줍니다. 맨체스터대학은 2011년에 그래핀으로 노벨상을 받았어요. EU 정부와 영국 정부로부터 200억원을 지원받아 그래핀 빌딩을 짓고 있습니다. 완성될 즈음에는 300배 정도 강한 건물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그 빌딩은 수천 년을 갈 겁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철강을 살까요? 삼성은 현재 그래핀 기술을 디스플레이에만 접목하고 있어요. 빨리 각성해서 다른 곳에 활용해야 합니다. SK의 경우에는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좀 낫지요.”
 
  ―자동차 산업은 어떨까요?
 
  “현대자동차는 그래도 30년은 갈 겁니다. 일단 무인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유럽에서 나오는 모든 자동차는 앞으로 AEBS, 즉 자동 충돌 조절 장치를 장착하고 나옵니다. 이러면 보험회사가 필요 없어지겠지요.
 
  구글은 무인차를 이미 개발했어요. 무인항법장치를 이용해 다른 자동차와 소통하며 운행하는 차가 보급될 겁니다. 볼보에서는 무인자동주차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제 차가 스스로 완벽하게 주차를 합니다. 차가 스스로 주차하는 기술이 상당히 어려운 기술인데 그 난관을 뛰어넘었다고 합니다. 무인자동차가 2분 안에 내가 원하는 곳으로 오는 기술도 널리 보급될 거예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모든 차가 앞뒤 범퍼가 없는 식빵 같은 디자인이 될 거예요. 충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히드로 공항에서 운용 중인 무인차는 실제로 식빵 모양입니다.
 
  그 외에도 사라지는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교통경찰, 신호등, 과속카메라 등이 다 사라질 겁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무인자동차 도로를 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운전하는 차와 섞이면 혼잡이 있을 테니까요. 점점 무인차가 확대되겠지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 자동차(Tesla Motors)라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을 만들어서 큰돈을 벌고, 그 후에 테슬라 자동차를 만든 인물인데요, 이 사람이 지금은 시속 1300km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진공 튜브를 만들고 있어요. 하이퍼루프(Hyper Loop)라는 이동수단이지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0분이면 간답니다. 10년 안에 나온다고 하는데, 이러면 이제 누가 자동차를 타고 누가 비행기를 타겠습니까?
 
  현대자동차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면 망합니다. 포스코도 인도에 큰 제철소를 지을 것 없이 그래핀으로 일찍 눈을 돌렸다면 좋았겠지요.”
 
  박 대표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이 때문에 좋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자회사에 강연을 가서 디지털 카메라가 곧 사라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강연이 끝나고 카메라 사업 담당자가 오더니 ‘그런 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또 한번은 중공업 회사에 가서 ‘플랜트 산업이 사양산업이 될 거다. 걸프만 지역에는 프로젝트 후에 해안 지역을 원상복구해 놓아야 한다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비용이 이득보다 더 크다’고 했더니, 플랜트 담당하는 본부장이 와서 뭐라고 하더라고요. 헛소리하고 다닌다는 음해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아예 기업의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접촉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교육과 에너지 문제 대처 시급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즉석에서 음식도 만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래 변화를 잘 준비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정부가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박 대표의 말이다.
 
  “할 일이 많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교육 문제, 에너지 문제, 그리고 통일입니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이에요. 한국의 모든 교육은 대학 입시에 치중돼 있습니다. 서열을 매기기 위한 교육이지요. 지식을 외우는 행위는 2020년에 사라집니다. 그런 데다가 국력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요. 앞으로는 기존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겁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종합 대학 중 30%는 사라집니다. 온라인 대학은 강화됩니다. ‘마이크로 칼리지(Micro College)’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토머스 프레이라는 미래학자가 주창한 개념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 이제 막 개발된 신기술을 제일 먼저 교육하는 곳이 마이크로 칼리지예요. 일종의 단기 기술 학교지요. ‘드론 파일럿’ 같은 신분야를 제일 먼저 교육하고 취업시킵니다. 드론 파일럿은 지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요. 졸업하는 즉시 취업이 됩니다. 이런 곳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해요.”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전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길은 지금도 열려 있다. 박 대표의 설명이다.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공개 온라인 강좌가 있어요.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 유대시티(UDACITY), 아이튠즈 유(Itunes U) 이런 곳에서 3주에서 12주 동안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과목을 다 가르쳐요. 코세라에서 강의를 다 듣고 6만원가량을 내면 수료증도 줍니다. 코세라에서 강의를 들으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대학도 있어요. 홍콩대학이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12억 인구 중 4억명이 영어를 구사합니다. 인도 대학생 중 20%가 에덱스로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하겠다고 학교를 자퇴했어요. 미국에는 에덱스에서 물리학 강의를 박사과정까지 다 들은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이 아이는 이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대화가 가능해요. 그런 아이가 6년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박 대표는 영어 교육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에도 모든 정보가 영어로 되어 있고 미래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영어로 소통을 합니다. 영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과 한국에는 미래가 없다는 얘기가 많아요. 싱가포르도 30년 전까지는 중국어 사용을 고수하다가 이제는 집에서도 영어를 씁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대학교에서는 전면적으로 영어 교육을 합니다. 아시아 모두가 변해가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만 빼놓고요.
 
  미래 연구에도 영어가 필수적입니다. 미래 연구는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현재도 연구 성과물들은 다 영어로 되어 있어요. 한국에 미래학을 연구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확인하려면 영어를 잘하는지를 확인해 보면 됩니다. CIA에서 2020 보고서 등 미래 예측 보고서를 쓸 때 한국 분야 예측을 위해 제가 참여합니다. 이때에는 그야말로 정보와의 전쟁이에요. 엄청난 정보를 읽어내고 분석해야 되는데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입니다. 영어를 못하면 참여조차 할 수 없어요.”
 
무료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교육기관

 
  코세라(www.coursera.org)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의 앤드루 융 교수와 대프니 콜러 교수가 공동 창업
  ●스탠퍼드대·예일대·시카고대·도쿄대·카이스트 등 세계 100여 개 대학 참여
  ●개설 과목 450여 개, 수강생 500만명으로 세계 최대 MOOC
 
  에덱스(www.edx.org)
  ●2012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비영리 기관
  ●MIT·하버드대·버클리대·코넬대·베이징대·서울대·교토대 등 29개 대학 참여
  ●컴퓨터공학·전자공학·화학·공공보건 등 이공계 수업 중심으로 과목 개설, 수강생은 약 100만명
 
  유대시티(www.udacity.com)
  ●2011년 스탠퍼드대의 무료 컴퓨터공학 수업에서 시작
  ●스탠퍼드대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
  ●컴퓨터공학과 관련한 과목 개설
 
  칸아카데미(www.khanacademy.org)
  ●2006년 살만 칸이 만든 비영리 교육서비스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 금융, 역사, 예술 등 다양한 과목에 걸쳐 4000여 개 동영상 강의 제공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운영
 
  각종 에너지 관련 공기업 통합해야
 
  박 대표는 교육 다음으로 에너지 관리 주체를 통합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미래에 에너지 문제가 더욱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한국의 에너지 관리 정책 현황을 볼까요? 석탄공사, 가스공사,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등등 갈갈이 다 나뉘어 있지요. 이걸 ‘에너지공사’ 하나로 싹 다 통합해야 합니다. 태양광, 핵융합, 바이오 연료 등등 갈 길이 먼데 에너지 관리 주체가 쪼개져 있으면 장기 계획이 제대로 마련이나 되겠어요?
 
  이게 다 공무원들이 은퇴 후를 생각해서 점점 더 늘려놓는 겁니다. 외국을 보세요. 다 합쳤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연구소 하나만 두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전체 에너지 정책을 조율하고 있어요. 영국은 BP가 모든 에너지를 관리합니다. 공사가 다 따로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에요. 각자 목소리를 내는데, 뭐가 중요한지 보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BP는 사명이었던 ‘영국석유(British Petroleum·브리티시 페트롤늄)’를 버리고, 현재는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비욘드 페트롤늄)’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원자력발전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우리는 나무를 연료로 썼지요. 그러다가 그을음을 피해 연탄을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연탄을 때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 사고가 잦았지요. 그래서 석유를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석유가 기후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핵발전도 같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났지요. 원전사고가 한번 나니까 대안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됐습니다.
 
  일본은 우주 태양광 분야로 선회했습니다. 독일도 핵발전을 포기했어요. 2043년이 되면 독일은 원전이 없어집니다. 유럽은 관광으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클린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지요. 결국 후쿠시마 때문에 실감하게 된 겁니다. 싸다고 하지만 사고가 나면 대안이 없어요. 모든 나라가 없애고 있고, 우리도 없애야 한다고 강연 때마다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칼침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인터넷이 발달해 북한은 결국 망한다
 
  ―미래학에서는 남북통일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2018년부터 통일 변수가 등장합니다. 구글에서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에요. 헬륨을 채운 풍선에 통신 장비를 실어 하늘로 띄우는 프로젝트예요. 지난해 뉴질랜드 상공에 풍선을 벌써 띄웠습니다. 뉴질랜드 정부가 제일 먼저 허용해 제일 먼저 띄웠어요. 무료 인터넷 중계기가 들어 있어 지상에서 그 신호를 받아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일종의 무료 와이파이 같은 것이지요.
 
  이 기구가 북한 상공은 못 갈까요? 자동으로 북한에도 갑니다. 북한 상공에 여러 대가 떠 있는 거예요. 북한에서 이 열기구를 없애려고 총을 쏠 수 있겠어요, 미사일을 쏠 수 있을까요.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이 인터넷 신호를 받아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게 됩니다. 똑똑해지는 거예요. 그러면 세습이 불가능해집니다. 군중의 불만 표출과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죠.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북한은 결국 인터넷 때문에 망한다는 얘기입니다.”
 
  페이스북(Facebook)도 구글과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페이스북이 설립한 글로벌 협력체 ‘Internet.org’는 지구의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활동 목표를 밝혔다.
 
  통일은 ‘대박’일까? 박 대표는 ‘대박이 맞다’고 답했다. 박 대표의 설명이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봅니다. 통일 비용을 강조하면서 통일이 돈이 든다는 주장이 많은데, 통일이 오히려 ‘돈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영국 지하철은 만든 지 100년이 되었어요. 고치려고 해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고치질 못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가요. 땅 전체가 텅텅 빈 벌판이나 다름없어요. 우리의 기술로 북한을 산업화하는 데에는 2년에서 3년밖에 안 걸립니다. 게다가 사전에 잘 디자인하면 완벽한 계획도시로 만들 수 있어요. 요즘 이런 큰 대도시를,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해서 지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생태친화 기술, 에너지 재생 기술 등 다양한 최신 신기술을 접목해 단번에 최고의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죠. 우리가 전략만 잘 짜면 그만한 이익이 어디 있겠어요.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대륙과 연계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해서 대륙과 연결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지나 프랑스 파리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과 기차를 타고 육지로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그 거리가 전혀 다릅니다.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얼마나 광대해질까요.”
 
 
  2300년 한국인 5만7천명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초경량 깁스.
  박 대표는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급한 문제로는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를 들었다.
 
  “미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변수가 인구 변화입니다. 인구가 없는 곳에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나요? 개발을 할 필요가 없지요. 인구 변화, 인구 이동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통일이 빨리 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구 이동이 꽉 막혀서 사회 전체가 마치 호주의 캥거루처럼 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2300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사라집니다. 현재의 출생률 추세를 유지하면 2300년쯤에는 우리나라에 5만7천명밖에 남지 않아요.”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되지 않습니까.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민은 국민이 결정합니다. 철저히 국민 정서와 연관된 문제라는 거죠. 국회의원들이 이민을 쉽게 제도화하지 못합니다. 미래학자들이 그럽니다. 아마 일본과 한국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이민에 문을 열 국가라고요. 게다가 마지막에 문을 연다 해도 그때쯤에는 이미 이민을 오겠다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다른 더 좋은 나라로 가지요. 인구 추세를 생각하면 당장 내년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후 문제는 어떻습니까.
 
  “미래학자들이 설정하는 미래 연대표(future timeline)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보면 2040년이 되면 미국이 열대 국가가 되고 2060년에는 적도 지역에 사람이 못 삽니다.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기온이 5도가량 올라갑니다. 캐나다 북부 지역 등이 살기 좋게 변하는 거죠. 적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캐나다로 이민 갈 거예요.
 
  우리나라도 그때가 되면 아열대 국가로 변합니다. 해수면이 상승해 국토는 줄어듭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 아닙니까. 전 국토의 16% 정도가 가라앉습니다.”
 
  박 대표와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는 잠시 동안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했다. 단시간에 워낙 엄청난 이야기들을 들은 때문일까. 박영숙 대표가 왜 시간당 고액의 강사료를 받는 소위 ‘A급 강사’인지 알 수 있었다.
 
  지루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세상이, 미래엔 엄청나게 바뀌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기업 경영자나 정치인들에게는 ‘인사이트(Insight)’, 즉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학은 예측의 실마리를 철저히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언’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듯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의 말대로 미래의 사람들은 스스로 세척하는 옷을 입고, 몸에 이식한 컴퓨터로 소식을 듣고, 통화를 하며 3D 프린터로 즉석에서 만들어낸 음식을 먹을까.
 
  1945년 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가 ‘적도 상공 3만6000km의 원형 궤도에 통신위성을 띄울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 말이 곧 현실이 되리라고 믿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로부터 19년 뒤 첫 통신위성 신콤3(Syncom3)이, 현재는 클라크 궤도라고도 불리는 정지궤도에 진입했다. 역시 클라크의 아이디어이고, 정지궤도보다 더 황당하게 들리는 ‘우주 엘리베이터’도 현재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다른 이와 같은 하늘을 보면서 클라크 같은 이는 미래의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착착 현실화됐다. 미래학자들의 경고와 예측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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